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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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불철주야 범인 잡기에 총력을 다하는 두 형사가 있다. 국가의 녹을 먹는 경찰 공무원이기에 그들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을 뿐, 어떻게든 실적을 올려 승진의 기회는 물론 포상금까지 노려 가사에 도움을 주고자 오늘도 내일도 범인 잡기에 그들은 여념이 없다. 이게 바로 이번에 개봉한 한국영화 <체포왕>이 그리는 그림이자 기본 플롯이다. 즉, 형사들의 범인 잡기 대작전이자 좌충우돌 체포 액션을 선보이는 일종의 버디무비식 영화인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체포왕이 되기 위한 그림들의 전개가 흔한 설정과 종국에는 감동까지 그릴려는 약간의 무리수로 인해 영화의 전체적인 감을 떨어뜨리며 그냥 그저그런 영화로 남고 말았다. 물론 다르게 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 제목에 충실하게 체포왕이 되기 위한 두 형사, 아니 그 둘이 속한 마포서와 서대문서의 범인 잡기 전개는 일종의 클리셰적으로 흐르며 색다른 재미를 부여하진 못했다. 그래도 영화가 건진 건 있다. 두 주연 배우 이선균과 박중훈의 묘한 앙상블이라 할 수 있는데, 그외 이성민과 김정태 등 조연들의 재미난 활약과 입담은 볼만했으니, 먼저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한 놈 한 놈 잡다보면 언젠가 내가 (체포왕) | 미치도록 잡고... 아니, 되고 싶었다! (체포왕)

오로지 실적 좋은 놈만이 대접받는 무한경쟁시대. 구역이 붙어있는 마포서와 서대문서는 사사건건 비교당하는 탓에 밥그릇싸움이 치열하다. 반칙의 달인으로 악명을 떨치는 마포서 팀장 ‘황재성’(박중훈)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잡고 보는 검거 실력으로 실적 1위를 달리고, 그를 이기기 위해 서대문서로 입성한 신임 팀장 ‘정의찬’(이선균)은 경찰대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이 무색하게 오자마자 잡은 날치기범을 ‘재성’에게 날치기(!)당해 실적을 깎아먹는다. 하지만 실적 1등도 꼴지도 피해갈 수 없는 타이틀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올해의 체포왕’! 경찰대 출신이 아닌 ‘재성’은 승진을 위해, 속도위반으로 예비아빠가 된 ‘의찬’은 포상금 때문에 반드시 ‘체포왕’이 되어야만 하는 절실한 상황. ‘재성’과 ‘의찬’은 ‘체포왕’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뺏고 뺏기는 무한경쟁에 돌입하는데... 경찰 인생 최고의 ‘로또’사건 발생! 시간은 2주, 먼저 수갑 채운 놈이...된다! 체.포.왕! 이때, 그들 앞에 승점 2000점짜리 로또 사건이 떨어진다. 그것은 바로, 마포와 서대문 일대를 들썩이게 만든 ‘마포 발바리 사건’. 잡기만 하면 지금까지 쌓은 실적을 단번에 엎을 수 있는 막판 뒤집기 찬스가 온 것. 앞으로 시간은 2주. 먼저 수갑 채운 놈이 ‘체포왕’의 주인공이 된다! 과연 누가 그 놈에게 수갑을 채우고 ‘체포왕’이 될 수 있을까.



(좌측은 막무가내식 실적에 빠진 마포서, 우측은 허탕만 치다 새롭게 나선 서대문서)

위의 시놉시스를 보듯이 영화의 줄거리는 꽤 길지만, 사실 '체포왕'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그냥 우리네 형사들의 범인잡기 프로젝트 아니 그 현장을 담아내는 본격 범죄 드라마다. 그런데 이게 어떤 진중함 대신에 약간의 핀트를 코믹적인 상황으로 몰아가며 메스를 가하지 않고 일반적인 시선 처리로 담아낸 의도가 다분하다. 즉 어떤 범죄 영화들처럼 날샌 욕지거리와 조폭들의 사시미나 야구 방망이가 난무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형사들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냥 잠바떼기 입고 점심을 짜장면으로 떼우며 오로지 범인 잡기에 몰두하는 그런 그림으로 일관한다. 그 중심에는 바로 피노 눈물도 없는 실적 지상주의 마포서 형사들과 허탕만 치는 바람 잘 날 없는 서대문서 형사들이 축을 이룬다.

여기서 중심인물은 바로 둘, 마포서의 황재성(박중훈) 팀장은 '황구렁이'라는 별명답게 꽤 까칠한 스타일로 다른 데서 잡은 범인을 인터셉트 하는 등 그는 오로지 실적에 목마른 인물이다. 반면 서대문서는 무언가 된장 냄새가 폴폴나는 형사들도 이곳에 경찰대 출신의 엘리트 경위 정의찬(이선균)이 팀장으로 오면서 발전은 커녕 더욱더 궁지로 몰린다. 다 잡은 범인을 마포서에 뺏기기도 하고 범인 추격을 하다 벽 사이에 몸이 끼는 등, 가관이 아닌 게 정의찬은 말 그대로 허당종결자다.


(영화 '체포왕'의 느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두 형사의 모습, 그들은 이렇게 체포하기 바쁘게 뛴다.)

두 형사의 좌충우돌 범인 잡기 대작전 돌입 '체포왕', 둘 중 누가 됐을까?

그러면서 영화는 초중반까지 마약 수사로 잡은 대어를 마포서가 가로채는 상황과 심지어 연쇄 날치기범을 뺏기는 등 서대문서와 대립각을 세우는 그림으로 전개가 된다. 즉 황재성과 정의찬 두 팀장의 맞대결로 그림이 채워진다. 이러니 둘이 친해질 수가 없는 사이, 한쪽은 경찰대 엘리트 출신이지만 젊은 패기에 이론만 앞세우지만 현장에선 허당이고, 다른 한쪽은 순경부터 밟아 올라와 잔뼈가 굵은 능구렁이 같이 눈치백단의 팀장이라 서대문서는 항상 마포서에 실적을 빼깃고 만 거. 이때, 그 일대를 들썩이게 만든 '마포 발라리 사건'이라 불리는 연쇄 성폭행범을 잡으라는 지시가 내려지고, 이 두 경찰서는 합동수사 본부를 차려 그 발바리 놈을 잡는데 혈안이 된다. 관내 십여 명의 여성들이 강간 및 폭행 당한 이 사건에 걸린 승점과 포상금을 타기 위한 이들의 노력이 펼쳐지는데, 우선 넷상의 IP추적으로 PC방에 있던 용의자를 잡으려던 1차 검거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이 둘은 수사에서 좌천되고 만다.

황재성은 관내에 있는 어느 지구대로, 정의찬은 어디 전장군 문지기?로 가게 된 거. 이때부터 영화는 급격히 분위기가 반전된다. 앞선 중반까지는 이들이 좌충우돌하는 다소 코믹한 상황까지 그리며 두 경찰서 형사들의 체포 현장을 그려냈다면, 중반 이후 갑자기 이들이 고뇌하는 쪽으로 그려낸다. 먼저 황재성은 지구대복을 입고 동네 순찰을 돌며 갑자기 예전의 실적에만 눈이 멀던 모습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면모로 변해 주민과 피해자들을 대하게 된다. 그러면서 마포의 발바리 사건을 의심케하는 15살 소녀의 강간 폭행사건이 일어나자 황재성은 폭발한다. 이 짐승같은 넘을 잡겠다는 일념이 발동하게 되면서 정의파로 돌변한다.

한편 정의찬도 마찬가지다. 어디 전장군 문지기로 좌천됐지만 여친과 속도위반으로 결혼을 앞두게 된 그에게 있어 포상금을 놓치기 힘든 상황이 조여온다. 그러면서 두 형사는 다시 의기투합하게 된다. 즉 그전까지는 서로 대립각을 세우며 범인을 놓친 현장에서도 싸우던 그 둘이 이제는 명콤비로 탄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최대 과제였던 마포의 그 거시기한 발바리를 잡았을까? 제목처럼 '체포왕'이 되려는데 방점을 찍었을까? 잡았다면 누가 됐을까? ㅎ


 (중반까지 대립각을 세운 두 형사, 이후에는 친하게 명콤비로 '발바리' 잡기에 나선다.)

이렇게 영화는 '체포왕'이 되려는 두 형사의 활약상을 그린 버디무비식 형사물이다. 그런데 두 형사의 활약이 정극으로 진행되는 어떤 진중함에서 벗어나 약간의 오버스런 면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실적 올리기의 달인으로 잔뼈가 굵은 황구렁이 같은 역할에 박중훈도 그렇고, 경찰대 엘리트 출신의 허당 이선균도 그렇고, 다들 체포 현장에서 범인을 잡거나 놓치는 그림은 분명 영화적 구성이 보이긴 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존의 형사물과 색다른 면을 보이기도 했는데, '체포'라는 말이 주듯이 그 최일선에서 악전고투하며 범인 잡기에 여념이 없는 이들의 추격전이나 해프닝은 분명 볼만했다. 특히 육박전 보다는 보통 도망가는 범인을 잡기 위한 산동네의 골목을 끼고 달리는 추격전이나 집의 옥상과 지붕을 넘고 뛰는 마치 익스트림 스포츠를 보듯 펼치는 그림은 꽤 쏠쏠한 재미를 부여했다. 그에 걸맞은 음악과 함께.

두 콤비의 범인 잡기 대작전 코미디 '체포왕', 볼만하지만 임팩트는 없다. 

물론 이런 그림은 마지막 발바리를 추격하는 씬에서도 제대로 나와 또 다시 볼거리를 선사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마지막은 꽤 흔한 그림으로 마무리돼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에도 두 주연 배우의 능청스런 코믹 연기와 입담, 특히 조연 배우로 조형사 역할을 맡은 이성민의 무언가 생활에 찌든 형사의 모습은 많이 와 닿았고, 저쪽 마포서에서 송형사 역에 김정태 또한 황팀장 다음의 2인자로써 능청스런 입담을 과시하며 주목을 끌었다. 전작 <방가방가>에서 이주 노동자들을 앞에 두고 편승엽의 '찬찬찬' 트로트를 코믹하게 가르쳤듯이, 여기서도 그런 시퀀스를 자주 남발하며 재미를 선사했다. 이 분을 안다면 어떤 느낌인지 알 것이다. 황팀장이 좌천돼 지구대로 내려간 그 순간에 여러 업주들을 모시고 작업에 들어가려는 그런 모습까지 아주 제대로였다. ㅎ

아무튼 본격 버디무비식 형사물을 표방한 '체포왕'은 진중함을 빼고, 캐스팅 된 두 주연배우 박중훈과 이선균의 이미지를 보듯 분명 이 영화의 지점은 코믹한 드라마적 설정이 주류를 이른다. 그렇기에 코미디 범죄물로 보기에도 무방하지만, 영화는 중반까지 체포 현장을 나름의 생활형 경찰액션이 가미된 리얼감을 살려 이목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발바리를 잡기 위한 이들의 합동수사 본부의 모습과 두 형사가 의기투합이 된 과정의 모습은 무언가 개연성이 빠진듯 캐릭터의 변화를 주며 클리셰적으로 흐르고 말았다.

물론 실적 때문에 형사들의 '체포왕' 되기 위한 그림은 좌충우돌하며 나름 잘 표출이 되었지만,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무언가 유쾌하거나 통쾌한 기분을 들게하는 체포는 아니었다는 거. 그것은 흔한 전개와 마무리 설정의 패착인 셈인데, 그래도 두 형사의 좌충우돌 활약상 만큼은 인정해야겠다. 그렇기에 아직도 최일선에서 불철주야 범인 잡기에 매진하는 이 땅의 대한민국 경찰들에게 여기 체포왕은 '팝콘무비'로 나름 볼만은 할 것이다. 대신 체포에도 감정이 들어가면 문제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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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코드 - Source 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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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헐리웃 SF 액션 영화라고 하면 누구나 지레짐작 블록버스터급의 가열한 액션이 난무하는 비주얼 위주의 무비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런 비주얼에 익숙해진 그림들에 관객들은 매료되기도 한다. 아직도 인기리에 상영중인 '분노의 질주 : 언리미티드''토르 : 천둥의 신'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개봉한 영화 '소스 코드'는 조금은 궤적을 달리하고 있다. 전단지 홍보 문구대로 '인셉션을 능가하는 상상력', 'SF 액션의 진화'라든지 '2011년 최고의 SF 액션 블록버스터'라 당차게 홍보하고 있지만, 영화 '소스 코드'가 안고 있는 그림들은 그렇게 비주얼로 포팅된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 홍보대로 믿고 봤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고, 그런 비주얼은 사실 달리는 열차의 임팩트한 폭파씬이 4~5번 반복적으로 나온 것을 빼면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액션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더 현실감이 있는 것일까?!

그런데 사람들은 왜, 이 영화에 적잖이 열광하는 것일까? 정말로 '인셉션'과 같아서일까? 아니면 제목에서 풍기는 무언가 지적인 호기심의 발호일까?! 어쨌든 '소스 코드'는 이런저런 이유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래서 강호도 오전 댓바람부터 보고 왔는데, 아니 극장에 그렇게 학생들이 많은 건 처음 봤다. 초딩부터 해서 중고등학생까지, 아마도 학교에서 과학숙제?를 내주면서 이 영화를 보고 분석해 오라는 미션이 있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다른 리뷰를 대충 봐도 벌써부터 이 영화에 대한 분석글이 많을 정도로, '소스 코드'에 내재된 과학에 대한 이론과 상상에 대한 그림이 꽤 깔려있는 느낌이 다분하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양자역학'의 물리학을 접목시킨 그 프로젝트에 '우주평행론'인지 '평행세계론'인지 마지막에 친절한 설명까지 하는 것 보면 이 영화는 꽤 머리 좀 써야 한다. 강호가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인데.. ㅎ 그렇다면 이 영화가 보여주고 종국에는 그리고자 했던 건 무엇일까? 먼저 이 영화 '소스 코드'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SF 액션의 진화 (소스 코드) | 주어진 시간 단 8분, 과거에 접속해 미래를 구하라!

도시를 위협하는 열차 폭탄 테러 사건 해결을 위해 호출된 콜터(제이크 질렌할) 대위. ‘소스 코드’에 접속해 기차 테러로 희생된 한 남자의 마지막 8분으로 들어가 폭탄을 찾고 범인을 잡아야 하는 임무를 부여 받는다. 이 임무가 성공해야만 6시간 뒤로 예고된 시카고를 날려버릴 대형 폭탄 테러를 막을 수 있다. 그는 모든 직감을 이용해 사건의 단서와 용의자를 찾아야 하는데……

아래는 스포일러가 조금 있으니.. 안 보신 분들은 스킵해 주시길.. ~~




(열차에서 만난 두 남녀, 8분 안에 테러범을 못 잡으면 아래처럼 그냥 산화되고 만다. 반복적으로..)


(수차례 보여준 열차의 폭파씬은 짧고 강렬하다. 이게 바로 '화염'이다.)

먼저 이 영화 '소스 코드'는 꽤 단순하면서도 여러 SF 판타지류 등에서 보여진 시간여행의 타임머신이나 데쟈뷰 현상을 차용한 느낌이 다분해 보인다. 짧은 시놉시스에서 보듯이 '소스 코드'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가까운 과거의 지점으로 찾아가 주어진 시간 단 8분 안에 테러범을 잡아야 하는 거. 그렇기에 여기 주인공 남자 '콜터'(제이크 질렌할)는 막중한 임무를 띄고 있다.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그 열차 폭파 사고를 미연에 막고 테러범을 색출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요원일까?' 라고 관객들은 처음부터 생각하게 된다. 마치 액션 스릴러들이 그렇듯이. 하지만 그는 첩보요원은 아니다. 대신에 중동 전쟁에 참전한 헬기 조종사 대위 출신의 군인으로, 그는 이미 두 달 전 전장에서 사망한 사람이라는 거. 이게 영화 중반 전에 바로 나온다.

그런데 이게 완벽히? 죽지는 않고, 뇌의 일부분이 살아 있는 상태로 그는 어느 캡술에 시체처럼 누워 있었다. 상반신만 두고 하반신은 짤려있는 채 처참하게 말이다. 그래서 그는 군사기밀 프로젝트로 진행중인 최첨단 기밀 시스템이자 과거에 접속해 미래를 바꾸는 시공간 이동 프로그램인 '소스 코드'에 희생양이 된 것이다. 즉 그를 이용해 계속 벌어지는 테러를 사전에 미리 차단하고 사람들을 구한다는 거. 그래서 여기서 벌어지게 된 열차 폭파 사고에 이은 시카고 전체에 퍼질 방사능 테러까지 막기 위해서 그가 투입된 것인데, 그렇기에 콜터가 활약하게 되는 열차 내에서 테러범 찾기 게임은 일종의 가상세계일 수밖에 없다. 이게 현실이라는 착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이미 사람들은 열차 폭파로 죽은 것이고, 그중 '션'이라는 불리는 교사의 몸에 여기 콜린이 들어가 2차 테러를 막기 위한 방어기제로 이용이 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소스 코드'를 개발한 박사와 조종자인 굿윈 역의 '베라 파미가', 제대로다.)

즉 이미 사망한 사람에게 들어가 그 사망자가 마지막으로 두뇌 속에 지니고 있는 8분 간의 기억을 대리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인데, 하지만 그건 그냥 체험이 아닌 그를 조정하는 상황실의 여장교 굿윈(베라 파미가)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처음에는 왜 자신이 여기 임무에 가담하게 됐는지도 모른 채 열차에서 묘령의 아가씨 크리스티나(미쉘 모나한)를 만나게 되고, 거울엔 자신의 얼굴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비치자 깜놀하는 '콜터', 난 누구인가?! 하지만 예견대로 열차가 폭파하고, 그 순간 콜터는 밀폐된 기계 안에서 깨어나며 그의 임무는 서서히 진행이 된다.

그러면서 다시 열차가 돌아가 테러범을 찾는 동안 크리스티나 매력에 빠져 사랑하게 되고, 종국에는 그녀마저 살릴려고 노력하는 등, 영화는 열차 테러로 되돌아가는 8분의 상황을 반복적으로 내보내며 집중력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게 다소 지루해 보일지는 몰라도, 충분히 이야기 전개가 잘 짜여진 '코딩력'으로 전개가 됐다. 강호는 중간에 잠깐 졸기도 했지만서도.. ㅎ

결국 콜터는 본연의 임무처럼 테러범을 찾는 임무를 완수하는 지점까지 가게 된다. 그런데 그게 테러범이 누군인지 예상이 되는 그림이라 조금은 조이는 맛이 떨어지는 건 있다. 즉 이쪽에 치중하기 보다는 상황 전개에 포커스를 맞춘 느낌이 다분하기 때문인데, 어쨌든 그런 과정에서 크리스티나가 총격을 입는 사고를 당하며 콜터 또한 위기에 봉착하는데, 과연 그가 테러범 찾기 임무를 완수한 이후에는 어떻게 됐을까? 그런 결과적 의문에 대해서 영화는 그 임무의 완수 보다는 '소스 코드'에 희생양이 된 한 남자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마지막에 감동의 여운까지 남기기도 했다. 자신의 아버지와 전화 통화도 그렇고, 특히 크리스티나와 대미적 키스장면도 그렇게 다가온다.


('소스 코드'로 인해 캡슐에 갇혀 명령을 따르는 콜터 대위,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더 문>을 연출한 '던컨 존스', <소스 코드>로 색다른 SF물의 지평을 열다.

이렇게 영화는 SF 액션의 진화라는 설명에서 보듯이 액션만 뺀다면 한층 진일보한 SF적 그림을 선사한 느낌은 다분하다. 물론 기억을 좇는 '데쟈뷰'나 '인셉션'처럼 꿈 속의 꿈이라는 소재로 파고 들어가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런 그림이기에 분명 본듯한 느낌이지만, 영화는 가상과 현실 세계를 잇게 한다는 '소스 코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기존과는 색다르게 무한의 상상력을 펼쳤다. 그것이 영화에서 설명한 '양자역학'이라는 어려운 과학적 설명과 '우주평행론'인지 비슷한 의미로 해석되는 '평행세계론'인지 몰라도 영화의 말미에서 보여준 친절한 해석 '우리는 다수의 세계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라는 그 메시지는 분명 또 다른 세계에 맞닥뜨리게 되는 타임머신의 시간여행 같은 상상적 재미를 선사했다는 점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색다른 연출은 전작 <더 문>을 통해서 저예산 SF 스릴러 영화로 꽤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 감독 '던컨 존스'의 역량으로 표출되었고, 또 다시 이렇게 주목을 받으며 밀도감있는 집중력으로 '더 문'을 능가하는 SF물을 선보였다. 여기에다 주인공 역으로 <페르시아의 왕자>에서 엣지있는 모래바람 액션을 선보인 '제이크 질렌할'의 SF적 감성의 호연과 함께 그의 매력녀로 나온 '미쉘 모나한'과 여장교 '베라 파미가'의 마지막에 콜터에게 보여준 연민에 대한 시퀀스까지, 영화는 캐릭터 구축에도 나름 성공했다 할 수 있다. 이렇게 '던컨 존스'의 역량있는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의미심장한 SF 영화로 다가는 '소스 코드'는 어찌보면 SF 액션 블록버스터라 표방했지만, 큰 스케일로 승부하는 영화라기 보다는 이야기로써 말하는 하나의 운명론적 SF물로 다가온다.

그래서 다소 독창적이고 깔끔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완벽 그 자체는 아니다. 완벽하게 이해하기 힘든 조금은 난해한 구석도 있기도 하면서, 마지막 이 남자의 감동어린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인류를 위해서 숭고한 희생을 펼친 모습으로 귀결시키며 앞선 과학적 설정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마치 '소스 코드'를 가장한 그 어떤 느낌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완벽한 소스를 풀어냈다고는 보기엔 어렵다. 그래도 8분간 계속 주어진 그 소스의 '코딩력' 만큼은 볼만하게 전개가 되었고, 그것은 어떤 가열한 비주얼의 스케일이 아닌 이야기적 스케일로는 꽤 의미가 있는 SF물이 아닌가 싶다. 물론 전작 '더 문' 보다는 스케일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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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 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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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지난 세월을 반추하며 우리네 학창 시절을 생생하게 떠오르게 하는 한 편의 영화가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미 정식 개봉 전부터 여러 곳의 시사회와 입소문을 통해서 이 영화 '써니'는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거. 그래서 강호도 개봉하자마자 한달음에 달려가 봤다. 결코 나와 무관하지 않은 더군다나 8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시절과 겹치기에, 물론 여기 극 중의 누님들이 40대 초반으로 나이가 조금 많지만, 영화상에서 배경은 전장군 정권하에 군부독재 시절의 한 가운데임을 감안하면 딱 그림은 그려지고,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음이다. ㅎ 어쨋든 영화는 이미 알다시피 40대 아줌마들이 여고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잊고 지냈던 친구들을 찾아 삶의 활력과 희망을 찾는다는 꽤 뷰피풀한 드라마 되시겠다.

사람은 누구나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기에 이들 아니, 그녀들의 추억은 영화에서 제대로 발현이 돼 과거 고딩 시절로 돌아갔다가 다시 현재로 왔다가 그 추억의 편린을 조각 맞추듯 펼쳐낸다. 물론 관객이 보고자 웃고자 하는 건 바로 80년대 학창 시절의 이야기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여기서 그려낸 학창시절은 정말 와닿는 이야기 투성이다. 어찌보면 지금 젊은 20대들은 모를 법한 향수가 곳곳에 배어 있다. 영화에 전반적으로 깔리는 그 유명한 소피마르소 주연의 '라붐'의 OST, 조덕배의 '꿈에'와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 등 80년대를 주름잡던 노래들이 중장년층의 가슴을 적신다. 캬.. 아무튼 이 영화는 추억을 소재로 만들어진 이야기이고, 그 추억을 좇고 그려나간 과정은 코믹하면서도 잔잔한 감동까지 그려냈다. 이른바 남자들만 가열한 우정이 있는 게 아니라, 여기 아줌마들 여고 동창들의 우정도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 '써니',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찬란하게 빛나는 학창시절을 함께한 칠공주 ‘써니’가 25년 만에 다시 모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되찾는 유쾌한 감동을 그린 이야기.


(전설의 칠공주들, 그런데 그림이 어찌 아니올씨다. ㅎ 어쨌든 이 소녀들은 칠공주 '써니'다)

이게 공식적인 시놉인데, 참 짧다. 그렇다. 이 영화는 크게 따지고 들어갈 내용이 없다. 말 그대로 이젠 40대 아줌마가 된 그녀들이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친구를 하나둘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즉 이들은 바로 전설로 내려온 '칠공주'라 불리는 '써니'라는 조직? 아니 그녀들만의 써클의 활동 멤버들이다. 다소 가오는 안 살지만 공부는 뒷전이요, 어떻게 하면 다니는 학교를 제대로 접수하고 관리하는 게 목적인 이들에게 한 명의 어리버리한 전학생이 들어온다. 그 이름은 당시 '빙글빙글' 노래를 히트친 여가수 '나미'와 이름이 같은 '임나미'(심은경), 그녀는 전라도 사투리가 심하게 베인 벌교 출신으로 여주인공답게 임팩트한 면모를 과시한다. 싸움이나 객기가 부족하지만 그 미친 '빙의' 연기로 상대편을 압도한다. 이게 나중엔 안 먹혔지만, 어쨋든 이들 칠공주의 학교 생활이 그려지는 것이다.

삶에 지친 아줌마들의 여고동창 찾기, 칠공주 '써니'는 그녀들의 끈이다.

그런데 이들의 학교생활을 계속 그리는 구도가 아닌, 바로 임나미가 커서 어른이 된 유호정이 나오면서 반추하는 식이다. 즉 그녀의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에서 '써니' 멤버의 짱이었던 하춘화(진희경)를 만나면서 이들은 친구 찾기에 나선다. 그런데 하춘화는 암 선고를 받은 상태, 그래서 마지막 가는 길에 친구들을 보고 싶다며 나미에게 부탁을 한 것이다. 여기에 등빨 좋은 언니 고수희, 극중 김장미가 나미와 함께 친구 찾기에 나서면서 홍진희도 찾고 이연경도 찾는 등 그렇게 전개가 된다. 그러면서 나미의 시선을 좇고 그가 지나가는 여고생을 볼때마다, 과거로 돌아가 그 시절의 추억의 한 페이지를 꺼내들며 관객들을 웃음짓게 만든다.

하지만 칠공주 멤범 중 하나, 항상 책을 손에 놓치 않는 공부벌레이자 꽤 까칠하고 너무나 이뻐서 도도한 수지(민효린)가 이 멤버 중에서 사고를 당해 사라지게 되고, 그녀들은 결국 세상을 떠난 춘화의 영정 앞에서 수지를 기다리는데.. 과연 그녀들은 다시 뭉쳤을까? 아니면 그 시절을 떠올리며 한바탕 춤사위를 펼쳤을까? 마지막도 참 유쾌하게 잘 그렸다. 장례식장에서 그럴 수 있남?! ㅎ


(김장미 역의 고수희, 하춘하 역의 진희경, 임나미 역의 유호정, 이들의 호흡도 볼만하다.)


(좌충우돌하는 귀여운 구석의 칠공주 '써니', 무섭기 보다는 삼촌이 보기엔 사랑스럽다. ㅎ)

이렇듯 영화는 사실 별거 없는 내용처럼 보인다. 그냥 생활에 찌들고 무료해진 아줌마들의 여고 시절을 떠올리며 동창 찾기라 보면 되는데, 왜 예전에 '아이러브스쿨'인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물론 여기서는 어른 나미가 흥신소를 통해서 찾았지만, 어쨌든 영화는 그녀들의 가장 추억이 서렸던 중심 '써니'의 이야기를 그려낸 것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바라보는 지점은 이들이 커서 그려내는 그런 그림보다는 즉, 바로 학창시절에 얼마나 잘 놀며 지냈는지에 대한 그림에서 관객들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사람은 누구나 학창 시절이 있기 마련인 것이고, 그 유년 시절의 추억을 꺼내들다 보면 친했던 친구들 이름이나 얼굴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영화는 이 칠공주의 모습을 다소 코믹적인 촌극처럼 그려 꽤 부담없이 보게 만든다. 어찌보면 한 편의 개그 같기도 한데.. ㅎ


(94년생 심은경 양, 연기가 적시적소에 제대로다.)

하지만 그 시절에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고, 지금의 시절보다 못 살고 풍족하진 않아도 따스한 감성만은 더 많았다. 영화도 그 지점을 중점으로 그리며 이들 칠공주의 우정에 대해서 그리게 되는데, 그 중심에는 물론 짱이었던 춘화가 있었지만 새로 전학 온 임나미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그 역은 지금은 꽤 유명해진 아역 배우 '심은경'양이 맡았는데, 아주 제대로 호연을 펼쳤다. 여기 강호 삼촌이 봐도 너무 이뻐 죽겠다. 어쩜 연기를 그렇게 찰지게 잘 하는지, 정말 싹이 보일 정도다. 전작 '퀴즈왕'에서는 시크한 중학생 역, '반가운 살인자'에서 시크한 딸내미 역, 최근작 '로맨틱 헤븐'에서는 어린 할머니 역까지 그는 벌써 충무로의 블루칩이다. 그리고 여기 '써니'에서는 어리버리한 코믹적인 상황은 물론이요, 상황 인식과 전개에 대한 눈치가 백단에다, 그리곤 감동까지도 우려낸다. 여튼 심은경은 여기선 甲이다. 어찌보면 어른 유호정보다도..



개성 만점의 칠공주 캐릭터가 제대로 묻어난 '써니', 유쾌하게 볼만하다.

물론 이외에도 아역으로 나온 10대 배우들 모두 호연을 펼치며 눈길을 끌었다. 얼음공주로 꽤 시크하게 나온 '민효린' 양, 마치 이효리를 닮은 모습에 연기도 좋고, MBC 전쟁드라마 '로드 넘버원'에서 제대로 본 '남보라' 양도 귀엽고, 어린 김장미 역에 뚱녀도 웃기고, 물론 어린 춘화역에 좀 육덕진 '강소라'도 제대로 호연을 펼쳤다. 그리고 이들이 커서 만나게 된, 지금은 나이를 솔찮이 잡수신 진희경유호정, 그리고 홍진희 고수희, 물론 고수희는 아직 젊긴 하지만 이분 '친절한 금자씨'에서 참 임팩트했다. 알다시피 여감방에서 거시기한 장면을 날리신 그 분 되시겠다. 이외에도 오랜만에 본 영원한 동안 '이연경'도 반가운 게, 성인 연기자들의 앙상블도 아역들과 함께 매칭이 잘 돼 극에 전혀 반하지 않았다.

이렇듯 영화는 그녀들 외모도 싱크가 맞을 정도로 개성 만점의 캐릭터들이 전면 배치돼 이들을 지켜보게 하는 힘이 있다. 물론 이야기의 전개가 특히 학창시절의 씬은 에피소드식 느낌은 있지만, 결국 그 칠공주 '써니'의 좌충우돌 성장기라 볼 수 있다. 그 속에서 한 친구와 소원해진 관계의 회복이라든지, 다른 써클과 기선 제압하기, 그러면서 잃게 된 친구 등 이야기의 소재는 마구 펼쳐진다. 또한 우리의 가열했던 80년대를 한껏 촌극의 희극처럼 펼쳐보이며 전경과 대치돼 싸우는 국면도 한 편의 개그로 승화시켰다. 그외 향수를 자극할 꺼리는 많다. 잠깐 교복 자율화 시대를 맛봤던 그들에게, 소녀들의 감성처럼 치장하긴 바쁜 사춘기라 다소 촌스러운 패션도 볼거리 중 하나고, 나이키 가방을 꼭 가지고 다녀야 하고, 교실에서 떠드는 살풍경은 우리시대의 왁자지껄한 그 모습 그대로다. 물론 이들을 한껏 표현해준 80년대 팝과 가요들도 한몫 했음이다.

아무튼 영화는 분명 정극으로 흐르면서도 촌극의 기분이 들게 만들고 나중에는 감동으로 귀결을 시키려 했지만, 이마저도 유쾌한 느낌이 들게 만든 '써니'다. 전작 '과속 스캔들'로 이미 호평을 받은 강형철 감독의 공감대적 연출이 돋보인 역량이기도 한 것인데, 그만큼 영화가 뿜어내는 정서는 암으로 죽는 친구의 이야기가 전제에 깔려 있어도 꽤 밝게 흐르고 그 지점을 놓치지 않는다. 그러면서 과거 시절 어리버리했던 '나미'를 통해서 순수한 소녀의 감성과 그 유치찬란했던 '써니'라는 써클을 통해서 이들의 추억을 그려낸 것이다. 그 추억의 중심에는 모 개그에서 나온 '다들 이불개고 밥 먹어'? 로 유명한 '보니엠'이 부른 너무 익숙한 노래 '써니'가 마지막까지 흐르며 유쾌한 흥을 돋구고 있다. 그리고 그 순간 이들을 지켜본 관객들은 한 편의 유치찬란했던 그녀들의 청춘극장 앞에서 엷은 미소를 짓게 된다. 바로 학창시절이 그리워진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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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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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장르적 소재에 있어 '전쟁'이라는 테마는 사실 다루기가 조심스럽다. 바로 6.25 전쟁으로 대표되는 그런 것들인데, 이것을 소위 미화시키거나 아니면 역설적으로 그리다 보면 메시지는 공허해지고, 작금의 남북한이 대치된 상황을 희화화시키는 역주행의 결과까지 초래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영화가 이것을 담아낼때는 자심해진다. 이른바 '북한을 어떻게 그려야할까?' 라는 원초적인 문제부터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 터. 그런 점에서 이번에 나온 전쟁영화 아니 전쟁을 소재로 했지만, 그 너머의 인간적인 감동과 휴먼을 담으며 그려낸 영화 '적과의 동침'은 일견 와닿는 구석이 있다. 이념과 체제라는 무거운 탈 속에 갇힌 인민군과 그런 건 전혀 모르고 살았던 어느 깊은 산골 석정리 마을 주민들과의 대치 국면은 색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이게 영화의 주요 볼거리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들어가서 보여지는 지점은 일견 '웰컴 투 동막골'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비슷해 보인다. 물론 엄청난 인기를 선보였던 2005년작 '웰컴 투 동막골' 또한 전쟁을 소재로 했지만 따스한 인간미를 풍기며 한 편의 동화같은 전쟁을 다루었다면, '적과의 동침'은 그런 플롯에다 순박한 마을 사람들이 전쟁통에 '살아남기' 대작전을 그리며 코믹은 물론 종국엔 휴먼까지 그려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인민군은 분명 이들에게 적이 되기도 한편으론 동지가 되기도 한다. 바로 적과 동지가 뒤죽박죽된 석정리 마을의 좌충우돌식 휴먼코미디로  완성시키며 종국에는 인간은 누구나 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며 석정리 마을 사람들을 그 중심에 갖다 놓는다. 그렇다면 그 석정리 마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전쟁 안해유?

전쟁도 소문으로만 듣는 시골마을 석정리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때는 한국전쟁, 온 나라가 난리통이지만 라디오도 잘 나오지 않는 석정리는 평화롭기만 하다. 구장(변희봉)댁의 당찬 손녀딸 설희(정려원)의 혼사 준비로 분주한 동네 사람들 앞에 유학파 엘리트 장교 정웅(김주혁)이 이끄는 인민군 부대가 나타난다. 초반 인민군의 마을 접수는 순조로워 보인다. 이들을 열렬히 환영하는 재춘(유해진)과 두 팔 걷어붙이고 그들을 도와주는 백씨(김상호), 조용하고 인자한 성품의 구장(변희봉) 등 정 많은 마을 사람들 덕분에 점점 무장해제되는 인민군. 그러나 이는 모두 마을의 안전사수를 위한 주민들의 신속하고 빈틈없는 로비작전이었는데.. 적과 동지가 뒤죽박죽 된 석정리 그러나 전세가 불리해지자 인민군 상부에서는 비밀작전을 명령하는데…



(이제부터 '석정리'는 우리 인민군이 접수한다. 알갔나? 종간나 새끼들!!)

어느 깊은 산 속의 석정리 마을, 라디오를 통해서 6.25가 발발했다 해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공기좋고 순박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곳은 잔치 분위기다. 석정리 최고의 신여성 '설희'(정려원)가 시집을 가게 된 거. 그런 경사스런 날을 앞두고 어디서 인민군 부대가 석정리 마을을 들어와 접수하기에 이른다. 위 그림처럼. 이들의 목적은 남조선의 핍박받는 인민을 구하고 갱생시켜 이곳을 이른바 전초기지로 삼는 것인데, 하지만 석정리 마을 주민들은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살아온 터라 이들의 침입이 못마땅하다. 하지만 어떻게하랴.. 그 무서운 빨갱이들이니 쥐 죽은 듯이 하라는 대로 할 수 밖에. 그래서 각자 집안의 가사물품을 빼앗겨 공동 분배로 운영이 되고, 부녀자들은 군인들과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단체로 밥을 짓고, 남자들은 폭격에 대비해 방공호를 만드는데 투입이 된다.

인민군이 접수한 석정리 마을, 이들의 웃지 못할 해프닝이 펼쳐진다.

영화는 이렇게 중반까지 석정리 주민과 인민군 간의 밀고 당기는 상황을 코믹적으로 그리며 전개를 시킨다. 사실 인민군도 처음에는 가오를 잡고 이들을 윽박지르는 상황에서 조용하고 인자한 성품의 구장 등 정많은 마을 사람들 덕분에 무장을 점점 해제한다. 이들을 그렇게 만든 석정리의 사람들의 눈치 백단이 아주 수준급인데, 특히 재춘(유해진)의 임기웅변식 대처와 앞잡이로 자청하고 나선 백씨(김상호)는 제대로다. 그러면서 이들의 웃지못할 공동체 생활이 그려지는데, 특히 시집을 갈려는 찰나 파토가 나버린 설희는 인민군 장교 '정웅'(김주혁)을 못마땅해한다. 하지만 정웅이 그녀를 대하는 것이 심상치 않았던 게, 과거 10년 전 이들은 서로 마음에 두었던 정인 관계였고, 서로가 아는 척을 안 하고 접근했지만 둘의 못다한 로맨스는 시간이 흐르면서 정점을 향해 달려간다. 그렇다고 이들 로맨스가 극에 방해될 정도로 가열한 수준은 아니다.


(인민군과 석정리 마을 사람들은 이젠 한몸?! 방공호를 파면서부터 무언가 심상치 않다.)

이렇게 석정리 마을에 주둔하며 지냈던 인민군은 상부에서 비밀작전 명령이 하달되고, 그 와중에 미군 정찰기에 폭격을 맞으며 마을이 쑥대밭이 된다. 이에 퇴거 명령이 떨어지고, 이곳 석정리 마을 주민을 모두 몰살하라는 지시가 내려진다. 왜냐? 다른 지역에서도 믿고 그냥 두었다가 반동분자로 인해 정보가 새나가 고초를 겪었다는 거. 그래서 전원 다 죽이라는데, 그게 바로 주민들이 스스로 파놓은 방공호로 내몰고 거기서 다 총살 시키라는 것이다. 이에 첫사랑을 간직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간직한 인민군 장교 '정웅'은 차마 그 명령을 실행하지 못하고, 일단 주민들을 강제적으로 창고에 가두어 놓는다. 하지만 퇴각을 앞두는 시점에 상급 부대장이 창고에서 뛰쳐나온 석정리 마을 주민들을 보고 노발대발, 바로 방공호로 쳐놓고 모두 총살을 가하라 명령한다.

과연 이 상황이 어떻게 진행이 되고, 정말로 그들은 몰살을 당했을까? 자신들의 무덤인지도 모르고 파놓은 그 넓은 방공호에서 석정리 주민들은 그렇게 죽어야만 했을까? 주인공 인민군 장교 '정웅'은 자신의 첫사랑 '설희'를 끝내 지키지 못하고 아니면 산화를 했을까? 영화의 마지막 10여분의 총살과 총격씬은 꽤 의미심장한 시퀀스로 연출이 돼, 영화가 내내 안고 있는 웃음의 코드를 단박에 새드한 분위기의 휴먼과 감동의 경계에서 관객들을 몰입케 했다. 절대 헛웃음이 나올 수 없는 상황, 특히 마지막에 마을 이장 변희봉을 위시해 '만세'를 외치는 씬은 깔그장한 상황과 인간의 삶에 대한 의지를 가열하게 엿볼 수 있다.


(과거 서로가 첫사랑이었던 정웅과 설희, 그렇다고 이들의 로맨스가 가열하진 않다.)

이렇게 영화는 분명 6.25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전쟁영화라는 포괄적인 장르를 안고 있지만, 여기서는 전쟁에 대한 그림이 가열하게 뿜는 건 아니다. 중반 이후 미군 정찰기의 폭격씬과 마지막 10여분의 가열한 총격씬이 사실 전부다. 즉 이 영화는 그런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기 이전에, 전쟁으로 인해서 대치된 북한 인민군의 이념에 몰린 상황과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석정리 마을 주민들을 대비시켜 서로간 좌충우돌하는 그림으로 전개가 된다. 그렇다고 이들이 서로 동화돼가는 것은 아니다.

'적과의 동침'에 빠진 석정리, 코믹에서 휴먼의 쌍곡선을 가뭇없이 타버리다.

물론 주인공인 인민군 장교는 첫사랑을 만나고 지내며 일견 이 마을을 절대 반동분자로 내몰 수 없음을 인지하지만, 군인이기에 상부 명령에 따라야 하는 그의 고뇌가 중반 이후 펼쳐져 주목을 끈다. 반면 여기 여주인공 설희는 신여성이지만 한 남자에게 순종적이고 순애보적으로 그려져 반공청년단의 그 남자와 인민군 장교 사이에 갈등을 겪는다. 그런데 여기 첫사랑 '정웅'을 만나 그가 인민군이라는 사실을 떠나 누가 누구를 구제하는 거냐며 그를 야멸차게 대했지만, 그의 진심을 알고 나서는 그의 지시대로 마을 구조 작업에 나서게 된다. 그래도 학교 선생이라는.

이외에도 이 영화는 소위 명품 조연들 이 영화에서는 코믹트리오라 불린 '유해진, 김상호, 신정근'과 함께 변희봉, 양정아 등이 대거 포진해 실제 '대한 늬우스'에서나 봄직한 시골의 살풍경과 넉살스런 대사로 인해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앞잡이로 나선 김상호의 모습도 웃기지만, 이보다 미친 존재감을 제대로 선보인 재춘 역의 '유해진'은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다. 게기 먹는 낙으로 사는 뚱띵이 아들을 잃은 후에 반 미친 놈처럼 그가 쏟아내는 언사는 '역시 유해진이다'를 보여준 거. 그외 마을 이장 역에 '변희봉' 옹의 마을을 살리기 위한 농익은 연기와 나름 괜찮은 미모임에도 불구하고 시골 과부 역을 너무나 천역덕스럽게 해낸 '양정아'도 잘 어울렸다. 물론 두 주인공 인민군 장교 역의 '김주혁'과 순박하면서도 당돌한 시골처녀 설희 역의 '정려원'도 제대로 호연을 펼쳤다.

아무튼 영화는 분명 전쟁을 소재로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점이 밝게 흐르는 구도다. 이게 전쟁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중반 이후 폭격을 당하고, 상부의 지시로 석정리 마을 사람들이 몰살당하는 위기에 처해지는 그 순간부터 영화는 코믹이 아닌 새드와 휴먼의 경계에서 갈피를 못잡을 정도로 이목을 가뭇없이 집중시킨다. 특히 마지막 10여 분, 방공호에서 벌어진 그 씬은 최고의 몰입감이었는데, 그게 아마도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자 바로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그 어떤 이념과 체제로 무장한 군인들, 하지만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순박한 사람들, 그 지점에서 이들은 적이 되기도 동지가 되기도 하며 같이 동침에 든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리고 그 순간 이들은 전쟁의 포화 속에 묻히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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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천둥의 신 - 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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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에 들어선 이때 또 하나의 액션 블록버스터가 개봉해 이목을 끌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단순히 액션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 액션이라는 포괄적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갖가지 소재들을 총망라해서 무람없이 펼쳐 보이고 있다. SF 공상과학은 물론이요 환상적인 이야기의 지점인 판타지 요소가 많이 가미돼 우리에게 익숙한 헐리웃 히어로물로 다가오며, 그 영웅의 서사를 신화적 느낌과 보편적인 드라마식 전개로 그려내며 주목을 끈 거. 그러니 이 영화는 가히 레시피적 종합선물세트인 셈이다. 바로 그런 선물을 안겨 준 주인공은 바로 '천둥의 신'이라 불리는 '토르' 되시겠다. 우리에게 다소 익숙한 그리스 로마 신화에 이런 인물이 있었나 싶지만, 이 인사는 저기 북유럽 출신의 神이란다. 그것도 절대신으로 알려진 '오딘'의 적장자 출신 말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토르'의 신화적 영웅담을 기본 전제로 깔고 전개하며 보여주고 있는데, 물론 그 보여주는 방식은 과도한 CG로 점철된 판타지와 액션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와 함께 토르가 지구로 방출돼 한 뼘 성숙되는 과정 속에서 지구는 물론 자기 별을 구하고, 종국에는 지구녀와의 사랑까지 드라마답게 그려지며 영웅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준다. 어찌보면 뻔한 클리셰적인 설정이자 내용 전개인데, 그래도 이것을 지켜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다 알면서도 볼거리 위주로 충만된 영화기에 매력적인 블록버스터라 할만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토르'라는 신화적 영웅은 어떻게 생겨 먹었길래, 지구와 우주를 통틀어 슈퍼히어로써 면모를 과시하며 이렇게 샛별?처럼 떠오른 것일까?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신으로 태어나 슈퍼히어로가 되다

신의 세계 ‘아스가르드’의 후계자로 강력한 파워를 지닌 천둥의 신 ‘토르’. 평소 거침없는 성격의 소유자인 토르는 신들간의 전쟁을 일으킨 죄로 신의 자격을 박탈당한 채 지구로 추방당한다. 힘의 원천인 해머 ‘묠니르’도 잃어버린 채 하루 아침에 평범한 인간이 되어버린 토르는 혼란스러움을 뒤로 한 채 지구에서 처음 마주친 과학자 ‘제인’ 일행과 함께 하며 인간 세계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사이 아스가르드는 후계자 자리를 노리는 ‘로키’의 야욕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다. 후계자로 지목된 자신의 형 토르를 제거하려는 로키는 마침내 지구에까지 무차별적인 공격을 시작한다. 자신의 존재 때문에 지구에 거대한 위험이 닥치고 있음을 알게 된 토르. 그런 그의 앞에 보다 강력한 파괴력의 상대가 등장하는데.. 두 개의 세계, 한 명의 영웅 모두의 운명을 건 최후의 격돌이 시작된다!


('토르'에게 이 해머는 손오공의 '여의봉'과 같은 아이템이다.)

먼저 영화의 줄거리는 나름 길어 보이지만, 사실 어찌보면 별거 없는 흔한 히어로물에 지나지 않는다. 즉 지구의 평화는 물론 먼 우주에서 벌어진 신들간에 전쟁의 종지부를 찍고 평화를 지킨다는 내용, 그 속에서 '토르'가 주인공이자 해결사로 나선다. 그러면서 이 슈퍼히어로는 다른 히어로처럼 능력이 있다. 부제 '천둥의 신'처럼 하늘과 맞닿은 바람과 번개 등을 일으키는 천신으로 그의 주무기는 바로 위의 사진처럼 '묠리느'라 불리는 해머다. 즉 이게 없으면 그는 이빨 빠진 호랑이에 불과한데, 이 해머 하나를 칼처럼 휘두르고 부메랑처럼 던지며 적을 섬멸하는 그는 마치 판타지 속 육중한 전사를 보는 듯 하다. 신의 아들이라는 이미지보다는. 어쨌든 이 '해머'가 그에게 있어 중요 아이템인데, '토르'는 이걸 쓰지 못하게 되면서 고립 상태가 된다. 이게 영화의 주요한 갈등 소재다.

지구로 방출된 '토르', 다시 해머를 거머쥐며 사랑은 물론 평화를 찾으려 한다.

바로 저기 신들간의 전쟁을 무모하게 일으키며 아버지 '오딘'에게 추방당한 '토르'. 거구의 좀비스런 어느 종족들과 나름의 휴전상태를 깨고 풍파를 일으키자 쫓겨난 것인데, 그의 전투력은 물론 애지중지하게 갖고 다니는 해머 '묠리느'까지 뺏긴 '토르'는 지구의 어느 사막 한가운데 불시착한다. 그리고 거기서 미모의 천체과학자 제인(나탈리 포트만)일행을 만나 도움을 받으며 인간으로써 면모를 배워가게 되는데, 그러면서 그 해머가 떨어져 단단히 박힌 자리까지 가게 돼, 자신의 아이템을 찾을려다가 실패해 지구의 요원들에게 잡히기까지 한다. 이미 아비로부터 능력을 빼앗기고 평범해진 그에게 뽑지 못하는 해머는 무용지물이나 다른 없는 셈이다. 그러는 사이 저기 '아스가르드' 별에서는 토르가 없어진 틈을 타 동생 '로키'가 권력을 노리고 아비 대신 왕위에 오른다. 형의 그늘에 가려진 그의 야심을 드러낸 거.


(토르, 지구녀 제인과 사랑에 빠지다. 그건 제인도 마찬가지로 짐승남에 빠진 나탈리양.. ㅎ)

그러면서 로키는 형을 아예 없앨려는 심산으로, '아이어맨'스러운 철갑 로봇을 지구로 보내 '토르' 일당을 무찌르게 하는데, 이에 사막 한 가운데 마을은 쑥대밥이 되고, 토르와 그의 친구 전사들마저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위기에 빠진다. 하지만 이때 진정한 마음의 전달인지 몰라도, 오랜 숙면에 들어간 아비의 눈물을 시발로 '토르'는 갑자기 에네르기를 얻더니만, 그렇게 단단히 박혀있던 '해머'가 뽑아져 나와 하늘로 치솟으며 '토르' 손에 거머쥐게 된다. 그리고 '토르'는 잘 나가던 시절 같은 무적의 전사로 변모해 그 철갑 로봇을 당당히 무찌르며 여기 지구 마을을 구한다. 그렇게 파워풀한 능력남으로 변모된 모습에 제인은 한껏 고무돼 그에게 더욱 빠져드는데, 이에 토르와 제인은 딥키스를 나누고 다시 토르 일행은 하늘로 올라가 권좌에 오른 동생 '로키'를 처단하려고 한다. 과연 '토르'는 이 사태를 잘 마무리 짓고, '아스가르드' 별에 평화를 가져왔을까? 그렇게 지구에서 사랑에 빠진 '제인'과는 결국 어떻게 됐을까?




이렇게 영화는 전형적인 히어로물의 전개를 따르고 있다. 그가 신이 됐든 어떤 파워풀한 초능력자든 그는 같은 세력 내에서 물러나거나 쫓겨나는 구도로 그려지고, 그 속에서 자신을 도와주는 어떤 이를 만나 우정이든 사랑에 빠지고, 그리고 다시 찾은 슈퍼파워로 적을 물리치고 지구의 평화와 안녕을 가져온다는 흔한 헐리웃 히어로물의 전형.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또 매번 접하더라도 이상하게 끌리는 건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의 '마블 코믹스'로 대표되는 히어로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인 재미인 것인데, 이미 유명한 '아이언맨' 시리즈는 물론, '헐크'나 '엑스맨' 등 그 인기는 엄청나다. 그렇기에 이번에 출시된 아니 개봉한 '토르' 또한 그런 장르에서 연장선이다. 그리고 그런 이음새에 히어로물이 안고 있는 모든 장르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SF·액션·판타지·히어로·서사'가 총망라된 '토르', '팝콘무비'로 즐겨라!

그래서 이 영화는 한마디로 모든 게 총 집합체를 이룬 거대한 SF 액션 판타지 블록버스터자, 액션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아우르고 있다. 파워풀한 액션은 물론이고, 지구와 우주라는 SF 공상과학이라는 밑바탕에 영웅의 모습을 그린 '서사'가 깔려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장르적 파괴와 복합성을 같이 띄면서 신과 인간 세계를 그려내고 있는 거. 그렇다고 그 신이라는 존재도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바로 히어로가 겪는 인간적인 면모까지 드러내며 친근함을 과시하는데, 외형적으로도 여타 히어로들이 보통 가면과 슈트로 치장하는 것과는 달리 여기 '토르'는 빨간 망토와 갑옷만 걸쳤을 뿐 얼굴은 민낯이다. 

그런 역에는 신예 짐승남답게 야성적인 매력남으로 변모한 '크리스 헴스워스'가 제대로 선보이며 해머 하나로 강력한 파워를 과시한다. 또 이런 토르에게 서서히 다가가며 사랑에 빠지는 제인 역의 '나탈리 포트만'과 망나니 같은 토르를 내쫓은 절대신 '오르'역의 '안소니 홉킨스'까지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연출은 세익스피어 이야기들을 그리며 나름의 색깔을 가진 감독 '케네스 브래너'가 보통의 히어로물과는 다르게 고전의 영웅적인 서사적 느낌으로 그려냈다. 즉 왕실의 세력 다툼을 보듯 형과 동생의 이야기를 그리며 고전과 판타지를 접목시킨 웰메이드 블록버스터를 만들어 낸 것이다. 바로 고전 속 신화의 소재로 신의 능력을 지닌 새로운 타입의 슈퍼히어로를 만들어 낸 것인데, 그렇기에 이번 '토르'는 분명 색다른 면모를 주긴 했다.

하지만 보통의 히어로물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는 새로운 건 없다. 쫓겨나고 위기에 처해 누군가의 도움으로 다시 부활해 적을 섬멸하고 평화를 찾는다는 그 스토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렇기에 내용에 있어서는 정말 판타지스럽다는 건 벗어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액션 블록버스터의 위명에 걸맞게 SF 액션 판타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결국에는 히어로물의 서사형식을 띠고, 신화적 내용에 고전틱한 분위기가 풍긴 '토르', 마지막에는 CG로 점철된 판타지의 방점을 찍듯 보여 주었지만, '토르'는 보통 팬들이 히어로물 액션 블록버스터에 기대하는 모든 것을 담아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이 영화를 보는 근원적 재미이자, 새로운 슈퍼히어로 '토르'를 만나는 지점이다. 결국 여러 말이 필요없는 전형적인 볼거리로 충만된 SF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 '팝콘무비'로써 즐기면 그만이다.


PS : 2D 디지털로 볼 것을, 현장에서 급 3D로 변경돼 안경 끼고 봤는데, 쓰리디는 별로였다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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