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당 부당시 시인의일요일시집 22
서유 지음 / 시인의 일요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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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 시인은 이미 20년 전에 소설로도 등단한 작가라고 합니다. 그래서 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소설가가 쓰는 시는 어떨까 궁금했습니다. 시인으로서의 첫 시집인 <부당당 부당시>는 제목부터 그렇지만 대단히 전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칠면서도 사유가 깊었습니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그런 스텝이었습니다. 세상에 대한 비판 혹은 좌절, 분노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자기반성적 모습도 보여줍니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세가 다시 앞으로 나가는 에너지라는 것을 시인은 시를 통해 보여줍니다.

이미지와 이미지의 간격이 커서,시를 읽다가 헛다리를 짚기도 하지만 그것도 재미있습니다. 약간 고급한 퀴즈 같기도 하고, 고급한 농담 같기도 하고. 

한 번 읽고, 두 번 읽고, 세 번 읽을 때 그 느낌이 매번 달랐습니다. 팔색조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말할 수 있는 몇 개의 입술로
익명의 몸과 마음에 죄를 짓지 않도록 나는 쉽게
화대를 받지 않겠습니다.

하나가 나오고 하나가 들어간다. 잠시 따뜻했던
흔적들

가장 슬플 때, 나는
한다. - P100

힘이 다 빠진 구름은 뜨거운 기름 속으로
속살부터 천천히 익히면 당신과 내가 공존하는 온도

설탕을 몰랐던 입맛으로
케첩을 좋아했던 거짓말로 핫도그를 탈까, 곡선에서
길어진 모가지 - P114

갑자기가 되었다가 접히기도 하고 때로는 찢어지기도 하겠지만 쨍 소리 나는 바람 안에 나를 구겨 넣다 보면 저절로 누울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하늘로 뿌리 내린 나무 한 그루를 수액으로 꽂고 누워 울기 직전의 얼굴로 당신 이름을 불러 보는 것이다. 나를 스치는 손바닥들이 - P124

쿠크다스 한 입에 커피 한 모금, 침대에 배 깔고 만화책 펼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쿠크다스 한 입에 커피 한 모금, 창문 열고 하늘 쳐다본다. 비, 내린다고 했다. 비, 풍경이 필요했다. 갑자기 엄마, 청소하신다. 화장실에 긴 호스, 연결하신다. 콸콸, 하늘에 비 대신 콸콸 천장에 물 쏟아진다. 이방 저방 거실 부엌 콸콸 물, 난리 났다. 방문 쾅 닫았다. 쾅쾅 문 두드린다. 쿠크다스 한 입에 커피 한 모금, 모른 체 만화책 한 장. 다시 쾅쾅 문 두드린다. 왜요. 신경질적으로 문 열었다. 들어오신다. 아버지, 두리번거리신다. 쿠크다스 한 입에 커피 한 모금, 침대에 걸쳐앉아 만
화책 빼앗는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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