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엄마 - 개정판
최유경 지음 / 열매출판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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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5살에 강간당해서 바보가 되어버린 즉, 미쳐버린 엄마와 그 엄마가 낳은 딸과 그 딸의 딸.. 이렇게 3대를 다룬 이야기이다. 독자인 우리는 일명 '바보엄마' 선영의 딸인 영주의 시점에서 관찰하고 그녀들을 고통을 엿볼 수 있다. 자신을 닮지 않았길 바라며 낳은 딸아이 닻별이는 너무나도 똑똑한 딸이었다. 그러나 딸은 10살의 나이에 자살미수자였고 남편의 외도는 끝이 없었기에 더욱 힘들었던 그녀. 그녀의 아픔을 달래주려고 한발자국 다가섰지만, 그녀가 그녀의 엄마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 나 스스로도 화가 치밀어서 그녀의 고통은 나몰라라하고 그녀를 욕하기 바빴다. 셋이 같이 지내면서 느끼는 깨달음과 사랑..

 

 

'엄마'라는 고유명사 하나만으로도 눈물이 흐를 이유는 충분하다. 난 항상 엄마에겐 못난 딸이었다. 내가 잘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가 잘못되면 엄마를 탓하기 바빴고, 툴툴대고 짜증내고.. 엄마는 나에게 항상 말씀하신다. '넌 항상 <응, 알겠어, 좋아>라는 말보다 <아니, 몰라, 싫어>라는 말을 더 사용하느냐고' ... 사실 난 다른데서는 <아니, 몰라, 싫어>라는 말보다 <응, 알겠어, 좋아>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 그러고보면 엄마한테만 유독 부정적인 말을 섞어 사용하게 되는데, 그건 언제나 아직도 응석받이인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다고 생각하는데, 어째서 하는 행동은 5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게 하나 없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다른데서 예의바르다는 소리를 들으면 우리엄만 뭐라고 생각하실까. 엄마한텐 예의바르게 행동해 본 적이 없어서 우리엄만 이해를 못하실지도 모른다. 다른데서 안좋은 일이 있었는데도 집에 와서 엄마한테 풀기 일쑤였고, 엄마는 짜증섞인 내 말투에 그저 달래주기만 했다.

 

몇일 전 툴툴대고 짜증내는 내게 엄마가 화를 내면서 '너는 항상 너만 이해해달라고 하지, 엄마편에서 생각해본 적 한번이라도 있느냐고' 하셨었다. 난 그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핑계댈 말도 변명거리도 없었다.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음에 다시 또 짜증내고.. 휴...

 

또, 내가 엄마한테 아직도 어리광을 부리듯 행동해서 그런지 몰라도 회사를 간다며 집을 나서는 나를 보며 엄마는 그러신다. '나만 보면 마음이 짠하다고, 아직도 애기같다며' 이번 첫 직장을 그만둘 때 내 의지로 그만뒀지만, 그만두고서 누구보다 엄마에게 얼마나 미안했던지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엄마는 나를 금이야,옥이야 키워줬고 가르칠 만큼 다 가르쳤는데 고작 이런 회사에서 이런 일이나 하며 이런 대접을 받고 일했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건 당연했다.

 

내가 첫사랑이라는 걸 겪었을 때에도 엄마는 원래 다 그런거라며 아빠 몰래 엄마 첫사랑 얘기도 들었고, 나보다 더 지독했던 엄마의 첫사랑을 함께 겪으면서 위안도 많이 받았고, 고등학교 때 잔병치레가 많았던 나를 데리고 일하느랴 병원 데리고 다니느랴 많이 지치고 힘들었을 텐데도 내 앞에서 힘든 내색 한번 하지 않았다. 성적이 떨어지면 '니가 하필 그때 아파서 그런거라'며, 그게 니 삶의 성적은 아니라고 위로해주셨고, 앞으로 더 많은 날들이 있다며 위로해주셨다. 그런 고마운 엄마에게 내가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로, 의미없는 행동 하나로 이제까지 준 상처들은 어떤건지, 깊이 반성할 때가 왔다.

 

무조건적인 사랑. 나를 사랑하는 사람도 내가 사랑하고 있는 사람도 무조건적인 사랑은 아닐터다. 어느 글에서 본 적이 있다. 사랑은 혼자 하는게 아니라 둘이 하는거라고. 하지만 엄마의 사랑은 마냥 맹목적이고 희생적인 무조건적인 일방통행이다.

 

 

 

 

온 몸의 신경들이 가시처럼 꼿꼿이 곤두섰다. 누군가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그 가시를 무기 삼아 그 사람을 찔러 죽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무언가를 찔러 시커먼 피에 흠뻑 젖어도 수그러들 것 같지 않았다. 꼿꼿하게 치솟은 신경은 만반의 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어 희생자를 찾지 못하면 나라도 찌를 것만 같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 단 한 번의 손길에, 곤두섰던 가시들이 스르르 한 번에 드러누워 버렸다. 그녀의 손이 내 등을 쓸어내렸다. 이상한 일이었다. 억울하고 답답해서 막혀 있던 무언가가 허물어지며 쏟아져 내렸다. -p111


내가 틀렸다. 그녀가 내 곁에 있을 때만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니었다. 나쁜 일만 일어날 때도 내 곁에 끝까지 남아 있어 주는 사람이 그녀였따. 모든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도 그녀만이 내 곁을 남아 있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p112


"그럼 엄마별은 어떻게 되는데?"
"어떻게 되긴. 에너지를 다 잃고 죽어버리는 거지. 차갑게 식어 가면서. 더 이상 빛날 수 없으니 죽은 거라고 볼 수 있겠지. 결국 저 거대한 별조차도 그렇게 죽은 거라고 볼 수 있겠지. 결국 저 거대한 별조차도 그렇게 죽어 간다는 게 참 허무하지 않아? 그것도 자식한테 먹혀서."
"그래도 엄마별은 행복할 거야. 비록 자신은 죽어 가지만 바로 옆에서 밝게 빛날 자식이 있어서 행복할 거야." -p119

 

엄마,거기 어두워? 엄마 어두운 거 무서워하잖아. 잠들었을 때조차 어두운 게 무서워서 불을 켜놓고야 겨우 잠드는데……. 많이 무서워? 조금만 기다려 줄래? 아주 조금이면 돼. 잠깐만 참고 있어. 그러면 내가 갈게. 엄마 혼자 안 내버려 둬. 낵가 곧 갈테니까, 조금만 참고 기다려.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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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 가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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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평범하다고도 할 수 있고, 평범하지 않다고도 할 수 있는 그들의 삶

 

난 에쿠니 가오리가 말하는 소위 '동성애간의 사랑'같은 일본의 문화를 즐기지않아서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작품을 읽었을 때 신선한 충격도 있었지만, 사실 왠지 읽어선 안되는 작품을 읽은 것만 같아서 '홀리가든'도 그런 부류의 책이 아닐까 하고 거리를 두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저 우리의 소박하고 소소한 일상과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다.


5년 전에 끝난 사랑의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가호는 이사를 할 때마다 비스킷 깡통과 머스캣 상자를 가지고 다닌다. 이들은 모두 틈만 나면 가호를 괴롭히는 과거의 파편들이기에 그녀는 그것을 펼쳐놓은 뒤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이고, 그녀의 또 다른 모습 속엔 그녀가 근무하는 안경점의 안과전문의나 고객들과 잠자리에 빠지는 그녀가 전혀 이해가 되지않았다. 그에 반해 가호가 불륜에 빠졌을 때 불륜에 대해 부정적이던 시즈에는 아내와 19살짜리 딸이 있는 남자와 원거리 연애를 한다.

 

아무리 허물없는 친구 사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예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 각자의 취향은 개개인마다 너무나도 달라서 그들의 입맛에 골고루 맞춰줄 순 없지만, 적어도 피해는 주지말아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이 작품에서 가호와 시즈에는 서로 무척이나 친하다고 여기는 친구사이지만, 서로간 거리를 두어야만 유지되는 관계이다. 자신의 연애에는 무덤덤하면서 상대방의 연애에는 시니컬하게 바라보는 두 친구는 느슨하지만 풀리지않을 우정을 지켜나가고 있다.


이 책을 만약 에쿠니 가오리의 문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문체로 써내려갔다면 난 아마 이 책을 중간에 덮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이 작품에서는 어느 책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그 흔한 기.승.전.결도 없고, 그저 물 흐르듯 천천히 흐르는 그녀들의 삶이야기지만, 이게 에쿠니 가오리의 매력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에쿠니 가오리가 작가후기에서 말하는 여분을 이해하기엔 아직은 좀 힘든 감이 있다.

 

 

 

 

 

전화란, 무슨 용건이 있든지, 용건은 없지만 상대방의 목소리가 듣고 싶든지, 아니면 누구든 상관없으니까 아무튼 얘기가 하고 싶을 때 거는 것이리라.

-p16


여자친구란, 아무리 오래전에 약속했어도 툭하면 취소를 하는 종족이다. 그리고 그런 때 불쑥 연락을 해서 대타로 나오라고 하면 절대 응하지 않는 종족이기도 하다. -p37

 

"생각한대로 다 말하는걸 의무라고 생각하니?"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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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바이올린
조셉 젤리네크 지음, 고인경 옮김 / 세계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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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바이올린 솔리스트라 불리는 아네 라라사발은 마드리드 국립 오디토리엄의 심포니홀에서 바이올린 곡 중 가장 난이한 곡이라고 불리는 파가니니의 '카프리치오 24'번을 연주한 후 시체로 발견한다. 그녀의 가슴엔 악마라는 의미의 아랍어 '이블리스(iblis)'가 그녀의 피로 새겨져 있고, 그녀의 바이올린 (혹은 파가니니의 바이올린)인 악마가 새겨져 있는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없어졌다. 우연히 아들 그레고리오와 함께 아네 라라사발의 연주를 듣기 위해 국립 오디토리엄을 찾은 페르도모 경위는 이 사건을 맡게 되고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



이 소설을 읽다가 '조셉 젤리네크'작가에 궁금증을 가지게 되고 찾아보니 18세기 베토벤과 동시대를 살며 베토벤에게 빈에서 참패당한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라고 설명되어 있다. 책의 전체적인 문장은 음악을 소재로 쓰다보니 전체적인 설명이나 묘사가 고급스럽고 우아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음악에 대해 문외한 정도가 이 책에 등장하는 페르도모 경위 수준이 딱 내 수준이었는데 내가 페르도모 경위에게 설명하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니 클래식이라고 하면 그저 막연하고 따분하고 어렵고 지루할 것만 같은 음악에 대한 상식들이 재미있게만 느껴졌다. 작가의 힘은 이래서 대단하구나 새삼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반대로 훌륭한 추리소설로서는 인정받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는 우리가 한번에 눈치챌 수 있음직한 복선들이 상당히 많아서 뒷통수만 줄기차게 맞고 있던 나도 맞출 수 있을만큼 반전이라던가 내용구성이 탄탄하지만은 못했다. 또한, 추리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영매를 통해서 범인을 색출해내는 등의 식상한 결말을 맺기도 한다. 마지막은 아들의 활약으로 페르도모 역할의 비중은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가지만 그로 인해 난 클래식에 한발자국 더 다가간 것 같아서 매우 새로웠다.

 

이 책은 우리가 클래식에 한발자국 더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데 그것은 책에 부록으로 CD가 함께 있다는 것이다. 이 한정판인 두 클래식은 책만 보고서 생각해보건대, 왠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두침침하고 불안감을 고조시켜주는 그런 클래식일 것만 같은데, 두 곡 모두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발랄하고 우리가 많이 들어봤던 곡이라는 사실에 놀라웠다. 한 곡은 모 캐논 익서스 디카의 CF와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도 쓰여져서 귀에 낯익은 곡이 아닌가 싶다. 클래식은 이처럼 우리에게 생소한 음악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란 순간이었다.

 

이 책은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미흡하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클래식에 관심이 있거나 클래식에 좀 관심을 가져보고 싶다면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만약 악마가 내 영혼과 내가 갖고 싶은 무언가와 거래를 하자고 요청한다면 난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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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발견 - 사라져가는 모든 사물에 대한 미소
장현웅.장희엽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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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우리가 너무나도 사소해서 잊고 살던 물건들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작가가 사전적 의미를 버리고 사적인 시선으로 본 것이기 때문에 난 책을 읽으며 작가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같은 물건에 대해 작가와 내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만, 공감대형성은 많지 않았음에 놀라워하기도 했다. '사소한 발견'의 목적은 작가의 사적인 시선으로 본 것들에 대한 공감을 독자에게서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잊고 살던 물건들을 독자에게 넌지시 제시해줌으로써 함께 생각할 기회를 만들어나간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책을 읽으며 잊고살던 것 중 아차 싶었던게 '리코더'였는데, 내가 초등학교 때 하나씩은 부서를 들어가야만 했는데, 그게 '리코더부'였다. 초등학교때 천식이 심했던 나는 힘들 것 같다는 만류에도 하고 싶다며 떼를 써서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또한 리코더는 왼손이 위로 올라가고 오른손이 아래쪽으로 내려와야하는데 나는 그게 반대로 뒤바뀌어서 오른손이 위로, 왼손이 아래로 가는 그런 특이한 현상을 빚어내게 되었다. '그게 안고쳐져서 많이 혼나기도 했었는데..'란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 습관은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도 고쳐지지않았는데, 리코더는 마지막 초등학교 학예회때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를 성공리에 끝마친 다음,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더이상 불 기회조차 있지 않았다. 그리고 내 기억 속에서 까마득히 멀어졌던 악기였다. 이 책을 읽고 초등학교 시절의 값지고도 예쁜 기억들을 새록새록 떠올려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알약'이라는 소재에 관해서 작가의 어린 시절 반 여자아이는 알약을 못먹어서 선생님이 가루약으로 빻아줬다고 했는데, 나 역시 알약을 삼키지를 못해서 엄마가 항상 가루약으로 빻아주거나 약국에서 약을 탈 때 가루약으로 바꿔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게 작년 여름무렵(2009년)까지 그랬으니 오죽할까.. 그리고 요즘은 면역력도 약해지고 해서 약먹을 게 전보다 하나하나 생기면서 알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이젠 알약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예전엔 왜 못먹었나 싶다.

 

 

정말 이렇게 하나하나 내 얘기와 엮어가면서 보는 쏠쏠한 맛도 있었고, 내가 그동안 너무도 사소해서 잊고 살았던 소중한 추억들이 담겨있는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추억에 잠길 수 있었던 책이 아닌가 싶다.

 

 

 

 

 

그래, 우리 모두는 특별한 '무엇'이 되고 싶은 건지도.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옷걸이들도 누군가에게 잊히지 않는 무엇인가가 되고 싶은 건 아닐까. 모든 존재는 부재를 통해 더 실감하게 되는 법이니까……. -p42

 

인생을 살다보면 길을 잃기도 한다. 갑작스럽게 방향감각을 잃어 현기증이 나기도 하고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막막해 걱정만 가득할 때도 있다.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제자리에서 발만 동동 구른다. 어느 방향으로든 일단 한 발 디디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길을 나서본다. 훗날 돌아켜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어느 방향으로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지금 이 순간에는 무척 두렵다. 그냥 이 자리에 머물러 있을까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나를 유혹한다. -p55

 

평행선상에서 나를 바라보는 탁상시계. 손목을 향해 내려다보거나 벽에 걸려 올려다보는 시간이 아닌,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시간. 쫓기거나 쫓는 시간이 아닌 어쩌면 좀 더 평등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p62

 

때론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무게만 표시를 하고 너무 무거우면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 그 부담들이 너무 많이 쌓이면 마음속의 눈금이 고장을 일으키고, 녹슬고 차갑게 변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내 마음속의 저울, 눈금은 어디쯤 머무르고 있을까?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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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합본)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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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때문에 비밀입니다…'

 


자녀의 몸을 빌린 배우자. 당신이 그 상황에 처해있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자녀로 대할 것인가, 배우자로 대할 것인가?

 

교통사고로 나오코는 죽고, 모나미는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하지만 깨어난 사람은 딸아이 모나미의 몸을 빌린 헤이스케의 아내 나오코다. 그녀는 잠들어있는 딸아이의 의식을 대신해서 모나미의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는 중 헤이스케는 딜레마가 찾아온다. 딸로 대하고 있지만, 나오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질투도 느끼게 된다. 그 사이에서 계속해서 갈등하는 헤이스케를 잘 표현해내어서 그걸 바라보는 나조차도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처음 이 소재 자체에 웃음이 픽-하고 났던 건 사실이다. 너무도 현실성이 없는 내용(소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지만)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봄직한 그런 이야기를 히가시노 게이고님이 쓸줄은 몰랐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히가시노 게이고는 지극히 감성적인 면으로 접근해서 읽는 독자로 하여금 감정을 툭툭- 건드린다. 그래서 전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그런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전에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감동휴머니즘 작품이었던 '편지'이외에 추리소설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작품은 '비밀'이 두번째가 아닌가 싶다.

 

사실 반전이 있다고 해서 히가시노 게이고 스타일의 반전을 기대했는데, 뒷통수를 치는 그렇다 할 반전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추측할 수 있는 반전도 아니었다. 분명히 다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뒷장을 넘기면 아직 끝나지않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있을 것만 같았던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책을 다 읽고 안 사실이지만, 이 작품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꽤 오래전에 만들어 졌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 영화는 이 책의 세심한 부분까지 다 표현해내었을지, 책과는 또 어떤 다른 매력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영화도 접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과연 볼 날이 올까?)

 

 

 

자신이 놓여있는 처지를 견딜 수 없을 때는 원망이나 증오를 퍼부을 수 있는 상대가 필요한 법이예요. -p197


하나를 깨뜨리면 두개를 깨뜨리게 되고 그 다음에는 세개를 깨뜨리게 돼요. 결국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리죠.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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