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진이 김범우를 동지일 수 없다고 판단내린 것은 범우가 학병에서 돌아온 다음부터였다. 김범우도 똑같은 시기에 염상진의 극렬적 조경을 체념해버렸다. 염상진은 한때 김범우를 완전한 적으로 속단할 뻔했다. 김범우가 교직에 몸담으면서부터 죄익 학생조직을 외해시키는 행동을 시작해서였다. 염상진이 김범우를 혁명읭적으로 단정하려 할 즈음에 김범우의 실체가 드러났다. 백범 김구식의 민족주의 통일노선을 김범우는 실현시키고자 하고 있었다.
‘민족의 발견‘. 그는 사회주의 혁명의 동지도 아니었고 적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자본주의의 동지도 아니고 적도 아니었다. ‘민족‘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었지만 그건 또다른 ‘주의‘는 될 수 없었다. 이상적으로는 그럴 듯해 보일지 모르나 현실적으로 대치해 있는 양대세력 사이에서 제삼의 세력이 될 수 있는 힘의 조직화가 없었다. 그의 생각은 환상이고 몽상이었다. 그리고 그건, 그의 한계였다. 그의 핏속에 용해내되어 있는 부르주아 근성은 환상가는 만들어낼 수 있어도 혁명가는 만들어낼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이런 결론에 도달한 염상진은 김범우를 마음속에서 지워버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