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사회 - 솔깃해서 위태로운 소문의 심리학
니콜라스 디폰조 지음, 곽윤정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루머, 소문, 괴담, 루머,루머,루머...

어찌보면 우리는 정말 루머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눈뜨고 집을 나서는 순간 각종 인터넷과 잡지들을 통해 새로운 루머들을 접하고 직장에서 혹은 학교에서 또 다른 형태로 양산된 루머와 소문들을 만나게 된다.

연예인들의 가십거리용 이야기들부터 개인적으로 직,간접적인 연관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소문들에 이르기까지 내 귀에 들어오고 다시 내 입을 통해 나가는 이야기들은 공기처럼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중이다.

 

책에는 “자판기효과(Watercooler Effect)”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이 용어의 정의는 ‘ 2명 이상의 직원이 자판기 앞에서 비공식적인 대화를 함으로써 생기는 효과’라는 뜻으로 루머가 만들어지고 퍼지는 장소와 영향을 알아볼 수 있다. 저자도 언급했지만 루머는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는 어김없이 유포되고 이들은 소문의 진위나 진실여부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여기 이 자리에서 접하는 그 소문들 자체만 중요할 뿐.

이 책을 쓴 저자는 루머에 관한 수십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세계 최고의 루머전문가로 유명한 만큼 내용 또한 루머의 생성과 파급, 영향에 대한 다양한 메카니즘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즉, 소문의 영향력과 뒷담화, 도시괴담, 소문이 퍼지는 이유는 물론 소문을 통제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각도에서 소문을 연구하고 설명한다. 사례로 제시되는 이야기들은 정치인의 인생이나 한 기업의 흥망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한 결과를 초래해서 진짜 소문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한다.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이상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 그 파급력은 상상이상으로 엄청나서 결국 회사가 문을 닫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몇 번 눈으로 확인했기에 책에서 언급된 사례들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내 기억에 1980년대 후반에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아마도 삼양라면의 우지파동 사건일 것이다. 이 일 때문에 5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던 삼양라면이 15% 이하로 떨어져 회사가 폐업 직전까지 가는 고충을 겪었다. 결국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졌고 업계 2위였던 농심의 음모였다는 또 다른 루머가 만들어졌지만 삼양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아직까지 이 사건을 사실로 기억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또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잘못된 루머와 억측, 그에 따른 네티즌들의 비난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듯 사회 속에서 생성되고 회자되는 루머들은 전달되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데 요즘 같은 SNS시대에서는 그 영향력이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루머는 시대와 문화, 사회를 막론하고 존재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 속에 숨어있는 비정상적인 힘’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루머가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부분이다. 물론 대다수가 부정적인 소문과 루머에 더욱 집착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하지만 오히려 긍정적으로 통제하고 이용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는 것이다. 애플의 마케팅 전략처럼 궁금증과 기대감을 높이는 전 세계인의 루머와 관심사는 신제품 출시 이전부터 엄청난 광고효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바이러스 경고메일처럼 누군가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송하고(잘못된 바이러스 경고라 할지라도) 함께 공유하는 과정에서 인간관계를 더욱 좋은 쪽으로 유지시킬 수도 있다. 루머가 생성되고 유포되는 것을 막을 수 없고 잘못된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해명해야 할 것이고, 관계 개선의 효과나 긍정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루머의 힘을 이용해도 괜찮다.

따라서 이 책은 좀 더 중립적인 시각으로 루머를 바라보고, 평가하며 또 제대로 활용(?)하도록 하여 소문, 괴담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 하고 있다.

 

루머에서는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루머가 가진 부정적, 긍정적인 힘을 파악하고 통제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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