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라는 남자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4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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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만화가 겸 에세이스트 마스다 미리가 이번엔 본인의 아빠, 엄마를 소재로 가져왔다.

<아빠라는 남자>는 딸의 눈으로 바라본 아빠의 모습인데, 소소한 일상에서 길어 올리는 잔잔한 에피소드들이 저절로 '아빠 미소'를 짓게 만들고, 때때로 선을 넘어 대책 없이 웃긴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 한신 타이거즈가 우승하는 대사건이 일어났다. 그날 밤 아버지는 '고마워' 하고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와 나와 동생에게 각각 만 엔씩 쥐여주었다. 돈 받고 이런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날 밤 대체 어떤 의미로 아버지는 '고마워'라고 했을까?" - P 25

"맛은 생각보다 좋았지만, 나도 동생도 보조를 하느라 지치고, 엄마는 엉망이 된 부엌을 치우느라 지치고, 아버지만 기분 좋은 일요일이었다." - P 39

"우리 아버지는 다른 아빠들처럼 아이들이 노는 걸 지켜보거나 도와주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당신이 앞장서서 놀았다." - P 117


전 세계 어디나 아빠의 모습은 자상하기보다는 무뚝뚝하고, 특히 커가는 딸과의 소통에는 서툴고 애정 표현은 낯간지러워한다. 하지만 한 번 '딸 바보'는 영원한 '딸 바보'라는 진심은 언제 어디서든 변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도 그걸 느낄 수 있다.

'가정 권력의 최고봉'인 TV 채널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을 만큼 권위적이고, 성미는 급하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할 정도로 산만하고, 어렸을 때는 출장이 잦았고 '사랑의 매'(?)도 들었던, 술 대신 단 주전부리를 좋아하는 저자의 아빠도 어느덧 은퇴하고 지금은 오전 2시간 산보와 채소 기르기, 독서 등으로 소일하며 시간을 보낸다. 부모님과 마스다 미리가 함께 외출하면 평균 연령이 60대라는 묘사가 나온다. 당시 아빠 나이가 70대고 책이 나온 게 2009년이란 걸 감안하면 어쩌면 아빠는 고인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아빠 같은 남자는 남편감으로는 별로라고 디스한다. 어렸을 때 그다지 자랑하고 싶은 아빠의 모습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은 기본적으로 무심한 듯 보이는 아빠에 대한 트리뷰트(헌정) 에세이다.

어렸을 때나, 커서 함께 나이를 들어가도 아빠는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있다. 그중 상당 부분은 남자란 족속을 여자 관점에서 이해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건 몰라도 저자도 이제는 안다.

중졸 학력의 아빠가 지금까지 두 딸을 표시나지 않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길러 왔음을.

책이 나올 때마다 선물하는 저자 마스다 미리를 세상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세상에는 말로 표시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게 분명 있다.

<아빠라는 남자>는 '나의 아빠' 그리고 '당신의 아빠', '우리 모두의 아빠'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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