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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발견 - 사라져가는 모든 사물에 대한 미소
장현웅.장희엽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에는 우리가 너무나도 사소해서 잊고 살던 물건들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작가가 사전적 의미를 버리고 사적인 시선으로 본 것이기 때문에 난 책을 읽으며 작가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같은 물건에 대해 작가와 내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만, 공감대형성은 많지 않았음에 놀라워하기도 했다. '사소한 발견'의 목적은 작가의 사적인 시선으로 본 것들에 대한 공감을 독자에게서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잊고 살던 물건들을 독자에게 넌지시 제시해줌으로써 함께 생각할 기회를 만들어나간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책을 읽으며 잊고살던 것 중 아차 싶었던게 '리코더'였는데, 내가 초등학교 때 하나씩은 부서를 들어가야만 했는데, 그게 '리코더부'였다. 초등학교때 천식이 심했던 나는 힘들 것 같다는 만류에도 하고 싶다며 떼를 써서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또한 리코더는 왼손이 위로 올라가고 오른손이 아래쪽으로 내려와야하는데 나는 그게 반대로 뒤바뀌어서 오른손이 위로, 왼손이 아래로 가는 그런 특이한 현상을 빚어내게 되었다. '그게 안고쳐져서 많이 혼나기도 했었는데..'란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 습관은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도 고쳐지지않았는데, 리코더는 마지막 초등학교 학예회때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를 성공리에 끝마친 다음,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더이상 불 기회조차 있지 않았다. 그리고 내 기억 속에서 까마득히 멀어졌던 악기였다. 이 책을 읽고 초등학교 시절의 값지고도 예쁜 기억들을 새록새록 떠올려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알약'이라는 소재에 관해서 작가의 어린 시절 반 여자아이는 알약을 못먹어서 선생님이 가루약으로 빻아줬다고 했는데, 나 역시 알약을 삼키지를 못해서 엄마가 항상 가루약으로 빻아주거나 약국에서 약을 탈 때 가루약으로 바꿔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게 작년 여름무렵(2009년)까지 그랬으니 오죽할까.. 그리고 요즘은 면역력도 약해지고 해서 약먹을 게 전보다 하나하나 생기면서 알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이젠 알약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예전엔 왜 못먹었나 싶다.
정말 이렇게 하나하나 내 얘기와 엮어가면서 보는 쏠쏠한 맛도 있었고, 내가 그동안 너무도 사소해서 잊고 살았던 소중한 추억들이 담겨있는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추억에 잠길 수 있었던 책이 아닌가 싶다.
그래, 우리 모두는 특별한 '무엇'이 되고 싶은 건지도.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옷걸이들도 누군가에게 잊히지 않는 무엇인가가 되고 싶은 건 아닐까. 모든 존재는 부재를 통해 더 실감하게 되는 법이니까……. -p42
인생을 살다보면 길을 잃기도 한다. 갑작스럽게 방향감각을 잃어 현기증이 나기도 하고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막막해 걱정만 가득할 때도 있다.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제자리에서 발만 동동 구른다. 어느 방향으로든 일단 한 발 디디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길을 나서본다. 훗날 돌아켜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어느 방향으로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지금 이 순간에는 무척 두렵다. 그냥 이 자리에 머물러 있을까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나를 유혹한다. -p55
평행선상에서 나를 바라보는 탁상시계. 손목을 향해 내려다보거나 벽에 걸려 올려다보는 시간이 아닌,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시간. 쫓기거나 쫓는 시간이 아닌 어쩌면 좀 더 평등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p62
때론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무게만 표시를 하고 너무 무거우면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 그 부담들이 너무 많이 쌓이면 마음속의 눈금이 고장을 일으키고, 녹슬고 차갑게 변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내 마음속의 저울, 눈금은 어디쯤 머무르고 있을까? -p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