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 가는 당신 - 한국가요 100년, 주옥같은 명곡들에 얽힌 이야기
주현미 글, 이반석 정리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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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의 새로운 붐을 타고 열일하는 주현미가 이번엔 본인 히트곡에서 제목을 따온 <추억으로 가는 당신>이란 책을 냈다. 그녀는 유튜브 채널 '주현미 TV'를 개설하고 가요 100년사에 이름을 남긴 명곡들을 본인이 직접 불러 꾸준히 올리고, 개별 곡에 관한 내용은 별도 '노래 이야기'로 해당 클립에서 볼 수 있게 정리해 두었는데, 이 내용들이 모여서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노래 이야기'의 내용 중 어떤 것은 일부 내용이 생략되거나 내용 순서가 뒤바뀐 것도 있지만, 그대로 책의 본문으로 수록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 뭐 하러 책을 사냐고? 글쎄, 그걸 매번 찾아보는 거보다 한 권의 책이 주는 효용가치는 분명히 다르다.

결국 이 책의 정체성은 '트롯신' 주현미가 안내하는 '책으로 읽는 가요무대'다.

예컨대 '미스터 트롯'에서 임영웅이 마지막에 불러 시청자들을 탄식하게 만든 '배신자'도 여기서 찾아 볼 수 있고, 김윤아가 부른 '봄날은 간다'와는 완전히 다른 왕년의 아이돌 가수 전영록의 모친 백설희 선생이 부른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하는 '봄날은 간다'도 있는 것이다.

 

가수 주현미는 11세에 MBC 이미자 모창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75년 중학교 2학년 때 프로 작곡가 정종택에게 사사했다.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가수 데뷔를 꿈꾸며 외길 인생을 걸은 그녀였기에, <추억으로 가는 당신>에 등장하는 많은 전설들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고, 어느덧 그녀도 가수 데뷔 35년 차이다 보니 할 이야기도 많고, 책에 등장하는 가수, 작곡가, 작사가들과 얽힌 추억도 많다.

<추억으로 가는 당신> '한국 가요 100년, 주옥같은 명곡들에 얽힌 이야기'에는 주현미 오리지널, 그녀의 대표곡들과 잘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애착을 가진 곡들도 함께 소개된다. 「'비 내리는 영동교', '신사동 그 사람', '짝사랑', '추억으로 가는 당신', '월악산', '여정'」

여기 소개되는 곡들은 모두 가사 전문을 수록했고, 본인의 곡인 '추억으로 가는 당신'과 '비 내리는 영동교'를 제외하곤 모두 QR 코드를 통해 '주현미 TV'에 올라가 있는 해당 곡을 들을 수 있게 해서 입체적인 감상이 가능하게 구성했다. 물론 QR 코드를 스캔하지 않고, 그냥 '주현미 TV'에서 찾아 들어도 된다.

'주현미 TV'에서 주현미가 부르는 옛 가요는 아코디언 김태호, 기타 이반석의 2인조 구성인데 아코디언 선율이 주는 담백하고 복고적인 정서가 그야말로 부모 세대의 추억 돋는 시절로 안내한다.

이 책 내용을 정리한 이반석이 바로 동영상에 등장하는 기타 연주자다.

평균 3~4분의 유행가는 당시 시대상의 반영이다. 그건 과거나 현재나 불변이다.

그렇다면 여기 소개된 가사들만 제대로 음미해도 1920년대 이후 한국 역사는 어느 정도 보인다.

서울로 돈 벌러 떠난 시골 처녀, 오라비 대신 노 젓는 처녀 뱃사공, 부두로 들어오는 귀국선...

많은 세월이 흘러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긴 다소 힘들고, 문체나 단어도 그다지 눈에 들어오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록된 가사들은 제대로 읽어볼 필요가 있다. 두꺼운 역사 책에서만 역사를 배우는 건 아니다.

'영동교', '신사동'을 부른 본인의 노래를 통해서는 '강남'이라는 명칭조차 없었던 시절, 한강 아래에 유일하게 개발되어 있던 영등포의 동쪽을 '영동'이라 불렀고, '70년대에는 강남에 유흥업소를 개업하면 세금을 감면해 주기까지 했다는, 지금은 믿기 힘든 재미난 에피소드까지 알게 된다.

주현미의 팬이나 가요무대의 시청층인 부모 세대는 물론, 최근 트로트 열풍을 통해 본인이 아무리 부인하려 몸부림쳐도 끝끝내 내재된 트로트 유전자를 발견한 젊은 층에게도 읽고 보고 듣는 즐거움을 선사할 좋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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