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문장
권경자 지음 / 원앤원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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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양철학에 대한 책을 자주 접하게 된다. 내가 의도한 것도 없지 않지만 이제 내 나이가 동양철학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되었나보다. 그 전까지는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고 그다지 관심도 없었던 반면 요즘엔 아직 의미가 와닿지는 않아도 자꾸 관심이 가고 명상하듯 되뇌기도 한다. 마음에 드는 문장까지 있는 걸 보면 이제 동양 철학을 공부할 때가 되었나 보다.

 

<인생 문장>은 "나를 흔든 한 줄의 고전"이라는 소제목이 있다. 처음엔 동양 철학을 가르치는 저자가 독자에게 인생 문장이 될 만한 문장을 소개하는 책인 줄 알았는데 읽다 보니 거꾸로 본인이 생활하며 느낀 여러 감상을 동양 철학 속 한 문장과 엮은 수필 같은 느낌이 강하다. 그러니 소제목이 오히려 딱 맞는 것 같다. 책은 크게 8부로 "받아들임", "더 나은 관계", "말", "내면", "태도", "나아감", "리더십", "다스림"등으로 크게 나뉜다. 다시 소제목 당 문장 하나가 따라붙고 그에 대한 글이 이어진다. 문장 하나하나는 한문과 한글 음, 뜻 문장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본문에 들어가면 저자가 삶 속에서 느낀 점과 생각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제목과 함께 생각하며 읽으면 도움이 된다. 사실 수필 느낌이 강해서 이 소제목들에 집중하지 않으면 전혀 인생 문장을 깨닫지 못한 상태로 읽혀지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읽어도 전혀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문장들을 되새기면서 공감하면서 읽으면 좋겠다. 

 

작가의 생각과 느낌이라고는 하지만 최근 방영한 영화라든가 사건, 뉴스 등 아주 다양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과 문장을 연결해서 설명하고 있어 읽다보면 시사 상식도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같은 사건을 접해도 어떤 이는 이렇게 인생 문장을 떠올린다고 생각하니 무척 부럽기도 하다. 문장에 대한 설명과 유래는 있지만 조금 깊이 이해하기는 호흡이 짧아 문장을 필사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자는 사람을 네 종류로 나눕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생이지지, 배움을 통해 앎에 이르는 학이지지, 힘들고 곤란한 일을 겪은 후 앎에 이르는 곤이지지, 곤경에 처해서도 배우려 하지 않는 곤이불학이 그들이죠."...37p


저번 동양철학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도 이 문장이 그렇게 눈에 밟히더니 이번 책을 읽으면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되었다. 평생 배우는 자세가 중요한 때, 곤경에 처해서도 배우려 하지 않고 자기만 옳다고 우기는 몇몇 이들 때문에 우리가 지금 얼마나 불행해지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화가 난다. 


"협동은 현생인류가 지구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힘이었지요. 자발적이진 못하더라도 타인과 함께하고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야말로 사람다운 세상을 만드는 길이 아닐까요?"...38P


작가의 말로 마루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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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이 삶이 되는 동양철학
임정환 지음 / CIR(씨아이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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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윤리와 사상을 공부하던 큰 딸이 머리를 쥐어싸며 외쳤다. "으아~ 도대체 무슨 소리야~!!!" 다른 사회 과목보다 재미있을 것 같다며 선택하더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단다. 난 비록 동양 윤리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책 좀 읽는다고 폼 좀 잡아봤으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자만심으로 이리 가져와보라 했다. 흠... 둘이 아무리 머리를 짜보아도 그다지 신통치 않다. 이런 거 아닐까? 정도에서 그치는 정도인데 시험 공부는 무릇 그렇게 하면 안되는 법이니~ 조용히 입 닫고 외우라 할 밖에.


생각해 보면 내가 공부할 때도 제대로 이해해보려 하지 않고 외워버렸다. 그 이후 서양 철학에 대해선 몇 권의 책을 통해 익숙해졌지만 동양 철학은 그다지 접해보지 못했다. 어릴 적 장자의 "호접몽"을 만화를 통해 읽으며 신기해했던 정도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할 즈음 <앎이 삶이 되는 동양철학>을 만났다.


저자는 <윤리와 사상>, <생활과 윤리>, <EBS 수능 특강>, <EBS 수능 완성>을 집필한 경력의 현 고등학교 교사이시다. 아이들에게 윤리를 가르치다 보니 "철할자들의 주장이 삶의 경험들과 연결되며 앞으로의 삶을 변화시켜 줄 의미있는 교훈으로 다가왔다"(...5p)고 한다.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게 되니 아이들에게도 단순히 첧학 사상의 내용을 가르치기 보다는 샐생활에서 지니는 다양한 의미를 이야기해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모든 선생님들이 이런 분이시면 얼마나 좋을까.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하며 수업은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데서 벗어나지 않는 상황을 지켜보며 이분의 여는 글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책은 각 사상가의 소개에서부터 그 사상가가 주장한 사상을 설명하고 아주 오래전 주장된 이 사상이 그 시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우리 삶 속에 적용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나 실제로 적용시키기 위한 마음가짐 등을 설명해주고 있어 진정한 동양 철학의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교과서에서처럼 첫 문은 유교의 공자와 맹자, 순자가 열고 도가의 노자와 장자를 설명한 후, 불교의 석가모니로 끝을 맺는다. 사실 특별히 공부하지 않아도 역사를 공부하면서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유교는 참으로 익숙한 학문이다. 때문에 유교 자체를 이해하는 것보다는 공자와 맹자, 순자가 어떤 점에서 다른 지를 설명하는 부분이 참 재미있었다. 그 외에도 맹자의 성선설과 고자의 성무선악설, 순자의 성악설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게 읽었다. 같은 예에서 시작하지만 생각하는 과정은 다른 것이다. 


책은 어렵지 않다. 어려운 한문을 배제하고 풀어서 쉽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익숙치 않은 내가 한꺼번에 읽으면 너무 많은(실제로 많지는 않지만 역시나 과부하는 걸린다) 사상들이 섞여버린다. 또한 시험을 앞두고는 그 많은 범위 중 일부분인 이 책을 읽기엔 시간도 없지 싶다. 그보단 동양 철학을 이해하는 첫걸음으로 방학 등을 이용해 한 꼭지씩 읽고 꼭꼭 소화시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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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 읽는다는 것 - 각자의 시선으로 같은 책을 읽습니다
안수현 외 지음 / SISO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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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만 보고는 독서 모임을 하는 몇 명이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눈 즐거운 이야기가 담긴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평소 독서 모임을 하고 싶었으나 아직은 용기가 나지 않아 그저 남들 이야기만 읽고 있는 나로선 가볍게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모여 읽는다는 것>은 책을 통해 치유받고 좀더 나아가고 싶었던 한 사람이 만든 독서 모임과 그곳에서 책을 함께 읽고 자신을 성장시켜 나간 이들의 각자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러니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훨씬 치열하고 깊고 충격적이다. 우선 한 사람이 겪은 에세이 형식이 아닌 같은 경험을 어떻게 다르게 느꼈는지를 한 사람 한 사람이 고백하고 있기 때문에 소제목 "각자의 시선으로 같은 책을 읽습니다"처럼 같은 경험을 통해 각자 느끼고 성장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을 읽는 독자로선 하나의 독서 모임이 각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다르게 끼치고 각자 어떤 발전을 이루었는지 다각도로 느낄 수 있다.


맨 처음은 이 그룹의 리더인 안수현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왜 독서 모임을 만들 결심을 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독서 모임을 만들게 되었는지, 한 번의 실패를 거친 후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강력한 리더십과 탁월한 배려심으로 어떻게 이 모임을 이끌었는지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독서 모임에 평소 관심이 있었다면 이 앞부분 글을 통해 어떤 리더가 필요한지를 아주 잘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 독서 모임의 목표가 "나를 깨우는 독서 모임"이니 그만큼 자신을 깨울 수 있는 책을 선정하고 리더의 질문을 통해 치열하게 읽고 끈임없이 자신에 대해 성찰하며 정말로 자신을 깨우는 경험을 한 각자의 이야기가 회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해진다.


나는 15년 전에 <연금술사>를 읽었고 10년 전쯤 <시크릿>과 <호오포노포노의 비밀>을 읽었으며 <데미안>은 10번도 넘게 읽었다. 6번을 넘게 읽고나서야 이해가 되기 시작하고 좋아지기 시작한 <데미안>을 제외하곤 나머지 책들은 가끔 생각은 나지만 크게 감흥을 받은 책은 아니다. 그런데 이들은 이 책들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독서는 글만 읽는 것이 아니다. 읽고 나선 내 느낌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하고 가장 마지막은 독서를 통해 얻은 것을 실천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나는 항상 두번째에서 멈췄다. 그리고 또다시 다른 책을 손에 든다. 진정한 독서였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책을 읽는 내내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기회를 만나 자신을 변화시킨 이들이 무척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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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독증의 이해와 교육방법 - 난독증 아동 청소년을 위한, 2021 세종도서 학술부문 우수도서 선정
Cynthia M. Syowe 지음, 박재혁 외 옮김, 조미아 감수 / 글로벌콘텐츠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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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난독증이라고 하면 글을 보기만 해도 어지러운 상태, 겨우겨우 읽어냈지만 이해도 하나 되지 않고 줄거리도 알지 못하는 상태, 순서를 뒤집어 읽거나 자기 마음대로 바꿔 읽는 상태라고 생각된다. 그러니 내가 만나는 아이들 중 대부분은 난독증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독증의 이해와 교육방법>이라는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동료 선생님께서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가 난독증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시고 고민을 나누셨기 때문이다. 어디까지가 난독증인지 우리가 잘 모르기 때문에 그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나도 생각해봤다. 나에게도 가르치기가 유독 힘든 친구 3명이 있다. 지금까지는 어찌어찌 아이에게 맞춰 달래가고 얼러가면서 해 왔는데 사실 이 아이가 난독증이라면...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난독증은 언어의 습득과 언어적 정보처리를 방해하는 장애로서 신경학적인 기반과 종종 언어의 습득과 처리에 장애가 있는 가족력을 갖고 있다. 심각성의 정도는 다양하지만, 이는 읽기, 쓰기, 철자, 필기 및 때로는 산술에서 음운론적 정보처리를 포함하는 수용적 언어 혹은 표현적 언어에서 어려움으로 나타난다.

23p

그러니 내가 알고 있던 것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새롭게 알게 된 건, 난독증은 후천적인 환경에 의한 것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유전에 의한 것일 확률이 크다는 점, 읽기와 쓰기 이외에 다른 분야에선 특별히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큰 점과 적절히 치료하면 성공적 개선을 통해 다른 이들처럼 성공적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난독증의 이해와 교육방법>은 제목에서와 같이 아주 전문적인 도서이다. 난독증 전문 치료사가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며 느낀 점들과 체계적인 치료 방법을 아주 차분하게 자세히 설명한다.

난독증의 정의에서부터 평가가 어떻게 내려지고 진단은 어떻게 하는지, 진단을 받고나면 행해지는 특수교육과 환경적으로 다양하게 받을 수 있는 개입 그리고 직접적으로 난독증 아이들을 가르칠 때 지켜야 하는 교사로서의 자질과 원칙, 그 후로는 직접 가르치는 방법이 빼곡히 담겨 있다. 그뿐 아니라 난독증 아동 청소년에게 쏟아질 편견이나 오해들을 풀어주고 부모로서 지켜야 하는 행동들도 제안한다. 그러니 난독증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거나 난독증 아이를 둔 부모라면 꼭 한 번 읽어둘 필요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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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챕터 뒤에는 실제 난독증 아동이나 부모의 인터뷰를 통해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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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읽기 가르치기부터는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가득하다

사실 이 책은 미국 전문가의 글이기 때문에 모든 설명이 미국에 맞춰져 있다. 그래서 난독증 아동 청소년을 위한 시스템이 얼마나 훌륭한지 간접체험할 수 있고 미국의 경우 어려운 영어를 읽지 못해 발견된 난독증 아동 청소년들이 얼마나 쉽게 발견되고 교육을 통해 일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라면 어떨까. 저자의 글을 보면 이들은 이 난독증 아동 청소년들이 당연히 공부를 원하면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하고 원하는 전문직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배우기 쉬운 한글이기 때문에 발견되기도 쉽지 않고 여러 여건 상 전문 교육을 받기도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나부터도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한 번 진료라도 받아보라고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진료를 받고 진단을 받더라도 치료와 진행은 모두 개인의 몫이니 잘 따라주지 않는 환경이라면 아이는 공부를 포기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생각보다 난독증을 진단내리는 기준이 너무 복잡하고 그 범위가 너무 넓어서 나로선 범위 밖이지만 지금까지 내가 해 왔던 방법들이 틀리진 않았으니 최선을 다해볼 밖에. 부모님들도 피하고 묵인하기보단 용기내어 아이의 삶을 한층 더 밝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난독증, 난독증 교육, 아동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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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벤 길마 - 하버드 로스쿨을 정복한 최초의 중복장애인
하벤 길마 지음, 윤희기 옮김 / 알파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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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에 50% 이상 3도 화상을 입고 14번에 걸쳐 수술을 하고도 이겨냈던 이지선 작가는, 한국에서는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시선을 견딜 수 없어 항상 고개를 숙이고 다녔지만 유학을 갔던 미국에서는 아무도 자신의 무너진 얼굴에 신경쓰지 않더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사회 복지에 대해 공부했다고. 미국은 물론 차별이 심한 나라이기도 하지만 나와 다른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문화 개방성도 높은 나라이다. <하벨 길마>라는 책을 읽고 보니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낯설게 느껴지는 이름은 에리트레아의 언어인 티그리냐어로 "자긍심"이라고 한다. 에티오피아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나라의 자긍심을 중복장애인 딸에게 심어준 것이다.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집안일에 소홀하게 하거나 도전이나 용기를 잃지 않게 키웠다. 조금의 걱정은 됐지만 스스로 독립하려는 딸을 끝까지 막지는 않았다. 그래서 비록 눈도 안 보이고 귀도 들리지 않는 중복장애인이었지만 하벤 길마는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찾아 한 발, 한 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다. 자신과 같은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한 부류의 사람만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사회는 편협한 시각으로 사람을 바라보는 사회이지요. 그런 사회에서는 저와 같은 사람들이 소외되고 있어요. "...13p


앞부분 하벤 길마의 어린 시절을 읽다 보면 많은 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참 운이 좋아서 이 여인은 많은 것들을 누리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는 장애 학생들을 돕는 선생님이 곁에서 많은 것들을 챙겨주고 장애인들을 위한 각종 센터와 교육 프로그램이 있고 집에서는 어느 정도 지원이 된 듯하니 말이다. 사회와 가정의 완벽한 도움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하벤 길마에게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으니 자신만의 세상에 쉽게 갇힐 수 있었고 비장애인에겐 쉬운 일도 많은 생각과 걱정을 통해 용기를 내야만 가능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책에는 그럴 때마다 자신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는지 아주 잘 묘사되어 있다. 


"자신감은 자기 내면에서 나온다는 말. 안내견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지팡이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배나 비행기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자신감은 자기 내면에서 나온다."...190p


하벤 길마의 진정한 도전은 대학 입학 후에 나온다. 진정한 독립을 한 후 만나는 많은 사람들을 통해, 아직까지 중복장애인을 받아보지 않았던 각 사회 단체 안에서. 많은 편견과 오해 속에서 하벤은 길을 잃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그제서야 하벤이 걸어온 길이 그저 운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다시금 우리나라를 생각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장애가 없어도 장애를 가진 분들이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살아가기 힘들지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직접 겪은 것이 아니니 그분들의 고통은 내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시각장애 거지의 이미지가 깊게 박혀 있어 시각장애인도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221p)하는 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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