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공부 - 2500년 인문고전에서 찾은
조윤제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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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회사에 재직당시 회의시간마다 녹음기를 가지고 참석하셨던 상사분이 계셨다. 회의를 시작할 때부터 마칠 때까지 그 날 회의에서 오고간 전 직원들의 대화를 모두 녹음하시고는 했는데 처음에는 그 시간들이 얼마나 낯설고 불편했는지 모른다. 가뜩이나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직원의 신분으로 회의에 참석해 잔뜩 주눅이 들어있는 상황에서 내가 내뱉는 말이 누군가에게 녹음이 되어 재생되는 건 정말 끔찍한 기분마저 들게 했다.

그래서인지 회의가 끝나면 회의내용이 생각나기보다는 혹시나 말실수를 하지는 않았는지 찜찜해했고, 아니면 버벅거리며 잘못 대답했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라 하루 종일 상사의 눈길을 피해 다니기도 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무슨 지적을 하려고 매번 체크하시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 분은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회사직원들과 소통하고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녹음된 내용을 들려주며 성격이 급하고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오는 직원에게는 성급함이본인의 의사를 전달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여유를 가지고 대화에 응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시고, 수용성이 부족해서 독단적으로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는 직원에게는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모습을 스스로 보여주시기도 하셨다.

특히 나의 경우에는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는 데 애를 먹으며 속을 끓이는 일이 많았는데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하는 노하우를 많이 배울 수 있었기에 회사를 떠난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분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타인과의 소통이 어려운 사람이고, 말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기에 오늘 읽은 이 책 [말공부]에 유난히 끌려 예전 상사가 생각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출판계에 몸담으며 다양한 분야의 책과 함께 [논어] [맹자] [사기]등의 동양고전 100여권을 탐독해 온 저자가 수십권의 고전에서 찾아낸 명 대화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적절하게 적용되는 말공부임을 느끼게 한다. ‘낭중지추라는 고사성어의유래가 되는 이야기를 읽으면 스스로를 절묘하게 추천하는 말솜씨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고, 장자의 사례를 가지고는 교만한 자에게 따끔하게 대처하는 언어유희 방법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전국책]에 나오는 장축의 일화는 위기의 순간에 상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려는 어려움보다는 오히려 상대의 마음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함을 우회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더불어 이 책의 미덕은 저자가 말을 왜 공부해야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단순히 주장하는 게 아니라 고전의 재미있고 다양한 이야기에서 오고가는 대화를 통해 독자 스스로가 말의 힘을 느끼도록 하는데 있다.

말이 인격이다라는 문구가 익숙함보다는 신선한 자극으로 느껴졌다면 적어도 이 책을 읽은 시간들이 헛되지는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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