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정이 공산당활동을 불법시하면서 폭력탄압을 감행하기 시작하자 그에 맞서게 된 공산당의 사상정치투쟁은 번번이 좌절을 거듭했다. 대구 십일항쟁, 제주도 사삼사건, 오십선거 저지투쟁, 이번 사태까지 좌절은 연속적이었다. 그때마다 공산당의 조직이 파괴 와해되어 약해지는 것이야 자기네 사정이니까 말할 것 없는 일이지만, 그때마다정치적 기대를 걸고 호응한 민중들의 수많은 희생을 어떻게 책임질것인지 묻고 싶었다. 군정은 그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경찰과 군인을 앞세워 가차없는 폭력진압을 감행했던 것이다. 공산당과 그 지지세력을 하루라도 빨리 뿌리뽑기 위해 미군정은 그런 정면도전을 오히려고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건조작·폭력유도 ·분열책동은 일찌기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라파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의 저항세력들을 분쇄 제거하는 데 즐겨 사용한 지배방법이었다. 남로당이 지금까지 군정에 대응해온 것을 보면 꼭 군정이 파놓고 기다리는 함정에 빠지는 식으로 결과가 빤한 정면도전을 시도했고, 그 답답한 무모성은 마치 불나방이 무작정 불로 달겨드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