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에 의하여 시작된 '프랑스 침공' 그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장의 환경 속에서 당사자에 해당하는 군부와 군인들이 겪었을 혼란과 공포는 오늘날 역사 속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그러나 의외로 당시의 프랑스 국민들이 겪었을 혼란에 대해서는 그다지 주제로 삼는 사람이 없다. 이에 이 소설의 줄거리에는 위의 궁금증이나 그 밖에 관련된 시대의 이미지를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나름대로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책 속에 등장하는 파리의 모습은 흔히 전시 상황이라 해도 쉽사리 납득할 수 없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일반인들의 전화를 도청하고 검열하며, 언론조차도 전장의 상황을 곡해하여 '승리와 전진'만을 부르짖는 바람에 정작 평범한 일반인들은 어렴풋이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그것이 확실히 무엇에 기인하는가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러한 막연함 속에서도 크게 세명의 이야기로 나누어지는 (줄거리)이야기는 위의 국가적 위기 등을 떠나, 개개인 또한 그리 삶이 모범적이지도 또 평범하지도 않음에도 어느 때나 감정적인 일에 휩싸이고 또 저마다의 삶의 고뇌 등을 안고 생활하고 있다는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