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포장마차 1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가일 지음 / 들녘 / 201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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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작이다.

"감칠맛 난다! 맛있다! 쫄깃하다!

우리 추리문학의 스펙트럼을 또 한 번 넓힌 수작!" - 김성종, 추리문학관 관장, 한국추리작가협회장 역임

순서로는 올해 발매된 2권을 먼저 읽었다.

하루에 딱 1시간, 11시부터 자정까지만 환상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푸드트럭 '신데렐라 포장마차'(이하 '신포')를 무대로 하고 프랑스 상차림을 사건의 메뉴로 내놓는다.

1편의 메뉴는 콩소메, 뵈프 브르기뇽, 물 마리니에르 3종이고 각각의 스토리는 인물들 외에는 연관성이 없는 연작의 형식을 취한다. 살인사건을 다루긴 하지만 범죄는 잔인하거나 심각하지 않고, 오히려 코믹하다.

왜 아니겠는가? 무대의 배경이 꽃보다 아름다운 프랑스 청년 프랑수아가 운영하는 하루에 한 시간만 나타난다는 환상의 식당인데... 신포는 풀코스 프랑스 정찬을 내지만 가격은 9,800원을 고수하며 출몰 위치는 암호화되어 있어 보통 사람들은 어디에 나타날지 알 수가 없다. 그 자체가 판타지다.


2권을 먼저 읽고 등장인물 간의 관계에 대해 풀리지 않는 매듭이 있어, 1권에서는 전사(前史)가 밝혀질 걸로 기대하고 읽었다.

'무언가 큰일을 겪고 신영규와 찰떡 파트너였던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김건.

김건과 과거에 만났는지 아닌지, 김건은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일을 간직하고 있는 소주희.

자신은 원하지 않았지만 핏줄 때문에 그 집단의 일원이 되어야 했던 신영규 등...' - P 318

하지만 1권에서도 이들 간의 과거 스토리는 언급되지 않아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오히려 1권을 읽은 독자들은 '이 내용이 2권에선 나오겠지' 하는 기대를 하지 않았을까? 2권까지 읽었으나 아직까지 정가일의 큰 그림은 오리무중이다. 구상 단계에서 도대체 몇 권으로 완결하려는 계획이었을까. 프랑수아는 답을 알고 있을까.

"우리 모두는 사건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흐름 속에 있습니다. 모든 사건은 발현되는 타당한 원인이 있고 적절한 과정을 거쳐 각각의 결과에 이릅니다. 만약 그 흐름 중에 어울리지 않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원인은 알 수 있게 되죠." - 김건, P 21~22


시리즈물이 좋은 건 권수가 쌓일수록 등장인물들과의 관계가 "우리가 남이가" 된다는 점이다.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격인 "무슨 일이든 최선의 결과를 내겠습니다"라는 인사말을 사용하는 민간조사원 김건, 포르쉐를 몰고 다니는 민완 & 열혈 형사 신영규, 이상형이 계속 바뀌는 베이글녀 소주희, 도대체 왜 한국에서 신포를 운영하는지 미스터리한 프랑수와 외에도 걸그룹 같은 외모에 공사판 작업반장 같은 입담을 가진 복승아, 여자들에게만 지나치게 친절한 김정호 같은 형사들에게도 슬슬 애정이 생긴다. ♡♥


"'문제 유기체설'에서 사람은 조건에 불과해요. 모든 사건은 고유의 패턴을 지닌 독립된 '흐름'이죠!" - 김건, P 70


'책셰프'로 본인의 정체성을 설정한 정가일은 당연히 프랑스 요리에 관련된 연구를 했을 거고, 이는 작품 속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심지어 사건 해결의 결정적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하고, 일단 독자들은 페이지를 넘기면서 연상되는 그 황홀한 맛에 '꼬르륵~' 소리와 싸워야 한다.

"네가 어떤 음식을 먹는지 말해주면, 네가 어떤 인간인지 말해주마" - 브르야사바랭, 프랑스의 미식가

"우리가 먹는 음식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 - 히포크라테스


책의 표지와 옆면에 보면 분명 "1"이라는 표식이 있어, 출발부터 <신포>가 시리즈의 첫 번째 책임을 선언하고 있다. 그냥 어쩌다 호응이 있어 2권이 나온 게 아니란 이야기다.

하지만 <신포> 1권만 놓고 보았을 때 추리문학상 대상까지 수상할 걸작인가는 동의하기 어렵다.

아마도 일상 미스터리에 프랑스 미식을 결합시켜 '음식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단 창의력에 많은 점수를 준 듯하다.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는 <신포>에 대한 평가는 조금 유보해도 좋겠다. 어쩌면 본격물을 선호하는 개취와 다소 안 맞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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