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쥐똥나무 시인의일요일시집 25
박길숙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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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숙의 첫 시집 <아무렇게나, 쥐똥나무>에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동일자적 사고에 대한 위험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상대를 나라고 느끼"는 서정시의 동일성 원리를 오히려 동일자적 폭력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에 대한 폭력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민주시민 혹은 근대시민이 갖추고 있어야 할 개별성의 가치를 시로 역설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러한 세계에서는 사소한 차이도 혐오의 대상이 됩니다. 멸시와 학대로 표출되는 혐오는, 동일성의 극단에서 파시즘으로 이어집니다.  "Watchdog"이란 시를 보면 이런 논리가 쉽게 이해됩니다. 동일성의 감옥에 갇혀 있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우리 시대와 사회에 대한 고통스런 목소리에 대한 시적 응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물론 서정적인 작품들도 많습니다. 등단할 때 워낙 주목을 받았던 시인이어서 이 첫시집을 오래 기다렸습니다. 역시 기대에 부응합니다.  

무거울수록 쳐지는 생각처럼
감나무는 시선이 많은 쪽으로 자란다
이 나무는 몇 번의 출산을 하고
풋감이 붉어질 때까지 얼마나 많은 가슴을 내주었을까
담벼락을 넘어선 생각은 내 것일까 네 것일까 - P56

뾰족한 누나를 닦으며 엄마는 웃음을 빨랫줄에 내다 걸었다
저렇게 말라 가다간 남는 게 없겠어
깎을수록 뾰족해지는 흑연처럼, 찌르기 위해 태어난 울음처럼 - P64

덮어 버린 책, 접힌 구석에서 어둠이 자라요
어둠은 구석을 좋아하고 구석은 나를 좋아하죠
내게도 구겨질 권리가 있나요?
아프다고 말하면 진짜 아파 버릴까 봐
나는 입을 앙다물고 몸을 말아요 - P66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소리
아이들은 이유 없이 코피를 흘리고 어른들은 많은 이유로 술을 마셔요
코인 노래방에서 키스하던 애인은 혼자 남아 있을 거예요
향이 꺼지지 않게 밤새워 지키는 동생이 있고
내일 매출을 걱정하며 가게 문을 닫은 누나가 있어요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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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게나, 쥐똥나무 시인의일요일시집 25
박길숙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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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단일 사고만을 강요하는 우리 시대에 꼭 읽어야할 시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유의 폭력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읽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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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핸드 발리 시인수첩 시인선 3
김병호 지음 / 문학수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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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시집이지만 꽤 좋았음.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마음이 잔잔하게 녹아 있는 보석 같은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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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물병자리 시인의일요일시집 24
황형철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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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된 이미지나 낯선 언어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주변의 일상과 풍경을 평안하게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시 속에는 세상살이에 대한 애잔함과 슬픔이 녹아있고 그것들을 이겨내는 희망의 시선도 가득합니다. 그래서 읽다보면 저절로 힐링이 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고요하게 그려냅니다. 주변 사람들과 일상에 대한 발견과 성찰이 황형철 시의 매력으로 다가섭니다. 제주도 시편들도 참 인상적입니다. 제주도 출신도 아닌데 제주의 풍광과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납니다.

가볍게 읽고 깊게 느낄 수 있는 좋은 시집입니다. 

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고
언제 한번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사는 게 답답하니 무심히 꺼낸 것 같지만
실은 깊숙한 데서 나온 진정을 알아서
꼭 빈말은 아니어서
나는 언제 한번을 사랑하지 - P110

네 목덜미처럼 눈부신 곳
여기는 겨울이 돼도 눈이 오지 않아,

입술에 애기동백이 폈고
여기에도 눈을 내려 주세요 - P104

마땅히 삼을 만한 명칭이 없어 사방에 밭뿐이니
그냥 권상철 집 앞
아픈 아내에게 선물한 세상 유일무이
버스 정류장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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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물병자리 시인의일요일시집 24
황형철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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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을 읽으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세상 거친 파도 속에서 오롯이 지켜주는 방조제처럼 시가 나의 일상을 다시 돌아보게 해줍니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언어와 이미지가 매력적이었습니다. 풍경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도 인상적이었고요. 경험과 진정성이 매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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