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여자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3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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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의 관계는 커서는 친구같이 된다고 들었다. 엄마 입장에서 애지중지 아들이라고 키워봐야 결혼하고 나면 명절 때나 돼야 얼굴 보는 정도고 살가운 대화를 나누기는 힘들다. 통화는 기껏해야 2~3분이다.

반면, 딸은 시시콜콜한 수다부터 시작해서 엄마에게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줄 확률이 높기에, 나이 들어가는 아줌마들은 아들보다는 '딸 예찬'이 끊이지 않는다. 부모 여행 보내주는 건 대부분 딸이라 하잖나.

<엄마라는 여자>에서 보이는 모녀간의 모습은 이런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다정한 관계다.

무엇 하나 버리는 게 없는 알뜰함, 외동딸로서 엄마(마스다 미리의 외할머니)를 챙기는 지극정성의 효심, 살리지 못한 새끼 제비 한 마리 때문에 우는 따뜻한 심성, 주변과 나누기를 좋아하고 잘 어울리는 친화력 등은 미혼으로 늙어가는 마스다 미리에겐 부러우면서 닮고 싶은 모습이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해서 노래방 전용 수첩까지 있다는 엄마와 함께 노래방도 가고, 적적해하면 여행을 준비하는 저자도 역시 모범적인 속 깊은 딸임에 틀림없다. 해외여행을 가 본 적이 없는 마스다 미리의 엄마는 딸 덕분에 오키나와 여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보게 된다. 엄마가 좋아하는 걸 함께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더 좋은 효도가 있을까!

도쿄에 사는 그녀는 이런저런 핑계로 오사카 본가 나들이가 잦은데, 아마도 엄마에게서 영혼의 충전을 하기 위함이리라.


"나 대체 엄마를 얼마나 좋아하는 거야?!

남자였다면 완전히 마마보이 예약 완료다." - P 127


<아빠라는 남자>를 먼저 읽었다. '아빠 / 엄마'시리즈 중 남자이고 아빠이기에 자연스레 그 책에 먼저 손이 갔다. <아빠라는 남자>에 비해 <엄마라는 여자>의 울림은 다소 적었다. 분명 내가 잘 모르는 여자들만의 무언가, 거시기를 잘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만화 '엄마통신'중에 일본에도 우리나라 '거시기' 비슷한 표현이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번역은 '저거'로 돼있다.(P 40~41)

일상을 예찬하고, 평범함 속에서 행복을 길어 올리는 마스다 미리의 따스한 시선과 꾸밈없는 소탈함에는 분명 엄마의 지분이 많다. 때때로 보이는 무심하고 엉뚱한 유머는 아빠 쪽에서 왔을 테고.

그녀의 유전자가 어디에서 왔는지 확인해 볼 수 있어 저자의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따뜻한 가족 공감 에세이 '아빠 / 엄마' 시리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극히 일부다. 그 너머에는 아낌없이 쏟아졌을 엄마의 사랑이 조용히 잠들어 있다. 하나하나 확인하지 못해도 내 맘 깊숙이 남아 있을 것이다." - P 157, 맺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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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라는 남자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4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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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만화가 겸 에세이스트 마스다 미리가 이번엔 본인의 아빠, 엄마를 소재로 가져왔다.

<아빠라는 남자>는 딸의 눈으로 바라본 아빠의 모습인데, 소소한 일상에서 길어 올리는 잔잔한 에피소드들이 저절로 '아빠 미소'를 짓게 만들고, 때때로 선을 넘어 대책 없이 웃긴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 한신 타이거즈가 우승하는 대사건이 일어났다. 그날 밤 아버지는 '고마워' 하고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와 나와 동생에게 각각 만 엔씩 쥐여주었다. 돈 받고 이런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날 밤 대체 어떤 의미로 아버지는 '고마워'라고 했을까?" - P 25

"맛은 생각보다 좋았지만, 나도 동생도 보조를 하느라 지치고, 엄마는 엉망이 된 부엌을 치우느라 지치고, 아버지만 기분 좋은 일요일이었다." - P 39

"우리 아버지는 다른 아빠들처럼 아이들이 노는 걸 지켜보거나 도와주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당신이 앞장서서 놀았다." - P 117


전 세계 어디나 아빠의 모습은 자상하기보다는 무뚝뚝하고, 특히 커가는 딸과의 소통에는 서툴고 애정 표현은 낯간지러워한다. 하지만 한 번 '딸 바보'는 영원한 '딸 바보'라는 진심은 언제 어디서든 변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도 그걸 느낄 수 있다.

'가정 권력의 최고봉'인 TV 채널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을 만큼 권위적이고, 성미는 급하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할 정도로 산만하고, 어렸을 때는 출장이 잦았고 '사랑의 매'(?)도 들었던, 술 대신 단 주전부리를 좋아하는 저자의 아빠도 어느덧 은퇴하고 지금은 오전 2시간 산보와 채소 기르기, 독서 등으로 소일하며 시간을 보낸다. 부모님과 마스다 미리가 함께 외출하면 평균 연령이 60대라는 묘사가 나온다. 당시 아빠 나이가 70대고 책이 나온 게 2009년이란 걸 감안하면 어쩌면 아빠는 고인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아빠 같은 남자는 남편감으로는 별로라고 디스한다. 어렸을 때 그다지 자랑하고 싶은 아빠의 모습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은 기본적으로 무심한 듯 보이는 아빠에 대한 트리뷰트(헌정) 에세이다.

어렸을 때나, 커서 함께 나이를 들어가도 아빠는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있다. 그중 상당 부분은 남자란 족속을 여자 관점에서 이해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건 몰라도 저자도 이제는 안다.

중졸 학력의 아빠가 지금까지 두 딸을 표시나지 않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길러 왔음을.

책이 나올 때마다 선물하는 저자 마스다 미리를 세상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세상에는 말로 표시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게 분명 있다.

<아빠라는 남자>는 '나의 아빠' 그리고 '당신의 아빠', '우리 모두의 아빠'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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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대하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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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도리스 레싱의 고양이 산문집으로, 1967년, 1989년, 2000년에 발표한 에세이들을 하나로 엮은 책이다.

1967년작 <특히 고양이는>은 야생의 땅 아프리카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기억과 비로소 고양이를 들여놓을 여유가 생긴 25년 후 런던 생활을 함께한 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로 놀라운 출산력을 자랑하는 검은 고양이와 또 다른 주인공 회색 고양이가 주연이다. 1989년작 <살아남은 자 루퍼스>에서는 집 잃은 고양이 루퍼스가, 2000년작 <엘 마니피코의 노년>에서는 귀족이라는 뜻의, 한 쪽 다리를 절단하고 세 다리로 살아가는 고양이 엘 마니피코가 주인공이다.

일평생 고양이와 함께 한 작가의 놀라운 관찰력과 세심한 애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대상에 대한 애정 없이는 이런 글을 쓸 수 없다. 도리스 레싱이란 소설가에 대해서는 그다지 아는 바가 없지만, 그녀의 일평생에 고양이가 좋은 동반자였다는 사실만큼은 이 책으로 알 수 있다.

야성의 세계, 작가의 어린 시절 아프리카에서의 에피소드들이 그야말로 날 것 그대로 다가온다.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가 야생 고양이가 되어 총에 맞고 죽기도 하고, 뱀은 생활의 일부였다고 한다.

"뱀은 끊임없이 나타났다. 부엌에, 베란다에, 식당에,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것 같았다. 한번은 내가 나이트애더(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살무사의 일종)를 털실 타래로 착각하고 손으로 잡을 뻔한 적이 있었다." - P 24

출산의 심한 고통 때문에 반쯤 정신이 나간 어미 고양이가 새끼의 목덜미를 물어 매번 처음 태어난 새끼를 죽이기도 하고, 지나치게 왕성한 번식력 때문에 부모님이 고양이를 가둬놓고 '대학살'을 하기도 하고...

책을 읽다 보니 고양이의 지나친 생산력은 늘 문제다. 이토록 고양이를 사랑하는 애묘인 레싱도 갓 태어난 새끼들을 곧바로 죽여 없애버린 적이 있단다.


다니는 PC방에 고양이가 있었다. 묶어 두는 게 아니라 제멋대로 어슬렁어슬렁 왔다 갔다 한다.

사람이 없으면 책상 위는 물론, 심지어 PC 위쪽으로도 올라 다닌다. 귀엽다고 고양이를 만지작거리는 손님들도 있지만, 나는... 주인에게 '돌아다니는 고양이 좀 어떻게 해보라'고 항의하다 상황이 달라지지 않자 결국 그 PC방 출입을 끊었다. 그랬던 사람이니 애당초 <고양이에 대하여>는 인연이 없어야 하는 책이다! ㅎㅎ 별다른 감정이입이 될 리가 없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은 정말 대단한 호사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충격적이고 놀라운 즐거움을 맛보고, 고양이의 존재를 느끼는 삶. 손바닥에 느껴지는 매끄럽고 부드러운 털, 추운 밤에 자다가 깼을 때 느껴지는 온기, 아주 평범하기 그지없는 고양이조차 갖고 있는 우아함과 매력. 고양이가 혼자 방을 가로질러 걸어갈 때, 우리는 그 고독한 걸음에서 표범을 본다. 심지어 퓨마를 연상할 때도 있다." - P 264

저자의 이 우아한 묘사에 100% 공감하는 독자라면, 기르는 집고양이 옆에서 즐거운 독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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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포장마차 1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가일 지음 / 들녘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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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작이다.

"감칠맛 난다! 맛있다! 쫄깃하다!

우리 추리문학의 스펙트럼을 또 한 번 넓힌 수작!" - 김성종, 추리문학관 관장, 한국추리작가협회장 역임

순서로는 올해 발매된 2권을 먼저 읽었다.

하루에 딱 1시간, 11시부터 자정까지만 환상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푸드트럭 '신데렐라 포장마차'(이하 '신포')를 무대로 하고 프랑스 상차림을 사건의 메뉴로 내놓는다.

1편의 메뉴는 콩소메, 뵈프 브르기뇽, 물 마리니에르 3종이고 각각의 스토리는 인물들 외에는 연관성이 없는 연작의 형식을 취한다. 살인사건을 다루긴 하지만 범죄는 잔인하거나 심각하지 않고, 오히려 코믹하다.

왜 아니겠는가? 무대의 배경이 꽃보다 아름다운 프랑스 청년 프랑수아가 운영하는 하루에 한 시간만 나타난다는 환상의 식당인데... 신포는 풀코스 프랑스 정찬을 내지만 가격은 9,800원을 고수하며 출몰 위치는 암호화되어 있어 보통 사람들은 어디에 나타날지 알 수가 없다. 그 자체가 판타지다.


2권을 먼저 읽고 등장인물 간의 관계에 대해 풀리지 않는 매듭이 있어, 1권에서는 전사(前史)가 밝혀질 걸로 기대하고 읽었다.

'무언가 큰일을 겪고 신영규와 찰떡 파트너였던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김건.

김건과 과거에 만났는지 아닌지, 김건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일을 간직하고 있는 소주희.

자신은 원하지 않았지만 핏줄 때문에 그 집단의 일원이 되어야 했던 신영규 등...' - P 318

하지만 1권에서도 이들 간의 과거 스토리는 언급되지 않아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오히려 1권을 읽은 독자들은 '이 내용이 2권에선 나오겠지' 하는 기대를 하지 않았을까? 2권까지 읽었으나 아직까지 정가일의 큰 그림은 오리무중이다. 구상 단계에서 도대체 몇 권으로 완결하려는 계획이었을까. 프랑수아는 답을 알고 있을까.

"우리 모두는 사건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흐름 속에 있습니다. 모든 사건은 발현되는 타당한 원인이 있고 적절한 과정을 거쳐 각각의 결과에 이릅니다. 만약 그 흐름 중에 어울리지 않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원인은 알 수 있게 되죠." - 김건, P 21~22


시리즈물이 좋은 건 권수가 쌓일수록 등장인물들과의 관계가 "우리가 남이가" 된다는 점이다.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격인 "무슨 일이든 최선의 결과를 내겠습니다"라는 인사말을 사용하는 민간조사원 김건, 포르쉐를 몰고 다니는 민완 & 열혈 형사 신영규, 이상형이 계속 바뀌는 베이글녀 소주희, 도대체 왜 한국에서 신포를 운영하는지 미스터리한 프랑수와 외에도 걸그룹 같은 외모에 공사판 작업반장 같은 입담을 가진 복승아, 여자들에게만 지나치게 친절한 김정호 같은 형사들에게도 슬슬 애정이 생긴다. ♡♥


"'문제 유기체설'에서 사람은 조건에 불과해요. 모든 사건은 고유의 패턴을 지닌 독립된 '흐름'이죠!" - 김건, P 70


'책셰프'로 본인의 정체성을 설정한 정가일은 당연히 프랑스 요리에 관련된 연구를 했을 거고, 이는 작품 속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심지어 사건 해결의 결정적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하고, 일단 독자들은 페이지를 넘기면서 연상되는 그 황홀한 맛에 '꼬르륵~' 소리와 싸워야 한다.

"네가 어떤 음식을 먹는지 말해주면, 네가 어떤 인간인지 말해주마" - 브르야사바랭, 프랑스의 미식가

"우리가 먹는 음식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 - 히포크라테스


책의 표지와 옆면에 보면 분명 "1"이라는 표식이 있어, 출발부터 <신포>가 시리즈의 첫 번째 책임을 선언하고 있다. 그냥 어쩌다 호응이 있어 2권이 나온 게 아니란 이야기다.

하지만 <신포> 1권만 놓고 보았을 때 추리문학상 대상까지 수상할 걸작인가는 동의하기 어렵다.

아마도 일상 미스터리에 프랑스 미식을 결합시켜 '음식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단 창의력에 많은 점수를 준 듯하다.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는 <신포>에 대한 평가는 조금 유보해도 좋겠다. 어쩌면 본격물을 선호하는 개취와 다소 안 맞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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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는 당신 - 한국가요 100년, 주옥같은 명곡들에 얽힌 이야기
주현미 글, 이반석 정리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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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의 새로운 붐을 타고 열일하는 주현미가 이번엔 본인 히트곡에서 제목을 따온 <추억으로 가는 당신>이란 책을 냈다. 그녀는 유튜브 채널 '주현미 TV'를 개설하고 가요 100년사에 이름을 남긴 명곡들을 본인이 직접 불러 꾸준히 올리고, 개별 곡에 관한 내용은 별도 '노래 이야기'로 해당 클립에서 볼 수 있게 정리해 두었는데, 이 내용들이 모여서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노래 이야기'의 내용 중 어떤 것은 일부 내용이 생략되거나 내용 순서가 뒤바뀐 것도 있지만, 그대로 책의 본문으로 수록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 뭐 하러 책을 사냐고? 글쎄, 그걸 매번 찾아보는 거보다 한 권의 책이 주는 효용가치는 분명히 다르다.

결국 이 책의 정체성은 '트롯신' 주현미가 안내하는 '책으로 읽는 가요무대'다.

예컨대 '미스터 트롯'에서 임영웅이 마지막에 불러 시청자들을 탄식하게 만든 '배신자'도 여기서 찾아 볼 수 있고, 김윤아가 부른 '봄날은 간다'와는 완전히 다른 왕년의 아이돌 가수 전영록의 모친 백설희 선생이 부른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하는 '봄날은 간다'도 있는 것이다.

 

가수 주현미는 11세에 MBC 이미자 모창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75년 중학교 2학년 때 프로 작곡가 정종택에게 사사했다.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가수 데뷔를 꿈꾸며 외길 인생을 걸은 그녀였기에, <추억으로 가는 당신>에 등장하는 많은 전설들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고, 어느덧 그녀도 가수 데뷔 35년 차이다 보니 할 이야기도 많고, 책에 등장하는 가수, 작곡가, 작사가들과 얽힌 추억도 많다.

<추억으로 가는 당신> '한국 가요 100년, 주옥같은 명곡들에 얽힌 이야기'에는 주현미 오리지널, 그녀의 대표곡들과 잘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애착을 가진 곡들도 함께 소개된다. 「'비 내리는 영동교', '신사동 그 사람', '짝사랑', '추억으로 가는 당신', '월악산', '여정'」

여기 소개되는 곡들은 모두 가사 전문을 수록했고, 본인의 곡인 '추억으로 가는 당신'과 '비 내리는 영동교'를 제외하곤 모두 QR 코드를 통해 '주현미 TV'에 올라가 있는 해당 곡을 들을 수 있게 해서 입체적인 감상이 가능하게 구성했다. 물론 QR 코드를 스캔하지 않고, 그냥 '주현미 TV'에서 찾아 들어도 된다.

'주현미 TV'에서 주현미가 부르는 옛 가요는 아코디언 김태호, 기타 이반석의 2인조 구성인데 아코디언 선율이 주는 담백하고 복고적인 정서가 그야말로 부모 세대의 추억 돋는 시절로 안내한다.

이 책 내용을 정리한 이반석이 바로 동영상에 등장하는 기타 연주자다.

평균 3~4분의 유행가는 당시 시대상의 반영이다. 그건 과거나 현재나 불변이다.

그렇다면 여기 소개된 가사들만 제대로 음미해도 1920년대 이후 한국 역사는 어느 정도 보인다.

서울로 돈 벌러 떠난 시골 처녀, 오라비 대신 노 젓는 처녀 뱃사공, 부두로 들어오는 귀국선...

많은 세월이 흘러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긴 다소 힘들고, 문체나 단어도 그다지 눈에 들어오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록된 가사들은 제대로 읽어볼 필요가 있다. 두꺼운 역사 책에서만 역사를 배우는 건 아니다.

'영동교', '신사동'을 부른 본인의 노래를 통해서는 '강남'이라는 명칭조차 없었던 시절, 한강 아래에 유일하게 개발되어 있던 영등포의 동쪽을 '영동'이라 불렀고, '70년대에는 강남에 유흥업소를 개업하면 세금을 감면해 주기까지 했다는, 지금은 믿기 힘든 재미난 에피소드까지 알게 된다.

주현미의 팬이나 가요무대의 시청층인 부모 세대는 물론, 최근 트로트 열풍을 통해 본인이 아무리 부인하려 몸부림쳐도 끝끝내 내재된 트로트 유전자를 발견한 젊은 층에게도 읽고 보고 듣는 즐거움을 선사할 좋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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