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에 담아 온 중국 - 거친 세상으로 나가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주는 특별한 선물
우샹후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이야기하자면, 정확히 어떤 나라인지를 몰라서 두렵고 그래서 싫기도 하다. 매일 같이 메이드인 차이나 제품을 접하고 사용하면서도 그 나라 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거의 바닥이다. 특히 음식의 경우 중국산이라면 절레 절레 고개를 흔들 정도다. 값이 2,3배가 비싸도 국산을 이용하는 편이다보니 더욱 그렇다.

 

그런데 내가 왜 중국에 대해 이런 선입견을 가지게 된 걸까? 언제부턴지는 모르지만 매스컴과 책을 통해 접한 중국은 양파처럼 속을 알 수 없는 곳이었다. 까도 까도 진짜모습이 나오지 않는...또 주변 지인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했다가 그곳 사람들에게 사기를 당해 쫄딱 망하고 돌아온 일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몇 년 전부터 불거져온 중국의 역사왜곡은 점점 그들과 그들의 문화에 대한 거부감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중국을 공부해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작년 초에 한 권의 책을 읽은 기억은 난다. <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는가>라는 제목의 책으로 오랜 시간 중국에서 실제로 살아온 저자들이 중국의 미래가 왜 암울한지를 낱낱이 밝히고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의 진짜 모습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지만 두려움이 더욱 커졌었다. 다만 지금 읽은 책과 비교하자면 이 책은 조금은 더 균형적인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보도록 도와준다고나 할까? 물론 작년에 읽은 책 역시 중국에 대해 막연히 느꼈던 불안감과 어떤 시각을 제시해준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상당히 부정적인 견해가 강했던 책이 아니었나라고 느끼게 된다.

 

사실, 이 책이 어떤 중국 전문가의 논문 같은 책이라면 나는 30여페이지도 채 넘기지 못하고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한 나라의 역사를 이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책을 통해 이해하고 깨닫는 일이 나에게는 무척 어렵다. 오히려 영화나 다큐멘터리, 문화를 통해 접하는 편이 훨씬 수월하고 이해하기도 쉽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떨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상당히 유쾌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특히 중국 여행을 하는 동안 나눈 부자(父子)간의 대화는 책을 읽는 재미를 더 해줄 정도로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아큐정전을 썼던 루쉰은 중고등학교때 배워서 나조차도 알고 있는데 정작 저자의 아들은 아큐가 아버지 친구냐는 엉뚱한 물음을 한다. 이 물음에 아버지는 속으로 이렇게 답한다. ‘너 같은 아들을 둔 나는 몸을 던져 죽고 싶은 심정이구나’라는 독백으로.

 

이렇듯 두 남자의 대화는 솔직하고 유쾌하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대학을 졸업하려는 아들에게 대만의 아버지가 선물한 것은 바로 중국이라는 나라를 함께 여행하는 것이었다. 해외여행이라고 해서 유럽이나 선진국을 기대했던 아들은 왜 하필 중국이냐고 물었고, 아버지는 중국을 알지 못하면 결코 제대로 된 세계관을 가질 수 없다는 이유라고 말한다.

그런 대답을 끝으로 두 남자는 중국의 헤이허를 시작으로 홍콩에 이르기까지 여러 도시들을 돌면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허심탄회하게 토론하고 각자의 역사관을 정리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적 유적지에 가면 중국의 오랜 과거는 물론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거리를 지나면 보게 되는 풍경들을 통해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설득력 있게 연결시킨다. 그리하여 문화와 경제, 정치, 사상에 이르기까지 중국 여행기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진짜 중국이야기들은 중국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독자들까지도 어느 순간 중국을 어렵지 않게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보따리를 접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그들은 대만사람으로서 중국에 대해 비교적 균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계속 들었었다. 역사적으로 그들의 잘못된 자국중심주의를 비판하면서도 그들이 대만보다 낙후 할 수 밖에 없는 근거를 조목조목 비판하기도 한다.

 

제국의 판도는 수시로 변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이 당연한 이치가 중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중국이 조선을 자기 영토로 편입시키는 건 하늘의 뜻에 순응한 것이고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는 건 온 세상이 공분해야 할 일이다.’ ‘중국이 둥베이를 빼앗는 건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일본이 둥베이를 가지는 건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이런 논리를 당연하다고 여긴다. 중국인들은 모두 제국주의에 반대한다고 하지만 그들 스스로가 제국주의자이다. <본문 P. 126>

 

이렇든 부자(父子)의 대화는 거침이 없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보게 하고 아들이 몰랐던 중국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거친 세상으로 나갈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애틋한 부정(父情)은 부록처럼 딸려와 더욱 특별함을 선사한다.

 

배낭 밖으로 꺼내져 전해진 중국 이야기가 나에게도 무척이나 인상적이었고 재미도 있었다. 어제 저녁 온라인 뉴스에 이런 기사가 떴다. 우리나라 대학생 2명중 1명이 6.25가 언제 일어났는지도 모른다는 내용으로 기사를 읽으면서 참으로 안타깝기만 했다. 우리의 역사 교육이 얼마나 잘못되어가고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 기사가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아이들에게 영어와 스펙만을 강조하지 말고 제대로 된 역사부터 가르쳐야함이 시급하구나라는 생각도 한 편으로 든다. 그런 의미로 누군가가 자녀와 함께 우리국토를 여행하면서 함께 공부하는 대한민국 이야기라는 책이 나온다면 좋겠다라는 소망이 넌지시 생겨버린 이 책, 왠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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