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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마니아
타키투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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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제국의 A to Z를 조망하게 만든 짧고 간결하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특별한 로마의 게르마니아 문명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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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루타르코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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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자 뤼쿠르고스에 관해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다." 전기의 첫문장은 역설이다. 그에 관해, 그가 남긴 업적을 이야기하면서 그에 관해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니……. 소설도 아니고 한 인물의 생애라는, 사실에 기초한 전기물의 첫 대목치고는 상당히 그렇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렇다. 검소, 절제, 용기스파르테를 떠올리게 하는, 키워드들, 그 밑그림을 완성한(‘그린이 아니고) 이가 입법자 뤼쿠르고스이다. 플라톤도 대화편 국가에서 가장 이상적인 정체로 스파르테를 지지한다. 노골적이다. 강제적이고 강압적인 교육 방식, “스파르타식이란 통념에서 자유롭지 않은 독자라면, 뤼쿠르고스를 만날 필요가 있다. 영화 <300>은 이러한 시각 교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다. 지상에 어떻게 저런 나라가 있지, 하는 화두를 던진 것이다(제목에서 깊이 읽기라고 했지만, 잘 읽히는 글과 번역을 따라 가면 되기에 중언부언일 뿐이다).

한 사례만 살펴보자. 뤼쿠르고스는,

 

"불평등과 불공평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가재도구도 나누려고 했다. 그러나 스파르테인들이 재산의 직접 몰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을 보고 그는 에돌아 정치적 수단으로써 그들의 탐욕을 극복했다. 먼저 그는 금화와 은화를 모두 거둬들이고 철전(鐵錢)만 사용하게 했다. 그리고 무겁고 부피가 큰 철전에 얼마 안 되는 가치밖에 부여하지 않았으므로 100므나의 가치를 보관하는 데도 집 안에 큰 창고가 필요했고, 그것을 운반하는 데는 황소 한 쌍이 필요했다. 일단 이러한 법령이 효력을 발휘하자 온갖 종류의 범죄가 라케다이몬에서 사라졌다.“

_31~32, <뤼쿠르고스 전> 중에서

 

불평등과 불공평을 완전히 없앤다. 21세기 초반을 살아가는 지금,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극복하지 못한 인류의 과제를 그는 해소하고자 했다. 1)감출 수 없게 2)가지고 있어도 남이 부러워하지 않게 3)아무런 이득이 안 되므로 훔치거나 뇌물로 받거나 빼앗거나 약탈할 일도 없게. 화폐의 나아가 철()이라는 광물 자체가 가진 가치까지도 거세한다. 철전은 쇠가 발갛게 달았을 때 식초에 넣어 식힌 까닭에 너무 물러서 다른 용도로는 활용할 수 없었다.”

 

인간 평등이란 가치 실현을 위한 노력은 근현대에 이르러 마르크스에서 정점을 찍는다. 그러나 인류가 존재하는 한 요원한 과제가 평등임을 플루타르코스(Ploutarchos, 기원후 50년 이전~120년 이후)의 저작에서 발견한다(기원전 700~800년쯤 뤼쿠르고스가 펼친 입법). 뤼쿠르고스의 수많은 개혁 가운데 으뜸은 원로원 창설이고, 두 번째이자 가장 혁명적인 것은 토지의 재분배이다. 불평등과 불공평을 없애기 위한 노력(위 인용문)과 공동식사제도(부에 대한 열망을 근절할 요량으로), 이런 개혁과정에서 부자들이 저항하고 한쪽 눈을 못 쓰게 되는 테러를 당하면서도 의연하게 대처한다.


입법자 뤼쿠르고스는 등장부터가 거룩하지만, 역사의 저편으로 퇴장하는 모습에는 감동이 있다. 자신이 이룩한 일에 대한 자부심, 자연 생태계의 먹이사슬 가장 위에 있는 인간의 한계에 대한 인정에 대한 경계이다. 좋은 정책이나 법안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그것을 유지하는 것도 소중하고 쉽지 않다. 좋은 정책은 그것을 슬기롭게 계승하여야 하는 것은 정사(政事)를 논하는 이들-정치인들-의 기본 덕목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국민과 나라 안팎 사정마저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것을 왜 읽지 못하는가? 바뀌어야 하므로 바꾸는…….

한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입법)은 다 이루었다! 그는 모든 백성을 민회에 소집해놓고 이미 취해진 조치로도 국가의 번영과 미덕을 증진하기에 충분하겠지만 아직도 가장 중대한 일이 남아 있다고. 그러나 그것은 델포이 신에게 물어보기 전까지는 공표할 수 없다고. 자기가 델포이에서 돌아올 때까지 기존의 법을 준수하되 바꾸거나 변경하지 말아 달라 당부한다. 그리고 백성들의 동의를 얻어 델포이를 향해 길을 떠난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굶어 죽는다. 동포 시민들을 영원히 맹세에서 풀어주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서 자진(自盡)한다. 정치가는 죽으면서도 국가에 봉사해야 한다. 그만큼 정치가의 인생 종말은 무익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덕행(德行)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의 생각, 그의 실천이었다.


뤼쿠르고스의 입법들은 혁명적이고 개혁적이다. 집필 시점에도 이미 절제와 검소의 미덕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음에 대한 반증이다. 단지 정신만이 아니라 혁명 자체를 수출한다는 혐의를 받았던 체 게바라가 쿠바에서 이룩한 것을 생각한다. 체가 쿠바의 관료로만 머물지 않고 처음으로 돌아가 생의 마지막까지 볼리비아에서 뿌린 당시에는 미완의, 혁명의 씨앗들. 뤼쿠르고스의 흔적을-일생에서 생의 마지막까지 삶 그 자체가 드라마였던- 체에게서 발견한다.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화'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이 가진 미덕이다. 그것은 "역사가의 시각으로 정치적인 사건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그 인물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그들의 내면세계와 성격 형성에 초점을 맞추어 영웅의 영웅다움을 기술"한 덕분이다. 사마천의 <사기>보다는 <사기열전>, 김부식의 <삼국사기>보다는 일연의 <삼국유사>에 더 잘 읽히는 맥락에 닿아 있다. 플루타르코스는 <알렉산드로스 전> 서두에서 이렇게 밝힌다.

"내가 쓰려는 것은 역사가 아니라 전기이며, 한 인간의 미덕 또는 악덕이 언제나 그의 가장 탁월한 행적에서 드러나는 것만은 아니며, 수천 명이 전사한 전투나 엄청난 전쟁 장비나 도시의 포위보다는 오히려 우연한 발언이나 농담 같은 하찮은 일에서 한 인간의 성격이 더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244<알렉산드로스 전> 서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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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s1985 2010-07-07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원전 800여 년 전을 살아간 사람이 남긴 행적이라는데, 정말 시사적으로 와 닿는 살아있는 역사같네요. 님의 글을 읽다보니 잘 읽었습니다. 오랜 만에 님의 리뷰를 읽게 되어 기분이 좋네요.

timeroad 2010-07-30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습니다. 얘깃거리가 많은 책이지요. 최근 얘기를 하지 않았나 싶은데, 읽는 때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것이 책의 묘미이기도 한 것 같아요. 한번 본 영화 또 보기가 쉽지 않은 것들이 많은 반면에 말예요.

timeroad 2022-04-18 0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는 2022년 4월 18일에 줄이고 다듬었습니다.
 
그리스 비극 걸작선 - <오이디푸스 왕> 외 3대 비극작가 대표선집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아이스퀼로스 외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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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뚜막의 소금도 넣아야 짜다, 부담없이 그리스비극을 만나게 한 원전번역걸작선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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