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라는 쓸쓸한 한마디 시인의일요일시집 11
신윤서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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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행간에 절절한 삶의 이야기가 스며 있어서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삶에 대한 성찰이라는 거창한 이야기보다 지금 나의 삶이 어떤가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가득한 시집이었다. 발랄한 상상력과 표현도 인상적이었다. 오랜만에 좋은 시집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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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라는 쓸쓸한 한마디 시인의일요일시집 11
신윤서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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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10년만에 첫시집을 출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입했다. 발랄한 상상력을 통해 개성적인 이미지를 펼쳐놓은 시들도 눈길을 끌었지만 자기 삶의 흔적이 행간에 스며있는 시들이 더 인상적이었다. 출가한 누이의 이야기라든지, 살아가는 일이 어떤 것인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해주는 시집이었다. 천천히 아껴 읽으면 그의 시가 꼭 나의 이야기 같다는 느낌이 든다. 소설로 이야기하자면 박경리나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읽는 기분이었다. 너무 좋았다.

살아가는 일이란 게 생각해 보면
눈물 나게 별거 아니다.

낡은 신발 한 켤레 불빛에 걸어 두는 일이거나
식구들의 신발 사이에 내 신발을
나란히 벗어 두는 일이다. - P86

경부선 첫 기차가 출발할 때까지 끝내 돌아서질 못하는, 여행
가방처럼 나는 무겁다.
긴 치맛자락처럼 책의 내용에 굵게 밑줄을 그으며, 서성이고
망설이다 끝내 나는
당신의 기억 속에서 현실로 다시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내 이름이 떠나 버린 것이다. - P16

어제는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손금을 읽었다 - P32

흔들리지 않는 것은 모두 떠나보내고, 내 안에 흔들리는 것들
만 남겨 둔다. 쓰러지지 않는 것들은 흔들리지 않는 것들과 만나
내 안은, 오래 쓸쓸하겠지만 머잖아 그리운 곳에 닿을 것이다.
그 반짝이는 바다에 닿아 꽃으로 일어설 수 있겠니. - P99

누이는 왜 잿빛 승복 차림으로
먼 길 떠도는지
문 안에서 여자들은 울지 않는다
무표정한 눈빛은 문밖을 나섰을 때 울음이
되어 터져 나온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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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이 하염없는 시인의일요일시집 23
강연호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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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호 시인과 함께 나이를 들어갈 수 있어서 좋습니다.

톡톡 튀는 상상력이나 발랄한 언어의 감각을 기대하는 독자보다는 삶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를 아는 분들이 읽기에 가장 좋은 시집 같습니다.

어느새 중년에 접어든 시인의 시선은 맑고 순하게 느껴집니다.

지나온 것들을 되돌아보며 그리워하고 아쉬워하면서도 지금의 삶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나'를 들여다봅니다.

"떨어진 일회용 밴드를 다시 붙이는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 같아서 더 마음이 쓰입니다.

오랜만에 참 좋은 시를 읽었습니다. 

그대 호주머니에 드라이아이스
빠르게 기화하는 표정을 잡고 싶어서
닮고 싶어서, 한번은 나도 뿌리칠 기회가 있어야지
그대의 손금을 따라 꼼지락거리는 오후였는데
모래시계를 언제 뒤집었나 감감해질 때마다
떨어진 일회용 밴드를 다시 붙이는 마음
붙을 듯 떨어져도 견디는 침묵 - P96

스물에 애인을 놓치듯
서른에 꽃을 지나쳤는데

속눈썹 한 올 돌멩이 위에 얹어 놓는다 한들
간절히 엎드린 마음이 당신에게 건너갈 수 있을까

미처 떼어 내지 못한 스티커 자국처럼
집착은 접착과 닮아서

이미 차갑게 식은 찻물이라 한들
그래도 찻잔의 실금은 기억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 P104

궁금해지면 시작입니다
당신이 이해되지 않아서 다가갔지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지만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해서 다행이었지요
그렇지 않다면 더 이상 궁금했겠어요?
문득 어지러웠고 당신이 밀었다고
혹은 끌어당겼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요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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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이 하염없는 시인의일요일시집 23
강연호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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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맑고 투명한 시, 그래서 감동이 오래 넘실대는 시집이었습니다. 삶의 한 고비를 지나온 이의 깊은 시선이 고요하게 펼쳐져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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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당 부당시 시인의일요일시집 22
서유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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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 시인은 이미 20년 전에 소설로도 등단한 작가라고 합니다. 그래서 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소설가가 쓰는 시는 어떨까 궁금했습니다. 시인으로서의 첫 시집인 <부당당 부당시>는 제목부터 그렇지만 대단히 전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칠면서도 사유가 깊었습니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그런 스텝이었습니다. 세상에 대한 비판 혹은 좌절, 분노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자기반성적 모습도 보여줍니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세가 다시 앞으로 나가는 에너지라는 것을 시인은 시를 통해 보여줍니다.

이미지와 이미지의 간격이 커서,시를 읽다가 헛다리를 짚기도 하지만 그것도 재미있습니다. 약간 고급한 퀴즈 같기도 하고, 고급한 농담 같기도 하고. 

한 번 읽고, 두 번 읽고, 세 번 읽을 때 그 느낌이 매번 달랐습니다. 팔색조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말할 수 있는 몇 개의 입술로
익명의 몸과 마음에 죄를 짓지 않도록 나는 쉽게
화대를 받지 않겠습니다.

하나가 나오고 하나가 들어간다. 잠시 따뜻했던
흔적들

가장 슬플 때, 나는
한다. - P100

힘이 다 빠진 구름은 뜨거운 기름 속으로
속살부터 천천히 익히면 당신과 내가 공존하는 온도

설탕을 몰랐던 입맛으로
케첩을 좋아했던 거짓말로 핫도그를 탈까, 곡선에서
길어진 모가지 - P114

갑자기가 되었다가 접히기도 하고 때로는 찢어지기도 하겠지만 쨍 소리 나는 바람 안에 나를 구겨 넣다 보면 저절로 누울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하늘로 뿌리 내린 나무 한 그루를 수액으로 꽂고 누워 울기 직전의 얼굴로 당신 이름을 불러 보는 것이다. 나를 스치는 손바닥들이 - P124

쿠크다스 한 입에 커피 한 모금, 침대에 배 깔고 만화책 펼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쿠크다스 한 입에 커피 한 모금, 창문 열고 하늘 쳐다본다. 비, 내린다고 했다. 비, 풍경이 필요했다. 갑자기 엄마, 청소하신다. 화장실에 긴 호스, 연결하신다. 콸콸, 하늘에 비 대신 콸콸 천장에 물 쏟아진다. 이방 저방 거실 부엌 콸콸 물, 난리 났다. 방문 쾅 닫았다. 쾅쾅 문 두드린다. 쿠크다스 한 입에 커피 한 모금, 모른 체 만화책 한 장. 다시 쾅쾅 문 두드린다. 왜요. 신경질적으로 문 열었다. 들어오신다. 아버지, 두리번거리신다. 쿠크다스 한 입에 커피 한 모금, 침대에 걸쳐앉아 만
화책 빼앗는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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