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정이 공산당활동을 불법시하면서 폭력탄압을 감행하기 시작하자 그에 맞서게 된 공산당의 사상정치투쟁은 번번이 좌절을 거듭했다. 대구 십일항쟁, 제주도 사삼사건, 오십선거 저지투쟁, 이번 사태까지 좌절은 연속적이었다. 그때마다 공산당의 조직이 파괴 와해되어 약해지는 것이야 자기네 사정이니까 말할 것 없는 일이지만, 그때마다정치적 기대를 걸고 호응한 민중들의 수많은 희생을 어떻게 책임질것인지 묻고 싶었다. 군정은 그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경찰과 군인을 앞세워 가차없는 폭력진압을 감행했던 것이다. 공산당과 그 지지세력을 하루라도 빨리 뿌리뽑기 위해 미군정은 그런 정면도전을 오히려고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건조작·폭력유도 ·분열책동은 일찌기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라파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의 저항세력들을 분쇄 제거하는 데 즐겨 사용한 지배방법이었다. 남로당이 지금까지 군정에 대응해온 것을 보면 꼭 군정이 파놓고 기다리는 함정에 빠지는 식으로 결과가 빤한 정면도전을 시도했고, 그 답답한 무모성은 마치 불나방이 무작정 불로 달겨드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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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만 동포에 흡고함]이란 글은 민족의 현실과 장래를 진정으로 염려하고 사랑하는 피가 통하는 진실의 기록이었다.
 ‘마음속에서 삼팔선이무너지고야 땅 위에 삼팔선도
 철폐될 수 있다.내가 불초하나 일생을독립운동에 희생 하였다. 나의 연령이 이제 칠십유 삼인바, 나에게 남은 것은 금일 금일 하는 여생이 있을 뿐이다. 이제 새삼스럽게 재화를탐내며 명예를 탐낼 것이랴! 더구나 외국 군정하에 있는 정권을 탐낼것이랴!‘ 하는 대목에서 그분의 인간적 진실을 보았고, 나는 통일된조국을 건설하려다가 삼팔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일신에 구차한 안일을 취하여 단독정부를 세우는 데는 협력하지 아니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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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의 현수막을 내건 정치적 전쟁은 바야흐로 그 수레바퀴를 본격적으로 굴리기 시작하고 있었다.어느 쪽에서나 민족은 내세워졌으나 정작 수레바퀴 아래 깔려야 하는 건 민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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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진이 김범우를 동지일 수 없다고 판단내린 것은 범우가 학병에서 돌아온 다음부터였다. 김범우도 똑같은 시기에 염상진의 극렬적 조경을 체념해버렸다. 염상진은 한때 김범우를 완전한 적으로 속단할 뻔했다. 김범우가 교직에 몸담으면서부터 죄익 학생조직을 외해시키는 행동을 시작해서였다. 염상진이 김범우를 혁명읭적으로 단정하려 할 즈음에 김범우의 실체가 드러났다. 백범 김구식의 민족주의 통일노선을 김범우는 실현시키고자 하고 있었다.
‘민족의 발견‘. 그는 사회주의 혁명의 동지도 아니었고 적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자본주의의 동지도 아니고 적도 아니었다. ‘민족‘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었지만 그건 또다른 ‘주의‘는 될 수 없었다. 이상적으로는 그럴 듯해 보일지 모르나 현실적으로 대치해 있는 양대세력 사이에서 제삼의 세력이 될 수 있는 힘의 조직화가 없었다. 그의 생각은 환상이고 몽상이었다. 그리고 그건, 그의 한계였다. 그의 핏속에 용해내되어 있는 부르주아 근성은 환상가는 만들어낼 수 있어도 혁명가는 만들어낼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이런 결론에 도달한 염상진은 김범우를 마음속에서 지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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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사회주의서적을 접하는 데 있어서 두 사람 사이에는 어찌할 수 없는 인식의 차이가 내재해 있었다. 김범우는 지주의 아들로서 소작농들의 헐벗고 굶주리는 비참한 생활에 대하여 자책과 죄의식을 느끼고, 인간다운 삶을영위할 수 있는 이상적 평등사회를 이룩하려면 필연적으로 봉건 계급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인식의 기둥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염상진에게는 그런 자책과 죄의식의 과정은 아예 생략되었고, 이상세계의빠른 실현을 위해 지주계급이나 경제적 지배세력을 타도할 수 있는무산자들의 힘의 조직화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김범우가 인간생존의양심을 밝히는 불씨를 얻었다고 한다면, 염상진은 인간생존의 방법을뒤바꾸는 무기를 얻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염상진이 그들 책을 통해서 받은 충격은 말로는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었고, 새로운 빛의 출현이었고, 새로운 길의 열림이었다. 가난으로 기죽어 식어 있는 피를 뜨겁게 끓게 했고, 비천으로주눅들어 움츠러든 근육을 팽팽하게 긴장시켰다. 가난도 비천도 함께면해보자고 사범학교를 선택한 것이 얼마나 어줍잖고 가소로운 일이었는지를 깨달았다. 마르크스의 이상사회 건설을 위해 볼셰비을 실천함에 있어서 그까짓 소학교 선생자리는 헌 짚신써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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