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만옥 말고 엄마가 ㅣ 시인의일요일시집 48
조혜경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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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에서 슬픔은 슬픔으로만 남지 않는다. 「소나기」에서 “슬픈 것과 기쁜 것이” 한 상자 안에 함께 접혀 있듯, 삶은 늘 서로 다른 감정이 겹쳐 있는 상태로 존재한다. 엄마를 떠나보낸 뒤에도 전주에 가고, 시장에 가고, 양파를 사고, 국밥을 먹는 「전주」의 화자처럼 삶은 상실 이후에도 계속된다.


그래서 조혜경의 시에는 무거운 이야기 속에서도 이상하게 가벼운 순간이 있다. 때로는 웃음이 나고, 때로는 엉뚱한 상상이 튀어나온다. 「추모관」에서 장만옥 대신 엄마를 불러내는 장면처럼, 기억과 슬픔 사이에 유머를 끼워 넣는 방식도 이 시집의 매력이다.


직장과 인간관계에 지친 마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의 무력감, 오래된 가족의 기억까지 시인은 특별한 말로 꾸미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장면을 자신의 목소리로 다시 보여준다

.

『장만옥 말고 엄마가』는 결국 사라진 사람과 남겨진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계속 살아가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상실은 끝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기억으로 이어지고, 슬픔 속에서도 아침은 온다. 그 평범한 사실을 조혜경의 시는 조용하고 다정하게 건넨다.

내보내는 호흡과 명상은
나를 먼 바다 마을로 데려다 놓지만
돌을 두드리던 남자가 자꾸 생각납니다
오늘 명상은 망했어요 - P17

버리는 마음이 이렇게 힘들다는 걸
젊어서 알았다면
난 덜 용감했을 거예요 - P23

그녀의
붉은 눈 속엔 꼭 다문 입술이 들어있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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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옥 말고 엄마가 ㅣ 시인의일요일시집 48
조혜경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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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하루 속에 숨어 있는 슬픔과 기쁨을 오래 바라보는 시집. 엄마와 가족, 사랑과 이별, 직장과 관계, 그리고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거리와 사람들의 모습이 시인의 언어 안에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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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적절한 빛 ㅣ 시인의일요일시집 49
정선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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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의 『나는 부적절한 빛』은 여행과 그리움, 그리고 빛에 관한 시집이다. 이스파한에서 밀양으로, 속초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이어지는 여행의 풍경 속에서 시인은 떠난 것들과 남겨진 것들을 바라본다.


이 시집에서 여행은 단순히 낯선 곳을 찾아가는 일이 아니다. 한때 지나온 장소와 사람, 기억을 다시 만나는 일이며, 그리움을 새로운 모습으로 불러내는 과정이다. 그래서 시 속의 빛은 언제나 조금 다르다. 눈부시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며, 때로는 오래전 사라진 것들을 뒤늦게 비춘다.


“어떻게든 삶은 아름답게 가공되어야” 한다는 문장처럼, 정선의 시는 삶의 상처를 애써 감추기보다 그것을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빛을 만들어낸다. 아름다움과 불편함, 떠남과 머묾, 상실과 위로가 한 장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나는 부적절한 빛』은 결국 사라진 것들을 다시 돌아보는 시집이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기억은 새로운 빛을 입고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다. 정선의 시는 그 빛을 조용히 오래 바라본다.

노래라기보다는 통증일 수밖에 없는
소통이라기보다는 분출일 수밖에 없는
몰두라기보다는 집착일 수밖에 없는
창백한 가을이 와서 다정하게 속삭인다
잊히지 않는 것들은 나름대로 생명이다 - P68

그대에게 가는 배 한 척을 세우기 위해
푸른 메아리의 문장들로
다시, - P72

고집은 일종의 몹쓸 계약
가끔씩 날것의 생은 웅크린 짐승 같아서 가냘픈 몸을 물어뜯곤 하는데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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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적절한 빛 ㅣ 시인의일요일시집 49
정선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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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시집이면서,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살아 있게 만드는 시집이다. 떠나간 사람을 되돌릴 수는 없고 지나간 시간을 다시 살 수도 없지만, 기억은 다른 빛을 입고 돌아올 수 있다. 한때 보았던 불빛이 오래 지나 마음속에서 전혀 다른 풍경이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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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춤을 추어요 ㅣ 시인의일요일시집 45
윤진화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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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저에게 차가운 비를 맞으며 혼자 언덕을 오르다 문득 뒤를 돌아본 듯한 경험을 안겨주었습니다. '선퇴'라는 단어가 주는 생생한 고통과 함께, '신이 만든 계절이 기록되지 않았다'처럼 우리 존재의 근원적인 외로움을 어루만지는 시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하지만 시인은 그 외로움에 머물지 않고, '가위바위보'처럼 단순한 놀이 속에서도 삶의 전략과 희망을 찾아냅니다. 결국 시집의 마지막에 다다라 '동물원'의 호랑이가 "사람답게 운다"는 구절을 만났을 때, 저 역시 이 격렬한 춤의 끝에서 묘한 해방감과 함께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삶의 진실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시집입니다.

그리고 마치 현실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거울과 같습니다. '갈라진 아스팔트에 소녀가 반창고를 붙이고 있다'에서는 차가운 사회의 단면을, '해방촌 오르는 길'에서는 고단한 삶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서늘하지만, 시인은 그 모든 것을 '함께 춤을 추어요'라고 말하며 따뜻한 손을 내밉니다. 특히 '바라건대 우리에게 보습 대일 땅이 있었다면' 같은 시는 현실의 무게에 짓눌린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안겨주며, 우리가 잊고 있던 작은 희망의 씨앗을 다시금 심게 합니다. 삶의 부조리 속에서도 끈질기게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시인의 시선에 감탄했습니다.

잘 지냈나요?
나는 아직도 봄이면서 무럭무럭 늙*고 있습니다 - P5

말랑말랑 젤리처럼
치유하는 약도 그 자리 그대로
사랑해
사랑해 - P21

신들의
피가 지워지질 않는다 - P25

가자구 집에
일나라 엄마아 엄마아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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