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 42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월요일 아들의 정기 진료를 위해 대학병원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은 길이었다. 결강을 피해 시험 기간을 이용해 당일치기로 다녀온 서울이다. 버스로 4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터미널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고 도착한 대학병원에서 의사와의 찰나 같은 면담을 위해 40분 남짓 기다려야 했고 약을 처방받고 점심 겸 저녁으로 된장찌개로 끼니를 해결하고 되짚어 남해로 오는 길 폭우는 쏟아지고 거친 바람은 숨을 크게 몰아 쉬어 길 위에 서 있는 자신의 안위가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오가는 버스에서 읽은 책 <<오늘 내가 재미있게 사는 이유>>에서는 현재 살아 숨 쉴 수 있음에 감사하며 열심히 살아야 할 당위성을 알려주고 있다.

 

    저자가 앓고 있는 파킨슨병은 뇌 조직이 손상돼 손발이 떨리고, 근육이 뻣뻣해지고, 몸이 굳고, 말소리도 잘 나오지 않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예후가 좋지 않은 불치병으로 여러 후유장애를 수반하는 악성 질환으로 보였다. 감수성 예민하던 시기 역사학자를 꿈꾸던 언니를 교통사고로 잃고 연이어 할머니마저 여의고 정신적 고통은 컸으나 역사학자를 꿈꾸던 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저자는 상처의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의사가 되어 심신이 약해진 이들을 치료하며 희망의 빛을 투사할 수 있길 바라며 의대 진학의 뜻을 굳히고 학업에 전념하여 꿈을 이뤄갔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의학자로 대학병원에서 임상 경험을 늘려 연구하는 일을 지속하고 싶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여 좌절할 때도 있었지만 새로운 공간에서 쌓은 실질적인 경험으로 명망 있는 정신과 전문의로 자리할 수 있었다.

 

    요양을 위해 찾은 제주도에서는 천혜의 멋스러운 풍광만큼이나 다정한 지인들의 배려로 일상 속 즐거움을 발견하며 열심히 살아갈 이유를 절감하였다.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육신으로 타인의 도움 없이 지낼 수 없는 상황에 처했어도 힘을 낼 수 있는 것은 함께 사는 이들의 마음까지 헤아리며 살아가는 공동체적 삶을 구현하는 일로 비춰졌다. 개원한 지 1년 만에 발병한 병과는 결별하지 못한 채 쇠진하여 가는 육신을 바라보며 사는 일을 원망하며 질타하기보다는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는 시간에 소소한 의미를 찾아갔다.

 

   요의가 느껴졌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아 화장실을 못 가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카트에 실려 볼일을 해결하여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어 감사하였다는 진솔한 고백은 건강한 육신을 당연시하며 살았던 시간을 반성케 하였다. 인지 능력 저하로 치매를 앓지 않아 그동안 살면서 품은 생각을 정리하며 책을 펴낼 수 있는 시간을 다행으로 여기며 오늘도 굳어지는 다리를 어루만지며 한 발짝, 한 발짝 움직이며 마음먹은 대로 행하는 순간을 영원처럼 여기고 살아가는 저자의 현재는 투정 부리던 마음을 상쇄해주었다. 힘들고 어렵다는 이유로 쉽게 포기하고 체념하는 젊은이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한 발짝만 내디뎌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으로 오롯한 삶을 가꾸어 가라고 당부하는 듯하다

 

    파킨슨병으로 하루에 4번 약을 먹어야 하고, 약효가 길지 않아 통증에 시달리는 시간이 늘어났다. 약효가 떨어지면 고통은 어김없이 찾아와 운신하기 힘들 정도로 저자를 괴롭혔지만 병까지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현재적 삶과 연애하는 것처럼 살아가는 일상은 진실함으로 가득했다. 약물에 의존하는 시간을 재촉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며 약 먹을 시간을 기다리며 집필하였을 것이라 생각하니 애잔함이 더했다. 소득은 줄었고 약값은 늘었지만 남편이 의술을 전하며 돈을 벌 수 있으니 다행이라 여기고 가족 구성원들 자기 역할에 충실하여 공동체적 삶을 유지하고 있다. 희망을 노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유하며 표현하는 생활에 열정을 쏟는 시간은 숭고한 삶의 가치를 발현하는 일로 그려졌다.

 

    생자(生者)는 필멸(必滅)한다는 인생의 법칙은 유한한 삶을 충일함으로 치환할 당위성을 부여한다. 정기적인 통원 진료로 약을 복용하며 지내는 아들이 있어서인지 저자의 고통이 폐부 깊숙이 들어왔다. 언젠가는 약을 끊고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조차 품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뇌 손상 없이 생각한 바를 기술할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하여 생을 마감하기 전 희망 목록을 적어 실천하려는 의지를 다졌다. 햇볕 아래 스러져가는 이슬처럼 덧없는 인생에서 무상감을 뛰어넘는 자식들이 염두에 두고 살았으면 하는 목록 그에게 기다림은 희망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