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 가고 싶다 - 소설가 이순원의 강릉이야기
이순원 지음 / 포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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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향 강릉 특별한 이야기


눈처럼 부서지는 포말의 흔적을 간직한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곳, 우리나라 사람 대다수가 선호하는 위한 최적의 휴양지처로 꼽는 곳, 바로 강릉이다. 강릉은 자연이 품은 기억을 그대로 투영한 곳이다. 설악산을 위시한 태백산맥의 험준한 줄기가 뻗어 내려 와 그 기상과 위세가 차고 넘친다. 절로 막혔던 기운이 뚫리게 하는 신통방통한 재주를 지녔다.


이 책 <강릉에 가고 싶다>의 저자 이순원은 강릉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그런 관계로 강릉의 속속들이 사정을 손금 들여다 보 듯 알차게 꾸몄다. 조금은 특별한 강릉의 명소를 소개하고 볼거리, 먹을거리, 놀 거리를 가족여행의 에세이로 굽이굽이 흘러 모았다. 그런 만큼 쉽게 읽히고 사진 속 멋진 풍경에 금방 마음을 뺏기게 만든다. 더불어 가족여행이 주는 친밀감이 담뿍 담겨 있어 여행을 통해 더 넓은 마음을 담는 좋은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바람이 지나가는 하늘의 끝자락 대관령을 필두로 출발한다. 대관령 언저리 듬성듬성 세워 진 풍력발전기의 위용에 감탄하고 선현들의 지혜와 얼이 담긴 슬기를 배운다. 저자와 아들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여행의 진정한 목적이 작은 사물 하나에도 질서 정연한 자연의 이치와 풍경이 담겨 있음에 동조하게 한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누릴 수 있다’는 조선시대 유한준 선생의 통찰에 빗댄 표현은 삼라만상 이치에 이르는 바로 그것이다. 


예로 강릉은 소나무와 바다로 유명한 도시다. 그 중 금강 송은 단연코 으뜸이다. 한때 소나무제선충의 번식으로 위협받기도 하였으나 어느 곳보다 자연 그대로 보존이 되고 있다. 강릉의 여행길에 소나무길이 빠지지 않는 주된 이유 또한 금강송 우듬지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사람의 영혼마저 정화시키게 할 만큼 그 향 또한 그윽하다. 조선시대의 궁궐의 중요 재료로만 사용될 만큼 그 가치가 뛰어났다 한다. 책은 금강송의 유래와 위령제를 상세히 기록하였기에 눈여겨 볼만 하다.


TV 드라마로 방영되었던 모래시계에 얽힌 정동진의 추억은 인연이 꽤나 깊다.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모래시계부터 기차역사에 잔잔히 내깔리는 주제곡까지. 이곳은 모두를 감상에 젖게 하고 착각에 빠지게 하는 기분 좋은 마법을 부린다. 한껏 부풀어 오른 기분은 환상의 바다열차로 업그레이드된다. 바다로부터 전해 오는 기별이 닿을 듯 말듯 아스라이 잡힌다. 사진만으로도 탄성과 환호가 절로 터지게 한다. 


저자는 강릉에 가면 반드시 들려야 할 푸른 길로 헌화로를 꼽는다. 세월이 깎아 빗은 기암절벽은 자연의 경이로움에 탄복한다. 여기가 우리나라 최고의 아름다운 바닷길로 명명되었다하니 그 자태를 표현하기란 두말 할 나위 없다 하겠다. 우리네 산천이 어디든 구구절절한 사연을 간직하지 않은 곳이 없으랴마는 강릉의 산천은 그 자태가 참으로 곱다. 


이런 까닭일까? 강릉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여류작가 허난설헌과 대표적인 어머니상으로 지칭되는 신사임당을 배출하였다. 아마도 천혜의 자연환경이 사람의 심성 또한 그리 닮게 만든 모양이다. 유수한 전통을 간직한 강릉향교, 국보 제51호 강릉객사문, 조선 사대부의 위상을 오롯이 간직한 선교장 등등. 기상과 절개가 절로 피어난다. 또 강릉에 들른다면 오죽헌과 경포대는 빠질 수 없는 곳이다. 


이밖에도 저자를 쫓아 간 강릉의 명소는 정동진 크루즈호텔, 우리나라 커피의 장인이 정성이 살아 숨 쉬는 커피이야기, 축음기의 본고장 미국보다 훨씬 많은 고품을 수집한 참소리 박물관, 동치미 막국수의 기막힌 맛 등 옹골진 뒷이야기가 재미나게 표현되었다. 


여행은 시작부터 끝까지 즐겁고 유쾌하게, 가벼운 재미 속에 건강하게 잘 먹으며 여행하는 것이 최고라는 저자의 말은 한번쯤 되새겨 봄직하다. 편리와 인위적인 것에만 익숙해진다면 남는 게 없는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 여행에서 오는 신선한 에너지는 일상에 찌든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렇듯 저자의 강릉이야기에 한껏 빠져 보고 피로를 푸는 건강여행으로 계획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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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글에 투자하라 - 리더를 완성하는 표현과 소통의 비밀!
송숙희 지음 / 웅진웰북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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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워딩파워로 거듭나라


글쓰기. 누구에게나 어렵고 긴장된다. 글쓰기 자체가 어려워서라기보다 딱히 어떻게 시작해야 될까하는 막연함에서 오는 소치다. 말은 잘해도 글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것은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두려움은 움츠리게 만들고 있던 것도 없애 버리는 요상한 성질을 가졌다. 하지만 글쓰기가 이젠 생활의 중심이 되어 버렸다. 서점가에 넘치는 글쓰기 관련 서적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을 후벼 파는 감성을 뒤흔드는 글에 어김없이 매혹되어 버린다.


이 책 <당신의 글에 투자하라>의 저자 송숙희는 자타가 공인하는 글쓰기 전도사이다. 그녀는 글쓰기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자극하고 글쓰기의 위력을 맛깔나게 선보인다. 그녀의 글쓰기 작업에 매료되면 더 이상 글쓰기가 엄친아들에게서만 있는 특별한 능력이 아닌 내 것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처럼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책은 리더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 중 글쓰기에 집중한 것은 다름 아닌 소통의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글쓰기에 담긴 리더의 사상과 가치관은 대중을 휘어잡고 현세를 타개하는 지침으로 작용한다. 이에 저자는 크게 4부로 나뉘어 글쓰기에 담긴 철학과 단상을 통해 글쓰기 훈련방법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였다.


1부에서는 표현과 소통의 비밀에 담긴 성공한 리더들만 알고 있는 비밀을 담았다. 왜 유수의 대학에서 글쓰기에 목을 매고 워렌 버핏, 빌 게이츠,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성공한 리더들이 직접 글쓰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 언급하였다. 따져 보면 글쓰기가 가진 무한한 영향력이 다른 어떤 매체도 범접하지 못하는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


2부에서는 매혹적인 글쓰기로 대중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훈련을 한다. 제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재미없거나 진부해 버리면 외면 받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잘 쓰려고 애 쓰다 보면 무게가 실리고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식상해 지기는 것이 당연하다. “엄마가 뿔났다”의 김수현 작가는 직접적인 화법과 구어체의 화법으로 글쓰기 체의 경계를 허물었다. 그녀는 시대 트렌드의 행간을 알짜배기만 톡톡 골라 집어내는 특별한 능력을 타고났는지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도 글쓰기 기술을 익힌 후라면 달라질 것으로 장담한다. 그래서 글쓰기가 중요함을 새삼 거듭 강조한다.


3부에서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요구하고 기존의 사고를 갈아엎을 것을 제시한다. 한마디로 감성을 자극하는 필살기로 재무장할 것을 바란다. 글쓰기의 고객이 누구인지를 생각하고 상대방과 소통하는 친절을 갖춘다면 변화는 자명한 이치라 하겠다. 또 잘 쓰는 글 한 자락에는 매끄러운 글감에 입에 착착 붙는 강점이 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중학교 2학년 정도의 수준이라면 누구나 이해 가능한 정도로 다듬을 것을 일갈한다.


4부에서는 효과적인 글쓰기를 위한 체질개선책을 제시하였다. 저자가 터득한 경험의 산물인 글쓰기 방법과 검증된 리더들의 글쓰기 방법을 적절히 믹스하여 나름의 방법으로 체화하였다. 4A기법, WHAT법, 피해야 할 문장과 자꾸자꾸 읽고 싶어지는 문장 스타일로 분류하여 이 책에 제시된 것만 소화한다면 글쓰기의 새로운 동력을 갖출 것이라 한다.


이처럼 글쓰기는 이제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리더가 되기 위해서라도 리더가 아닐지라도 블로그가 생활화 된 WEB 2.0 블로그 기반사회에서는 글쓰기는 정상인을 위한 수화(手話)에 매 한 가지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글쓰기 훈련이 결국은 소통을 원활하게 유지하고 유연한 사고를 지니게 하는 인류의 오랜 습관인지 모른다. 지속적으로 쓰고 읽다 보면 시나브로 글쓰기 강자로 거듭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쓰기의 힘은 무한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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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웨이 - 세계는 지금 새로운 리더를 요구한다
달라이 라마, 라우렌드 판 덴 마위젠베르흐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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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조직을 책임지고 올바른 길로 이끄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로써 리더는 강인한 정신력을 요구하고 겸손과 배려, 긍정적인 사고의 유연성을 더불어 가지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기본적인 인격 바탕에 자신감 넘치는 행동이 가미된다면 저절로 조직은 생명력이 넘치고 활기를 띤다. 이른바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리더로서의 자질과 인성은 강한 인내심이 수반되어야 하고 선택의 기로에 내몰린다. 만약 편협한 사고의 틀에 묶인다면 그 파장이 실로 거대하며 영향은 미뤄 짐작이 가능할 만큼 커다란 현실이기 때문이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이자 모든 세계인의 영적 지도자이다. 티베트 불교의 교리를 바탕으로 자유주의를 옹호하고 티베트의 평화를 이끈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화주의자이자 비폭력주의자이다. 달라이 라마를 통해 전해지는 설교의 힘은 시대를 통합하고 문화, 종교, 관습을 초월한 혼돈의 시대를 아우르며 다스리는 참되고 맑은 정신의 표상이다. 그는 불교의 이념적 사상을 통해 난세의 시국을 돌파할 화합의 그것으로 녹아냈다.


달라이 라마의 심오한 사상과 이념의 본질은 전일론적 시각에 있다. 소위 불교의 이념 중 연기론으로 대변되는 인과율의 법칙에 따라 상호관련성으로 연결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윤회설의 무상이념을 통해 진정한 행복과 물질에 대한 관념을 재정립하는 밑바탕이 된다. 이러한 본질적 이념에 달라이 라마는 자본주의시스템과 결합을 시도하며 통합된 인류의 리더로서의 자세와 올바른 판단을 도울 지침을 담고자 이 책 <리더스 웨이>를 펴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인류가 바라는 리더를 식별하고 발굴해 낼 능력을 얻을 것이다. 이렇게 달라이 라마가 제시한 리더로서의 소임을 갖춘 비즈니스 리더가 각 분야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한다면 전 인류적 시급과제가 해결될 단초를 마련할 계기가 될 것은 당연지사라 하겠다.


그리고 공저자 라우렌스 판 덴 마위젠비르흐는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로 글로벌 기업의 조직 관리와 기업실적을 향상시키는 일을 주로 하였다. 그가 달라이 라마가 설파하는 불교이념에 주목한 이유는 다름 아닌 이 시대의 빠른 변화의 속도에서 오는 몰 인간적 현상을 극복하고 윤리적, 인격적 완성체로서의 리더를 갈구하는 욕망에서 분출되었다.


현재는 전문화, 세분화된 영역의 뛰어난 인재들은 넘쳐나지만 실제 전체를 아우르고 통합할 인재는 매우 드문 현실이다. 미래사회를 변화시킬 체인지 메이커로서의 자질을 갖춘 리더가 배울 덕목이 이 책에 고스란히 스며있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되었다.


책은 3부로 나뉘어 리더로서의 자세와 조직을 운영하는 방법을 통해 치밀하게 연결된 글로벌 리더로의 변화를 제시하였다. 달라이 라마가 설파하는 이념의 핵심은 바른 눈과 바른 일을 통해 마음을 수련하는 것에 있다. 이를 통해 평정을 찾고 겸손을 배우고 타인의 행복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를 갖추기를 일컫는다. 또한 자비와 열린 마음을 견지함으로서 타성으로부터 극복되고 자신감 넘치는 생활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바람직한 행동으로 채우는 법을 익히는 것은 누구에게나 유용하다. 해로운 본성과 감정을 몰아내고 유익한 본성을 맞아들이면, 생산적인 활동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고, 그러면 고통은 줄어들고 행복은 늘어난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몇 가지 자질을 갖춰야 한다. 남다른 관찰력, 원칙을 실천하는 힘, 그리고 강한 인내심이 그것이다.(p-51)


달라이 라마는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서의 덕목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념은 자유주의사상과의 시각적 교류를 통해 통합화함으로써 리더로서의 자세를 입체화하여 제시하였다.  달라이 라마가 제시하는 리더로서의 이상적인 일곱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원칙과 원인을 안다.

목표와 결과를 안다.

자기 자신을 안다.

중용을 안다.

적절한 때를 알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법을 안다.

조직을 안다.

사람을 안다.


위의 특징을 통해 리더는 바른 눈의 이치를 고민의 순간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지혜의 눈을 얻을 것으로 판단된다.


달라이 라마와 마위젠베르흐가 공통된 이념의 일치를 보인 담론은 말기 자본주의로 대변되는 현재의 불안정한 이념적 갈등을 치유하고 극복하기에 더 없이 좋은 탁월함이 돋보이는 책이라 하겠다. 기계화, 예속화 되어 가는 자본주의의 몰인격적인 모습에 그들의 측은지심의 속내는 전 인류적 구원에 다르지 않다. 비록 신자유주의코드와 일견 동조되는 함의가 스며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체의 틀에 영향을 끼칠 중대변수는 아니다. 자유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집단이기주의로 아니면 선진화된 자본주의로 바뀔 수 있음에 있다.


이 책을 관통하는 리더로서의 자세는 자신감 넘치며 책임감 있는 섬김의 자세에 있다. 탐욕스러운 욕망의 집착으로 점철된 천민자본주의를 탈피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기존의 이윤의 극대화의 기치가 인격을 기반으로 한 다양화, 개성화로 대변되는 현재의 특성과 어우러져 진정한 부자를 더욱 창출하는 함께 생존해 나가가는 지구촌 공동체(globalization)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이 책은 리더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한 번쯤 읽어 봄직한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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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웃으면서 살 수 있는 87가지 방법
로버트 풀검 지음, 최정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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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지나치는 무수한 것들 중 의미를 부여할 만큼 중요한 기준이 무엇일까? 일상다반사로 일어나는 화려하지도 특별할 것도 없는 일들이라면 아무런 감정을 싣기 힘들 것이다. 그저 시간과 공간에 당연한 귀결로 발생하는 현상쯤으로 치부될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든 것에 잠시 비틀어서 돌려 보면 다양한 변화가 생긴다. 어제와 같은 오늘일지라도 분명 다른 시간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로버트 풀검은 한마디로 괴짜이며 유별난 사람이다. 전작인 <내가 정말로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의 단순함에서 오는 철학적 물음에 전 세계인을 함께 호흡하게 하는 필력을 보였던 그가 새롭게 책을 펴냈다. 이름 하여 <지구에서 웃으면서 살 수 있는 87가지 방법>이다.

로버트 풀검은 이제 늙수그레한 황혼의 시기에 접어든 유명한 에세이작가이다. 그는 복잡다단한 일상의 현상을 유머와 위트를 동반한 감정으로 사물을 재해석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별일 아닌 일도 잊어버린 추억의 책갈피를 뒤적이게 하고 낯익은 것에 대한 소중함을 전해주는 전령사와도 같다. 그가 말하는 놀 줄 아는 사람은 인생의 질곡 속에 들어앉은 무거움을 여유로움으로 바꾼 사람이다. 그가 바로 놀 줄 아는 사람이다.

책은 저자의 일상을 따라 대상과 목적을 바꾸어 가며 주변의 일들을 기록하며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그가 일상으로부터 얻은 통찰과 지혜의 앎은 우리를 돌보게 하는 힘이 서려 있다. 실제 그가 제시한 웃으면서 살 수 있는 87가지 방법이라는 것도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노력해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아주 평범함 그 자체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가 겪은 일상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삶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휴가를 위해 아테네의 한적한 마을 크레타 섬에서 매년 몇 달을 보낸다고 한다. 그는 크레타 사람들이 이방인을 대하는 태도로부터 습관과 타성에서 오는 다름을 발견하고 그들과 동화하는 과정을 통해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크레타 사람들은 순박하고 목가적이며 전통을 사랑하고 모여 노래 부르며 즐기며 사는 태생이 낙천적이다. 스스로 바보이기를 부정하지 않고 아둔함을 노여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에 집착한 삶을 바보라고 한다. 아마도 저자는 크레타 사람들을 통해 삶의 진리와 영감을 얻지 않을까하는 상상마저 해 보게 한다.

우리는 보여 지는 것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인식할 것 인지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것은 일종의 심리적 거리감을 만들고 스스로부터의 장벽을 쌓게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일련의 거리감으로부터 발생한 긴장관계를 상대의 행위에 대한 인정과 상호소통을 웃음으로 대처한다.

그의 사상을 관통하는 핵심은 원대한 이상도 포부도 아닌 본질 그대로의 상태이다. 이것에 더해 웃음을 덧붙인다면 더할 나위 없는 삶을 의미한다. 겨울사냥을 떠나는 4대의 가족을 통해 원형적인 소중함을 열망하고 변하는 세상의 무게에도 홀로 자리를 지키는 카우보이, 양치기를 통해 변화의 능수능란함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제시한다.

로버트 풀검은 기상천외하고 상상력이 넘치는 사람이다. 집안의 기생하는 곤충들을 모아 올림픽을 개최하는가 하면 모르는 사람과도 격의 없는 농담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또한 일상에서 비롯된 모든 것들에 의문과 존재가치를 인정하고 철학보다 더 철학적인 자세로 사는 사람이다. 그를 통해 우리는 삶의 호흡을 조절하고 숨고르기를 통해 인생의 가치를 새롭게 재고하는 시간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철학은 어쩌면 머리 아프고 무겁게만 느껴진다. 인간의 존재의미와 사유를 통해 얻은 통찰은 알고 보면 아주 평범한 것인지도 모른다. 삶의 태도나 방식을 조금만 전이한다면 분명 다른 인생이 펼쳐질 것 같다. 행복이라는 것도 우리가 느끼고 대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불변의 진리이다. 적혈구 수치의 변화에 의해 행복이 좌우된다는 이론적 진실에 불구하도 행복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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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스타벅스
마이클 게이츠 길 지음, 이수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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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쟁의 전장에서 숨 돌릴 틈 없이 앞만 보고 살아 온 사람이 한 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된다면 그 기분이 어떨까? 참담하기 이를 때 없음은 분명하다. 경쟁사회에서 기업의 생존을 위해 피비린내 나는 악취를 풍기는 전쟁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현실이다. 더 빠르고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나아가는 것만이 살길이자 미덕이 지배하는 셈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쌓은 사회적 지위와 명성이 일말의 재고의 여지도 없이 가차 없이 제거되는 세태는 섬뜩하기만 한 불안한 현실이다.


더욱 우리를 움츠려 들고 자괴감으로 몰고 가는 현실은 안정이 없다는 미래이다. 현재를 위한 치열한 도전과 열정이 기업의 비겁한 생리에 따라 움직이는 부속품에 불과하다는 현실은 더욱 비참하게 한다. 게다가 이미 타성에 젖어 있는 자신을 새로운 환경으로 변화한다는 것은 더없이 힘든 일이다.


하지만 환경은 스스로 체득하는 의지와 신념에 의해서 변화될 수 있다는 진리는 변함이 없다. 이 책 <땡큐! 스타벅스>의 저자 마이클 게이츠 길은 내로라하는 광고업계의 선두지휘자로 주름잡던, 한마디로 잘나가던 사람이었다. 열정과 정열을 모두 쏟아 부을 만큼 전도유망한 사람이었지만 그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자본주의의 암울한 현실이다. 이러한 탐욕스럽고 냉혹한 기업 구조에 따라 주류사회에서 밀려나는 불운을 맞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삶은 계속되고 흘러간다.


그에게 찾아 든 막막한 현실이 불운의 그림자를 깊게 드리웠지만 그는 긍정이라는 신명나는 에너지로 습관처럼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설상가상 부적절한 행위로 결혼생활마저 파국으로 치달았지만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인식하지 못했던 다른 세상과 만났다. 그것도 성공적으로 64세의 신체적 정신적 핸디캡을 극복하고 의연히 다시금 재기하였다.


우리가 사는 경제사회는 사회적 지위에 의해서 전인격을 부여하는 경향이 짙다. 특히 경제적 성취와 사회적 성공이 그 사람의 지위를 대변하는 가늠좌로 판단하는 것이 자리를 잡았다. 지식산업의 자리매김이 노동집약산업보다 우위에 서는 보이지 않는 차별과 서열을 만들고 그러한 현실을 인정하게끔 종용한다. 이러한 판단의 합리적인 기준이나 근거가 논리 명확함에도 부자연스러운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을 내면의 본질보다 드러난 외면의 형식으로만 재단하기 때문이다.


그가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동안 배운 것은 다름 아닌 다양성과 상호존중이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목표이자 방향이다. 이러한 목표의식에 배려와 존중이라는 여유가 끼어들기에는 자리가 비좁은지도 모른다. 오히려 능력이나 성과가 뒤처지는 결과에 오로지 책임만을 물을 뿐이다. 나의 성공이 곧 회사의 성공이라는 등식은 성립하기는 하나 여기서 나는 대체되는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는 반대로 성공일변도로 기업의 문화가 바뀌는 상황에서 스타벅스를 추켜세우고자 이 글을 쓴 것은 아니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스타벅스가 잘나가는 기업이고 성공의 아이콘이기에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고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 경쟁기업과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해서 저자가 성공을 회고한 더 더욱 아니다. 차라리 사람 냄새가 가득 인간미 물씬 풍기는 갓 볶은 커피향 처럼 신뢰와 존중이 깔린 이면을 보여주고자 하였음이며 그러한 환경이 우리가 갈망하는 일하고 싶은 의미에 다름 아닐까 싶다. 그 속에 깃든 기업문화의 저력이 큰 동력이자 차이점이며 내심 부럽기 까지 하다.


이 책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가르침은 자폭하다시피 추락당한 한 인간의 인생 역전의 재기과정을 되새기자 함에 있는 것은 당연하다. 나아가 그것에 숨은 속 깊은 행간의 의미를 깨우치는 것에도 있다 하겠다. 삶의 다양성과 성공집착에서 벗어나 상호존중을 토대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함을 말이다. 또한 과거의 허상에만 사로잡혀 인생을 망치기보다는 건전한 미래를 떠올리고 삶의 방향성을 잡는 것에 있다 하겠다.


이제 사회는 승자에 관용적인 미덕이 지배하던 이념에서 포용하는 겸양과 미덕의 사회로 이행해야 한다. 능력에 따라 서열이 좌우되는 것이 반드시 옳지 만은 않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능력에 앞서 인격적 도량과 바른 기운이 충실한 건강한 구조가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바탕위에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발전하는 것이 시급한 현실이 아닐까 한다. 어찌 보면 감상적인 희망에 젖어 주절거리는 것인지는 몰라도 우리가 없이는 누구도 내가 될 수 없는 사회적 동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의 저자는 인생의 파고와 역정을 모두 겪은 뒤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삶의 기회와 전환점을 찾아 슬기롭게 대처하였다. 더불어 노동의 신성함을 배우고 비뚤어진 편견의 색안경을 벗어 던지며 가슴으로 삶을 통찰하는 지혜를 얻었다. 인생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항상 앞만 보고 위에서 군림하는 정상에만 있을 수는 없다. 관성에 젖어 무한 권력을 쥐락펴락할 것 같은 사람도 허무하게 사라지는 보통의 삶으로 돌아가는 현실을 보면 지당한 이치이다. 그러한 무수한 변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그가 일궈낸 인생의 가치는 우리가 배워야할 바로 그것이다.


과거는 짧게, 미래는 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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