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 Sunny
영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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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지난 세월을 반추하며 우리네 학창 시절을 생생하게 떠오르게 하는 한 편의 영화가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미 정식 개봉 전부터 여러 곳의 시사회와 입소문을 통해서 이 영화 '써니'는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거. 그래서 강호도 개봉하자마자 한달음에 달려가 봤다. 결코 나와 무관하지 않은 더군다나 8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시절과 겹치기에, 물론 여기 극 중의 누님들이 40대 초반으로 나이가 조금 많지만, 영화상에서 배경은 전장군 정권하에 군부독재 시절의 한 가운데임을 감안하면 딱 그림은 그려지고,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음이다. ㅎ 어쨋든 영화는 이미 알다시피 40대 아줌마들이 여고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잊고 지냈던 친구들을 찾아 삶의 활력과 희망을 찾는다는 꽤 뷰피풀한 드라마 되시겠다.

사람은 누구나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기에 이들 아니, 그녀들의 추억은 영화에서 제대로 발현이 돼 과거 고딩 시절로 돌아갔다가 다시 현재로 왔다가 그 추억의 편린을 조각 맞추듯 펼쳐낸다. 물론 관객이 보고자 웃고자 하는 건 바로 80년대 학창 시절의 이야기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여기서 그려낸 학창시절은 정말 와닿는 이야기 투성이다. 어찌보면 지금 젊은 20대들은 모를 법한 향수가 곳곳에 배어 있다. 영화에 전반적으로 깔리는 그 유명한 소피마르소 주연의 '라붐'의 OST, 조덕배의 '꿈에'와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 등 80년대를 주름잡던 노래들이 중장년층의 가슴을 적신다. 캬.. 아무튼 이 영화는 추억을 소재로 만들어진 이야기이고, 그 추억을 좇고 그려나간 과정은 코믹하면서도 잔잔한 감동까지 그려냈다. 이른바 남자들만 가열한 우정이 있는 게 아니라, 여기 아줌마들 여고 동창들의 우정도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 '써니',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찬란하게 빛나는 학창시절을 함께한 칠공주 ‘써니’가 25년 만에 다시 모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되찾는 유쾌한 감동을 그린 이야기.


(전설의 칠공주들, 그런데 그림이 어찌 아니올씨다. ㅎ 어쨌든 이 소녀들은 칠공주 '써니'다)

이게 공식적인 시놉인데, 참 짧다. 그렇다. 이 영화는 크게 따지고 들어갈 내용이 없다. 말 그대로 이젠 40대 아줌마가 된 그녀들이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친구를 하나둘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즉 이들은 바로 전설로 내려온 '칠공주'라 불리는 '써니'라는 조직? 아니 그녀들만의 써클의 활동 멤버들이다. 다소 가오는 안 살지만 공부는 뒷전이요, 어떻게 하면 다니는 학교를 제대로 접수하고 관리하는 게 목적인 이들에게 한 명의 어리버리한 전학생이 들어온다. 그 이름은 당시 '빙글빙글' 노래를 히트친 여가수 '나미'와 이름이 같은 '임나미'(심은경), 그녀는 전라도 사투리가 심하게 베인 벌교 출신으로 여주인공답게 임팩트한 면모를 과시한다. 싸움이나 객기가 부족하지만 그 미친 '빙의' 연기로 상대편을 압도한다. 이게 나중엔 안 먹혔지만, 어쨋든 이들 칠공주의 학교 생활이 그려지는 것이다.

삶에 지친 아줌마들의 여고동창 찾기, 칠공주 '써니'는 그녀들의 끈이다.

그런데 이들의 학교생활을 계속 그리는 구도가 아닌, 바로 임나미가 커서 어른이 된 유호정이 나오면서 반추하는 식이다. 즉 그녀의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에서 '써니' 멤버의 짱이었던 하춘화(진희경)를 만나면서 이들은 친구 찾기에 나선다. 그런데 하춘화는 암 선고를 받은 상태, 그래서 마지막 가는 길에 친구들을 보고 싶다며 나미에게 부탁을 한 것이다. 여기에 등빨 좋은 언니 고수희, 극중 김장미가 나미와 함께 친구 찾기에 나서면서 홍진희도 찾고 이연경도 찾는 등 그렇게 전개가 된다. 그러면서 나미의 시선을 좇고 그가 지나가는 여고생을 볼때마다, 과거로 돌아가 그 시절의 추억의 한 페이지를 꺼내들며 관객들을 웃음짓게 만든다.

하지만 칠공주 멤범 중 하나, 항상 책을 손에 놓치 않는 공부벌레이자 꽤 까칠하고 너무나 이뻐서 도도한 수지(민효린)가 이 멤버 중에서 사고를 당해 사라지게 되고, 그녀들은 결국 세상을 떠난 춘화의 영정 앞에서 수지를 기다리는데.. 과연 그녀들은 다시 뭉쳤을까? 아니면 그 시절을 떠올리며 한바탕 춤사위를 펼쳤을까? 마지막도 참 유쾌하게 잘 그렸다. 장례식장에서 그럴 수 있남?! ㅎ


(김장미 역의 고수희, 하춘하 역의 진희경, 임나미 역의 유호정, 이들의 호흡도 볼만하다.)


(좌충우돌하는 귀여운 구석의 칠공주 '써니', 무섭기 보다는 삼촌이 보기엔 사랑스럽다. ㅎ)

이렇듯 영화는 사실 별거 없는 내용처럼 보인다. 그냥 생활에 찌들고 무료해진 아줌마들의 여고 시절을 떠올리며 동창 찾기라 보면 되는데, 왜 예전에 '아이러브스쿨'인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물론 여기서는 어른 나미가 흥신소를 통해서 찾았지만, 어쨌든 영화는 그녀들의 가장 추억이 서렸던 중심 '써니'의 이야기를 그려낸 것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바라보는 지점은 이들이 커서 그려내는 그런 그림보다는 즉, 바로 학창시절에 얼마나 잘 놀며 지냈는지에 대한 그림에서 관객들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사람은 누구나 학창 시절이 있기 마련인 것이고, 그 유년 시절의 추억을 꺼내들다 보면 친했던 친구들 이름이나 얼굴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영화는 이 칠공주의 모습을 다소 코믹적인 촌극처럼 그려 꽤 부담없이 보게 만든다. 어찌보면 한 편의 개그 같기도 한데.. ㅎ


(94년생 심은경 양, 연기가 적시적소에 제대로다.)

하지만 그 시절에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고, 지금의 시절보다 못 살고 풍족하진 않아도 따스한 감성만은 더 많았다. 영화도 그 지점을 중점으로 그리며 이들 칠공주의 우정에 대해서 그리게 되는데, 그 중심에는 물론 짱이었던 춘화가 있었지만 새로 전학 온 임나미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그 역은 지금은 꽤 유명해진 아역 배우 '심은경'양이 맡았는데, 아주 제대로 호연을 펼쳤다. 여기 강호 삼촌이 봐도 너무 이뻐 죽겠다. 어쩜 연기를 그렇게 찰지게 잘 하는지, 정말 싹이 보일 정도다. 전작 '퀴즈왕'에서는 시크한 중학생 역, '반가운 살인자'에서 시크한 딸내미 역, 최근작 '로맨틱 헤븐'에서는 어린 할머니 역까지 그는 벌써 충무로의 블루칩이다. 그리고 여기 '써니'에서는 어리버리한 코믹적인 상황은 물론이요, 상황 인식과 전개에 대한 눈치가 백단에다, 그리곤 감동까지도 우려낸다. 여튼 심은경은 여기선 甲이다. 어찌보면 어른 유호정보다도..



개성 만점의 칠공주 캐릭터가 제대로 묻어난 '써니', 유쾌하게 볼만하다.

물론 이외에도 아역으로 나온 10대 배우들 모두 호연을 펼치며 눈길을 끌었다. 얼음공주로 꽤 시크하게 나온 '민효린' 양, 마치 이효리를 닮은 모습에 연기도 좋고, MBC 전쟁드라마 '로드 넘버원'에서 제대로 본 '남보라' 양도 귀엽고, 어린 김장미 역에 뚱녀도 웃기고, 물론 어린 춘화역에 좀 육덕진 '강소라'도 제대로 호연을 펼쳤다. 그리고 이들이 커서 만나게 된, 지금은 나이를 솔찮이 잡수신 진희경유호정, 그리고 홍진희 고수희, 물론 고수희는 아직 젊긴 하지만 이분 '친절한 금자씨'에서 참 임팩트했다. 알다시피 여감방에서 거시기한 장면을 날리신 그 분 되시겠다. 이외에도 오랜만에 본 영원한 동안 '이연경'도 반가운 게, 성인 연기자들의 앙상블도 아역들과 함께 매칭이 잘 돼 극에 전혀 반하지 않았다.

이렇듯 영화는 그녀들 외모도 싱크가 맞을 정도로 개성 만점의 캐릭터들이 전면 배치돼 이들을 지켜보게 하는 힘이 있다. 물론 이야기의 전개가 특히 학창시절의 씬은 에피소드식 느낌은 있지만, 결국 그 칠공주 '써니'의 좌충우돌 성장기라 볼 수 있다. 그 속에서 한 친구와 소원해진 관계의 회복이라든지, 다른 써클과 기선 제압하기, 그러면서 잃게 된 친구 등 이야기의 소재는 마구 펼쳐진다. 또한 우리의 가열했던 80년대를 한껏 촌극의 희극처럼 펼쳐보이며 전경과 대치돼 싸우는 국면도 한 편의 개그로 승화시켰다. 그외 향수를 자극할 꺼리는 많다. 잠깐 교복 자율화 시대를 맛봤던 그들에게, 소녀들의 감성처럼 치장하긴 바쁜 사춘기라 다소 촌스러운 패션도 볼거리 중 하나고, 나이키 가방을 꼭 가지고 다녀야 하고, 교실에서 떠드는 살풍경은 우리시대의 왁자지껄한 그 모습 그대로다. 물론 이들을 한껏 표현해준 80년대 팝과 가요들도 한몫 했음이다.

아무튼 영화는 분명 정극으로 흐르면서도 촌극의 기분이 들게 만들고 나중에는 감동으로 귀결을 시키려 했지만, 이마저도 유쾌한 느낌이 들게 만든 '써니'다. 전작 '과속 스캔들'로 이미 호평을 받은 강형철 감독의 공감대적 연출이 돋보인 역량이기도 한 것인데, 그만큼 영화가 뿜어내는 정서는 암으로 죽는 친구의 이야기가 전제에 깔려 있어도 꽤 밝게 흐르고 그 지점을 놓치지 않는다. 그러면서 과거 시절 어리버리했던 '나미'를 통해서 순수한 소녀의 감성과 그 유치찬란했던 '써니'라는 써클을 통해서 이들의 추억을 그려낸 것이다. 그 추억의 중심에는 모 개그에서 나온 '다들 이불개고 밥 먹어'? 로 유명한 '보니엠'이 부른 너무 익숙한 노래 '써니'가 마지막까지 흐르며 유쾌한 흥을 돋구고 있다. 그리고 그 순간 이들을 지켜본 관객들은 한 편의 유치찬란했던 그녀들의 청춘극장 앞에서 엷은 미소를 짓게 된다. 바로 학창시절이 그리워진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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