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노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
박형서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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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두렵지 않은가, 늙음이. 몸이고 마음이고 일찍 늙어버린 나는 이렇게 길고 길고 기인 노후를 생각하몀 숨이 턱 막혀서 아직 다 늙기 전에 늙어 보이기 전에 몰래 회춘하기로 했다. 한창 때가 정신없이 가버려서 되찾지는 못해도 한창 때인척 살기로 했다. 그러려면 몸이든 마음이든 조금이라도 되돌려야 한다. 그래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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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주검은 젊은 주검에게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는 문장을 어디서 읽었더라? 주검조차도 그 자리를 영원히 차지할 수 없다는 것에 내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더라? 그래서 더 사람이 절실해지긴 했다. 길고 오래 나를 견뎌줄 사람, 아껴줄 사람, 그럴 수 있는 관계가 절실해졌다.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찾으면 바로 알아볼 수 있을까? 그 관계를 잘 지키고 가꾸면서 살 수 있을까? 이토록 사람이 잔뜩 죽어나가는 이야기에서 잔뜩 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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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봐야할까? 읽어야할까?
무서우니까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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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2
최은미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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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봄, 오늘도 봄. 이런 봄은 처음이라고 저마다 말하고 나는 늘 이 비슷한 봄이었다고 다만 공기가 나쁘지 않아서 콧물이 덜한 봄이라고 말한다.
언젠가 누가 나중에 아이에게 외면당하지 않으려 잘해주는 것은 이상하지 않느냐는 식의 말을 했다. 그럴까봐 무섭고 불안한 것은 아닌 것 같다며, 그냥저냥 넘어갔는데 난 17년간 내내 무섭고 불안했다. 너무 많은 것들이 무섭고 불안한데 절대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며 숨겨왔다. 불안과 공포를 아이에게 심어주지 않으면서 안전하고 무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부던히 노력해야 했다. 본디 살갑고 다정하지도 않은 탓에 얼마나 참고 궁리하며 살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그치지 않는다. 그 마음을 가장 잘 알겠더라. 그렇게하게 되는 마음, 백번씩 참고 뱉어도 듣기엔 과한 그 말을 너무 잘 알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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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를 사랑할 수 있다. 엄마에게 엄마 외의 일상과 역할이 있어야만 아이가 독립할 수 있다. 내겐 이 두 가지가 철칙이고 그 신화적 모성은 내게 한없이 멀었다. 어떤 소설에 기계 유모가 나온다. 마치 그런 것처럼 모든 것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한없이 자애롭고 훌륭한 엄마를 요구한다. 그러려면 최소한 엄마가 편안하고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임신, 출산과 동시에 환골탈태라도 한다는 말인가? 그것이 가능한가? 엄마라는 존재는 그렇게나 엄청나야 하나? 그렇게 모조리 몽땅 꺼내서 모두 바치고 텅텅 비어야 하나? 나는 그런 엄마를 모르고 나도 그런 엄마가 아닌데도 그 신화는 존재한다. 대체 어디서 시작된 신화냐고 따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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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사람이기 위해서는 존재가 인정되어야 하는데, 역할만 강조된 사회에는 사람이 드물다. 그러니 봄인들 꽃피울 수 있을까. 구경이나 할 뿐. 그러다가 금새 꽃은 진다. 다시 피는 날이 오더라도 역시 구경이나 할 뿐. 꽃을 피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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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의 밤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박솔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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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책 시리즈 중 가장 먼저 나온 책으로 알고 있다. 박솔뫼 작가에 대해선 알다가도 모르겠는 것도 아니고 전혀 모르겠는 것도 아니고 아직 모르는 걸까? 언젠가 더 알게 될까? 더 알면 좋을까 싫을까? 확실한 것은 작가의 세계가 색다르다는 점이다. 이 작가의 세계는 색다르고 이 작가의 시선은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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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면 난데없이 기나긴 ‘국경의 밤’이라는 시가 떠오르고 만다. 전혀 상관없을까 아니 어쩌면 닿아있나? 그냥 그저 응원하고 싶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새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과 누구라도 붙잡고 아무말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을 응원하고 싶다. 까짓거 어떠냐는 말도 다 괜찮다는 말도 너무 쉬워서 말을 삼키고 손의 온기나 손글씨의 망설임 같은 응원을 전하고 싶다. 그 응원이 돌고 돌아 내게도 닿길 소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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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아포칼립스!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백민석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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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가족들과 인류가 먼저 멸망할 것 같냐 지구와 인류가 공멸할 것 같냐는 대화를 했다. 어쩌면 인류는 지구에게 바이러스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자연의 놀라운 생명력을 무지막지하게 좀 먹고 있는지도 모른다면서 말이다. 과연 인류는 어떤 종말을 맞을 것인가. 지구의 나이에 비하면 인류의 나이는 하찮은데 인류가 지구를 장악해버렸고 어떤식으로든 멸종할텐데 인류가 전혀 자각이 없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어쩌면 다양한 조짐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이거 엄청 먼 미래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혼자 조급해질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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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더이상 인간이 아니게 되는 순간. 과거엔 그 적을 과학의 발달에서 찾곤했다. 아니, 지금도인가? 인간다움에 대해 수없는 질문을 해봐야 의미가 없겠지만 확실히 인간다움의 정의는 계속 달라지고 있다. 과거의 정의가 언젠간 한 점의 흔적도 없어질 지도 모른다. 종종 두렵다. 이렇게 흘러가도 괜찮냐고 우리 뭐라도 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종족으로 존재하면 그걸로 충분한거냐고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서는 종족적(생물학적) 특징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느냐고 아무나 붙잡고 물으면 큰일나겠지. 두려움이 무조건 나쁠까? 성장과 회복이 같이 갈 순 없을까?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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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직한 기분이 되어서 악몽에서 깨어나면 당분간은 잠들 수 없다. 떨쳐내야만 잠들 수 있기에 자꾸 잊으려 외면하려 애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뭐, 악몽을 기어이 끄집어내고 샅샅히 훑어서 뭔가 찾아내려는 내가 이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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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비건 - 당신도 연결되었나요? 아무튼 시리즈 17
김한민 지음 / 위고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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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알게되고 구입하기까지 한참, 구입하고 읽기까지 한참 걸렸다. 두려워서 알고 난 후엔 계속 귀에 들려왔고 구입한 후에 계속 눈에 띄었는데도 이렇게 시간이 걸렸다. 앉은자리에서 읽어내려가며 울고 화내고 다짐하고 원망하고 자책하다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해야할 것들을 생각하며 책장을 덮었다. 새로운 사실이나 충격은 아니었는데도 활자를 통해 재확인하는 것들이 너무 힘겹게 느껴졌다.
‘비건’의 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 추구하고 지향하는 삶에 대해 다짐할 수 밖에 없었다. 가죽 제품을 구입하지 않고 모피, 오리털을 피하고 손수건과 텀블러는 꼭 챙기며 점점 더 까다롭게 분리배출하고 일회용품 대신 아주 약간의 번거로움을 참고 배송메세지에 포장최소화를 요구하고 재활용에 신경쓰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안다. 지극히 미미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뭐라도 더 해야겠다면서도 식생활을 바꾸진 못했다. 아니, 육식을 선호하지 않는데도 지나치게 까다로운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이 불편했다. 고작 이정도를 실천하는데도 내 주위 가까운 이들이 내 눈치를 본다는 사실을 때론 불편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안다. 그들에게 강제하고 비난하지 않아도 내 태도자체를 거슬려한다는 것도 않다. 계속 움츠러든다. 누구를 비난하고 평가하고 괴롭히려는 마음은 없다. 그저 힘들고 아프고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고 에두른다. 여기서 더 가면 너무 불편한 사람이 될까봐 조심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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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에 까다롭다. 소비, 환경, 성인지, 언어, 생명권 어느 하나 쉽게 봐지질 않는다. 지향하는 바와 실천 사이가 너무 멀어서 노상 죄책감에 시달린다. ‘아무튼’의 사전적 정의는 ‘어떻게 되어있든’을 전제한다. 일단 어떻게 되어있든 어떤 식으로든 시작해봐야겠다고 지금은 그 작고 작은 다짐 외엔 엄두를 낼 수가 없다. 언젠가 이렇게 실천하고 있고 이런 것들이 참 좋고 저런 것들이 도움이 되었다고 고백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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