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죄송한데요 쏜살 문고
이기준 지음 / 민음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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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죄송한데요로 시작해서 아니예요, 괜찮아요로 끝나는 음성언어 사이에 엄청난 세계가 숨겨져 있다. 그 세계는 주로 감춰져 있는데, 무서운 속도로 멈추지 않고 변하고 있어서 대체로 감지할 수 없고 의식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엔 그 세계가 담겨 있다. 소심하기도 찌질하기도 구차하기도 해서 알고도 감추는 부분들을 꼼꼼하게 드러낸다. 덕분에 약간은 까부는 기분으로 읽다가 슬쩟 얻어맞기도 한다. 습관적으로 진지한 나는 이 충격을 되새긴다. 아, 그래서, 그렇게, 그랬구나 어디서든 돌아본다. 뒤에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내가 외면하고 있던 거울 속의 나를 발견한다. 뭐, 저게 나지 하고 끄덕거리면서 충격을 받아들인다. 그런식으로 나 자신에게 익숙해지는 반복한다. 그래, 저게 나지.

#저죄송한데요 #이기준 #민음사쏜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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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지음 / 열림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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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기 ‘쉬운’도 아니고 ‘힘든’도 아니고 ‘싫은’도 아닌 잊기 ‘좋은’ 이름. 자주 제목을 틀린다. “잊기 좋은 이름이란 없다”는 작가의 말 때문이거나 잊는다에 부정적 인상을 가진 선입견일지도 모른다. 잊어도 좋을 것이 분명 있다고 믿지만 잊고 싶지 않은 것들과 잊으면 안될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 중 무엇을 잊어도 좋은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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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갑고 다정한 문장이었다. 살갑고 다정한 이가 지닌 슬픔과 그렇지 않은 이의 슬픔 중 무엇이 나를 더 울리는 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나도 좀 더 살갑고 다정했다면 좋았겠다고 곱고 편안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면 슬퍼진다. 어쩌면 받아들여지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툭 불거져서 어디에도 걸리도 누구에게도 편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행히 싫지는 않다. 그저 조금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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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생각한다. 좀 더 다정한 세상에서 자라는 것이 좋다고 잊지 않아도 좋을 것이 많은 다정한 세상에서 사는 것이 좋다고. 다정한 세상에서 자라면 좀 더 다정한 사람들이 많아질테고 그 사람들이 좀 더 다정한 세상을 만들겠지. 다정하지 않은 사람들도 다정한 사람을 만나 사랑과 위로를 받고 그전보다 아주 조금은 더 다정해질테고 그간 얼마나 다정함이 필요했는지를 생각하게 되겠지. 이래서 다정이 병이구나. 그냥 병도 아니고 전염병이구나 혼자 끄덕거린다.

#잊기좋은이름 #김애란 #김애란산문집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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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다정한 시선으로 사람 마음을 구석구석, 찬찬히, 환하게볼 수 있을 때 닿을 수 있는 어떤 상태다. 사람의 내면을 한 조각, 한조각 보다가 점차로 그 마음의 전체 모습이 보이면서 도달하는 깊은이해의 단계가 공감이다. 상황을, 그 사람을 더 자세히 알면 알수록상대를 더 이해하게 되고 더 많이 이해할수록 공감은 깊어진다. 그래 서 공감은 타고나는 성품이 아니라 내 걸음으로 한발 한발 내딛으며얻게 되는 무엇이다.

한 사람의 힘이 그렇게 강력한 것은 한 사람이 한 우주라서 그럴것이다. 근사한 수식이나 관념적인 언어가 아니라 마음에 관한 신비한 팩트다. 사람은 그 한 사람이라는 존재의 개별성 끝에서 보편성을 획득한다. 그러므로 한 사람은 세상의 전부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 그래서 누구든 결정적인 치유자가 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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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도 어떤 외부적인 조건과도 무관하게 작동하는 인간 마음의 본질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을.
사람의 삶에 마지막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외부적 환경이나 상황 등 그들의 조건이 아니라 그 사람 존재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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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낮 - 기획 29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 버지니아 울프 전집 8
버지니아 울프 지음, 김금주 옮김 / 솔출판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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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난들이 허구로 느껴졌다. 삶은 계속 되어갔다ㅡ 삶은 사람들이 말한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리고 그녀가 비축해놓은 신중함이 소진되었을 뿐만 아니라 갑자기 그녀에게 불필요한 것처럼 생각되었다. 확실히 누군가 스스로를 보살필 수있다면, 데넘은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사랑에 빠진 것 같아요. 어쨌든 나는 제정신이 아니에요. 난 생각할 수도 없고, 일도 할 수 없어요. 세상에 어떤 일에도 전혀 관심이 없어요. 맙소사, 메리! 고통스러워요! 한순간 행복했다 다음엔 비참해요. 반 시간 동안 그녀를 미워하다, 그 다음에는 십 분동안 그녀와 같이 있을 수 있다면 내 인생을 전부 바치려 하는 겁니다. 내내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왜 그렇게 느끼는지 알지 못합니다. 이건 광기입니다. 그렇지만 완벽하게 이성적이란 말입니다. 당신은 이해할 수 있나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나요? 내가 헛소리하고 있다는 걸 알아요. 듣지 말아요, 메리. 당신일이나 계속해요."

두 사람은 이 어려운 지역을 함께 더듬으며 나아가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미완성된 것, 이루지 못한 것, 써지지 않은 것, 응답받지 못한 것이 유령 같은 방식으로 함께 다가와서 완벽하고만족스러운 외양을 띠었다. 현재가 이렇게 구성됨으로 인해 미래는 지금까지보다 더욱 눈부시게 모습을 드러냈다. 책이 쓰일 것이다. 그리고 책은 틀림없이 방에서 쓰일 것이고, 방에는 커튼이있을 것이다. 그리고 창문 밖에는 대지가 있고 그 대지에 지평선이 있고 아마 나무도 있을 것이며 언덕도 있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그들은 스트랜드 가에 있는 커다란 회사들의 윤곽 위로 자신들의 거주지의 밑그림을 그려보았다. 그리고 그들을 첼시로 데려다주는 버스에서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계속했다. 그리고그들 두 사람에게 아직도 그 미래는 흔들림 없는 커다란 등의 황금색 빛 속에 신비하게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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