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것에 관심을 둔 미국의 1960년대 미술 (2)
<워홀과 친구들>(미술문화) 중에서
아상블라주Assemblage와 정크 아트Junk art
아상블라주란 명칭은 1961년 뉴욕 모마에서 개최한 ‘아상블라주’ 전시회에서 정식으로 채택되었다.
150여 명의 아티스트들이 참가한 전시회에 종합적 입체주의를 비롯하여 미래주의, 다다, 초현실주의자들이 제작한 콜라주와 작은 구성작품, 뒤샹의 레디메이드, 코넬의 상자 구성작품, 드 쿠닝, 머더웰, 라우셴버그 등이 제작한 콜라주, 알베르토 부리의 거친 삼베를 부착한 회화, 네벨슨, 탱글리, 스탕키에비치, 장 크로티의 조형물, 세자르의 압축된 자동차 집적물, 키엔홀츠의 타블로 작품 등 다양한 양식과 화파를 폭넓게 보여주는 오브제들이 전시되었다.
아상블라주라는 명칭이 이처럼 폭넓게 확대 해석되고, 공통된 특징이 거의 없는 별개의 다양한 오브제 작품들에 적용되자 상대적으로 명칭의 유용성은 감소했다.
아상블라주와 정크 아트를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없는데, 정크 아티스트들은 종종 산업쓰레기들을 조립하여 표현적 구성물을 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상블라주는 표현적 목적을 위해 비미술의 재료를 조각적 구성물 안에 모으거나 결합시키는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들을 위한 용어이므로 팝 아트, 표현주의 미술, 정크 아트, 혹은 펑크 아트의 범주에 속할 수도 있으며, 추상적일 수 있지만 사실적일 수도 있다.
정크 아트는 전통 재료를 무시하고 쓸모없는 재료, 폐품, 도시의 폐기물 등으로 구성된 미술로서, 미국에서 이 운동의 기원은 로버트 라우셴버그Robert Rauschenberg(1925~)의 ‘콤바인 combines’ 회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1950년대 중반 캔버스에 천조각과 누더기, 찢긴 사진, 기타 버려진 사물들을 부착하기 시작했다.
이는 아티스트와 미술 자체의 극단적인 가치의 하락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라우셴버그는 이런 혼란스러운 작품을 한동안 제작했다.
그가 오브제를 작품의 구성요소로 사용한 이유는 추상표현주의에서까지 계속 유지되어 온 환영적 공간을 파괴하고 “예술과 삶 사이의 간격에서 활동하기” 위해서였다.
미술의 인상을 바꾸어놓기 위해 삶을 미술 속으로 끌어들였다.
신문지, 인쇄된 복제물, 낙서, 전구, 박제된 새와 동물, 의자, 문, 창문, 침대, 베개, 가방, 군화, 괘종시계, 걸레, 자동차바퀴, 스프링 등 삶의 도구들을 작품에 혼용했는데, 존 케이지John Cage(1912~92) 영향이었다.
케이지의 기본 사상은 이미지의 범람으로 관람자의 정신을 분산시켜 명상적 분위기를 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크 아트에서 체임벌린과 디 수베로의 작품은 유명한데, 두 사람 모두 산업재료를 사용한 영국의 입체주의 조각가 앤터니 카로의 영향을 받았다.
카로의 조형물은 모든 부분이 조형물 자체로 보이는 것으로 채색된 형태들의 공간적 관계 속에 내재된 것 외에는 어느 형태나 의미도 배제되어 있다.
그의 작품은 위트가 있고 우아하며 미니멀 조각보다는 덜 엄격하다.
이런 지적, 미적 기반이 카로를 추종한 조각가들이 발견해낸 것이다.
미국 조각가 존 체임벌린John Chamberlain(1927~)은 자동차의 몸체를 일그러뜨려 추상 아상블라주 조형물을 제작하여 유명해졌다.
일그러진 자동차 몸체는 얼어붙은 동력주의를 보여주었다.
체임벌린의 조형물은 회화에서 드 쿠닝의 충돌하는 붓질 같았으며 불안정하면서도 순간적인 정연함을 통해 에너지를 분출했다.
이런 재료를 사용한 의도는 사회적 논평보다는 완성된 작품의 형식적 특성과 관련되지만, 재료의 출처가 작품에 남아 있어 전체적 인상에 영향을 준다.
미국 조각가 마크 디 수베로Mark di Suvero(1933~)는 쇠막대기, 자동차 타이어, 쇠 끈, 의자, 그리고 건축재료 등과 쓰레기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들을 혼용하여 커다란 규모로 환경 아상블라주를 제작했다.
그는 추상표현주의의 웅대한 에너지와 조형주의의 공학적 원리를 반기하적 균형으로 나타냈다.
상황 미술Situation art
상황 미술은 관람자를 단순한 외부 관찰자에 머무르지 않게 하나의 사건, 혹은 상황 속으로 개입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해프닝과 그 목적이 같다.
팝 아티스트들의 작품에 결여되어 있는 휴머니즘의 가치를 신봉한 조지 시걸George Segal(1924~2000)은 석고로 인물상을 실물에서 떠낸 뒤 실물과 똑같이 제작한 것을 상황으로 설치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인물상은 사실적으로 나타났으나, 유령처럼 보이는 인물상의 흰색이 사실주의의 환영을 없앴다.
1950년대 말 조형물로 관심을 옮겨 철사 그물과 올이 굵은 삼베 위에 석고를 바르는 실험적 작업을 했으며, 작품의 특징은 하나의 인물상, 혹은 군상으로 특정한 상황 속에 놓인다.
그가 제작한 실제 크기의 고독한 익명의 석고 인물들은 진부한 일상에서 따온 몇몇 실재 사물들이 있는 상황 속에 자리 잡는다.
판에 박힌 제스처 속에 고정되어 버린 유령 같은 인물들은 몰개성적 사회 속에서 영혼이 없는 육체들이다.
그의 인물상과 군상은 금세기의 어떤 아티스트의 작품보다 실존주의 철학의 중심 주제인 현대인의 정신적 고립과 소외감을 잘 포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