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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 묻힌 곳 ㅣ 일본문학 컬렉션 3
에도가와 란포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2년 8월
평점 :
책을 고를 때 대부분 작가를 믿고 선택하는 편이지만 몇 권의 책을 접하며 시리즈 혹은 출판사의 편집 능력에 감탄하며 무조건 믿고 선택하게 되는 책도 생긴다. "작가와비평" 출판사의 일본문학 컬렉션이 그렇다. 짧은 생을 살다 간 여섯 명의 일본 천재 작가의 단편선에 이어 앞선 시각으로 일본 문학에 한 획을 그은 일곱 명의 여성작가의 단편선, 그리고 이번엔 미스터리 문학에 접근하는 다섯 작가의 단편선이 그것이다. 한 작가의 단편을 모아 한번에 읽는 것도 좋지만 그 작가의 모든 작품이 한데 담기는 것도 불가능할 터, 그렇다면 이렇게 주제별로 묶어 소개해주는 소설을 읽는 맛도 쏠쏠하다. 우선은 각 작가의 특징이 두드러지게 드러나기에 같은 주제에 대해 각각의 개성이 돋보인다. 또한 한 주제의 내용을 이어 읽다 보니 여러가지 면으로 생각하면서 읽게 된다.
일본문학 컬렉션의 3번째 이야기 <비밀이 묻힌 곳>은 탐정 소설과 미스터리 소설을 쓴 다섯 작가의 작품을 담고 있다. 이 분야에 이름을 널리 알린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에서부터 이 작가가 이런 작품도 썼나? 싶은 다니자키 준이치로, 다자이 오사무, 사카구치 안고와 나쓰메 소세키의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사실 이전에 꽤 많은 권수의 일본 탐정,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나선 한동안 그 분야의 독서를 끊은 터였다. 계속해서 읽다 보니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일본 문화를 비롯해 선을 넘는 듯한 표현들이 난무한 작품들도 있어서 내겐 좀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컬렉션 속 작품들은 그렇게 다양하고 많은 탐정, 미스터리 소설들이 탄생하게 된 밑바탕이 된 작품들이라 할 수 있기에 더욱 의미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론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비밀"과 나쓰메 소세키의 "불길한 소리"가 가장 인상깊었다. 우선 "비밀"은 감정과 세부 묘사가 무척 뛰어났다. 때문에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 그가 분한 모습, 그가 지나간 거리가 마치 눈에 보이는 듯했다. 어떻게 이렇게 섬세할 수 있는지 그저 감탄스럽기만 하다. 그런 묘사들은 줄거리상으로는 전혀 미스터리하지 않은 것들을 미스터리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불길한 소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공포를 전혀 느끼지 않는 한 남자가 불길한 소리들을 연이어 들은 후 느끼는 공포감을 너무나 공감가게 조금씩 몰아간다. 그 공포의 대상은 끝까지 밝히지 않은 채 그저 분위기만으로 읽는 독자마저 무언가 있을 것이라 믿게 되는 것이다.
유명 작가들의 힘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경험이었다. 익히 알던 스타일의 글만이 아닌, 전혀 다른 타입의 글도 이렇게 유려하게 쓸 수 있구나, 하고. 이제 가을이 왔구나...싶다가 다시 기온이 올라가는 요즘, 아주 푹 빠져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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