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콜드 블러드 트루먼 커포티 선집 4
트루먼 커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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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줄이나마 기록해야만 온전히 책을 덮을 수 있다. 책을 덮은 것은 며칠 되었고 다른 책을 펼쳤으나 여전히 머리 한 쪽 이 책이 둥둥 떠있다. 정리까지 마쳐야 제대로 덮이는 것이다. 책장이란 이렇게나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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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건을 밀도있게 사실 중심으로 펼쳐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커포티는 당당하게 진실만을 기록했다 말한다. 동의한다. 작가는 누구의 편도 아니고 누구도 옹호하지 않는다. 그저 사실을 정교하게 잘 배열함으로써 다양한 접근을 가능하게 했다. 현실의 아이러니와 인간의 본성과 사회와 인간의 관계성까지 모두 드러난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고 나는 판단을 유보할 수 밖에 없었다. 거대한 비극과 참혹한 현실 속에서 날뛰는 감정과 이성적 분석 사이에서 무엇을 편들 수 있을까. 어찌 쉽게 결론지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결론이 재판으로 결말지어질 수 있는가. 결국 그래서 어떻게 해야만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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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읽기가 내게 얼만큼 유용한지에 대해서는 두자. 내용에 대한 감상이라기보다는 주제의식와 지향점에 대해 집중하는 태도가 책을 읽는 내내 작용한 것은 아니다. 피해자, 가해자를 넘어서 등장하는 모든 인물에 대해 감정이입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이상한가? 분노하며 안타까울 순 없나? 슬퍼하면서 바빠져선 안되나? 감각과 감정까진 알겠는데 감성이 뭔지 도저히 모르겠다. 떠오르는 것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 뿐. 결국 지극히 주관적인 글과 무관한 의식의 흐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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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451 환상문학전집 12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박상준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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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흐름대로 세상이 변해간다면을 가정했을 때, 두렵고 괴롭다. 끝없는 비관론자여서일지도 모르나 많은 가치와 인간의 욕구와 기준도 변하고 있고 그것이 다다를 지점이 어디인가를 자꾸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점점 많은 것을 취하고 그래서 많은 것들이 지독히 쉽고 당연시 된다. 우리가 너무 늦지 않게 회복할 방법이 있을까? 그 답이 책 속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내 경우고 넓게 보자면 생각 속에 있다고 믿는다. 끝없이 생각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과정 속에서 좋은 답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동시에 생각의 폭(이해의 폭)이 좁아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극단적이고 단순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궁극적인 것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가 불안하다. 각자가 자유롭고 다채로운 생각들을 꺼낼 수 있어야 할텐데 그것이 가능한 사회가 멀고 요원하다. 쉽게 판단하고 평가하고 가둔다. 편을 나누고 이익에 집중하고 이해를 포기한다. 소크라테스의 로고스는 더이상 의미가 없을까? 하나님의 사랑은 더이상 의미가 없을까? 내겐 단순한 지성과 종교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본질이다. 로고스=이성=합리와 과학이 아니며, 하나님의 사랑=종교적 세계관=기적이 아니다. 개인이 가지는 이해의 폭은 작고 좁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그 폭을 키우고넓혀야만 서로 공존할 수 있다. 그 방법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고 여기는 것은 나뿐일까? 자주 궁금하다. 숱한 타인들이 궁금하다. 무엇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드러내는가에 대해 알고 싶다. 나와 같은 점과 다른 점, 같은 이유와 다른 이유, 같아질 수 있는 부분과 영원히 구분될 부분들이 알고 싶다. 그래서 읽는다. 내 방법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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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것을 빼앗기고 있는지 아니 절로 내어주고 있는지 자주 생각한다. 개인(일단 나부터)과 사회의 방향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계속 찾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어쩌면 반드시 해야만 하는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닐지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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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실 이런 복잡한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메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의 판타지 버전일수도 있다. 설정도 인물도 튀어나오는 과거의 문장들도 흥미롭다. 재밌게 읽을 수 있고 얼마든지 머릿속에서 시각화 할 수 있다. 디스토피아 소설 중 하나일수도 어쩌면 음유시인의 미래화일 수도 있겠다. 재미나게 읽고 얼마든지 생각을 뻗어나갈 수 있다. 나처럼 이상한 생각들을 하게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재미난 생각들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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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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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아름다움과 이야기의 아름다움과 인물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모두 담겨있다. 그 아름다움은 때론 쓸쓸하고 서글프고 때론 찬란하고 자극적이다. 이야기와 애정을 갈망하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일지도 모르겠다. 원시의 생명력을 인간이 잃은 것은 아닌지 다 잃고 난 후에 미지의 것이라고 두려워하며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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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새로운 감각이 생겨나는 기분이 들었다. 아마도 그 감각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잊었던 혹은 잃은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미지의 것들을 이해하고 싶어서 책을 읽는다. 이해라는 것이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것이 아니라 그럴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 숱한 가능성들이 나 외의 것들을 인정하게 한다. 편협하고 고집스러운내 세계도 언젠간 조금 더 유연하고 활기있고 다채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실재의 인물들보다 글 속의 인물들을 이해하는 것이 한결 쉽다. 실재의 인간들에게선 맥락을 유추하기 어렵다. 타인의 삶의 과정들을 확인하고 그 행동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오해가 덜하겠지만 어디 그리 쉬운가. 그저 짐작하는 과정에서 오해와 선입견이 개입되고 결국은 밀어내게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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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자. 세상을 만드는 이도 사회를 구성하는 이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도 우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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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 르네상스 피렌체가 낳은 이단아 클래식 클라우드 11
김경희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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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현실적인 것일수도 있다. 극사실주의는 사실 괴롭고 불편하기 마련이다. 그 불편함은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배척당하고 비난과 폄훼로 이어진다. 마키아벨리는 외로웠을지도 모르겠다. 사상이나 철학은 대체로 현실에서 시작되어 상상에 머문다. 그 상상이 현실에 대입되는 순간 기이한 형태로 변모해서 다른 이름을 갖는다. 모든 사상이나 철학은 위대하지만 현실에서 힘을 갖기 어렵다. 그렇다면 정치나 철학이나 사상의 태도를 취하는 것이 괜찮은가? 현실적이지 못한 것, 비합리적인 것, 효율적이지 않은 것을 조롱하면서도 높은 이성과 온전한 이상을 요구한다. 이러기도 저러기도 힘들다. 마키아벨리에 대한 평가가 그랬던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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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정치가 마키아벨리를 만나아할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떠나 이상과 현실을 어떻게 조화시키는가를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여전하고 인간이 만든 사회도 여전하고 인간의 생각이나 본성도 여전하다. 다름없는 우리에게 과거의 것들은 중요한 지침이 되어준다. 과거에서 현재를 그리고 현재에서 과거를 느낀다. 어쩌면 아주 단순하고 직접적인 무엇만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너무 에두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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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어링의 여왕 티어링 3부작
에리카 조핸슨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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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판타지랄 수도, 어느 소녀의 성장담이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즐거웠다. 간만에 가볍고 즐겁고 신나는 이야기여서 지금 필요했구나 싶었다. 이 이야기가 3부작이고 다른 두 권이 내게 없다는 것이 몹시 안타까울 뿐이다.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는 시간도둑이다. 어쩌면 리셋버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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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흥미진진한 판타지지만 설정이 조금 독특하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도 아니어서 어쩌면 세계의 전복이나 타입슬립한 미래같은 인상마저 든다. 마법과 판타지인 동시에 역사를 반투명하게 비추는 거울같기도 하다. 여하간 다음 두 권이 몹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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