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행위 : 존재의 방식
릭 루빈 지음, 정지현 옮김 / 코쿤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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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다. 이상하다. 다정하면 눈물난다. 악몽에서 깨어났는데 현실이 더 찜찜해, 아 C 우짜지 아씨 아씨만 계속하다가 이 책 읽고 울었다. 뚝 그쳤다. 실컷 울면 시원해서 기분이가 좋아서 배고파서 라면 끓여 먹겠지. 그렇게 다 잊고 말겠지. 잊기 전에, 써야겠다. 악몽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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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 조지 손더스의 쓰기를 위한 읽기 수업
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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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바이 스텝이다. 


건물 짓기가 그렇고

이야기 짓기가 그렇다.

공정을 건너뛰었다가는 대번에 부실이다.


스텝 바이 스텝

우우 베이베~


비평은 불가해하고 신비한 과정이 아니다. 그냥 a.우리 자신이 순간순간 어떤 예술 작품에 반응하는 데 주목하고, b.그 반응을 표현하는 방식이 나아지면 되는 일이다. - P102

나는 학생들에게 이 과정이 우리에게 힘을 준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 P102

우리 정신의 깊고 정직한 부분은 읽고 쓰기에 의해 날카롭게 다듬어진다. - P102

아내 소냐의 일기에 따르면 톨스토이는 집에서는 도덕과 윤리의 거인이라고 하기 힘들었다. 그녀는 이렇게 적었다. "그는 나에게 모든 걸 떠넘긴다. 예외 없이 모든 걸. 자식, 재산 관리,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사무, 주택, 출판사. 그러고는 내가 그 모든 일로 손을 더럽힌다는 이유로 나를 경멸하고 자신의 이기심 속으로 물러나 쉴 새 없이 나에 대해 불평하고ㆍㆍㆍ산책을 가고 말을 타러 가고 글을 조금 쓰고 어디든 마음대로 가고 가족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ㆍㆍㆍ. 그의 전기 작가들은 그가 짐꾼을 위해 물을 기러 갔다고 말하겠지만, 그가 자기 아내에게 한순간의 휴식도 주지 않고 병든 자식에게 물 한 방울 가져다주지 않은것, 35년 동안 그가 단 5분도 내 머리맡에 앉은 적이 없고 내가 쉬거나 밤새 자거나 산책하거나 그냥 기운을 차리려고 잠시 가만히 있는 것도 허락한 적이 없다는 건 아무도 모를 것이다." - P345

밀란 쿤데라는 말했다.

"소설가는 누구의 대변인도 아닐뿐더러 자기 관념의 대변인도 아니라고까지 말하고 싶다.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의 초고를 썼을 때 안나는 매우 인정 없는 여자였고 그녀의 비극적 종말은 전적으로 합당하고 정당회될 만한 것이었다. 이 소설의 최종본은 초고와 사뭇 다르다. 하지만 나는 톨스토이가 그사이에 도덕관념을 수정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글을 쓰는 동안 자신의 도덕적 신념의 목소리와는 다른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고 말하고 싶다. 그는 내가 소설의 지혜라고 부르고 싶은 것에 귀를 기울였다. 모든 진정한 소설가는 그 개인을 넘어서는 지혜를 찾아 귀를 기울이고, 그래서 위대한 소설은 늘 그것을 쓴 사람보다 조금 더 똑똑하다. 자기 책보다 똑똑한 소설가는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 P346

쿤데라가 말하듯이 작가는 기술적 수단에 의해 "그 개인을 넘어서는 지혜‘에 자신을 열어놓는다. 그것이 바로 ‘기예‘이며, 우리 내부에 있는 개인을 넘어서는 지혜에 자신을 열어놓는 방법이다. - P346

우리가 여기에서 톨스토이를 도덕과 윤리의 거인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기법(마음에서 마음으로 이동하기)과 결합한 자신감이다. 톨스토이는 무엇에 자신감을 가졌을까? 사람들이 자신과 다르기보다는 비슷하다는 것. 자신에게는 내면의 바실리, 내면의 나이 든 주인, 내면의 페트루시카, 내면의 니키타가 있다는 것. - P349

〈주인과 하인〉은 우리가 보통 대중오락물에서 찾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를 영화적 장점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이 작품은 참혹하고, 위험성이 높고, 우리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고 싶다. 마지막에는 누가 죽는지 보려고 읽고 있다. 인정하자, 어떤 이야기는 의무감에서 읽는다. 평범한 지역 박물관을 구경하듯, 관심을 가져야 마땅하지만 사실 관심 없는 것들을 주목해서 본다. 그런 이야기를 읽을 때 우리는 그냥 그걸 읽는다. 그것은 계속 우리가 의무적으로 해독하는 일련의 단어가 된다. 그것은 작가가 추는 영리한 춤이고, 우리는 예의 바르게 견딘다. 그러나 〈주인과 하인〉을 읽으면서 우리는 이야기를 살기 시작한다. 언어는 사라지고, 우리는 어느새 단어 선택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인물이 내리는 결정과 우리가 실제 삶에서 그간 내려온 결정, 또는 언젠가 내려야 할지도 모르는 결정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 - P351

체호프는 건강이 나빴고(그는 마흔넷에 결핵으로 죽었다) 가족은 화목했지만 궁핍했다. 그는 젊어서 유명해진 탓에 사람들이 이런저런 요청으로 계속 그를 귀찮게 했다. 그러나 그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는 부드러운 사람이었고 살아 있음을 기뻐하는 듯했으며 친절하려고 노력했다. ㆍㆍㆍ그는 늘 즉석에서 관대함을 보여주며 짧고 부산한 삶을 살았다. 자신에게 오는 원고는 무엇이든 읽고 논평했으며, 궁핍한 사람을 모두 무료로 치료해 주었고, 러시아 전역의 병원과 학교에 기부를 했는데 그중 다수가 오늘날에도 운영되고 있다.
세상에 대한 이런 애정은 그의 이야기에서 끊임없는 재검토 상태라는 형식을 띤다(확실한가? 정말 그럴까? 내가 기존의 의견 때문에 뭔가 빼먹는 걸까?). 그에게는 재고의 재능이 있다. 재고는 어렵다. 용기가 필요하다. 늘 똑같은 사람, 얼마 전에 해답에 이르렀고 그것을 의심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이 되는 안락을 거부해야 한다. 다시 말해 늘 열려 있어야 한다(자신만만한 - P530

뉴에이지 방식으로 열려 있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현실에서 무시무시한 삶과 마주하면서 실행에 옮기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는 체호프가 계속 의례처럼 모든 결론을 의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위로를 받는다. 재고해도 괜찮다. 그것은 고상하며 심지어 거룩한 일이다. 그럴 수 있다. 우리는 재고할 수 있다. 우리가 이 사실을 아는 것은 그가 자신의 작품에 남긴 사례 때문인데, 그러므로 체호프의 이야기는 훌륭하고 간략한 재고 기계다. 우리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 P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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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1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1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 조지 손더스의 쓰기를 위한 읽기 수업
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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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어떻게 읽는가라는 제목때문에 읽지 못할 뻔했다. 작가가 아니라도 누구라도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이라고 추천해주신 분들 덕분에 마침내 읽기 시작했다(104쪽까지 읽고 쓰는 100자평). 천만다행 백만천만 무한대 우주만큼 별만큼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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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23-07-29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가를 위한 책이 아니었군요?

잘잘라 2023-07-29 19:19   좋아요 1 | URL
제가 소설가가 되려고 이 책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책으로 단편 소설 쓰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으니까 제가 단편 소설을 하나 완성해낸다면 시작이야 어쨌든 이 책은 나를 위한 책이고 소설가를 위한 책이라고 불러주려구요. ㅎㅎㅎ

아이구! 댓글쓰는데 삐이이이이이이익!!!!
전라북도 장수군에서 지진 났네요. 내륙에서 나서 지진을 많이 느꼈는 모양입니다. 폭염에 지진에... 불안합니다.
 

와 나 정말 너무 충동적이구나.

이제 다시 서울로 돌아갈 일은 없다고 장담하고 살면서

오늘 이 공고문 보고 당장 입찰할 뻔 했다.

온비드

공공임대 검색

서울특별시 성북구 하월곡동 

오동숲속도서관 내 카페

임대기간 1년

최저입찰가 3,152,050원

입찰기간 2023-07-25 10:00 ~ 2023-08-02 10:00

https://www.onbid.co.kr/op/dsa/main/main.do

  


아니지. 서울은 아니지. 하면서도

너무 아쉬워 너무 너무 너무나

어차피 임대기간 1년인데

인테리어도 다 되있고

와.. 어차피 뭐.. 

제주도 1년 살기 뭐 그런거도 하지 않나

도서관 1년 살기 개념으로 

음.. 입찰가 얼마나 쓸까 하면서

아쉽다.

진심.

음.

-

아쉬움을 달래려 펼쳐든 책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원제 『A SWIM IN A POND IN THE RAIN』


내용도 내용이지만

원제 보고 울었다.

아, 맞아.

비 맞으면서 수영해 본 적 있어.

나. 

그걸 잊고 있었어.

어떻게 그걸 잊어? 왜 잊어? 뭐가 그리 바빠? 뭐가 그리 힘들어? 뭐가 그리 급해? 

'이야기'를 만들어야겠어.

오동숲속도서관 1년 살기 아쉬움을 달래는 '이야기'를 지을 거야.

건물 짓는 법을 배우듯 이야기 짓는 법을 배우면 되.

그래. 배울 수 있어. 

그러기엔 오동숲속도서관 1년 살기보다『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읽으며 1년 살기가 열 배 더 가치 있어. 백 배 더 흥미진진하잖아. 열 배 백 배, 백 배 천 배 보람찬 1년이 되리라. 


(15p.)이미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안이하고, 천박하고, 계획에 얽매여 있고, 너무 빠르게 퍼지는 정보 폭발에 포격을 당하는 저급한 시대에 살고 있다. 위대한 20세기 러시아 단편 소설의 대가 이삭 바벨Isaac Babel이 표현한 대로 우리는 이제 곧 "어떤 강철못도 적당한 자리에 찍힌 마침표만큼 차갑게 인간 심장을 꿰뚫을 수 없다"고 가정하는 영역에서 시간을 좀 보낼 참이다. 우리는 일곱 개의 꼼꼼하게 구축된 세계 추척 모형에 들어설 것인데, 이 모형은 우리 시대는 완전히 지지하지 않을지 몰라도 우리가 살펴볼 작가들은 암묵적으로 예술의 목표라고 받아들였던 구체적 목적을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 목적이란 큰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성취하기 위해 여기에 있는가? 무엇을 귀중하게 여겨야 하는가? 도대체 진실은 무엇이며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가? 어떤 사람들은 모든 것을 갖고 있고 어떤 사람들은 아무것도 갖지 못했을 때 우리가 어떻게 조금이라도 평화를 느낄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아지만 어떻게 해서든 결국 우리를 그들과 거칠게 떨어뜨려 놓는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기뻐하며 살겠는가?(알잖나, 그 명랑한 러시아식 커다란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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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3-07-29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찰금액이 정말 이 금액인가요?????!!!! 보통 공공기관 입찰금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요? 생각보다 저렴해서 놀랬어요….

잘잘라 2023-07-29 18:43   좋아요 0 | URL
최저입찰가 삼백십오만이천오십원 맞습니다. ㅎㅎ 기억의집님 관심있으시면 온비드 사이트 들어가셔서 알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입찰 마감 8월 2일 오전 10시까지입니당~
 

안톤 체호프 《마차에서》를 읽는다.
책에서 또 다른 책을 읽다니. 오오~ 재미있군.

신나게 읽다가 밑줄친 부분을 읽고 띵, 가라앉는다. 어린시절의 기억이 흐려져 꿈처럼 흐릿하고 ‘형태가 없었다.‘ 라는 부분에서 철렁.
형태가 없다.
형태.

기억도 엄연한 형태, 형식을 갖추고 있다.
기억을 기억으로 간직하려면 형태가 필요하다.
형식, 절차, 모양.

마음을 모양으로
기억을 형식으로
사랑을 행동으로
눈에 보이게
느낄 수 있게
가닿게

그녀는 교사가 되기 전의 시간을 생각하던 버릇을 잃었으며 실제로 그 시간의 모든 것을 잊었다. 한때는 아버지, 어머니가 있었다. 그들은 모스크바 ‘붉은 문‘ 근처의 커다란 아파트에 살았지만 그녀 삶의 그 부분에서 기억에 남은 것은 꿈처럼 흐릿하고 형태가 없었다. 아버지는 그녀가 열 살 때 죽었고 어머니도 그 직후에 죽었다. 오빠가 있었는데 장교였다. 처음에 그들은 편지를 주고받았지만 오빠는 그녀의 편지에 답장을 하지 않더니 이내 연락이 끊겨버렸다. 전에 가지고 있던 물건 가운데 그녀에게 남은 것은 어머니의 사진뿐이었지만 학교의 습기 때문에 흐릿해져 이제 머리카락과 눈썹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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