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구병모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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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 작은책 시리즈에 관심있었는데 이제야 만났다. 안내지에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구병모식 환상’이라는 문구에 사로잡혔다. 환상이든 상징이든 주문이든 지금 필요한 것만은 확실해서 탄생석을 몸에 지녀볼까 좋아하는 색을 늘 곁에 둘까 등을 고민하고 있었다. 왜 우리에게 환상이 필요한가. 그것도 구병모식의 환상이! 구병모식 환상이란 대단한 기적이 아니라 무언가를 통한 견딤일 수도 있겠다. 버티는 힘을 주는 언젠가를 기대하는 소망의 결정체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구병모 작가의 글에 자꾸 손이 가나보다. 채워지지 않는 멀지만 닿고 싶은 소망이 있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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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구병모식 위로를 말해보자. 세상이 빤하고 삶이 녹록치 않고 현실이 지독하고 누구나 아프고 이상하고 괴로운 우리에게 어떤 위로가 좋은가. 모두 잘될 거라는 무한긍정과 합리화가 우리를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가. 그것만으로 우리가 괜찮은가. 그 쉬운 위로의 지속성은 얼마나 되는가. 위로가 얼마나 어려운지 공감하는 것은 얼마나 먼 지를 생각하다보면 주저앉게 된다. 우리는 닿을 수 없는 사람들이고 가능성마저 느낄 수 없다. 구병모 작가는 나를 지키는 무엇에 대해 그 뒤에 숨은 관계에 대해 말한다. 무엇이 우리를 괴롭히고 무엇이 우리를 살게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속에 잘 숨겨 놓는다. 그 위로를 언제 어떻게 발견하는 지는 독자의 몫이 아닐까. 내게는 구병모식 위로와 환상이 너무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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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다 - 그녀의 알려지지 않은 소설과 산문
젤다 세이어 피츠제럴드 지음, 이재경 옮김 / 에이치비프레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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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다. 지워진 피츠제럴드.
피츠제럴드라는 성을 볼 때마다 엘라 피츠제럴드의 노래를 듣고 싶어진다. 내게 피츠제럴드는 스콧보다 젤다보다 엘라가 먼저였으니까. 하지만 노래는 제쳐두고 젤다를 만났다.
젤다 피츠제럴드에 대한 평가는 계속 달라지고 있다. 헤밍웨이는 젤다를 피츠제럴드를 망친 여성 정도로 여겼고 그 태도가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사치와 방종. 뭐, 젤다야 원래 잘난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지만 스콧은 허영 때문이 아닌가. 아무래도 억울한 젤다겠지만 그것은 일단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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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젤다와 스콧의 글은 닮았다. 좀 더 독특한 비유를 쓰는 쪽이 젤다, 좀 더 몽롱하고 화려한 쪽이 스콧. 에세이를 통해 드러난 젤다는 훨씬 선명하고 단호하다. 애초부터 스콧의 이름으로 발표된(혹은 공동저자로-) 젤다의 글이 꽤 된다고 한다. 스콧의 글은 피츠제럴드 부부의 글이라고 봐도 무방한가? 심지어 같은 소재로 두 사람이 글을 썼고 스콧의 글만 남았다. 두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빙글뱅글 어지러워진다. 자꾸 괴로워서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누가 누구를 망쳤는지 누가 누구를 더 힘들게 했는지 누가 더 뛰어난지 누가 억울한지에 대해 그만 생각하고 그저 ‘젤다’ 자체를 느낄 수 있는 때가 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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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쏜살 문고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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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들이 더 좋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어영부영 피츠제럴드를 줄줄이 읽으며 자라지 않는 인간에 대해 무엇에 사로잡힌 인간에 대해 거듭 생각한다. 반복되는 주제에 사로잡힐 만큼 어느 시점 이후 자라지 못한 피츠제럴드의 삶에 만족의 순간이 있었을까?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마음으로 내내 갈망하는 마음이었다면 애달픈가? 피츠제럴드를 읽을 때마다 맥주라도 마셔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되고 만다. 맥주를 흐르는 빵 정도로 여기고 술을 끊고도 맥주 30병은 기본이었다니 알콜이 자꾸 작가를 그 시점으로 보낸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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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부드러워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5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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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5번의 도전만에 성공했다. 다른 번역본으로 2번 시도 후 이 번역본을 구입했고 3번째 시도는 아주 짧았고 작년 8월 작정하고 덤볐는데도 1부의 반밖엔 못 읽었다. 다행히 이번엔 1부를 무사히 넘기고 2,3부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5번이나 시도한 이유는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라는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 때문이다. 피츠제럴드가 작가들의 작가라는 데 적극 동의하는 이유는 내가 그렇게 피츠제럴드를 만나서다. ‘위대한 개츠비’는 ‘노르웨이의 숲’ 때문에, ‘밤은 부드러워라’는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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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2부, 3부가 각기 다른 장르처럼 여겨질만큼 다르다. 1부는 그저 그런 연애소설 같은데다 수사가 너무 많아 진도가 몹시 더뎠는데 2부를 읽으며 ‘아름다운 애너벨 리~’에서의 언급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피츠제럴드의 세밀하고 다소 과한 묘사가 드러내는 인물들의 감정에 놀라곤 한다. 그 미묘한 심경의 변화는 날카로움보다는 슬픔으로 다가오는 것도 매력적이다. 피츠제럴드의 세계는 아주 작았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 이후로는 마음도 생각도 자랄 수 없어서 평생 괴롭고 고단했을지도 모르겠다. 작은 세계에 갇혀 바라본 멋지고 다채롭고 커다란 세계는 신기루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닿을 수 없고 닿고 싶은 잡히지 않지만 잡고 싶은 피츠제럴드의 세계는 열등감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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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부드러운 것은 덜 보여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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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 43장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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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고 받아들이는 방식이 저마다 다른 것이 다행일까 불행일까. 달라서 재밌는 거라고 말하지만 다른 것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잊은 적은 없다. ‘재미’와 ‘조화’를 말하는 것은 애쓴 흔적일 수도 있겠다. 달라서 아픈 모두가 더는 아프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행복하면 나도 그 안에 포함될 수 있을 거라는 20년도 전의 마음과 같은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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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론자는 아니라서 누구에게도 떠넘기고 싶진 않다. 신에게 떠넘길 마음도 없다. 다만 억울하고 싶진 않다. 아니 어느 정도 억울한 것은 당연한데 그 억울함을 드러내는 것마저 죄가 되진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도 누구를 단죄하지 않고 누구도 누구를 비난하지 않고 서로를 사랑하진 않아도 최소한은 이해하려고 할 수는 없을까. 내가 꿈꾸는 것은 천국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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