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하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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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에세이와 두 번째 만남.

이번 주인공은 발랄한 현실주의자라는 네오라는 캐릭터.

지금 생각해보니 나의 카톡 메시지에서 은근히 잘 써먹는 캐릭터이기도하다. 그만큼 내 감정이 네오의 감정과 닮아서일까? 특히 잘난 척하며 머릿결을 휘날리는 이모티콘은 내가 젤 애용하는 듯^^

 

잠자기 전에 머리맡에 떠 놓는 물을 자리끼라고 한대.

자다 깨서, 혹은 다음 날 아침 눈 뜨면

목이 마를 수 있으니까 미리 물을 준비해두는 거야.

그래서 말인데

나는 네게 자리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문득 자다 깨서 사무치게 외롭고 공허한 밤이 있잖아.

그렇게 이유 없이 목마른 밤에 나를 기억해줬으면 해.

내 존재가, 내가 네 편이라는 사실이

너의 갈증을 덜어줬으면 해. (p.100)

 

자리끼 같은 사람이라...참 멋있는 말이네.

연말이 다가오고, 한 해 동안 했던 업무 성과를 마무리하는 요즘이어서 그런지 자꾸 새벽녘에 잠을 깨곤 한다.

개인적으로나 회사일로나 너무 힘든 일이 많아서 올 한해 빨리 지나갔으면 했는데 이렇게 또 마지막 달이 되니 다시 생각이 많아진다.

내 감정을 이런 호르몬 따위에 질소냐라고 버티어봐도 한 두 번씩 무너지는 마음들은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자리끼 같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여러번의 이직 끝에 정착한 현재 회사. 일은 많이 힘들지만 나름 보람도 느끼고 뭔가 발전하고 싶다는 동기부여도 되는 곳이지만 너무 보수적인 틀에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다.

한계가 명확한데 이걸 깨보려 시도하는 내 모습을 안쓰러워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럴때마다 자리끼 같은 몇몇 동료들이 나를 지지해준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때가 있다. 내가 뭐라고 이 사람들이 이렇게 나를 위해 애를 써줄까?

혹은 이 사람들이 없으면 내가 버텨낼수 있었을까?같은 사람들. 다시 생각해도 고맙네.

 

회사에서의 내 모습은 현실주의자인 네오캐릭터와 많이 닮아있다.

순응적인듯 하면서도 존재감을 드러낼 땐 확실하게 드러내고, 마음의 근육이 제법 붙어서 내 뒷담화도 담담한척(?) 넘길 여유도 있고, 내가 한 일은 스스로 인정받기 위해 잘난 척도 한번씩 하는 그런 모습. 그래서 이런 전쟁같은 회사생활을 버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사랑만큼은 네오를 좀 더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사랑이라는 감정앞에서는 내 자신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고, 항상 약자인듯한 생각이 들어서다. 사랑받는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무의식적인 노력에 지쳐가는 나를 발견할 때는 더욱 그렇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익숙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진리가 되새김질 된다.

결국 나를 온전히 사랑해야 남도 온전히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다는 그 진리.

남에게 사랑받기 위해 애쓰기 전에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부터 찾아야한다는 그 진리.

를 지금보다 더 사랑해야할 때라고 느낀다면,

이 책을 읽고 스스로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지금의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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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투에고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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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길 지하철 안.

무지 피곤한 다리를 억지로 지탱하며 스마트폰을 보다가 피식!하고 웃음이 났다.

 

사회생활이라는 게 별거있나...

욕 나오는 데 웃고 있으면

그게 사회생활이지...

 

하상욱 시인의 위트 넘치는 글을 만나게 된 순간이었다.

아. 그러네. 오늘 하루도 잘 넘겼구나 싶다가도 가끔 울컥하며 서러움이 밀려 들때는 아주 사소한 문구 하나에도 위로 받을 때가 있다.

오늘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런 감성을 이어가기 위해 그런 날 밤이면 어김없이 에세이집을 펴놓고는 딱딱해진 감성이 조금은 말랑해지길 기대하며 잠자리에 든다.

요며칠 내 침대옆에서 그런 역할을 해준 책이 투에고 작가의 책이었다.

[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라는.

 

 

평소 내가 너무 사랑하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중 하나인 ‘무지’라는 녀석이 주인공인 책이다. 시리즈물로 캐릭터와 작가 콤비로 이어지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무지라는 이 녀석이 토끼가 아닌 ‘단무지’라는 새로운 사실. 놀랍군!

 

<출처:예스24>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 노랗고 귀여운 녀석을 나는 언제까지고 ‘토끼’라며 착각하고 바라보았을 것이다. 사실은 토끼옷을 입고 노란 단무지를 숨긴 녀석인데 말이다.

그 녀석이 책 속에서 심쿵하는 말을 하면서 상처받은 마음에 조금씩 빨간약을 발라준다. 이를 테면 이런식이다.

수치나 확률은 너무 믿지 않기로 했어. 시작도 하기전에 겁부터 먹어서 꼼짝도 못하게 되거든.

때론 오감 아닌 육감이 사람을 더 대담하게 만드는 것 같아.

<본문 중>

나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없어.

부끄러워도 그냥 나일 때가 좋아.

<본문 중>

별거 아닌 듯 툭툭 던져지는 문장들. 물론 어떤 내용들은 식상하기도 하고 조금은 유치하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런 에세이들은 그런게 매력이니 오히려 심각하게 조언하려고 애쓰는 책보다는 훨씬 좋다.

가벼운 마음으로 토닥토닥 마음을 위로해가며 읽어나가면 되니까. 어떤 의미부여를 하지 않아서 좋고, 이성의 끈을 잠시 놓고 감성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나름의 매력이 느껴져서 좋다.

이래서 싫고 저래서 싫었던 나를 가끔은 이런면이 썩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용기를 주니까 한번 씩 이런 글들을 찾게되나보다. 그리고 마침내 사회생활을 좀 더 잘 할 수 있는 팁을 발견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관계에서 지킬 것들>

1.약속 시간에 늦지 않는다

2.거짓말하지 않는다

3.서로를 험담하지 않는다

4.말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한다

5.상대방이 감정이 어떤지 노력한다

6.힘든 일일수록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7.서로의 비밀을 남에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8.가까운 사이라도 적당한 선을 지킨다

9.위의 여덟가지를 꼭 지킨다

<본문 중>

너무 뻔한 얘기지만 지키기 어려운 것들, 그래서 자꾸 이렇게 상기시키는 건가 보다.

아무튼 이 책은...

오늘 하루 힘들었을 당신에게,

지친 몸을 다독이며 잠을 청하는 오늘 밤,

어쩌면 작은 위로가 될지 모르겠어요... 내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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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 단 한 걸음의 차이
샤를 페팽 지음, 김보희 옮김 / 미래타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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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극장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기생충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1년 전의 내 마음이 딱 이랬더랬다.

자기계발서를 치열하게 읽고, 자신감을 찾기 위해 관련 책들을 다독하고, 저자들의 강연회를 찾아다니며 계획적인 삶을 만들어가기 위해 온 에너지를 쏟았다. 아니 그 계획된 삶을 바탕으로 성공하는 삶을 만들어 가는 게 더 최종 목적지였다.

그런데 계획과 달리 번번이 실패하고, 계속되는 도전과 실패는 나란 인간에 대한 회의감으로 더 비참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 주인공처럼 계획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어 굉장히 우울한 시간들 속에서 허우적대고는 했다. 그 실패의 원인으로는 시기가 안 좋아서, 노력이 부족해서라는 다양한 이유를 꼽으며 버텼지만 추락하는 자신감만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남은 한 줄기의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 한 노력이 이 책에서 어리석은 짓이라고 지적한 방법이었다.

 

자신감 훈련법이라고 하면 흔히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어제보다 나은 하루가 될 거라고 외쳐라’,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거울 앞에 서서 당신은 멋진 사람이라고 반복하라’, ‘크고 또렷한 목소리로 자신의 목표들을 외쳐라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어리석고 해로운 방법이다. 인간의 정신이 복잡하다는 것을 무시하기에 어리석고, 불안감에 빠진 사람은 스스로를 더욱 탓할 위험이 있기에 해롭다.

나는 자신감이 없는데, 자신감을 얻기는 너무나 쉽다는 듯이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동기부여를 하기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면, 그런데도 나는 다시 실패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스스로에게 더 큰 책임을 지우고 더 많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겠는가? 나는 이러한 방식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깨닫고 적잖은 충격을 받기도 했다 P. 196~197

 

내가 선택한 방법이 왜 실패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저자의 변이다. 물론 위의 방법으로 자신감을 조금이라도 회복한 사람이 있을 수는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받아들이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을 다 다르니까. 하지만 적어도 나는 저런 방법으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던 건 분명했다. 저자의 말처럼 내 사고는 프로그램처럼 껐다 켜는 방법으로 매뉴얼 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감을 잃어가던 내가 찾았던 방법은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내 욕구에 좀 더 충실하기, 타인의 시선에 덜 민감해지기였다. 나는 원하지 않는데 이렇게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강요된 희망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하지 않은 불안감에 힘들어하기 보다는 뭔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쌓은 에너지를 나에게 더 집중하려고 애썼다. 또한 계획과 목표로 빽빽이 채워졌던 다이어리에는 오늘의 감사일기 3줄로 대체되기 시작했고 나는 드디어 나란 인간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보니 한동안의 무력감과 회복되지 않는 자신감이 왜 그랬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좀 더 빨리 이 책을 읽었더라면 헛된 자신감 회복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래도 나름 스스로 회복하는 길을 찾았던 것 같아 다행이고 지금은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상태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저자 역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을 때, 자신을 직관하고 신뢰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자유를 느낀다고 말한다. 그렇게 자신을 바라보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결정과 선택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하고 사소한 것부터 결정하는 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연습해 갈 수 있다. 단순한 일을 반복하면서 작은 성공의 경험을 계속 축적해나가고 과감히 세상을 향해 행동을 시작함으로써 주변의 도움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런 변화를 시작으로 우리는 자신을 확신할 수 있고 불안한 현실과 마주설 용기를 얻고 움직일 수 있다.

 

뭐든 시작이 중요한 것 같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는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현재 내 모습이 되지 않으려면 일다 나를 믿고 부단히 자신을 신뢰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며 과감히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면 단 한걸음 내딛는 힘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될 세상은 참으로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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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새벽 4시 반 - 최고의 대학이 청춘에게 들려주는 성공 습관
웨이슈잉 지음, 이정은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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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가 되면 많은 이들이 새해 계획을 세워 어학원이나 헬스장을 등록하듯이 나는 책을 고른다. , 평소에는 잘 읽지 않는 자기계발서의 책들을.

사실 자기계발서와 같은 책들이 너무 뻔한 이야기를 강조해서 좋아하지는 않지만 때때로 그 뻔한 이야기들에게 또 자극되는 게 사실이니 신년벽두만 되면 자연스레 찾게 되나보다. 막장드라마라 욕하면서도 한번씩 찾게 되는 그런 이상한 끌림이라고 해야할지^^;;

 

이번 주에 읽은 책은 내가 한때 동경해 마지않던 하버드 학생들의 이야기.

하버드는 세 글자만으로도 뭔가 임팩트가 딱 오는 느낌이라 책 제목에 이 단어가 있으면 호기심에라도 펼쳐보지 않을 수 없는데 내용 역시 지난 한해를 반성하고 새 출발 할 수 있도록 자극해주니 연초에 나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 책임에는 틀림없었다.

자기계발서에 대한 말들이 참 많지만, 나에게는 유용한 장르임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책의 내용을 얼마나 삶에 체화시키느냐에 따라 독자가 느낀 독서의 질이 달라지는걸 알고 있기 때문에.

 

책의 목차만 읽어봐도 저자가 하고자하는 이야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 예를 들어, <우리가 실패하는 유일한 이유는 노력 부족이다>, <“난 할 수 있다의 마법>, <시간 관리의 달인이야말로 최고의 부자다> 등 각 장의 소제목만 봐도 어떤 이야기를 주장하려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챕터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정독하기 전과 후의 느낌은 같지 않다.

사과를 보고 먹지 않아도 난 사과맛을 알아!라고 할 수 있지만 작정하고 맛을 음미할 생각으로 먹게 되면 달콤시큼한 맛에도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듯이 말이다.

 

책에서 말하듯이, 내가 공감하고 지금도 가장 어렵게 느끼는 삶의 과제가 바로 노력부분이다. 우리가 실패하는 유일한 이유가 노력 부족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말은 언제나 삶의 명제처럼 나를 무겁게 짓누르는 말이기도 하다. 어찌어찌 지금까지 살아왔지만 정말 원하는 삶을 살기위해 죽을 만큼 노력한 적이 있느냐는 말에는 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선에서 항상 타협을 해왔고 그만큼의 댓가를 아쉽지만 받아들였었다. 더 노력했더라면 분명 최고의 목표를 이루었을 것이라 느끼면서도 난 아직 노력이 많이 부족한 인간임을 잘 안다. 드라마 미생에서 임시완이 독백처럼 한 말이 유난히도 선명하게 들렸듯이...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지금 이러고 있는거다..” 라고.

 

 삶은 계속되기에 하버드에 간다고 분명 끝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자 시작이었을테고 저자는 그런 하버드생들의 모습을 관찰한 것이다. 천재 소리를 들으며 누구나 선망하는 하버드에 입학해도 노력하는 삶 없이, 철저한 자기관리 없이는 결국 실패를 반복하는 인생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다. 모두가 잠을 자고 있는 시각인 새벽 4시 반, 빈자리 하나 없이 공부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하버드의 도서관. 꿈꾸는 자만이 달콤한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가 실현되는 곳.

결국 알고 있었던 답을 다시 상기한 것 뿐이지만 그럼에도 오늘 좀 더 달릴 수 있는 자양제가 되었기에 저자에게 감사의 맘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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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공부 - 2500년 인문고전에서 찾은
조윤제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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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회사에 재직당시 회의시간마다 녹음기를 가지고 참석하셨던 상사분이 계셨다. 회의를 시작할 때부터 마칠 때까지 그 날 회의에서 오고간 전 직원들의 대화를 모두 녹음하시고는 했는데 처음에는 그 시간들이 얼마나 낯설고 불편했는지 모른다. 가뜩이나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직원의 신분으로 회의에 참석해 잔뜩 주눅이 들어있는 상황에서 내가 내뱉는 말이 누군가에게 녹음이 되어 재생되는 건 정말 끔찍한 기분마저 들게 했다.

그래서인지 회의가 끝나면 회의내용이 생각나기보다는 혹시나 말실수를 하지는 않았는지 찜찜해했고, 아니면 버벅거리며 잘못 대답했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라 하루 종일 상사의 눈길을 피해 다니기도 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무슨 지적을 하려고 매번 체크하시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 분은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회사직원들과 소통하고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녹음된 내용을 들려주며 성격이 급하고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오는 직원에게는 성급함이본인의 의사를 전달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여유를 가지고 대화에 응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시고, 수용성이 부족해서 독단적으로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는 직원에게는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모습을 스스로 보여주시기도 하셨다.

특히 나의 경우에는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는 데 애를 먹으며 속을 끓이는 일이 많았는데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하는 노하우를 많이 배울 수 있었기에 회사를 떠난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분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타인과의 소통이 어려운 사람이고, 말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기에 오늘 읽은 이 책 [말공부]에 유난히 끌려 예전 상사가 생각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출판계에 몸담으며 다양한 분야의 책과 함께 [논어] [맹자] [사기]등의 동양고전 100여권을 탐독해 온 저자가 수십권의 고전에서 찾아낸 명 대화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적절하게 적용되는 말공부임을 느끼게 한다. ‘낭중지추라는 고사성어의유래가 되는 이야기를 읽으면 스스로를 절묘하게 추천하는 말솜씨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고, 장자의 사례를 가지고는 교만한 자에게 따끔하게 대처하는 언어유희 방법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전국책]에 나오는 장축의 일화는 위기의 순간에 상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려는 어려움보다는 오히려 상대의 마음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함을 우회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더불어 이 책의 미덕은 저자가 말을 왜 공부해야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단순히 주장하는 게 아니라 고전의 재미있고 다양한 이야기에서 오고가는 대화를 통해 독자 스스로가 말의 힘을 느끼도록 하는데 있다.

말이 인격이다라는 문구가 익숙함보다는 신선한 자극으로 느껴졌다면 적어도 이 책을 읽은 시간들이 헛되지는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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