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떠러지 끝에 있는 상담소 - 우리 모두는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이지연 지음 / 보아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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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처음 봤을 땐 소설로 생각했다. 요즘 자주 보이는 소설의 작명과 비슷하기에 그렇게 생각했다. 책을 읽고 난 후 느낀 것은 소설이라 칭했으나 이 책은 소설이 아닌 심리 상담 책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제목은 평범한 소설인 것처럼 보이게 했으니 제목을 보고 소설이 연상되지 않는 미스매칭으로 제목을 만들었단 생각이 들었다.

하긴 [심리상담 수록집] 이렇게 지었으면 인기가 없었겠다 싶긴 하다. 그럼에도 제목과 내용이 맞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작가도 제법 고민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책은 재미있다. 어려운 심리적 표현을 쓰지 않고 정제하여 누구나 쉽게 썼다. 다만 아쉬운 것은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묘사가 너무 부족하고 심리상담집이라 하기엔 너무 구성이 애매하다는 사실이었다. 소설이라면 좀 더 묘사가 들어가고 자연스러웠으면 한다.

"오늘 유진 선생님 말 들으면서 삶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되네요. 우리 마음은 그 사람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거 같아요. 내담자들을 보면서 느끼거든요. 그 사람의 마음을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삶이 보여요. 마음이 망가지면 결국 삶이 망가질 수밖에 없어요. 뉴스에서도 매일 보잖아요. 마음이망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망가트리는지, 자신뿐만아니라 남의 삶도 망가트리구요. 그러니 유진 선생님 말처럼평생 마음관리 잘하고 사는 게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또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도 중요하구요. 세훈씨도 자신에게 가장좋은 선택을 하리라고 믿어요."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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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커 래빗홀 YA
이희영 지음 / 래빗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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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슬립을 하는 이야기다. 요즘은 이런 책이 흔해서 소재만 보면 특별한 것은 없다. 다만 이 타임슬립의 목적이 단 하나라면 어떨까? 타임슬립이 가능하지만 단 하나를 위해서만 가능하다. 이 경우 당신의 선택은? 어떻게 보면 선택을 강요하는 이야기다. 좀 더 짓궂게 이야기하면 결말을 강요한다. 주인공도 결말을 강요받는다. 뭐 어쩌라고. 다른 선택에 대한 여지가 없다.

주인공인 나우도 그걸 안다. 그것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의 내용이 나우의 꿈일 수도 있다. 과거는 바뀔 수 없다. 하지만 그 걸 바꾼다 생각했을 때 어떻게 될까?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과 나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그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었다. 타임슬립을 하는 환상 소설일 수도 있고 평범한 소설일 수 있다. 그 중간 미묘한 위치에 이 소설이 서 있다.

참으로 미묘했다. 평범한 소재의 책인데 어떻게 보면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과연 저자는 어떤 의도였을까? 나우가 겪는 모든 일은 꿈일까? 아니면 어떤 절대자에 의해 만들어진 세상이었을까? 소설은 어느 정도 힌트를 준다. 지금 세상은 그분이 만든 세계다. 이렇게 바텐더는 계속 이야기를 한다. 그분이 만든 세계라고 하면 그럼 그분은 전지 전능한 신인가? 아니면 전능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힘을 갖고 있는 신인가?

과거를 바꿀 기회가 주어진다면 바꿀 수 있을까? 그 하나로 인해 엄청나게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그러기에 사실 난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과거를 바꾸는 기술은 나올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과거를 바꾸는 기술이 있다면 세상은 이렇지 않을 것이기에. 그렇지만 미래를 가는 기술은 나오지 않을까? 난 과거를 바꾸기보다 더 나은 기술의 미래를 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이미 지나간 날들을 아쉬워하며 묶여 있거나, 아직 오지 않은미래를 두려워하며 걱정하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요?"
바텐더가 셰이커 틴에 필터를 끼운 후 조심스레 뚜껑을 덮었다.
"아니면 양쪽 모두지요. 늘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며 살지 않습니까. 결국 손님의 시간도 언제나 과거와 미래가 뒤섞여 있을 뿐입니다."
희고 긴 손이 천천히 셰이커를 흔들기 시작했다.
"현재는 없죠."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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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유희
이가라시 리쓰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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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느낀 점은 확실히 일본의 사법 체계는 우리와 굉장히 비슷하다였다. 역시 많이 베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제법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는 말한다. 형사사건 검찰의 승소율은 99.9%라고. 일본의 검찰은 이기는 싸움만 한다고. 그럼 거기에 부당하게 피해를 입는 사람은 없을까? 이 책은 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찌 보면 사법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책이라 하겠다.

사법 시스템은 완벽하지 못하다. 그러기에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 과연 그들은 구제받을 수 있을까? 저자는 등장인물 한 명의 말을 빌어 말한다. 판사는 신이 아니다. 그러기에 무고한 희생자가 나오면 안 된다. 악질의 범죄자에게 무죄를 주는 한이 있더라도 무고한 피해자를 만드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무고한 희생자가 나오게 된다. 그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다.

법정 용어가 현란하고 긴장을 주는 법정 스릴러 소설이었다. 과연 이 재판의 결과는 어떻게 끝날 것인가.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 결말마저 내 마음에 쏙 들었다면 만점을 줘도 손색이 없다 생각했다. 하지만 결말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다. 꼭 그렇게 끝을 내야 했을까 하는 씁쓸한 마음마저 들었다. 반전 소설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결말에 도달하게 되는 논리적 과정을 즐기는 책이기에 길게 책의 이야기를 쓰는 건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다.

"신이라도 된 줄 아느냐고 아까 그랬지? 난 평범한 인간이야.
그래서 망설이는 거고. 인간이 인간을 심판하려면, 확신에 가까운 심증을 형성해야 해. 입증은 거기에 다다르기 위해 필요한 사실과 논리의 축적이고, 길 안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우려나."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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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 씨
코교쿠 이즈키 지음, 김진환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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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자세한 배경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먼 미래라고 하기엔 다소 기술력이 떨어져 있으며 지금이라 하기엔 기술이 앞섰다. 대충 근미래라 보면 맞을 듯하다. 이 시대는 짧은 전쟁이 일어났으며 그 이후의 일에 대한 소설이다. 이 시기엔 종이책이 사라졌다. 거창한 이유가 있던 건 아니다. 그냥 효용성이 떨어져 사라졌다. 사람들은 책을 사는 행동이 사치라 느껴진다.

단말기를 보면 전자책을 볼 수 있다. 마치 지금의 LP를 보는 그런? 작가는 그걸 생각하며 쓴 것 같다. 지금 LP나 CD를 사면 특별한 일로 생각한다. 그때 일어나는 일에 대한 짧은 소설 모음이었다.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생각할 만한 소재라는 느낌이 들었다.

"힘든 시대에 태어나 힘들게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이 예전 시대처럼 오래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두 아이의아버지가 아이들이 오래 살 수 있도록 매일, 계속 연구를 하고 있어요. 무서운 일로 가득한 이 세상에 책이 잠시나마, 한순간이나...
마 불안과 공포를 잊게 해주는 구원이 되었으면 해요. 원래 책이란그런 거잖아요? 읽으면서 이곳이 아닌 어딘가로 떠나는 것. 멀리날아오르는 것. 한 번이라도 멀리 떠나본 기억은 그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절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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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 원자에서 인간까지
김상욱 지음 / 바다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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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면 뭔가 싶다. 저기서 말하는 다이아몬드는 제럴드 다이아몬드 교수를 말한다. 바로 그 총균쇠의 저자를 말한다. 그 교수는 인류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재미있게 잘 풀었다. 문화사부터 세계사까지 참 잘 엮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상욱 교수도 그렇게 아우르는 글을 쓰고 싶었던 것 같았다. 제럴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훌륭한 점은 그렇게 넓은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썼다는 것에 있었다. 문명에 대해서 저렇게 쉽게 쓰기도 어려울 것이다.

김상욱 교수는 대중적으로 유명한 교수이다. 과학적 업적이 어떤지는 나는 모른다. 과학 논문은 읽을 줄 모르고 심지어 김상욱 교수의 전공분야는 양자역학으로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분야다. 어떻게든 꾸역꾸역 이해가 되는 다른 학문과 아주 다르다. 그 전의 책을 읽으면서도 무슨 말인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책이 정말 이해되는 수준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무엇을 쓰고 싶어 하는지는 알겠다.

본인의 전공 분야인 양자역학에서 일반 물리학, 역사 문화학, 생물학까지 참으로 다양한 분야를 잘 설명했다. 우주에서부터 원자 그리고 쿼크까지 잘 설명을 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 이전의 책은 하나도 뭔지 모르겠는데 쉽게 이해가 되었다.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으로 잘 설득하도록 글을 썼다. 그리 많지 않은 책을 읽었는데 이제까지 읽었던 그의 책 중 가장 잘 읽힌 책으로 생각이 된다.

장대한 생명의 역사를 알아보자고 했지만 여기서 역사 전부를 꼼꼼히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단세포 생물에서 인간이 속한동물까지의 역사를 빠르게 훑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물리학자에게 흥미로운 질문은 인간과 단세포 생물이 어떻게 연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이다. 인간과 침팬지는 분명 다르지만,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공통의 조상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을 털 없는 침팬지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인간과 지렁이를 보면대체 이들 사이에 어떤 연결 고리가 있는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앞서 이야기한 단세포 진핵생물에서 시작해보자.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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