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쓰러뜨리려는 바람은

자주 나타나겠지

그 바람에 밀려 쓰러지기도 할 거야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고

뿌리까지 뽑히지 않기를 바라


쓰러졌다 일어나기 힘들면

잠깐 누워 있어

누워 있다 보면

다시 일어나고 싶을 거야

그 마음이 찾아오길 기다려


널 쓰러뜨리려는 바람도 있지만,

널 일으켜 세우려는 바람도 있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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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어딘가로 데려가는 소설

즐거운 이야기가 보고 싶어


우울하고 어두운 이야기는

현실만으로도 벅차


사실 세상은 소설보다 더 어두울지도 몰라

사람은 저도 모르게 밝은 이야기를 보겠지


세상도 소설도

늘 어둡지 않았으면 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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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 최근에 들은 것 중에서 기억에 남는 흐뭇하거나 기쁜 얘기는 뭐야?




 그런 거 없다. 처음부터 없다고 하다니. 내가 듣는 게 뭐가 있나. 라디오밖에. 그거라도 잘 듣고 뭔가 말하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한다. 그저 그때만 들으니. 라디오 들으면서 기억하는 건 얼마 안 된다.


 좋은 이야기 있었던 것 같은데. 지난주에 들었던 거 하나, 오월은 여름으로 들어가는 입하가 있다. 그게 5월 5일이었다. 이제 걷기 좋은 때니 자주 걸어 보라는 말을 들었다. 걷기는 한다. 요새 많이. 걸을 수밖에 없어서구나. 날마다 걸으니 조금 힘들다.


 그저께는 걷다가 하늘을 보니 햇무리가 보였다. 오랜만에 봤다고 할까. 무지개는 거의 못 봤는데. 무지개 닮은 햇무리를 봐서 반가웠다.


20240513








320 오늘 하루 일정을 간단히 정리해 보자




​ 나한테 무슨 일정 같은 게 있겠어. 난 늘 비슷하게 지내. 다른 일이 있는 날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게 자주 있는 건 아니니.


 하는 게 별로 없어서 그것도 말하기 부끄러워서 안 쓸래. 그냥 책을 오래 읽고 싶은데, 그런 날보다 덜 보는 날이 많지 않나 싶어. 책을 하루에 한권 보는 사람도 있을 텐데, 난 이틀이나 사흘 길면 더 걸리기도 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 요새는 다른 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는데,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일찍보다 늦은 시간이야.


20240514








321 생애 가장 빛났던 시기는 언제였어?




​ 대답하기 어려운 물음이다. 언젠가도 비슷한 물음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가장 빛난 때, 없다. 내가 모르는 거고 한번 정도는 있었으려나. 있었을지도 모르고 없었을지도 모르지. 없었던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좀 괜찮았던 적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그게 가장 빛난 때였는지 잘 모르겠다. 좋은 때는 지금이다 말하고 싶지만, 그렇지도 않다. 그냥 살아야지 어쩌나.


20240516








322 계절의 여왕 5월에 일어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줘




 오월은 좋은 달이지. 나무가 푸르잖아. 푸른 바람이 부는 오월.


 없지, 이렇게 말할지 알았을 것 같아. 언제나 없는 나. 미안해. 정말 없어서 그런 걸 어떡해. 없으면 뭔가 괜찮은 거라도 지어 쓰면 좋을 텐데, 그러지도 못하네.


 시간이 잘 가. 오월 반이 넘게 갔어. 오월이 가고 유월이 오면 2024년도 거의 반이 가겠어. 유월이 가야 하지만, 유월이 한해 반이 가는구나 생각해. 좀 빠른가.


 남은 오월이라도 즐겁게 지내야지.


20240517






 이번주에도 별로 재미없게 썼다. 오월이 잘 간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은 늘 잘 갔을지도 모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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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4-05-19 0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부터 이 질문들이 어디 나오는 건지 궁금했어요. 어디서 보고 여기에 이렇게 답을 올리시는 걸까 하고요.

321번 질문에 대한 답을 읽고 저도 한참 생각하게 되네요.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가다보니 저 스스로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그렇고 자꾸 이젠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 편으로는 아직 살 날이 한참 더 남았을텐데, 미래는 모르는 거니까, 내가 가장 빛나는 때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희선님의 남은 5월이 밝고 즐겁기를 바랍니다.

희선 2024-05-21 23:36   좋아요 0 | URL
지난해에 쓰면서 그거 쓰기는 했는데, 그런 건 한번만 쓰면 안 되겠군요 질문 일기장에 있는 거예요 다른 분이 여러 사람과 함께 하면 어떠냐고 해서 저도 하기로 했는데, 쉽지 않네요 처음엔 재미있을 것 같았는데... 저도 그런 일기장 사고는 거기 쓰여 있는 건 안 써야지 했던 게 나중에 생각났습니다

요새는 게을러서 바로 못 쓰고 쓸 게 없기도 해서 못 쓰기도 했습니다 좀 늦게라도 없다고 씁니다 없으면 안 쓰면 될 텐데, 없다고 한 게 꽤 되는군요 저 혼자 쓴 것만 보면 재미없기는 하죠 밑에 주소 있으니 한번 가서 보세요 저 글은 처음 시작할 때 그분이 쓰신 거예요

https://blog.naver.com/renascitalee/222997969083

그분은 이리나 님이라고 영어를 한국말로 옮기기도 하고 얼마전에는 산문을 쓴 책도 나왔습니다 그 책 읽고 쓰려고 하는데, 남은 오월이라도 덜 게으르게 지내야 할 텐데... 저거 유월에 끝나려나 했는데 숫자 보니 칠월까지 갈 것 같습니다

자신이 빛나는 때는 꼭 한때는 아닐 거예요 지금이 가장 젊고 빛나는 때다 생각해도 괜찮죠 그렇게 사는 게 기분 좋을 듯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생각하는데 저런 걸 보면 그런 때 없었는데, 하네요


희선
 
모성 -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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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릅니다. 거의 책에서 보고 그런가 보다 합니다. 아이한테 잘해주지 않는 부모를 보면 어떻게 엄마가 아빠가 그럴까 하는군요. 이건 부모는 다 아이를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한 거겠습니다. 이런저런 책을 보면서 세상 모든 부모가 자기 아이를 사랑하는 것만은 아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부모가 된다고 어른이 되지도 않습니다. 저도 나이를 먹었지만, 아이보다 아이 같은 면도 있습니다. 여전히 누군가의 마음을 바라기도 하네요. 그건 부모는 아닌 듯해요. 제가 어릴 때 부모 사랑을 듬뿍 받았다면 달랐을지. 그랬다면 그저 저 자신만으로 괜찮았을지도 모르겠군요. 이 책 미나토 가나에 소설 《모성》을 보니 꼭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책 제목이 ‘모성’이지만, 저는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도 생각했어요. 식구도. 여기 나온 ‘나(어머니)’는 부모한테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사람인데도, 언제나 어머니 사랑을 바라더군요. ‘나’는 뭐든 자기 엄마 마음에 들려고 했어요. 그건 어릴 때 하는 걸지도 모를 텐데. ‘나’는 나이는 들었지만, 정신은 아이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 아니었을지. ‘나’는 자신이 누군가를 만나고 결혼하는 것도 엄마가 좋아해서 했어요. 아이를 낳는 것도. 그렇게 엄마만을 기쁘게 해주려고 하다니. ‘나’의 엄마는 왜 그런 ‘나’를 그대로 두었을지. ‘나’의 엄마는 ‘나’가 어떤지 알았을 것 같은데. 잘 몰랐을까요. 엄마가 딸을 잘 몰라서 태풍이 오고 산사태가 나고 집에 불이 났을 때 그런 결정을 한 거겠지요. 자기 딸도 어머니일 거다 믿었던 걸지도.


 소설이니 여기에서 일어난 일을 바꾸지 못하겠지만, 어떻게든 살려고 했다면 더 나았을 텐데 싶기도 해요. 그런 이야기를 쓰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여기에서 일어난 것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할 수 없겠습니다. 사람은 자신은 죽더라도 다른 사람을 살리기도 하니. 미나토 가나에 다른 소설에 그런 거 있었군요. 선생님이었는지 누군가 아이를 살리고 죽었어요. ‘나’의 남편 타도코로 사토시는 어릴 때 아버지한테 많이 맞았다고 합니다. 나이를 먹고는 아버지가 때리지 않았지만, 왜 아버지는 아들을 그렇게 때린 건지. 자신은 사랑받고 자란 것 같은데. 사랑받고 자라면 다른 사람 때리지 않을 것 같은데. 맞지는 않았다 해도 아버지는 어릴 때 어떤 상처를 받았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타도로코 사토시는 폭력은 쓰지 않았어요.


 ‘나’의 엄마가 죽고 ‘나’와 타도코로와 딸은 시집에 들어가 살아요. 남편은 ‘나’가 시어머니한테 혼나고 힘든 일을 해도 별 말 안 해요. 딸은 엄마인 ‘나’한테 사랑받으려고 합니다. 외할머니가 죽고 딸은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꼈어요.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언덕 위 집에서 네식구는 즐겁게 살았을지도 모를 텐데. 그건 받아들여야겠지요. ‘나’와 딸은 마음이 엇갈린 것 같기도 해요. ‘나’가 엄마이기보다 딸이기를 바라기는 했지만, 딸을 아주 싫어하지는 않았어요. ‘나’는 나름대로 딸을 생각했는데, 딸은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남편이고 아빠인 타도코로 사토시가 두 사람을 이어주려 했다면 좋았을 텐데, 타도코로는 자기 상처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안 봤습니다. ‘나’가 제대로 말을 안 하면 딸이라도 말을 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않았군요. 말하기 쉬운 건 아니네요.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나’가 엄마가 되지 않은 건 아니었어요. 딸은 예전에 외할머니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게 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어요. ‘나’는 딸을 꽉 안은 거였는데, 딸은 ‘나’가 자기 목을 졸랐다고 여겼더군요. 그렇게 다르게 여기다니. 딸이 죽으려는 걸 친할머니가 막았어요. ‘나’는 그제서야 딸 이름을 부릅니다. ‘나’도 그렇고 딸 이름도 앞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나’가 딸 이름을 부른 건 ‘나’가 자신을 한 아이 엄마로 받아들인 게 아닌가 싶어요. ‘나’가 그렇게 나쁜 엄마는 아닌 것 같은데, 딸은 조금 쓸쓸했을지도. ‘나’와 딸은 자기들은 조건없이 사랑해준 사람을 잃었는데 그건 별로 말하지 않았어요. 그 슬픔을 함께 나눴다면 좋았을걸. ‘나’는 아픈 시어머니를 돌봤어요. 치매로 ‘나’를 며느리가 아닌 딸로 여겼어요. 딸이 목숨을 끊으려고 한 날 사라졌던, ‘나’의 남편은 열다섯해가 지나고 돌아왔습니다.


 어떤 사람도 아이를 낳는다고 저절로 부모가 되지는 않겠네요. 부모가 되려고 하고 아이와 함께 자라야겠습니다. 그거 쉽지 않겠군요. 부모여도 마음속엔 어린이가 있기도 하겠습니다. 그 아이는 부모 자신이 달래줘야지 어떻게 하겠어요.




희선





☆―


 “아이를 낳은 여자들이 모두 어머니가 되는 건 아니예요. 모성이란 게 모든 여자한테 있는 건 아니고, 그것 없이도 아이는 낳을 수 있죠. 아이가 태어난 다음부터 모성이 생겨나는 사람도 있을 거고요. 반대로 모성을 갖고 있었는데도 누군가의 딸로 남고 싶다, 보호받는 처지로 남고 싶다고 크게 바라고 무의식으로 내면의 모성을 없애는 여자도 있는 거죠.”  (247쪽)



 시간은 흘러간다. 흘러가서 엄마한테 가진 마음도 바뀌어 간다. 그래도 사랑을 바라는 게 딸이고, 자신이 바라던 것을 자식한테 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바로 모성 아닐까.  (3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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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4-05-14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나토 가나에 신작이군요. 저는 이 분 작품 진짜 뭐랄까? 깊은 곳에서 배어나오는 섬뜻함. 그런게 좀 있더라구요. 훌륭한 작가라는거겠죠 희선님 리뷰 읽으니 이번 책도 좀 그런 느낌일 것 같네요. 쟁여놨다 읽어야겠어요.

희선 2024-05-17 23:27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예전에 한번 나오고 이건 개정판이에요 예전에 못 봐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만났습니다 개정판은 거의 열해쯤 뒤에 나온다고 하던데, 이게 그러네요 어떤 건 개정판 열해 전에 나오기도 해요 제목 바꿔서, 히가시노 게이고 책이 그러는 거 봤군요 처음 보는 사람은 새로운 이야기겠지요 미나토 가나에 소설은 처음에 나온 게 아주 놀라워서 그런지 그런 걸 바라는 사람이 많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때는 이런 소설 별로 안 만난 때여서 우연히 봤군요 《고백》... 저는 그 책 나오고 한해 지나서 봤군요 미나토 가나에 소설 따듯한 이야기도 조금 있어요 다 본 건 아니지만...


희선
 




달이와 별이는 어릴 때 만나고

친한 친구가 됐어요

둘은 뭐든 함께 했어요


달이와 별이가 뭐든 함께 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어요

어릴 때뿐이었어요


달이는 달이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고,

별이는 별이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했어요


세상이 바뀌듯

달이와 별이 사이도 바뀌었어요

어쩔 수 없지요

시간은 흐르고

마음도 흘러가지요


달이와 별이는

저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그럭저럭 잘 살았어요


달이와 별이한테

어린 시절은 좋았던

기억이 됐어요


돌아가지도

되돌리지도 못하는

그 시절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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