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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 ㅣ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투에고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평점 :
퇴근 길 지하철 안.
무지 피곤한 다리를 억지로 지탱하며 스마트폰을 보다가 피식!하고 웃음이 났다.
사회생활이라는 게 별거있나...
욕 나오는 데 웃고 있으면
그게 사회생활이지...
하상욱 시인의 위트 넘치는 글을 만나게 된 순간이었다.
아. 그러네. 오늘 하루도 잘 넘겼구나 싶다가도 가끔 울컥하며 서러움이 밀려 들때는 아주 사소한 문구 하나에도 위로 받을 때가 있다.
오늘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런 감성을 이어가기 위해 그런 날 밤이면 어김없이 에세이집을 펴놓고는 딱딱해진 감성이 조금은 말랑해지길 기대하며 잠자리에 든다.
요며칠 내 침대옆에서 그런 역할을 해준 책이 투에고 작가의 책이었다.
[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라는.
평소 내가 너무 사랑하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중 하나인 ‘무지’라는 녀석이 주인공인 책이다. 시리즈물로 캐릭터와 작가 콤비로 이어지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무지라는 이 녀석이 토끼가 아닌 ‘단무지’라는 새로운 사실. 놀랍군!
<출처:예스24>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 노랗고 귀여운 녀석을 나는 언제까지고 ‘토끼’라며 착각하고 바라보았을 것이다. 사실은 토끼옷을 입고 노란 단무지를 숨긴 녀석인데 말이다.
그 녀석이 책 속에서 심쿵하는 말을 하면서 상처받은 마음에 조금씩 빨간약을 발라준다. 이를 테면 이런식이다.
수치나 확률은 너무 믿지 않기로 했어. 시작도 하기전에 겁부터 먹어서 꼼짝도 못하게 되거든.
때론 오감 아닌 육감이 사람을 더 대담하게 만드는 것 같아.
나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없어.
부끄러워도 그냥 나일 때가 좋아.
별거 아닌 듯 툭툭 던져지는 문장들. 물론 어떤 내용들은 식상하기도 하고 조금은 유치하게 느껴질 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런 에세이들은 그런게 매력이니 오히려 심각하게 조언하려고 애쓰는 책보다는 훨씬 좋다.
가벼운 마음으로 토닥토닥 마음을 위로해가며 읽어나가면 되니까. 어떤 의미부여를 하지 않아서 좋고, 이성의 끈을 잠시 놓고 감성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나름의 매력이 느껴져서 좋다.
이래서 싫고 저래서 싫었던 나를 가끔은 이런면이 썩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용기를 주니까 한번 씩 이런 글들을 찾게되나보다. 그리고 마침내 사회생활을 좀 더 잘 할 수 있는 팁을 발견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관계에서 지킬 것들>
1.약속 시간에 늦지 않는다
2.거짓말하지 않는다
3.서로를 험담하지 않는다
4.말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한다
5.상대방이 감정이 어떤지 노력한다
6.힘든 일일수록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7.서로의 비밀을 남에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8.가까운 사이라도 적당한 선을 지킨다
9.위의 여덟가지를 꼭 지킨다
너무 뻔한 얘기지만 지키기 어려운 것들, 그래서 자꾸 이렇게 상기시키는 건가 보다.
아무튼 이 책은...
오늘 하루 힘들었을 당신에게,
지친 몸을 다독이며 잠을 청하는 오늘 밤,
어쩌면 작은 위로가 될지 모르겠어요... 내가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