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충돌과 융합 - 동아시아를 만든 세 가지 생각 역사의 시그니처 2
최광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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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문화권'을 설명할때, 이에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저마다 어떠한 형태로서 '윤리 규범과 사상 등을 형성(하고 공유)하는가에 대한 것일터다. 예를 들어 서양의 기독교는 단순한 유일신을 모시는 종교만이 아니라, 그 세력권내에 있는 수 많은 문명권에 있어서 (비교적)막대한 윤리적 가치관을 제공해왔다. 물론 그러한 가치를 통해 역사에 비추어 수 많은 광기와 오만함을 드러낸 사건들이 일어 났으며, 이에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날 현대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데는 법률과 같은 사회적 규범 등이 보다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무엇이 사람들에게 선악을 구분하게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면 역시나 오랜 종교적 윤리관에 기댄 해답이 돌아올 가능성이 클 것이다.

이에 반대로 동양세계에 눈을 돌리면, 한 줄기의 커다란 진리가 아닌 보다 다양한 '진리 추구'가 충돌하고 또 융합되어진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그러한 과정은 결코(진리와는 동떨어진) 평화적인 것이 아니였을 것이다. 예를 들어 공자의 유교, 석가모니의 불교, 무위자연설을 근간으로 하는 민족 종교인 도교과 그 밖에 동북아 수 많은 문명 사이에서 형성되어진 토착종교들이 오늘날의 종교관처럼 융합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갈등과 충돌을 불러 일으켜왔을까? 더욱이 이러한 진리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정치와 통치를 수행해야 하는 국가와 지도자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 갈등을 조정하고 나름 필요한 사상적 가치관을 융성하게 할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후 통치이념으로 기능한 유교는 사회윤리의 규범이 되었으며, 불교는 내세를 위한 신앙으로 숭상되었고, 도교는 일상의 삶에서 재앙을 쫓고 복을 부르는 기능을 하였다. 이처럼 삼교가 서로 충돌하지 않고 하나로 융합되어 간 것이다.

65쪽 동아시아 정치 철학의 확립

각설하고 이 책은 동북아 고대사회부터 형성된 독특한 '윤리와 정치관'이 그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확산되었는가... 또는 (풀이하여) 고대 중화 문명과 한반도, 일본에 이르는 커다란 문명권에 녹아들어 커다란 동양사상으로서 융합되었는가? 에 대한 탐구를 위하여 지어졌다는 감상을 준다. 이를 위해서 저자 또한 위에 언급한 다양한 고대 국가들의 관계와 교류 또는 융성과 몰락의 역사와 그를 증명하는 수 많는 기록을 통해 그 결과의 이면에 있는 가치관의 융합과 충돌의 진행과정을 드러낸다.

특히 융합이란 단순히 상대의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이미 지니고 있는 것과 새로운 것을 녹여내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기에, 이에 저자는 단순히 어느 특수한 사상이 보다 선진적이고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닌 이러한 사상의 확산이 불러온 보편적인 (동북아)세계질서의 확립과 그 세계관 속에서 관계를 유지한 문명의 특징을 살펴보고, 결국 서로간의 문화 등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오랜 융합의 과정을 바탕으로 한 올바른 도적적 개념과 '인간관'을 공유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교류의 역사를 되짚어보며, 오늘날 만연해진 혐오와 '외곡되어진 역사관' 등이 바로잡혀지기를 소망한다.

결국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주장하는 가치는 화합이다. 물론 기나긴 역사 속에서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 아닌 국력을 바탕으로 서열을 강요하거나 문명과 야만을 구분지었던 역사가 없었던 것도 아니였으나, 그렇다고 다른 것을 억지로 배척하고 혐오하며, 자신 스스로를 두꺼운 껍질에 가둔 행동의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굳이 '십자군' 같은 사건 만이 아닌 대한민국 이전의 역사를 살펴보아도 보다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지배층 내부의 균열은 고구려 멸망의 결정적인 이유였다. 여기에는 사상계의 분열로 나라가 구심점을 잃고, 국력을 하나로 모으는 결집력을 발휘하지 못한 탓이 무엇보다 컸다. 그 전조는 바로 도교의 수용이였으며, 도교의 장려와 불교의 탄압은 사상계의 분열을 초래하였다.

143쪽 고구려의 편향된 도교 진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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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로 산다는 것 - 왕권과 신권의 팽팽한 긴장 속 조선을 이끌어간 신하들의 이야기, 개정판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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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수많은 역사에 비추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참모의 모습은 소위 킹메이커(소위 전략참모)와 같은 것이 아닐까 한다. 때문에 이 책의 주제가 된 국가 조선에서 가장 참모의 역활에 충실한 사람 또한 정도전과 같은 커다란 개혁적 사고(또는 혁명적인 사고)를 가지고 행동하는 신하 또는 조력자를 떠올리게 되지만, 의외로 이 책에 등장하는 수 많은 사람들이 보여주는 참모로서의 의의는 '나라와 사람을 중심으로 당시 사회의 한계를 인지하고 변화시키려는' 비전을 가지고 행동하는 모든 사람'을 가르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황이 선조에게 올린 상소문 <무진육조소>는 제왕의 길을 여섯 항목으로 제시한 것이다. (...) 주자성리학은 이황이 배출된 이후 조선의 정계.학계.사상계를 이끌어 가는 공고한 지도개념으로써 사회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192쪽 퇴계 이황

때문에 위와 같은 인식과 자질을 바탕으로 조선왕조500년의 오랜기간동안 찾아온 '국가의 위기'를 극복해온 사실은 분명 오늘날에 있어서도 유효한 교훈을 주는 것이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전란과 같은 외세의 급변하는 위기에 필요한 리더의 판단과 실행력은 어떠한 것인가? 또는 서서히 사회적 내부에서 생겨하는 부조리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결단과 비전은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수 많은 상황과 과정 그리고 결과를 통하여 때때로 이를 과거의 수많은 사건 등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과 함께 이후 오늘날에 보여지는 현상에 비추어 어떠한 교훈적 가치관을 발견하게 하려는 노력 등은 분명 오늘날 정치와 공직 등에 몸담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보다 더 나은 길을 걸을 수 있게 하는 하나의 등불(모든 역사적 교훈의 의의라 할 수 있겠지만...)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 수군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과정이 실려 있다. 이때 이원익은 이순신을 적극 옹호하고 원균을 비판했다. (...) 정파 간 대립과 명분과 이념의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오늘날의 정치 현실때문일까? 이원익과 같이 시대건 국익과 민생을 위해 자신의 역량을 펼쳤던 참모의 출현이 더욱 기다려진다.

330~ 334 이원익

결국 많은 사람들이 조선을 일컬어 '정체되어 있었다' 말하지만 적어도 책 속의 다양한 참모들은 해당 시대의 여러 상황과 사건 속에서 도덕성과 청렴성 보다 합리적인 사고 등을 드러내며 '과거를 뛰어넘는 변화'를 추구해왔다. 덕분에 이들은 참모로서... 또는 보다 강한 변화를 추구하는 지도자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성군을 도와 스스로의 이름까지 남긴 뛰어난 능력의 재상, 지도자에게 앞으로의 국가에 필요한 변화의 실현을 주문하는 제안자로서, 그 다양한 역활을 통해 이처럼 역사에 기록되었고, 이에 저자의 지식과 가치관을 더한 보다 새로운 해석의 주제로서 다루어지기에 이른다.

혹여 단순히 이들이 권력을 활용하여, 또는 스스로의 재능을 더해 보다 더 높은 관직과 세력을 늘리는 것에 몰두한 인물들이여도 결국 한 시대의 권력자이자 측근으로서 이를(사전적 의미의) '참모'라 인식하는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저자는 그러한 개인의 영달을 위한 참모가 아닌, 보다 '시대를 이겨낸 참모'의 본질을 드러내고 또 그와 같은 인물들이 오늘날의 현실 속에서도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현재 수 많은 사람들이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고, 사회 여기저기서 드러나는 사회적 문제에 위기를 느낀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실질적 행정을 기대하는데 있어선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고있다. 이에 나는 이 책을 통해 단순히 뛰어난 지도자, 격이 다른 정치가의 출현을 막연히 기다리는 것이 아닌,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먼저 사회가 이를 발탁하고 활용할 수 있는 '포용적인 환경'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혹여 한정된 정치적 진영과 논리에 가로막혀 (개인)스스로의 정의와 믿음을 내려놓아야 한다면? 아니면 그저 정치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진영의 그늘에 가려져 안주하며, 치열하게 살아가기를 포기하는 공직자들이 늘어간 간다면... 결국 그 국가의 미래 또한 결단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 숙종 때는 소론의 정치적, 사상적 대립이 치열하게 전개된 시기였다. (...) 온건하고 타협적인 정치 노선이 큰 작용을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적 기저에는 사상적으로 주자성리학에만 매몰되지 않고, 양명학, 음문학, 수학 등 다양한 학문에 관심을 가지는 개방적 입장이 있었다.

446쪽 최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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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
길승수 지음 / 들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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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존재했던 수 많은 국가들이 외세의 침략을 받아 '어떠한 영향을 받은 역사'에 대하여 크게 많은 사람들은 이를 비극에 가까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침략을 받아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삶의 터전이 사라지며, 심지어는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남은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등이 변화할 정도로 전쟁은 단순히 국가간의 힘겨루기와 승부를 내는 것이 아닌 역사에 커다란 상처를 남긴다. 때문에 위의 책의 주제인 고려와 거란사이에 일어는 전쟁 또한 그 결과를 떠나 그 진행상황에 따라 많은 사건이 따랐을 것이다. 물론 크게 살펴보면 서희와 강감찬과 같은 뛰어난 인물들에 의하여 고려가 무너지지 않고 이후 100년에 가까운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은 곧 고려의 끈질긴 분투가 만들어낸 최종적인 승리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지만... 역시나 그 밖에 고려가 무엇을 잃었는가?를 생각해보면 역시 적지 않은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것이 많다.

이에 저자는 이 전쟁의 시작과 진행과 같은 많은 역사적 사실을 풀어내려 노력한다. 이에 역사적으로 고려의 단편적인 역사, 또는 지식의 영역에서 자랑스러운 역사이자 잘 알려진 것들과는 달리 전체적으로 왕과 신하들이 전황에 대하여 어떠한 대비를 하려 했는가? 또는 실전과는 달리 정치적 외교적 노력이 거란에 얼마만큼 영향을 발휘했는가? 더욱이 전쟁의 가운데 놓인 군인들과 백성들은 그 어떠한 환경에서 저항의 의지를 불태웠는가?를 어쩌면 이 책을 통해 보다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의 장점이 크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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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러시아 로마노프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4
나카노 교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한경arte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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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나에게 있어서 '러시아의 역사'는 크게 혁명과 체제의 변화를 중심으로 비추어지는 국가... 특히 근현대 정치 사회적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는 사회주의적인 국가에 한정되어 있었다. 때문에 책을 살펴보기에 앞서, 전근대 시대의 왕조의 계보를 살피고 특히 로마노프왕조의 시작과 몰락에 대한 여러 역사적 이야기를 접하려는 것은 어쩌면 단순히 한 왕가에 대한 지식을 습독하는 것이 아닌 과거 러시아라는 국가를 보다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지 않을까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품을 수 있다고 생각이 된다.

그러고보면 흔히 유럽의 역사를 바라볼때와는 다르게, 러시아는 나름 폐쇄적이고 톡특한 여러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때때로 러시아는 척박하고 황량하며 매우 거대한 미개척지를 지닌 국가로서, 보다 일반적인 대륙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타국과의 연계가 보다 느슨하다는 특이점을 가졌다. 때문에 러시아의 문화와 성장 가운데서 일종의 서양화를 꾀한 소수의 개혁론자와 러시아 전통을 고수하려는 사이에서 '지도자'스스로가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정치에 임했는가는 분명 역사속의 러시아가 형성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왔을 것이 분명하다.

이에 위의 역사를 접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기록'이다. 물론 위의 서적에 수록된 다양한 유화(그림)역시도 당시의 시대와 역사를 증명하고 있지만, 그밖에도 러시아제국의 흐름과 한 사건의 의미를 해석하며 그려낸 명화의 본래 목적?을 생각해보게 된다면, 이는 단순한 미술 시각적 의미와 기록을 떠나, 그 당시 화가의 손에 의하여 그려진 그림들이 당시의 시대상을 어떻게 그려내려 하였는가? 또는 체제의 정당성이나 비판 또는 어느 정치적 이익에 부합하기 위한 목적에 의하여 그려졌는가에 대한 나름의 지식과 해석이 동반되어야 보다 흥미로운 역사의 이해가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때문에 위의 명화들은 단순히 역사의 이해를 돕는 그림이 아니라, 실제 일어났던 어떠한 사건에 대한 증명이자, 명분을 더해주는 또 다른 목적을 두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물론 이는 각각의 왕조의 후원 속에서 그려진 것도 많으나, 그밖에 이반뇌제를 포함한 왕가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보다 인간적이고 뒤틀린 감정 속에서 일어난 '사도세자'와 같은 리얼함을 느낄 수 있는 것에는 그 어떠한 목적에 의한 그림이 그려지게 되었는지 심히 궁금해질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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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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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에 의하여 시작된 '프랑스 침공' 그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장의 환경 속에서 당사자에 해당하는 군부와 군인들이 겪었을 혼란과 공포는 오늘날 역사 속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그러나 의외로 당시의 프랑스 국민들이 겪었을 혼란에 대해서는 그다지 주제로 삼는 사람이 없다. 이에 이 소설의 줄거리에는 위의 궁금증이나 그 밖에 관련된 시대의 이미지를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나름대로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책 속에 등장하는 파리의 모습은 흔히 전시 상황이라 해도 쉽사리 납득할 수 없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일반인들의 전화를 도청하고 검열하며, 언론조차도 전장의 상황을 곡해하여 '승리와 전진'만을 부르짖는 바람에 정작 평범한 일반인들은 어렴풋이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그것이 확실히 무엇에 기인하는가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러한 막연함 속에서도 크게 세명의 이야기로 나누어지는 (줄거리)이야기는 위의 국가적 위기 등을 떠나, 개개인 또한 그리 삶이 모범적이지도 또 평범하지도 않음에도 어느 때나 감정적인 일에 휩싸이고 또 저마다의 삶의 고뇌 등을 안고 생활하고 있다는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도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장군의 옆모습 자신의 이해 범위를 완전히 벗어나는 어떤 광경에 놀라 버린 남자의 그 경악한 그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였다. (...)

189쪽

물론 그러한 혼란 속에서 무엇보다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사람도, 또는 국가와 사회가 부여한 의무에 매달리는 사람도 모두 불안한 현실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 노력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서로가 생각한 가치관과 행동에 따라, 그에 맞닥뜨린 결과 만큼은 전쟁이라는 상황에 맞물려 더욱 비참해질 때가 있다. 실제로 등장 인물 중 한명은 과거 버림받은 과거와 결코 폄범하지 않은 양육과정을 통하여 세상을 삐뚤어진 눈으로 바라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이에 모두가 전쟁을 이해하지 못하고, 또 두려움에 떨어도 적어도 그 만큼은 남들보다 다른 신경과 가치관을 가지고 전장과 타인 주변의 모든 것을 이용하는 삶을 서슴없이 살아간다. 비록 그가 훗날 약탈과 탈영이라는 죄명으로 감옥에 가두어 고초를 겪게 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야바위꾼'으로서의 삶을 살았던 그의 삶에서 문제를 찾아야 할 것이 아니라, 무질서한 후퇴와 붕괴된 군의 체제 속에서, 부분별하게 군사지령을 남발하며 혼란 그 자체를 유발한 정부 등의 문제가 더 크다 할 것이다.

적에게 수도를 고스란히 가져다 바친 정부는 (...)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는 (...) 천여 명 수감자들의 운명은 망해 가는 국가의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참모부의 결정에 달려 있었다.

422쪽

각설하고 결국 혼란과 무질서가 뒤섞인 프랑스에서 그나마 서로가 추구하거나 발견하려 했던 가치를 충족시키게 된 이유에 흔히 용기와 헌신 또는 윤리적 올바름을 떠올리는 것과는 달리 이 책은 기만과 거짓말 등과 같은 인간관계 가운데서 지양해야 마땅한 가치들이 더 빛을 발한 '아이러니'를 주제로 한다. 언제나 남을 속여왔던 사기꾼이 만들어낸 작은 종교 공동체에서, 세명의 주인공들이 저마다의 만남을 성사시킨 것, 앞으로의 미래를 나아갈 이유를 발견하게 되는 현상을 바라보면서, 흔히 일반적인 상식으로서는 이를 쉽사리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가상의 다른 이야기와 같이 세상에 인류의 문명이 붕괴하거나, 커다란 위협을 받고 있는 '세기말'의 세상에서 서로가 살기 위한 이해관계 속에서 똘똘 뭉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때, 어쩌면 세상사 어느 특수한 상황에서 필요한 가치관이란 꼭 하나의 절대적 가치보다는 당시 상황과 필요성에 걸맞는 변화하는 가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들은 가지고 나온 얼마 안되는 것들을 피란길에 다 잃어버렸는데, 여기에는 그들이 품었던 마지막 환상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 연대감은 녹아 없어지고, (...) 누구보다도 외국인들이 이러한 풍조를 끊임없이, 그리고 고통스럽데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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