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나팔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저렇게 보이는 꽃은 없었다. 나팔꽃은 메꽃과다. 저것도 메꽃일이지도. 다음은 산딸나무꽃이다. 걸어다니면서 본 꽃으로 무슨 꽃일까 했다. 유월이 오자 라디오 방송에서 내가 본 것 같은 꽃 이야기를 했다. 그것을 들었을 때 신기했다. 산딸나무꽃은 하늘을 보고 핀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하늘말나리와 하늘매발톱꽃이 생각났다. 하늘이 들어가는 꽃 더 있을까.

 

꽃잎이 네장인 산딸나무꽃은 나비처럼 보이기도 한다. 바람이 불면 나비가 날갯짓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우리동네 음악대장을 볼 수 없다. 텔레비전은 아예 안 보는데, <복면가왕> 하나는 챙겨본다. 지난해에 잠깐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하기 전에 재방송 하는 걸 보다가 본래 하는 시간에 보았다. 지금은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는 못 본다. 지난해에도 몇주밖에 못 봤다. 아침에 하고 컴퓨터를 여러 번 켜는 것이 싫어서(텔레비전이 아닌 컴퓨터를 켠다니). 거기에 역사 이야기도 가끔 나와서 새로운 걸 알게 되기도 하는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동네 음악대장은 올해 1월 마지막 날 처음 나왔다. 두 사람이 노래할 때는 몰랐고, 두번째 <민물장어의 꿈> 할 때도 몰랐다. 그때 제대로 듣지 못하기도 했다. 저 노래를 하는데 그랬다니. 세번째 노래 <Lazenca, Save Us> 때 국카스텐 하현우구나 했다. 하현우 이름을 바로 떠올린 건 아니다. 어디서 들어본 목소린데, 누구지 하다가 국카스텐이구나 했다. 국카스텐은 <나는 가수다>를 보고 알았다. 목소리 자주 들은 것도 아닌데 기억하고 있었다니.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목소리기는 하다. <민물장어의 꿈>도 그렇지만 <Lazenca, Save Us>를 해서 더 좋았다. 나중에 다른 노래 한번 더했다. 마왕 신해철 음악. 마왕이 하현우 노래를 들었다면 참 좋아했을 텐데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복면가왕에 나온 노래 영상을 벅스에서 볼 수 있다고 해서 거기에 가입도 했다. 가입하고 바로 안 보고 며칠 전에야 봤다. 거기에서 보면 자막이 나오지 않는다.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좀 쓸데없는 말을 집어넣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노랫말 나오는 건 괜찮지만. 벅스에서 보여주는 건 다른 카메라가 찍은 걸까, 아니 편집을 다르게 한 걸지도 모르겠다(텔레비전 방송과 같은 것도 있고 조금 다른 것도 있는 듯하다).

(http://music.bugs.co.kr/special/masksing?wl_ref=M_left_02_12)

 

음악대장 모습을 많이 봐서 그런지 하현우보다 음악대장 모습이 더 익숙하다. 그것만 생각하면 안 되겠지. 우리동네 음악대장은 추억이 되겠구나. 벌써 추억이 되었다. 지금은 언제나 지나간다. 이런 걸 자주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쩌다 한번, 지나간 다음에 생각하는 듯하다. 추억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기보다 하루하루 되풀이하는 것이 쌓여서 되는 거겠지. 앞으로 국카스텐 음악으로 잘되기를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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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는 인간   読む人間  (2011)

  오에 겐자부로   정수윤 옮김

  위즈덤하우스  2015년 07월 23일

 

 

 

 

 

 

 

 

 

 

 

 

 

이 책을 보기 전에도 비슷한 말을 하는 책을 두권 보았다. 어쩌면 그전에도 만났을지 모르겠지만, 그건 시간이 흘러서 확실하게 생각나지 않는다. 이 책보다 먼저 본 두권도 아주 잘 읽지 못해서 많이 잊어버렸다. 앞에 본 두권도 일본 사람이 쓴 거라니 그건 조금 재미있는 일이다. 히라노 게이치로가 쓴 《나란 무엇인가》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오에 겐자부로가 어릴 때부터 책을 읽고 자신의 문제를 소설을 써서 해결하려한 것은 다르지 않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자신이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알려고 소설을 썼다. 소설을 쓰는 사람은 거의 다 깊게 파고들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책의 힘思考術》에서 오사와 마사치는 자기 삶에서 생각할 주제를 찾으라고 했다. 그런 걸 빨리 찾은 사람은 소설가나 철학자가 되어 글을 쓸까. 누구나 십대 사춘기를 맞으면 여러가지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난 별로 못하고 지금도 잘 모르겠다. 무엇인가 생각했겠지만 그게 그렇게 오래 이어지지 않았을 거다. 좀 아쉬운 일이다.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뭔가 생각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알지 못하고 지금까지 왔다. 지금이라도 더 생각하면 뚜렷하게 알 수 있을까.

 

사람이 다 어릴 때부터 책을 읽는 건 아니다. 작가라 해도 어릴 때부터 책을 잘 읽는 건 아니겠지만, 거의 어릴 때부터 책을 보았다고 말한다. 오에 겐자부로도 그렇다. 오에 겐자부로가 어렸을 때는 전쟁이 한창이었고 전쟁이 끝나고도 시코쿠 깊은 산골에서 살아서 책을 쉽게 볼 수 없었다. 아홉살인 오에 겐자부로한테 어머니가 《허클베리 핀》(마크 트웨인)을 주었다. 오에 겐자부로는 그 책을 읽고 또 읽었다. 한권밖에 없다 해도 그것을 자꾸 읽기는 어려울 텐데, 오에 겐자부로는 그 책이 아주 재미있었나보다. 오에 겐자부로는 허클베리 핀이 한 말을 보고 평생 어떤 마음 가짐으로 살지 다짐한다. 그 말은 “그래 좋다, 나는 지옥으로 가겠다” 다. 어릴 때 그런 말에 끌리다니. 이 말만으로는 왜 저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허클베리 핀을 도와준 짐은 노예였다. 짐이 어떻게 주인 집을 떠났는지 모르겠지만(예전에 한번 읽었지만 잊어버렸다), 허클베리 핀은 짐을 주인한테 돌려줄 테니 현상금을 달라는 편지를 썼다 찢는다. 그 뒤 허클베리 핀은 저런 말을 한다. 짐이 노예로 돌아가는 것보다 자신이 남의 재산을 훔친 죄로 지옥에 가는 게 낫겠다 생각한 거겠지.

 

아쉽게도 지금까지 오에 겐자부로 소설 제대로 못 보았다. 언젠가 보려고 했다가 못 보았다. 이해하기 힘들 것 같아서. 《만엔원년의 풋볼》 《체인지링》은 조금 보다 만 것 같기도 하다. 이해 못하면서 끝까지 봤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제목 보고 에드거 앨런 포를 좋아하나 했는데 그건 맞았다. 오에 겐자부로는 열여섯살에 도쿄대 프랑스 문학과에 가기로 정했다. 그것도 책을 만나고다. 책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하다니. 그때 《포 시집》도 만났다. 이런 것을 보고 열여섯에 나는 뭐 했지 했다. 아홉살에도 마찬가지다. 오에 겐자부로는 시를 보고 자신도 그런 문체로 소설을 써 보고 싶다 생각했다. 시를 봤으니 시를 써야 할 것 같은데 소설을 생각하다니. 포는 어려워서 자신한테 더 맞는 사람을 찾으려 하고 만났다. 《엘리엇》 《오든 시집》 윌리엄 블레이크. 이런 이야기 보고 나는 다른 사람이 쓴 걸 보고 그것처럼 쓰고 싶다 생각한 적 있었는지 생각했다. 아쉽게도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는지 없는지. 내가 생각한 건 있다. 쉬운 거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거. 오에 겐자부로가 아는 소설가 · 극작가 · 방송작가인 이노우에 히사시는 ‘어려운 것을 쉽게, 쉬운 것을 깊게, 깊은 것을 재미있게’ 하는 말을 책상에 붙여두었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게 이거구나 싶다. 내가 어려운 것을 잘 몰라서 어려운 것을 쉽게 쓰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책을 보다 조금 웃은 부분이 있다. 그것은 오에 겐자부로가 《신곡》을 오랜 시간을 들여 읽고, 그것과 자기 삶을 소설로 쓴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가 나왔을 때, 책방에는 그 책보다 무라카미 하루키 책 《노르웨이 숲》이 더 잘 보이는 곳에 있었다는 거다. 오에 겐자부로는 《신곡》을 몇해에 걸쳐서 보았는데 어떤 식으로 보았는지는 없다. 그게 어떤지만 말한다. 어떤 글이 아름답다는 말도 있는데 그게 왜 아름다운지도 뚜렷하게 말하면 좋을 텐데. 난 그저 좋다는 말만 한다. ‘아름답다’는 말은 내가 몰라서 못 쓴다. 《신곡》 이야기로 돌아와서, 하나를 그렇게 오랫동안 볼 수 있을까. 《신곡》만 본 게 아니고 단테나 《신곡》을 말하는 책도 함께 보아서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린 건지도. 오에 겐자부로가 책 읽는 방법은 대단하다. 거기에 담긴 게 무엇인지 알 때까지 파는 거다. 그것도 일본말로 옮긴 것만이 아니고 본래말(프랑스말, 영어)로 쓰인 것도 본다. 그거 보고 잠깐 영어 공부를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영어사전 헌 것 괜찮은 게 있을까 찾아보았다. 새거 사고 공부 거의 안 하면 그걸 산 뜻이 없을 것 같아서(일본말 사전도 사고 잘 안 펴본다). 난 하기 전부터 못할 것을 먼저 생각하는 것 같다. 어떤 일이든 그런 것 같기도. 이런 거 별로 안 좋을 텐데. 오에 겐자부로가 책을 읽은 뒤에는 마무리로 소설을 쓴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것이 읽는 책에 있어서 다 잘 본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니 그 반대일 때가 더 많겠다. 책을 보고 자기 삶을 생각하거나 돌아보는 소설을 썼다.

 

앞에서 오에 겐자부로 소설을 제대로 못 보았다고 했는데, 오에 겐자부로 소설을 재미있게 본 사람은 이 책 반가울 것 같다. 소설 이야기가 있으니까. ‘수상한 이인조’라는 말을 보니, 헤르만 헤세가 생각났다. 오에 겐자부로가 쓰는 두 사람은 같아 보이면서도 다른 사람이다. 헤르만 헤세가 쓴 소설에는 빛과 그림자 같은 두 사람이 나온다. 예전에 그 두 사람은 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헤세가 쓴 두 사람은 그게 맞는 것 같지만 오에 겐자부로가 쓴 두 사람은 오에 겐자부로 자신과 오에 겐자부로가 만난 여러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이건 내 생각일 뿐이다. 고등학생 때 만난 친구가 나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지만, 오에는 그 친구를 만난 일을 기쁘게 생각했다.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지 못하게 자신이 막지 못해서 안타깝게 여겼을 것 같다. 오에 겐자부로는 평생에 걸쳐서 읽을 고전을 찾으라고 한다. 난 아직 그런 게 없다. 그런 게 생길지 그것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고전도 없는데, 평생에 걸쳐서 볼 고전을 찾을 수 있을까. 오에 겐자부로처럼 책 읽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에 겐자부로가 그렇게 한 건 그때 책이 별로 없어서였을지도. 지금도 좋아하는 책을 여러번 보는 사람 있겠지만, 거의 한번만 볼 때가 많지 않을까. 많으면 두번. 책을 많이 보기보다 깊이 보아야 한다는데, 깊이 보고 싶기도 하지만 많이 보고 싶기도 해서 책을 볼 때면 할 수 있는 한 집중해서 보려 한다. 생각은 그렇지만 집중 못할 때 많다.

 

사람은 살다보면 어떤 문제에 맞닥뜨린다. 그것을 깊이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시간을 보내다 잊는 사람도 있다.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소설을 쓰거나 글을 쓸지도. 작가가 아니어도 글은 쓸 수 있다. 책을 보고 생각하고 쓰는 거다. 그렇게 하면 힘든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오래 깊이 파고 들어야 하는 건 뭘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찾지 못했다. 언젠가는 끝나는 삶을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가 있는데, 아주 큰 것보다 작은 것을 생각하고 싶다. 모두 그렇겠구나. 앞으로도 생각해봐야겠다. 책을 읽고 쓰는 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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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80

오다 에이치로

集英社  2015년 12월 28일

 

 

 

자주 느끼는데 시간 참 빨리 간다. 그때를 지날 때는 모르지만 지나고 나면 벌써 그렇게 흘렀구나 한다. <원피스> 79권 보고 석달이 흘렀다. 마음은 바로 보고 싶었는데 다른 걸 먼저 보다보니 뒤로 밀렸다. 다음 권은 좀 빨리 보고 싶은데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 드레스로자 편이 끝나다니 어쩐지 아쉽다. 도플라밍고하고 싸움은 끝났지만 아직 루피는 드레스로자를 떠나지 않았다. 싸우다 지쳐서 잠시 쉬었다. 이런 시간은 언제나 있다. 루피와 동료는 어느 곳에서나 쫓기듯 떠난다. 영웅이 아닌 해적이니 어쩔 수 없을까. 해군은 해적을 잡아야 한다. 해군 안에 해적이기에 모두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다면 낫겠다. 어떤 해적이냐에 따라 잡기도 하고 그냥 두기도 하면 괜찮을 텐데. 해군 대장 후지토라도 아직 이곳에 있다. 이틀 동안 루피랑 동료 다른 해적을 내버려두었는데, 사흘째 다른 사람이 와서 루피와 로를 잡으려는 시늉을 한다.

 

드레스로자는 지금 건물이 다 부서졌다. 그래도 사람들은 십년 전에 모습을 감춘 리쿠 왕이 돌아와서 기뻐하고 평화로운 나라가 되기를 바랐다. 퀴로스는 레베카가 자신하고 사는 것보다 왕궁에서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거짓 소문을 퍼뜨렸다. 레베카 엄마 스칼렛이 이웃나라 왕자와 결혼했다가 레베카를 낳고 죽었다는. 왕자도 죽었다고 한 듯하다. 그 말을 루피가 듣고는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루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다 먹다, 자다 먹다 했다. 예전에는 자면서 먹었구나. 그게 언제였는지 잊어버렸지만, 워터세븐 같기도. 곧 바르톨로메오가 오고 해군 움직임이 이상하다는 걸 알고 드레스로자를 떠나기로 한다. 다들 배가 있는 곳으로 가는데 루피는 레베카를 만나러 간다. 루피는 퀴로스와 레베카가 함께 살기를 바랐다. 이건 루피만 그런 건 아니다. 레베카도 같은 마음이었다. 재미있는 건 퀴로스와 레베카 일을 드레스로자 사람은 다 알면서 모르는 척했다는 거다.

 

루피가 레베카를 만나고 배가 있는 곳으로 갈 때, 로는 예전 해군 원수 센고쿠를 만났다. 둘이 있는 걸 보고 왜 만났지 했다. 그것보다 먼저 센고쿠가 왔을 때 여기에 왜 왔을까 했구나. 곧 생각났다. 두 사람은 코라손을 알았다. 센고쿠는 도플라밍고가 아버지를 죽이고 혼자 떨어진 코라손, 로시난테를 데려다 아들처럼 키웠다. 코라손은 도플라밍고가 하는 나쁜 짓을 막으려고 해군이 되었다. 센고쿠는 코라손한테 일을 맡기는 상사였다. 센고쿠도 코라손이 죽었을 때 슬퍼했나보다. 그걸 몰랐다니. 아들처럼 생각했으니 그랬겠지. 센고쿠는 로한테 코라손이 로를 구한 데 다른 뜻은 없다 한다. 이 말은 센고쿠 자신이 코라손을 거둔 마음이 아닐까 싶다. 로 이름에 D가 있어서는 아니다는 말이다. 두 사람은 코라손을 잊지 않겠지. 후지토라는 건물 부서진 것들을 하늘 위로 띄웠다. 루피는 후지토라가 대장이어서 싸우려 했다. 자신이 앞으로 할 행동을 말했다. 왜 그런가 했는데, 그건 후지토라 눈이 보이지 않아서였다. 눈이 보이지 않아도 후지토라는 잘 싸운다. 한시라도 빨리 드레스로자에서 떠나야 하는데 싸우려 하다니. 루피는 후지토라가 해군 대장이긴 해도 싫어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말 예전에 스모커한테도 했다. 후지토라는 루피와 싸울 마음이 없었는데, 그런 모습을 보던 조로가 다음에는 자신이 싸우겠다고 한다.

 

조금 웃기는 일이 있었지만 다들 배에 탄다. 해군이 공격하기보다 루피가 도플라밍고를 쓰러뜨린 데 원한을 가진 해적이 나타나서 그곳을 떠난다. 아주 커다란 배에 많은 사람이 탔는데, 일곱 사람이 루피를 따르겠다고 한다. 일곱 사람은 부하를 아주 많이 갖고 있다. 이 사람들은 콜로세움에서 루피와 싸운 여섯 사람과 톤타타족 레오다. 루피는 술잔을 나누지 않겠다 버텼다. 그 술을 조로가 손으로 퍼서 마시고, 일곱 사람은 멋대로 술잔을 나누었다. 루피는 누군가한테 명령하기보다 친구기를 바란다. 언젠가 루피와 동료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들 루피를 찾아오겠지. 나중에 큰일을 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건 언제쯤일까. 다음에 간 곳은 조섬이다. 그곳에 서니호를 타고 나머지 동료가 갔다. 지난번에 잠깐 나왔는데, 그렇게 된 이야기 이번에 나오지 않았다. 조는 일본말로 코끼린데 그 섬은 진짜 코끼리 등 위에 있었다. 보통 크기가 아니고 아주 크다. 늘 움직여서 쉽게 갈 수 없는 환상의 섬이다. 이런 건 어떻게 생각했을까. 코끼리 등 위 섬에는 사람을 싫어하는 밍크족이 산다고 로가 말했는데, 실제 만났을 때 사람을 싫어하는 걸로 보이지 않았다. 밍크족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두 발로 걷는 동물 모습이고 말을 한다. 순록이지만 말하는 쵸파와는 다르다. 쵸파는 사람사람 열매를 먹고 그렇게 된 거다.

 

 

 

 

 

코끼리섬은 두주 전에 망했다고 한다. 천년이나 이어온 나란데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새로운 모험 시작이다. 나미와 쵸파는 보이는데 상디와 브룩과 모모노스케와 시저는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무슨 일을 하는 걸까, 어딘가로 가서 하는 걸까. 그건 다음 권을 보면 알겠다. 드레스로자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루피와 동료 현상금이 올랐다. 우솝이 가장 많이 오른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죽은 흰수염 유산을 노리는 사람이 나왔다. 흰수염 친아들이라 하는데 거짓말 같다. 검은수염 해적단에서 한사람은 혁명군 총본부에 갔다. 그곳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버기도 오랜만에 나왔다. 해적파견회사 같은 걸 했다. 후지토라는 보고 싶지 않은 게 많아서 스스로 눈을 감았는데, 루피가 어떤 얼굴인지 보고 싶어했다. 얼굴 몰라도 어떤 사람인지 알면 괜찮다 싶다.

 

나미는 루피와 만나고 반가워하면서 울었다. “상디 군이…….” 하고. 이렇게 끝난다. 무슨 일이 있다 해도 다들 잘 해나갈 텐데 걱정스럽기도 하다. 이런 생각하는 게 더 나은 건지도. 다음 권 즐겁게 만나야겠다, 고.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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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꽃

 

 

 

꽃은 늘 웃는가봐

꽃이 핀 곳은 더 밝잖아

꽃따라 웃으면

웃음꽃이 필거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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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오래 살기 위해

 

  구의 증명

  최진영

  은행나무  2015년 03월 30일

 

 

 

 

 

 

 

 

 

 

 

 

 

 

소설을 보면 가끔 그게 진짜 현실일까 싶기도 하다. 별일 없이 사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 같지만 그 안에는 힘든 사람이 있고 힘들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겠지. 《구의 증명》은 어떻게 보면 슬픈 사랑 이야기다. 슬프고 지독하다고 해야겠다. 그런 건 쉽게 하기 어려울 듯하다. 그 일을 보고 내가 생각한 건 병 걸려 죽을지도 모른다는 거다. 담은 죽은 구를 먹고 오래오래 살리라 생각하지만. 인류 마지막 사람이고 싶다고도 한다. 죽은 사람을 먹는 건 그 사람을 기억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겠지. 구는 부모한테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다. 구 부모가 많이 나오지 않지만. 짧은 말로도 상상할 수 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상상할지도 모르겠다. 구 부모는 구한테 큰 빚을 물려주었다. 왜 그렇게 많은 빚을 지게 되었는지도 모르는. 구 부모는 빚을 갚기 위해 빚을 지는 일을 되풀이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일은 현실에서도 일어난다. 부모 빚을 갚기 위해 밤낮 없이 일해야 하는. 구는 돈도 빚도 아이한테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는데, 그런 구가 죽었다.

 

구와 담은 어릴 때 만나고 늘 함께 하고 죽을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생각했다. 중간에 잠시 헤어진 적이 두번 있지만 구와 담은 서로를 생각했다. 구한테는 부모가 있지만 부모한테는 빚이 많았다. 담도 형편이 좋지 않았다. 담은 할아버지와 살았는데 할아버지가 죽은 뒤에는 이모와 살았다. 이모는 담을 위해 돈을 벌었다. 이모는 그걸로 사랑을 나타낸다고 여겼는데, 담은 그것보다 다른 걸 바랐다. 담한테 담을 생각하는 이모가 있었지만, 구한테는 그런 어른이 없었다. 구는 어른이 되기도 전에 일해서 돈을 벌었다. 그런 거 싫지 않았을까. 집을 나가 소식 끊고 살 수도 있었을 텐데. 구가 군대 갔다 전역하고 왔을 때는 부모가 온데간데없이 빚만 남았다. 구가 군대 가기 전에 구와 담은 잠시 헤어졌다. 잠시가 아니고 좀 오래였을까. 둘이 멀어진 건 함께 죽음을 봤기 때문이다. 서로를 걱정했지만 서로를 보고 그 일을 떠올리게 할까봐 만나지 못했다. 아이를 잃은 부모도 비슷할 것 같다. 서로를 보고 아이를 떠올리는. 함께 아이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텐데, 그 일 말처럼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담한테 이모가 있었지만 이모는 병으로 죽는다. 담이 혼자 살 수 있는 나이여서 다행이었을까. 구는 담이 혼자 이모를 보낸 걸 마음 아파했다.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고 자라서도 함께 하면 좋을까. 구와 담은 서로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구가 부모 빚 때문에 힘들 걸 생각하고 담한테 자신을 떠나라고 했다. 담은 구를 떠나 잘살아도 못살아도 구를 생각하리라는 걸 알았다. 둘은 헤어지지 않았지만 사는 건 쉽지 않았다. 돈 받으려는 사람 때문에. 그 사람들을 피해 살아도 얼마 뒤에 둘을 찾아냈다. 구를 끌고 가서 엄청 때렸다. 구는 달아나다 차에 치였다. 구는 그렇게 죽었다. 구는 사는 동안 즐거운 때 있었을까. 담을 만나고 담과 함께 할 때는 즐거웠겠지.

 

밝은 이야기가 아니다는 건 알았다. 이걸 보고 난 어떤 생각을 할까 하기도. 상대를 얼마나 좋아해야 그 사람을 먹을 수 있을까. 돈을 받으려는 사람은 시체까지 이용한다는데 정말 그럴까. 담은 구를 땅에 묻거나 태울 수 없었다. 구를 따라 죽으려고 한 마음을 바꾼 건 다행인가. 담은 구를 먹으면 구가 자신 안에서 함께 살리라고 생각한 것일지도. 그런 담을 구가 바라본다. 보이지 않아도 구가 곁에 있다는 걸 담이 느끼면 좋을 텐데. 담은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죽은 구도 안됐지만 아직 살아있는 담도 안됐다. 담 바람처럼 오래오래 살아야 할 텐데. 죽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여전히 좋아하는 그 모습 부럽기도 하다.

 


 

 

☆―

 

나는 너를 먹을 거야.

 

너를 먹고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을 거야. 우리를 사람 취급 안 하던 괴물 같은 놈들이 모조리 늙어죽고 병들어 죽고 버림 받아 죽고 그 주검이 산산이 흩어져 이 땅에서 아주 사라진 다음에도, 나는 살아있을 거야. 죽은 너와 끝까지 살아남아 내가 죽어야 너도 죽게 만들 거야. 너를 따라 죽는 게 아니라 나를 따라 죽게 만들 거야.

 

네가 사라지도록 두고 보진 않을 거야.

 

살아남을 거야.

 

살아서 너를 기억할 거야.  (20쪽)


 

그 마음이 가장 중요한 거야. 그 마음을 까먹으면 안 돼.

 

걱정하는 마음?

 

응. 그게 있으면 세상에 흉한 짓 안 하고 산다.  (95쪽)

 

 

 

 

 

 

 

덧없어도 살아가기

 

  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창비  2014년 10월 31일

 

 

 

 

 

 

 

 

 

 

 

 

 

사는 건 덧없으니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은 맞는 말일까. 그렇게 생각하고 아무렇게나 사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덧없고 쉽게 사라질 수 있기에 힘껏 사는 사람도 있다. 이 세상을 사는 모든 것에는 저마다 삶이 있다. 목숨 있는 것은 언젠가 스러진다. 동·식물은 그것을 알고 살까.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으로 살까. 동·식물은 아주 가까운 동·식물이 죽으면 슬퍼할까. 사람과는 다르겠지만 그들만의 감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걸 알 방법은 없다. 사람은 사람 처지에서 동·식물을 생각하기도 한다. 사람을 뺀 동·식물은 사람을 어떻게 볼까. 어쩐지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대로 살 듯하다. 지금보다 다음 세대를 남기기 위해 애쓰겠지. 사람한테도 자손을 남기려는 본능 있을 거다. 사람은 본능만 따라서 살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생각하고 사는 게 사람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느껴야 하는 온갖 감정. 때론 그게 사람을 힘들게 하고 모두 놓아버리고 싶게 한다. 다시 생각하니 그것 때문에 살기도 한다. 감정이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구나.

 

걷다가 가끔 생각한다. 그건 사람이 쉽게 죽을 수 있다는 거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커다란 차 옆을 지날 때다. 저 차에 깔리면 죽겠구나, 하고. 차에 깔렸는데 죽지 않고 목숨이 붙어 있으면 어떨까. 살아도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없다면 산 것 같지 않겠다. 이런 생각으로 이어진 건 아닌데. 소라와 나나 아빠는 일하는 곳에서 커다란 톱니바퀴에 말려들어 죽었다. 무슨 일을 하는 곳이기에 커다란 톱니바퀴가 있었을까. 예전에는 일하는 곳이 그리 좋지 않았다. 지금은 그때보다 낫겠지만 여전히 위험한 곳 있을 거다. 아니 지금은 사람보다 기계가 더 일을 할까. 그것 때문에 사람은 일자리를 잃고. 사람만 그렇게 쉽게 죽는 건 아니다. 목숨 있는 건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다. 사람은 가까운 사람이 죽으면 슬퍼한다. 슬픔에 빠졌다 시간이 흐르면 아픈 마음이 조금씩 낫는다. 소라와 나나 아빠가 죽고 엄마 애자는 살 힘을 잃었다. 엄마라고 해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살아야지 하지 않을지도. 반지하 옆방에서 산 나기 엄마는 나기가 있어서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기 엄마는 엄마 노릇을 못하는 애자를 보고 소라와 나나 도식락도 싸주었다. 물론 나기네 집에서 밥을 먹기도 했다. 도시락이 더 중요해 보여서. 친엄마는 아니라 해도 거의 엄마가 아니었나 싶다.

 

두 사람이 같은 환경에서 자란다 해도 둘은 다르게 자란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겠지. 소라와 나나도 좀 다르다. 소라는 애자를 보고 엄마가 되기 싫어하고, 나나는 무서워도 엄마가 되려 한다. 어쩌면 나나 배 속에 아기가 생겨서 그런 마음을 먹은 건지도 모르겠다. 곁에서 바라보는 소라는 그게 싫어도 받아들인다. 소라는 애자처럼 되고 싶지 않은 거겠지. 자식이 부모처럼 살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소라 나나 나기 보통 사람과 달라 보인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 사람 우리 둘레에 아주 없을까. 어쩐지 있을 것 같다. 보통 사람 이야기도 소설이 되면 달라 보인다. 나기 이야기는 거의 안 했구나. 소라와 나나만 있었다면 쓸쓸했을 듯하다. 나기가 있어서 둘이 지금처럼 자란 건 아닐까 싶다. 식구는 아니지만 식구 같다. 이렇게 산 사람이 예전에는 많았는데, 지금은 별로 없겠지.

 


애쓰지 마.

 

의미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덧없어.

 

아무래도 좋을 일과 아무래도 좋을 것.

 

목숨이란 하찮게 중단되게 마련이고 죽고 나면 사람 일생이란 그뿐, 이라고 애자는 말하고 나나는 대체로 동의합니다. 인간이란 덧없고 하찮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사랑스럽다고 나나는 생각합니다.

 

그 하찮음으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으니까.

 

즐거워하거나 슬퍼하거나 하며, 버텨가고 있으니까.  (227쪽)


 

소설 제목은 마치 뜻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사는 게 덧없다 해도 살아가겠다는 말처럼 들린다. 실제 많은 사람이 그러겠지. 어떠한 일이 있다 해도 살아가는 데 뜻이 있겠지. 그게 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 살면서 기쁨도 느기고 슬픔도 느끼고. 나나 말처럼 하찮고 덧없기에 사람이 사랑스러운 거다. 이런 건 죽지 않는 신이 생각하기도 하던데. 지금은 좋게 말했지만 언젠가 절망에 빠져 지금 한 생각을 잊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생각하다니. 어떤 일이든 자신한테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런 일들 버텨내야겠지. 가까운 사람이 죽은 건 슬픈 일이지만 그 슬픔에 묻히면 안 된다. 슬픔에서 빠져나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 사람을 기억하는 게 그 사람이 살았다는 증거가 될 거다. 사람은 모두 그렇게 살고 죽는다.

 

살자, 살다보면 살아서 다행이구나 할 날도 올 거다. 그걸 느끼는 게 짧다 해도.

 

 

 

 

 

 

 

거의 어두운 현실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구병모

  문학과지성사  2015년 03월 03일

 

 

 

 

 

 

 

 

 

 

 

 

 

 

소설을 좋아한다, 재미있는 소설을. 재미있다고 해서 웃기는 건 아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펼쳐질지 기대하게 하거나 감동을 주는 게 있으면 된다. 한국소설, 거기에서 단편소설은 재미와는 거리가 멀다. 지금까지 본 한국 단편이 다 그랬다는 건 아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고 만난 것도 있을 거다. 그런 것도 있었을 테지만 거의 어두웠다는 느낌이 든다. 한동안 잘 안 봐서 모르는데 이런 말을 했다. 그게 싫어서 멀리한 건 아닐까. 그것보다 무슨 이야기하는지 몰라서 멀리하고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아주 모르는 건 아니다. 다들 살기 어렵다거나 가진 사람과 못가진 사람 차이가 크다는 것은 안다. 나는 못가진 쪽이다(이런 걸 말하다니). 다른 건 없지만 시간은 있다고 해야겠다. 지금까지 바쁘다 생각해 본 적은 거의 없다. 가끔 바쁘다고 하는 사람 부럽기도 하다. 누군가는 나한테 시간이 많아서 좋다고 할까. 아니 그건 아닐 듯하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은 돈이니까.

 

앞에서 잠시 쓸데없는 말을 했다. 한국 단편 말하다 이상한 곳으로 흘렀다. 소설을 보면서 진짜 있을 수 있는 일일까 하고 생각한 적 있다. 나와는 참 먼 이야기처럼 보여서. 언젠가부터 내가 모르는 일이라도 세상 어딘가에서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야기에 환상이 있다 해도 현실이 없는 건 아니겠지. 책을 보다가 그런 소설을 써 보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게 뭔지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 잠깐 해 봤는데, 그건 어려울 듯하다. 구병모가 쓰는 것 같은 소설은 못 쓸 테니까. 나는 좀 유치해서. 여기에는 단편 여덟편이 실렸다. <여기 말고 거기, 그래 어쩌면 거기>는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꿈꾸는 걸까. 제목은 그런 식으로 보이는데.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15층에서 떨어져서 엄마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 하이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높은 건물에 오르내리는 사람이 되려고 맨손으로 건물을 오른다. 그러다 사고가 나고 거리를 가늠하지 못하게 된다. 하이는 어찌어찌 아르바이트를 하고 살다 신기한 경험을 하고 다시 높은 건물을 오른다. 비가 많이 내리던 날 하이는 사라진다. 하이는 어디로 간 걸까. 이 이야기에서는 하이보다 시간 강사를 하는 ‘나’가 더 중요할까. ‘나’는 하이를 부러워하는 듯했다.

 

여기 실린 소설에는 맨손으로 건물을 오르는 하이보다 많이 배워도 잘 살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이 더 많이 나온다. 하이처럼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하고 가 버린 사람도 있다. <관통>에 나오는 미온은 길에서 본 그림 속을 지나 다른 곳으로 간다. 거기에는 돌봐야 하는 아기도 없고 정신질환을 앓는 시누이도 없다. 친정 식구한테 안 좋은 말을 듣고 손 벌리지 않아도 된다. 그림 저쪽에서 미온은 다른 일은 잊고 자신이 바라던 일을 하러 간다. 그게 부러워 보이지 않는 건 왤까. 아이를 잊었기 때문일지도. 아무리 바라는 게 있다 해도 놓지 않아야 하는 건 있을 테니까. 미온이 그동안 힘들었겠다는 생각은 든다. <이창>은 오지라퍼라는 사람이 자신이 한 일이 왜 잘못되었느냐 말하는 이야기다. 그 말을 들으면 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어쩐지 ‘나는 이런 일도 했다’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사람은 옆동 여자가 아이를 때리는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한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그 모습을 봤을 때는 그 집에 가서 이런 저런 말을 한다. 그런 일을 인터넷 게시판에 쓰고 어떻게 도와야 할까 하지만 좋은 답은 듣지 못한다. 그 글을 지운 다음날 그 아이가 죽는다. 옆동 여자는 정말 자기 아이를 때렸을까. 알쏭달쏭하다. 만약 내가 그런 모습을 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소설을 보고 하나로 말하기 어렵다(그런 거 언제쯤 할 수 있을까). 여러 소설에는 공통점이 있다. 일용직, 계약직인 사람이 나온다는 거다. <파르마코스>와 <식우>는 좀 다르구나. 그러고 보니 두 소설에서는 반대되는 일이 일어난다. 한곳은 비가 오지 않고, 한곳은 비가 오래 내리고 그 비는 모든 것을 녹아내리게 한다. 비가 안 오는 것보다 모든 것을 녹아내리게 하는 비 오는 게 더 무섭다. 사람들이 G시를 떠나는 모습은 체르노빌을 떠오르게 했다. G시 사람과 O시 사람 처지가 바뀌고. <이물>은 좀 무섭기도 하다. 알 수 없는 털 뭉치가 집 안에 웅크리고 있다니. 그건 바깥에서 들어온 걸까. 안에 고이고 샇인 게 형태를 갖게 된 건지도. 그렇다고 양선이나 방난이 나쁜 건 아닌데. 양선처럼 마음을 많이 쓰는 복지사가 있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방난은 세상이 얼굴을 뜯어고치게 만든 건지도 모르겠다. 덩굴이 되고 팔과 다리가 잘리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나오는 <덩굴손증후군의 내력>은 슬프고 섬뜩하다. <어디까지를 묻다>는 아나운서가 되려 했지만 카드회사 고객센터에서 전화받는 일을 하는 사람 이야기다.

 

예전에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대학에 갔다. 그건 지금도 다르지 않지만, 좋은 일자리를 얻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비정규 일을 하는 사람도 많고 그런 일조차 구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겠지. 이런 현실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좋은 답은 없다. 그래도 서로를 끌어내리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

 

어디까지 가야 그 길이 내가 가려던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사람은 알게 되는 거죠?

 

어디까지 갔을 때 사람은 자신의 심연에서 가장 단순하고 온전한 것 하나를 발견하고 비로소 되돌아올 여지를 찾을 수 있거나, 아니면 되돌아올 길이 없어 그대로 다리 아래로 몸을 던져버리게 되는 걸까요?  (<어디까지를 묻다>에서, 270쪽)

 


그것은 루초 폰타나의 ‘공간개념’ 연작이었다. (……) 붉게 칠한 캔버스 위에 깨끗이 그은 세로 곡선 세 개는 원체가 그 자국 외에는 보여줄 만한 기법상의 요소가 많지 않기에, 공간과 그것을 부수는 데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을 포함하여 폰타나의 고민이나 철학을 담아내지 못하고 그의 커팅 자국만을 충실히 재현한 것일 뿐이었기에.  (<관통>에서, 78쪽)

 

 

 

 

 

공간 개념, 루초 폰타나, 1961

 

 

 

No.906, 루초 폰타나 공간 개념, 대기, 1968, 캔버스에 아크릴

 

 

 

 

 

 

 

사람을 도우려면 작은 일부터

 

  재인, 재욱, 재훈

  정세랑

  은행나무  2014년 12월 24일

 

 

 

 

 

 

 

 

 

 

 

 

 

영화에서는 세상에 큰일이 일어나거나 알 수 없는 것이 지구에 쳐들어오면 힘있는 한사람이 많은 사람을 구한다. 그런 거 많이 못 봐서 슈퍼맨만 생각난다. 슈퍼맨은 많은 사람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한사람만 구했던가. 아주 오래전에 봐서 거의 잊어버렸지만 슈퍼맨은 다른 사람도 많이 구했겠지. 외계 생명체가 지구에 오면 왜 사람과 싸우게 될까. 꼭 그런 것만 있는 건 아니지만. 사람이 알지 못해서 외계인을 무섭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우주 어딘가에는 생명체가 있을까. 그런 게 언젠가 지구에 찾아온다면 지구 사람과 싸우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살았을 때는 그런 일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것처럼 말했다. 앞으로 지구가 어떻게 될지 걱정스럽지만 바로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세상도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말하니 순간순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알아도 지키기 어렵다.

 

만약 자신한테 어디에 쓰일지 알 수 없는 힘이 생긴다면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 소설에서는 그 힘을 쓸 수 있는 일이 일어난다. 앞으로도 그 힘이 누군가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될까. 책 제목 《재인, 재욱, 재훈》 세사람은 남매다. 둘째 재욱이 일하러 다른 나라에 가기 전에 셋이 시간을 함께 보냈다. 바닷가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셋은 바지락 칼국수를 사 먹었다. 바지락이 형광색이어서 먹어도 괜찮을까 했는데, 재훈이 맛을 보고 맛이 보통이다 해서 먹는다. 여기에서 생각할 수 있을까. 바지락 칼국수가 이상하다는 것을, 얼마 뒤 세사람한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재인은 보통 손톱깎이로 손톱을 깎을 수 없고 재욱은 가끔 눈앞이 빨개지고 재훈은 엘리베이터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세사람이 갖게 된 힘은 살아가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재인은 개인 기업 연구소에서 일하고 재욱은 사막에 플랜트를 지었다. 플랜트는 원유에서 나온 1차 가공유를 다시 2차 가공유로 만드는 시설이다. 그런 일이 있는가보다 해야겠다. 연구소에서 하는 일도 뭔지 모르는 건 마찬가지구나. 재훈은 고등학교 2학년인데 엄마가 미국 교환학생 신청을 해서 미국으로 간다. 그곳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재인은 강도가 높은 자기 손톱으로 무언가를 만들 수 없을까 한다. 재욱은 자기 눈앞이 빨개지는 건 위험한 일이 일어난다는 신호라는 걸 알고 사고를 피했다. 재훈이 간 미국 조지아 염소 농장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지만 다른 곳에 있다. 세사람이 가진 힘을 써서 누군가를 구한다. 누군가를 구한 일은 자신을 구한 일이기도 했다. 셋은 서로 그 일을 자세하게 말하지 않는다. 그럴 수 있겠지. 식구라 해도 모두 말하는 건 아니니까. 셋이 사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아주 좋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그 정도 거리가 딱 좋을 듯하다. 아주 가깝지도 아주 멀지도 않은 사이.

 

남들과는 다른 힘이 생기면 그것을 써야 할까. 그걸 써서 남한테 도움이 된다면 써야겠지만 별로 도움이 안 되는 힘은 어떻게 해야 할지. 실제 초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그런 힘이 있다고 하면 안 좋은 일에 쓰려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재인과 재욱과 재훈한테 일어난 일 우리는 경험할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꿈이나 상상력이 없다고 할지도. 나는 설명할 수 없는 힘이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힘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 힘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면 돕고 별 도움이 안 되면 쓰지 않는 게 낫다. 그렇다고 보통 사람이 남을 도울 수 없을까. 엄청난 일은 못한다 해도 아주 작은 도움은 줄 수 있다. 도움을 주는 사람은 별거 아니다 여겨도 도움 받는 사람은 그것을 크게 생각할 거다. 이런 생각을 하고 누굴 돕지는 않겠지. 세사람이 초능력을 갖게 되고 다른 사람을 구하지만,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다 말하는 것 같다. 서로 돕고 사는 따스한 세상을 바라는 마음. 자신이 더 잘살려고 싸우는 것보다 마음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사는 게 좋겠지.

 

 

 

희선

 

 

 

 

☆―

 

“사람이 스스로를 구할 수 있는 곳은 아직도 세계의 극히 한부분인 것 같아. 히어로까지는 아니라도 구조자는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  (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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