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스러운 세상이란 뜻의 우키요에
원근법perspective이란 용어는 라틴어 perspectiva에서 유래하며, 로마의 철학자 보이티우스(?~524)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을 번역할 때 기하학의 한 분야를 나타내는 그리스어 ‘광학’의 번역어로 채택한 것이다.
15세기에는 고정시킨 시점에서 투명한 평면 위에 나타나는 장면을 들여다보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라틴어로 ‘구축적 원근법’ 또는 ‘회화 원근법’으로 불리게 되었고, 이전의 과학, 즉 광학을 가리키는 ‘보편적 원근법’ 또는 ‘시각 원근법’과 구별되었다.
중앙소실원근법에서 회화가 그려지는 면은 화가와 대상 사이에 수직으로 세워진 투명한 화면으로 보고 그 평면상에서 화가는 단일하게 고정된 시점에서 대상의 윤곽을 보이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다.
적절하게 채색된 이상적인 경우를 생각하면 이런 방법으로 그려진 회화는 정해진 위치에서 한쪽 눈으로 보았을 때, 실제의 광경을 창을 통해 바라보는 듯한 환영을 만들어낸다.
서양화의 영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 우키요에의 풍속화에 나타난 투시원근법이다.
서양 양식에 의한 일본 풍경화는 앞서 언급한 대로 우키에의 판화에서 시작되었다.
에도 시대 중에서도 덴나天和 연간(1681~84)에 새로운 미술 용어로 정착하게 된 우키요란 말은 우세憂世, 즉 근심스러운 세상이란 뜻이다.
덴나 연간에 이하라 사이카쿠井原西鶴에 의해 우키요 소시라는 새로운 소설 형식이 시작되었고 또한 우키요 그림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고바야시 다다시小林忠은 『우키요에의 미』(1984)에서 우키요憂世란 말은 ‘잠시 동안만 머물 현세라면 조금 들뜬 기분으로 마음 편히 살자’는 사고 방식이 생기면서 그 뜻이 ‘근심스러운 세상’이란 뜻에서 현재의 세태와 풍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현재 양식 혹은 호색적 당세풍이란 의미를 내포하는 우키요浮世라는 말로 바뀌게 되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모든 우키요 화가들은 늘 시대를 앞서 가는 첨단의 풍속과 유행하는 화제에 관해 왕성한 호기심을 보이며 그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키요에 연구가 요시다 에이지吉田映二는 『우키요의 담의 浮世繪談義』의 항목 ‘우키요에와 신문’에서 우키요에에서 다룬 소재를 신문의 지면 구성과 연관시켜 설명하는 가운데 그 시사성과 주제의 폭이 넓어 정치, 국제, 경제, 문예, 종교, 연예, 여성, 가정, 어린이, 오락, 스포츠, 사회 등에 관해 그림을 그렸다고 적었다.
이런 의미에서 우키요, 곧 세련된 욕망의 발산처는 유곽遊里과 가부키歌舞伎 등을 공연하던 극장 거리가 있는 유흥가였다.
에도 시대의 이런 유흥가 풍속을 바탕으로 미술, 문학, 예능 분야에서 풍요로운 결실이 맺어졌다.
이 중에서 우키요에는 가장 큰 결실이다.
호색에 치우친 우키요의 가장 극단적인 그림이 남녀의 유희를 주제로 한 마쿠라에枕繪, 곧 춘화春畵이다.
우키요에는 당시 에도 그림으로 불리었는데, 에도 특산의 미술품으로 가격이 적당하여 여행자의 선물용으로 매우 인기가 있었다.
자칭 우키에 네모토라고 칭한 오쿠무라 마사노부奧村政信로 대표되는 우키에의 초기작은 대부분 극장의 무대를 그린 것과 넓은 대청을 그린 것들이다.
그에게는 회화의 모티프는 같지만 별도로 한 치수 작은 사이즈, 즉 이 그림의 염가판을 출판업자 오쿠무라야 겐로쿠를 통해 제작한 것을 <료고쿠바시 유스즈미 우키에곤겐 兩國橋夕見大浮繪根元>(유키요에 154)이란 제목을 붙여 우키에라는 새로운 장르의 개척자라는 공을 스스로 과시했다.
이 작품은 마사노부의 우키에 작품 중 최고의 완성도를 보인 걸작이다.
료고쿠바시의 서쪽 기슭에 있는 한 요정의 2층에서 벌어진 피서 풍경이 다양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오른쪽 방에서는 샤미센과 피리소리에 맞춰 춤판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 중 삿갓을 쓴 남자가 온몸에 달빛을 받으며 장지 위에 그림자를 남겼다.
화면 중앙에는 비스듬히 기대 누운 손님 옆에 기녀가 있고, 기녀가 따른 술잔을 받으려고 하며, 왼편에서는 젊은 남녀가 쌍륙을 즐기고 있다.
이들 뒤로 기둥에 기대어 망연한 표정을 짓는 남자의 모습도 보인다.
실내의 묘사에서는 어느 정도 원근법을 응용하는 데 성공한 마사노부였지만 의지할 만한 직선이 없는 요정 뒤로 펼쳐진 야외 풍경에서는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종래의 부감 구도로 파악하고 있어 료고쿠바시 주변 풍경이 그야말로 위로 떠올라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내와 실외를 서양과 동양의 두 가지 화법을 혼용하여 사용한 결과로 생긴 위화감이 오히려 아 작품에 불가사의한 매력을 부여했다.
강에는 불꽃을 뿜는 지붕달린 소형 유람선 야가타부네屋形船가 떠 있고 강기슭 가까이에는 기원을 위해 목욕재계하는 사람들이 있다.
에도 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여름철 피서 풍물이 하나도 빠짐없이 묘사된 그림이다.
전반적으로 갈색과 황색 외에 연한 먹물로 채색되어 화면 전체에 차분한 안정감을 주며 부분적으로 연지와 보라 등으로 연하게 채색되어 부드럽게 정돈된 느낌을 준다. 보존 상태는 거의 완벽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