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새벽 4시 반 - 최고의 대학이 청춘에게 들려주는 성공 습관
웨이슈잉 지음, 이정은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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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가 되면 많은 이들이 새해 계획을 세워 어학원이나 헬스장을 등록하듯이 나는 책을 고른다. , 평소에는 잘 읽지 않는 자기계발서의 책들을.

사실 자기계발서와 같은 책들이 너무 뻔한 이야기를 강조해서 좋아하지는 않지만 때때로 그 뻔한 이야기들에게 또 자극되는 게 사실이니 신년벽두만 되면 자연스레 찾게 되나보다. 막장드라마라 욕하면서도 한번씩 찾게 되는 그런 이상한 끌림이라고 해야할지^^;;

 

이번 주에 읽은 책은 내가 한때 동경해 마지않던 하버드 학생들의 이야기.

하버드는 세 글자만으로도 뭔가 임팩트가 딱 오는 느낌이라 책 제목에 이 단어가 있으면 호기심에라도 펼쳐보지 않을 수 없는데 내용 역시 지난 한해를 반성하고 새 출발 할 수 있도록 자극해주니 연초에 나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 책임에는 틀림없었다.

자기계발서에 대한 말들이 참 많지만, 나에게는 유용한 장르임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책의 내용을 얼마나 삶에 체화시키느냐에 따라 독자가 느낀 독서의 질이 달라지는걸 알고 있기 때문에.

 

책의 목차만 읽어봐도 저자가 하고자하는 이야기가 한 눈에 들어온다. 예를 들어, <우리가 실패하는 유일한 이유는 노력 부족이다>, <“난 할 수 있다의 마법>, <시간 관리의 달인이야말로 최고의 부자다> 등 각 장의 소제목만 봐도 어떤 이야기를 주장하려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챕터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정독하기 전과 후의 느낌은 같지 않다.

사과를 보고 먹지 않아도 난 사과맛을 알아!라고 할 수 있지만 작정하고 맛을 음미할 생각으로 먹게 되면 달콤시큼한 맛에도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듯이 말이다.

 

책에서 말하듯이, 내가 공감하고 지금도 가장 어렵게 느끼는 삶의 과제가 바로 노력부분이다. 우리가 실패하는 유일한 이유가 노력 부족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말은 언제나 삶의 명제처럼 나를 무겁게 짓누르는 말이기도 하다. 어찌어찌 지금까지 살아왔지만 정말 원하는 삶을 살기위해 죽을 만큼 노력한 적이 있느냐는 말에는 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선에서 항상 타협을 해왔고 그만큼의 댓가를 아쉽지만 받아들였었다. 더 노력했더라면 분명 최고의 목표를 이루었을 것이라 느끼면서도 난 아직 노력이 많이 부족한 인간임을 잘 안다. 드라마 미생에서 임시완이 독백처럼 한 말이 유난히도 선명하게 들렸듯이...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지금 이러고 있는거다..” 라고.

 

 삶은 계속되기에 하버드에 간다고 분명 끝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자 시작이었을테고 저자는 그런 하버드생들의 모습을 관찰한 것이다. 천재 소리를 들으며 누구나 선망하는 하버드에 입학해도 노력하는 삶 없이, 철저한 자기관리 없이는 결국 실패를 반복하는 인생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다. 모두가 잠을 자고 있는 시각인 새벽 4시 반, 빈자리 하나 없이 공부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하버드의 도서관. 꿈꾸는 자만이 달콤한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가 실현되는 곳.

결국 알고 있었던 답을 다시 상기한 것 뿐이지만 그럼에도 오늘 좀 더 달릴 수 있는 자양제가 되었기에 저자에게 감사의 맘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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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공부 - 2500년 인문고전에서 찾은
조윤제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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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회사에 재직당시 회의시간마다 녹음기를 가지고 참석하셨던 상사분이 계셨다. 회의를 시작할 때부터 마칠 때까지 그 날 회의에서 오고간 전 직원들의 대화를 모두 녹음하시고는 했는데 처음에는 그 시간들이 얼마나 낯설고 불편했는지 모른다. 가뜩이나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직원의 신분으로 회의에 참석해 잔뜩 주눅이 들어있는 상황에서 내가 내뱉는 말이 누군가에게 녹음이 되어 재생되는 건 정말 끔찍한 기분마저 들게 했다.

그래서인지 회의가 끝나면 회의내용이 생각나기보다는 혹시나 말실수를 하지는 않았는지 찜찜해했고, 아니면 버벅거리며 잘못 대답했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라 하루 종일 상사의 눈길을 피해 다니기도 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무슨 지적을 하려고 매번 체크하시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 분은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회사직원들과 소통하고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녹음된 내용을 들려주며 성격이 급하고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오는 직원에게는 성급함이본인의 의사를 전달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여유를 가지고 대화에 응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시고, 수용성이 부족해서 독단적으로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는 직원에게는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모습을 스스로 보여주시기도 하셨다.

특히 나의 경우에는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는 데 애를 먹으며 속을 끓이는 일이 많았는데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하는 노하우를 많이 배울 수 있었기에 회사를 떠난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분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타인과의 소통이 어려운 사람이고, 말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기에 오늘 읽은 이 책 [말공부]에 유난히 끌려 예전 상사가 생각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출판계에 몸담으며 다양한 분야의 책과 함께 [논어] [맹자] [사기]등의 동양고전 100여권을 탐독해 온 저자가 수십권의 고전에서 찾아낸 명 대화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적절하게 적용되는 말공부임을 느끼게 한다. ‘낭중지추라는 고사성어의유래가 되는 이야기를 읽으면 스스로를 절묘하게 추천하는 말솜씨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고, 장자의 사례를 가지고는 교만한 자에게 따끔하게 대처하는 언어유희 방법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전국책]에 나오는 장축의 일화는 위기의 순간에 상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려는 어려움보다는 오히려 상대의 마음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함을 우회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더불어 이 책의 미덕은 저자가 말을 왜 공부해야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단순히 주장하는 게 아니라 고전의 재미있고 다양한 이야기에서 오고가는 대화를 통해 독자 스스로가 말의 힘을 느끼도록 하는데 있다.

말이 인격이다라는 문구가 익숙함보다는 신선한 자극으로 느껴졌다면 적어도 이 책을 읽은 시간들이 헛되지는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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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으로 산다는 것 - 사장이 차마 말하지 못한
서광원 지음 / 흐름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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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직책만으로도 뭔가 꿈을 이룬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언덕에 올라가는 것만큼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렵고 외로운 자리가 아닐까 싶다. 회사라는 작은 사회를 이끌면서 또 다른 가족을 이끌어가야 하는 부담은 자녀 한 둘을 둔 가장의 무게를 초월할 것이다. 아무 걱정 없이 남을 부려먹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성공은 함께 기뻐해도 실패는 혼자서 책임져야 하는 가장 외로운 자리가 바로 사장이기 때문이다.

 

내 어린 시절, 조금은 우유부단하고 성격마저 여린 아빠는 작은 사업을 하면서 여러 번의 고비와 상처, 실패를 맛보았다. 그때마다 나는 아빠와 함께 롤러코스터같은 삶을 살아야했다. 한참 잘 나갈 때는 세상 부러울 것이 없고 우리 아빠가 최고인 것 같았지만 끝도 없는 나락으로 추락할 때면 세상에서 가장 무능력한 사람이 바로 아빠라고 느껴졌었다. 그 시절 아빠는 지독한 괴로움과 외로움을 함께 할 사람이 없어서 한동안 술 없이는 버티지 못하는 날도 있었던 것 같다.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어야 할 날이 다가오면 집에 있던 엄마까지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분주하게 돈을 구하러 다니셔야 했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 도저히 재기할 수 없을 정도만큼 망하고 나서야 아빠는 완전히 사업에서 손을 뗐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렇게 결정이 나자 오히려 편안한 얼굴이 되셨고 웃음과 여유를 찾으셨다는 것이다. 나는 그 이유를 오늘에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렇다. 이 책은 그동안 사장이라는 직책에서 힘겨워하는 이들이 어떤 생각과 외로움 속에서 홀로 투쟁하고 있는지를 대변하는 책이라고 봐도 좋다. 사실 이 책은 2005년도에 이미 발간되어 20만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책인데 이번 기회에 새롭게 개정되어 여전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가장 처절하게 외로운 자리에 있는 CEO 혹은 리더라고 불리는 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커다란 짐을 떠안고 버티는지를 알려주며 마치 내가 당신 마음 다 알고 있다는 식으로 눈물겨운 동조를 해주고 있다. 그랬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에서 사장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책은 쓸쓸한 밤, 함께 해주는 훌륭한 벗이 되어 줄 수도 있고 힘과 위로를 주는 작은 메신저가 될 수 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장이 아닌 이들이 이 땅의 리더들을 한 번쯤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일과 사람 때문에 힘들어 오늘 밤에도 홀로 소주잔을 기울이는 이가 있다면 술잔 대신 쥐어주고 싶은 멋진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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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사회 - 솔깃해서 위태로운 소문의 심리학
니콜라스 디폰조 지음, 곽윤정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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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 소문, 괴담, 루머,루머,루머...

어찌보면 우리는 정말 루머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눈뜨고 집을 나서는 순간 각종 인터넷과 잡지들을 통해 새로운 루머들을 접하고 직장에서 혹은 학교에서 또 다른 형태로 양산된 루머와 소문들을 만나게 된다.

연예인들의 가십거리용 이야기들부터 개인적으로 직,간접적인 연관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소문들에 이르기까지 내 귀에 들어오고 다시 내 입을 통해 나가는 이야기들은 공기처럼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중이다.

 

책에는 “자판기효과(Watercooler Effect)”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이 용어의 정의는 ‘ 2명 이상의 직원이 자판기 앞에서 비공식적인 대화를 함으로써 생기는 효과’라는 뜻으로 루머가 만들어지고 퍼지는 장소와 영향을 알아볼 수 있다. 저자도 언급했지만 루머는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는 어김없이 유포되고 이들은 소문의 진위나 진실여부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여기 이 자리에서 접하는 그 소문들 자체만 중요할 뿐.

이 책을 쓴 저자는 루머에 관한 수십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세계 최고의 루머전문가로 유명한 만큼 내용 또한 루머의 생성과 파급, 영향에 대한 다양한 메카니즘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즉, 소문의 영향력과 뒷담화, 도시괴담, 소문이 퍼지는 이유는 물론 소문을 통제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각도에서 소문을 연구하고 설명한다. 사례로 제시되는 이야기들은 정치인의 인생이나 한 기업의 흥망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한 결과를 초래해서 진짜 소문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한다.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이상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 그 파급력은 상상이상으로 엄청나서 결국 회사가 문을 닫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몇 번 눈으로 확인했기에 책에서 언급된 사례들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내 기억에 1980년대 후반에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아마도 삼양라면의 우지파동 사건일 것이다. 이 일 때문에 5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던 삼양라면이 15% 이하로 떨어져 회사가 폐업 직전까지 가는 고충을 겪었다. 결국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졌고 업계 2위였던 농심의 음모였다는 또 다른 루머가 만들어졌지만 삼양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아직까지 이 사건을 사실로 기억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또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잘못된 루머와 억측, 그에 따른 네티즌들의 비난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듯 사회 속에서 생성되고 회자되는 루머들은 전달되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데 요즘 같은 SNS시대에서는 그 영향력이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루머는 시대와 문화, 사회를 막론하고 존재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 속에 숨어있는 비정상적인 힘’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루머가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부분이다. 물론 대다수가 부정적인 소문과 루머에 더욱 집착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하지만 오히려 긍정적으로 통제하고 이용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는 것이다. 애플의 마케팅 전략처럼 궁금증과 기대감을 높이는 전 세계인의 루머와 관심사는 신제품 출시 이전부터 엄청난 광고효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바이러스 경고메일처럼 누군가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송하고(잘못된 바이러스 경고라 할지라도) 함께 공유하는 과정에서 인간관계를 더욱 좋은 쪽으로 유지시킬 수도 있다. 루머가 생성되고 유포되는 것을 막을 수 없고 잘못된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해명해야 할 것이고, 관계 개선의 효과나 긍정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루머의 힘을 이용해도 괜찮다.

따라서 이 책은 좀 더 중립적인 시각으로 루머를 바라보고, 평가하며 또 제대로 활용(?)하도록 하여 소문, 괴담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 하고 있다.

 

루머에서는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루머가 가진 부정적, 긍정적인 힘을 파악하고 통제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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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에 담아 온 중국 - 거친 세상으로 나가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주는 특별한 선물
우샹후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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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이야기하자면, 정확히 어떤 나라인지를 몰라서 두렵고 그래서 싫기도 하다. 매일 같이 메이드인 차이나 제품을 접하고 사용하면서도 그 나라 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거의 바닥이다. 특히 음식의 경우 중국산이라면 절레 절레 고개를 흔들 정도다. 값이 2,3배가 비싸도 국산을 이용하는 편이다보니 더욱 그렇다.

 

그런데 내가 왜 중국에 대해 이런 선입견을 가지게 된 걸까? 언제부턴지는 모르지만 매스컴과 책을 통해 접한 중국은 양파처럼 속을 알 수 없는 곳이었다. 까도 까도 진짜모습이 나오지 않는...또 주변 지인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했다가 그곳 사람들에게 사기를 당해 쫄딱 망하고 돌아온 일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몇 년 전부터 불거져온 중국의 역사왜곡은 점점 그들과 그들의 문화에 대한 거부감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중국을 공부해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작년 초에 한 권의 책을 읽은 기억은 난다. <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는가>라는 제목의 책으로 오랜 시간 중국에서 실제로 살아온 저자들이 중국의 미래가 왜 암울한지를 낱낱이 밝히고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의 진짜 모습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지만 두려움이 더욱 커졌었다. 다만 지금 읽은 책과 비교하자면 이 책은 조금은 더 균형적인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보도록 도와준다고나 할까? 물론 작년에 읽은 책 역시 중국에 대해 막연히 느꼈던 불안감과 어떤 시각을 제시해준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상당히 부정적인 견해가 강했던 책이 아니었나라고 느끼게 된다.

 

사실, 이 책이 어떤 중국 전문가의 논문 같은 책이라면 나는 30여페이지도 채 넘기지 못하고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한 나라의 역사를 이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책을 통해 이해하고 깨닫는 일이 나에게는 무척 어렵다. 오히려 영화나 다큐멘터리, 문화를 통해 접하는 편이 훨씬 수월하고 이해하기도 쉽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떨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상당히 유쾌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특히 중국 여행을 하는 동안 나눈 부자(父子)간의 대화는 책을 읽는 재미를 더 해줄 정도로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아큐정전을 썼던 루쉰은 중고등학교때 배워서 나조차도 알고 있는데 정작 저자의 아들은 아큐가 아버지 친구냐는 엉뚱한 물음을 한다. 이 물음에 아버지는 속으로 이렇게 답한다. ‘너 같은 아들을 둔 나는 몸을 던져 죽고 싶은 심정이구나’라는 독백으로.

 

이렇듯 두 남자의 대화는 솔직하고 유쾌하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대학을 졸업하려는 아들에게 대만의 아버지가 선물한 것은 바로 중국이라는 나라를 함께 여행하는 것이었다. 해외여행이라고 해서 유럽이나 선진국을 기대했던 아들은 왜 하필 중국이냐고 물었고, 아버지는 중국을 알지 못하면 결코 제대로 된 세계관을 가질 수 없다는 이유라고 말한다.

그런 대답을 끝으로 두 남자는 중국의 헤이허를 시작으로 홍콩에 이르기까지 여러 도시들을 돌면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허심탄회하게 토론하고 각자의 역사관을 정리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 유적지에 가면 중국의 오랜 과거는 물론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거리를 지나면 보게 되는 풍경들을 통해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설득력 있게 연결시킨다. 그리하여 문화와 경제, 정치, 사상에 이르기까지 중국 여행기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진짜 중국이야기들은 중국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독자들까지도 어느 순간 중국을 어렵지 않게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보따리를 접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그들은 대만사람으로서 중국에 대해 비교적 균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계속 들었었다. 역사적으로 그들의 잘못된 자국중심주의를 비판하면서도 그들이 대만보다 낙후 할 수 밖에 없는 근거를 조목조목 비판하기도 한다.

 

제국의 판도는 수시로 변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이 당연한 이치가 중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중국이 조선을 자기 영토로 편입시키는 건 하늘의 뜻에 순응한 것이고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는 건 온 세상이 공분해야 할 일이다.’ ‘중국이 둥베이를 빼앗는 건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일본이 둥베이를 가지는 건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이런 논리를 당연하다고 여긴다. 중국인들은 모두 제국주의에 반대한다고 하지만 그들 스스로가 제국주의자이다. <본문 P. 126>

 

이렇든 부자(父子)의 대화는 거침이 없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보게 하고 아들이 몰랐던 중국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거친 세상으로 나갈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애틋한 부정(父情)은 부록처럼 딸려와 더욱 특별함을 선사한다.

 

배낭 밖으로 꺼내져 전해진 중국 이야기가 나에게도 무척이나 인상적이었고 재미도 있었다. 어제 저녁 온라인 뉴스에 이런 기사가 떴다. 우리나라 대학생 2명중 1명이 6.25가 언제 일어났는지도 모른다는 내용으로 기사를 읽으면서 참으로 안타깝기만 했다. 우리의 역사 교육이 얼마나 잘못되어가고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 기사가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아이들에게 영어와 스펙만을 강조하지 말고 제대로 된 역사부터 가르쳐야함이 시급하구나라는 생각도 한 편으로 든다. 그런 의미로 누군가가 자녀와 함께 우리국토를 여행하면서 함께 공부하는 대한민국 이야기라는 책이 나온다면 좋겠다라는 소망이 넌지시 생겨버린 이 책, 왠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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