성적은 짧고 직업은 길다 직업에 관한 고찰 1
탁석산 지음 / 창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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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부모 앞에서는 부모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겁니다. 그래야 사는 게 편하거든요. (중략)
이보다 큰 문제는 부모가 자식에게 어렸을 때부터 은연중이든 공개적으로든 특정 직업을 주입한다는 것입니다. -49쪽

노숙자라고 해서 아무 일도 안 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도 일거리를 찾아 나섭니다. 카메라는 길거리에 버려진 파지를 주워 리어카에 싣고 팔러 다니는 노숙자를 따라다니며 그 모습을 담았습니다. 그는 하루에 2만 원 정도 벌어 그 돈으로 밥을 사 먹습니다. 자기가 번 돈으로 밥 사 먹는 것에 그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다른 노숙자들처럼 무료 급식에 의지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비록 벌이가 변변하지는 못해도 그것이 그의 자존심을 지켜 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83쪽

직업이란 단순히 먹고살려고 돈을 버는 방편이 아니라, 인간다운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입니다.-84쪽

돈이 많아도 놀고먹으면 안 되지만, 돈도 없는 형편에 일하지 않는다면 생계뿐 아니라 심하면 목숨도 위협을 당하므로 더더욱 안 될 일입니다. 먹을 것도 사고, 집세도 내고, 옷도 사 입어야 살아갈 것 아닙니까. 매우 단순하고, 매우 강한 현실입니다. 단순할수록 강한 것이 세상 이치인 법이라, 먹고살기 위해 사람들은 무엇인가 일을 해야만 합니다. 그것도 자기 힘으로 일해서 먹고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88쪽

사람은 타인과 접촉하지 않고는 자신의 외모나 성격을 제대로 알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남과 접촉해야 합니다. 일이 그런 역할을 해 줍니다.-108쪽

자신이 원하는 것과 자신의 능력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고, 능력과 성취 사이에도 괴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또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운이 엄연히 우리의 희망과 성취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직업을 택하든 실패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입니다. 운이 따르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시작한다면, 실제로 실패했을 때 크게 좌절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137쪽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을 흔히 합니다. 그 말에는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하느냐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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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09-10-28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에 대한 철학적이면서도 현실적 사색을 담은 책이 한권 나왔음 좋겠어요. 알랭 드 보통 신간 보니 잠시 언급되긴 하더라만 뭐랄까 진짜 인생의 일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겐 너무 가벼운 이야기일 뿐인거 같아요.

마늘빵 2009-10-28 22:43   좋아요 0 | URL
보통 씨는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가까이 다가갔다 멀리 나왔다 하지만, 관찰자 시점을 벗어나지 못했죠. 그게 또 보통 씨 책의 컨셉이고. 관찰자 시점을 유지하면서 깊이 들어갔다 나오는 게. 순전히 탁석산을 좋아해서 나오자마자 읽었습니다. 철학적 접근이라기엔 가벼운데, 청소년 눈높이에 맞게 할 말만 끄집어내서 잘 정리했습니다.

BRINY 2009-10-28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보관함에 넣습니다.

마늘빵 2009-10-29 10:26   좋아요 0 | URL
2권도 있습니다. 오늘 출근길에 읽었는데, <준비가 알차면 직업이 즐겁다> 학생들에게 추천해주면 좋겠더라고요. 창비 직업 시리즈가 있는데, 금태섭 변호사도 인터뷰한 책이 있고. 수준은 딱 중고등학생입니다. 중학생도 무리없이 읽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머큐리 2009-10-28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워요...아프님...ㅎㅎ

마늘빵 2009-10-29 10:26   좋아요 0 | URL
^^

비연 2009-10-29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반가와요. 아프님^^ 새글 발견하고 바로 들어왔습니당~~

마늘빵 2009-10-29 10:26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