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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전당포 이야기
박동우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6년 1월
평점 :
『대치동 전당포 이야기』는 단순히 한 지역의 풍경을 스케치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교육열의 심장부, 대치동의 거대한 톱니바퀴 속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작가의 시선은 매일 밤 '인산차해'를 이루는 학원가 도로, 밤 10시에도 식지 않는 아이들의 열기, 그리고 그 뒤편에 숨겨진 부모들의 고뇌와 욕망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특히, '전당포'라는 이질적인 공간을 통해 그려내는 '비자발적 가난'의 초상은 가슴 시리도록 현실적이다. 아이의 'SKY'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명품'을 담보 잡는 부모들의 모습은, 단순히 재정적 희생을 넘어선 우리 사회의 복잡한 가치관을 대변한다.
이 책은 '대전족'(대치동 전세 난민)으로 시작된 저자의 대치동 입성기를 통해,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대치동의 특수성과 내부자의 공감대를 동시에 형성한다. 학원가의 시스템, '사'자 돌림 아빠들의 모범, 그리고 미용실 할머니의 입시 컨설팅까지, 저자는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밀하게 대치동의 민낯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단순한 고발에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과 선생님들의 헌신, 그리고 부모들의 끈질긴 사랑을 통해, 이 치열한 삶의 현장에도 따뜻한 온기가 흐르고 있음을 역설한다. 『대치동 전당포 이야기』는 비단 대치동만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부모와 아이들 모두의 가슴을 울리는 진솔한 기록이다.
생각은 더 나아갔다. 중학교에 들어가 과학 수업을 한 선생님에게서 듣는 것과(수업의 질이 아닌 시스템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학원에서 물화생지 과목별로 나누어 네 명의 선생님에게 듣는 것과, 심지어 일반고, 과고, 영재고, 경시대회, 학교별 내신 대비 목적에 맞게 기초반과 심화반으로 나뉘어 여덟 명 이상의 선생님에게 더 세밀하게 듣는 것의 차이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이 축적의 시간은 점점 흘러 그 간극은 갈수록 깊어지고 넓어질 텐데 어찌한단 말인가. - P91
"대치는 평지에 학교가 많고 학원도 많죠, 양재천도 끼고 있죠, 그래서 강남 중에서도 좀 아늑하고 조용하고 정적이에요. 시끄러운 것 싫고, 양재천 걷고 공부하는 것 좋아하고 내향적이고 조용한 스타일 분들이 대치에 맞아요. MBTI로 보면 I형인 분들이죠. 이분들은 딴 동네 갔다 가도 다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전원적인 대치로 돌아옵니다. 압구정, 반포 이런 데 가시면 머리가 아파서 못 사시거든요. 대치에서 이런저런 이 유로 나갔던 분 중에 다시 돌아오는 것이 꿈인 분들이 있고, 실제로 대치로 귀환하신 분들도 꽤 있습니다." - P72
이에 비해 압구정 사람들은 또 다르다. 이들은 최신 트렌드를 좋아하고 패셔너블하며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즐겨 보는 성향이다. 슬세권(슬리퍼로 생활할 수 있는 세력권) 생활을 즐기고 걸어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압구정이다. 로데오 거리에서 밥 먹고 들어오다 갤러리아에 루이비통 신상이 들어왔다는데 들러서 잠깐 구경하고 마음에 들면 하나 사고, 사는 김에 까르띠에 액세서리가 눈에 띄니 하나 더 사는, 이런 생활을 즐기는 이들이 압구정에 사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사람들은 아이들 교육 때문에 대치동에 오더라도 답답해서 못 산다고 스카이 씨는 말했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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