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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담론 - 프랑스 혁명에서 냉전 종식까지
브랑코 밀라노비치 지음, 이혜진 옮김, 이태환 감수 / 세종연구원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불평등에 대한 논쟁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쉽게 무시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일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에도 평등에 관한 조항이 있다. 정치인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평등이지만 어떤 국가도 결코 평등해질 수 없다. 따라서 최대한 불평등을 완화할 내용들에 대한 논쟁이 있어왔다.
이 책은 현대 시민사회의 시작이라 불리는 프랑스 대혁명으로부터 20세기 후반 냉전시대까지 우리 사회에 존재해왔던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논쟁을 다룬다.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의 의견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발전하고 심화되었는지 알려준다.
프랑수아 케네를 시작으로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 카를 마르크스, 빌프레도 파레토, 사이먼 쿠즈네츠에 이르기까지 유명한 경제학자들의 관점을 소개한다. 소득 분배와 경제적 불평등에 관한 그들의 견해가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들의 견해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후에 어떤 의견으로 통합되고 갈라지는지 알 수 있다. 불평등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위축되고,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는지 한 편의 소설같은 느낌마저 받는다.
최첨단 기술이 발전한 현대 사회가 소득 분배와 소득의 불평등이 가장 큰 사회의 문제가 되었다. 상위 소득 계층과 하위 소득 계층의 소득 분배의 불평등이 가장 심한 시대가 되었다. 물론 과거와 달리 사회적 지위에 따라 소득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에 따라 영향을 받는 부분이 많아지면서 논점의 방향이 조금 달라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같은 불평등을 바라보는 경제학자들의 미묘한 시각의 차이를 느끼면서 읽는 재미가 있다. 어떤 학자들은 불평등을 계급 현상이라 보았다. 계급을 법으로 규정된 것이라 보는 학자도 있고, 토지, 자본, 노동의 소유에 따라 계급이 나뉜다고 보기도 하였다. 근대에 가까워지면서 사회적 계급보다는 도농간, 산업 간의 소득 차이를 불평등의 원인으로 보았다. 가장 최근의 경제학자들은 불평등을 사회적 문제로 크게 부각시키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불평등을 본질적으로 계급 현상으로 치부하던 케네, 스미스, 리카도, 마르크스와 달리 빌프레도 파레토는 계급이 아닌 개인적인 차원에서 논의를 시작하였다. 사회적 계급이 약화되고 신흥 부자들이 생겨나면서 이제 불평등은 계급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인 차원이 된 것이다.
파레토의 불평등에 대한 연구 결과는 다양한 비판을 받아왔지만 소득 불평등에 관한 여러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그의 공헌을 인정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소득의 분배에 관한 정규 분포를 받아들이는 기존의 견해를 완벽하게 뒤집는 공헌을 했다. 또한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검토하는 이슈를 던졌다.
필자는 경제 역사에서 많은 기여를 한 경제학자들은 소득의 분배와 불평등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고, 그런 경제학자들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했고, 각 이론들은 어떤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 다각적인 측면에서 검토한다.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책에 미처 담지 못한 내용이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조사 내용은 엄청난 양이었다.
소득 분배에 관한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소득 분배에 대한 역사이며, 발전사이면서 향후 미래의 논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