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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와 나를 이어주고 힘듦을 나누며 소통하는 이들이 있어 행복한 인생이다.

아끼는 제자가 다녀갔다. 그녀와는 고2때 만났으니 햇수로 9년째다. 학교 다닐 때는 피상적으로 흘렀던 관계가 지난한 시간 속에 두터운 정으로 맺어진 우리다. 삼수로 교대를 졸업하고 임용에 합격하여 교단 생활 1년을 보내고 앞에 선 제자의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남달랐다. 제자는 아이들의 일기에 댓글을 늘 달아주면서 교감했던 시간이 소중하였던 모양인지 이제는 그 아이들의 일기를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고 하였다. 스물 한 명의 아이들을 말하며 이 아이는 엄마가 없어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고 말하며 마음이 유독 쓰였다고 했으며,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데다 절제력이 떨어진 아이, 학습력은 떨어지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에게 용기를 주는 등 참 어엿하게 교단 생활을 잘 잇고 있는 듯해 덩달아 신이 났다. 

   언제 전화를 걸어도,

  "그래, 얼굴 보자. 시간 없는 네 시간에 맞춰서 봐."

   라고 화답하게 되는 제자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오늘도 누군가에게 희망의 빛을 투사하는 교사이고 싶다. 긴 봄 방학이지만 병원을 오가느라 시간을 소진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한 기간이었지만 이제는 건강을 회복해 생기 있게 활동하며 살아갈 일만 남았다.

 

 3월 2일은 입학식과 시업식이 있어 분주해질 것이라 이왕이면 해결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짓는 게 우선인 시간이다. 에세이를 읽는 이유 중 하나가 저자가 쓴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전율하고 공감하는 시간 속에 사실성에 기초한 의미가 커보이기 때문이다. 진정성 있는 통찰로 크고 작은 일깨움을 전해주는 2월의 에세이들 역시 눈길을 끄는 책들을 자의적으로 꼽는다.

 

     

‘기록되었다’라는 뜻으로, 하나님의 섭리를 받아들이고 체념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것은 라우흐 알 마흐푸즈(al-lawal-maḥfūz, 보호받은 서자()판) 위에 기록된 신의 교리와 ‘지상에서 일어나는 재난과 너희에게 일어나는 것은 하나님이 그것을 드러내기 전에 이미 기록된 것이라 실로 그것은 하나님께 쉬운 일이라…’(57:22)와 같은 코란 구절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지식백과 사전>>발췌

  언어의 연금술사로 불리는 코엘료의 신작 에세이가 나와 마음을 끈다. 종교는 달라도 신의 섭리를 따르며 그 안에 변호를 끌어내는 지혜의 힘을 모으려 할 때 저자의 책은 함께 했다.

 

 

 

 

 

  어려서부터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였다. 할머니는 어린 손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을 즐겼다. 이야기 소재는 친근한 동네 할머니들에서부터 이웃 동네 할아버지의 무용담까지 곁들여 흥미로움을 더했다. 이야기 속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고 현상 이면에 숨어 있는 인생살이의 신산함과 다복함까지 읽어내는 힘이 필요함을 알았다. 이야기꾼은 천명대로 살다 하늘로 떠났고 남은 이는 책 속의 내용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지내야 했다. 공동체적 삶이 무너지고 잔인한 이기심이 팽배해져 극악무도한 짓을 서슴지 않는 시대에 가치관의 혼란은 가중된다. 솔닛은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면서 목격한 일들을 일상성에 융해하여 고독한 군중들의 연대를 공고히 할 필요를 역설한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바른 것인가?

물음을 던지며 살고 있는 중년이다. 속박되는 삶이라 여기는 제도권을 이탈하여 자유롭게 살고 싶은 열망이 강해질 때마다 미답의 공간을 찾아 길 위에 서는 꿈을 키워왔다. 지금의 정황에 걸맞은 소유격 다음의 호칭보다는 오롯한 자신으로 일상을 보내는 삶은 생각만 해도 짜릿해진다. 나를 찾아 떠나는 길은 열려 있는 가능성의 길이지만 어른으로 책임지고 살아야 할 것들이 많아졌을 때는 언감생심이라는 비탄만 늘어난다. 불확실한 미래이지만 그래도 쉽게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부럽다. 언젠가는 나만의 길을 찾아 떠나는 길 위에서 잊고 지낸 자신과 맞다뜨리게 되겠지.

 

 

   엘리트를 지향하는 교육의 대열에서 이탈하여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빈민가 학생들의 학습을 도우며 공동체 교육으로 차별 없는 세상을 지향하는 교육에 한결같이 정성을 쏟는 교육 운동가 김중미 선생님의 신작이다. 어떻게 성장할지 가늠하기도 힘든 아동들의 곁에서 그들이 경제적인 소외 계층의 자녀라는 숙명으로 희망까지 꺾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식을 외국 유명 대학에서 수학하게 만든 엘리트 연예인 부부들의 교육 방식을 방송하는 프로 안내를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으로 실의에 젖을 다수를 고려하지 않는 민영 방송의 기획이 달갑지 않은 것은 극소수의 금수저들에게 관심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함께 살아가는 힘을 얻고 소소한 기쁨을 같이 느끼는 공동체적 삶을 바라며 <<괭이부리말 마을 아이들>>에 이어 김중미 작가의 산문을  만나고 싶어진다.

 

  유럽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복지혜택이 잘 되어 있는 선진국이다. 동남아 국가를 여행하며 우리보다 못한 환경에서 지난한 삶을 견디고 그자리에서 충실한 그네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알게 모르게 우월감에 젖기도 하였다. 이와는 달리 서유럽을 여행했을 때는 부러움과 질시, 열등감이 자리하여 위축되기 일쑤였다. 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한 것도 한몫했다. 다음 해 동유럽 여행을 앞두고 스펜인어 공부를 다짐하지만 아직 실천하지는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 드넓은 국립공원에서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고 책을 보는 유럽인들의 여유로운 삶은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닐진대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국한하여 생각하는지 반성해본다. 여럿이 모여 걷다 보면 길이 형성되고 막혀 있던 것도 통하고 만다. 사유하는 철학 걷기를 좋아하는 만큼 그들을 따라 유럽의 바깥을 걸어보고 싶다.

 

 

   바람의 향기를 맡고 봄바람에 미소를 지으며 햇볕 아래 자유로이 걸을 수 있는 일상이 선생님께는 허락되지 않은 시간이 근 20년 세월이었다. 정치범으로 몰려 수감 생활을 오랫동안 한 후유증이었는지 선생님은 햇볕을 오랫동안 보지 못해 생기는 암으로 영면하셨다. 처음처럼이라는 글씨체에 홀려 생전에 재능 기부한 회사의 술을 자주 마셨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평생 올곧은 신념으로 살다 가신 선생님의 부음을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였다. 한 제자는 술을 마시고 울면서 전화해서는 선생님의 죽음을 애도하며 영적 스승을 잃었다며 탄식했다. 극악무도한 정신적, 물리적 폭력으로 치닫는 척박한 세상에 선생님의 어록은 희망의 빛을 투사하는 잠언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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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6-03-01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성지님, 골라주신 에세이들 모두 눈길 갑니다. 내일부터 정말 새로운 시작이네요. 보람된 날들 되길 소망합니다.

자성지 2016-03-01 20:45   좋아요 0 | URL
예. 새 출발을 기념하여 조금 이른 시간에 읽고 싶은 에세이로 모았답니다. 김중미 작가의 책을 먼저 접하고 싶어요.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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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혼자가 있는 줄 모른 채 우연히 만난 여인에게 빠져드는 운명은 상냥하고 순수한 로테에게 끌려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 못한 베르테르는 권총으로 자살하고 만 비련의 주인공 역을 맡은 뮤지컬 관람을 앞두고 집을 떠나는 길에 책 한 권을 꺼내들었다. 남해에서 부산까지 가는 버스에서 읽을 요량으로 도착한 책들 중 한 권을 선택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며칠 전에 장석주 시인의 독서 경험과 애장하는 도서 중심의 여운 있는 글을 읽어서인지 한 권이 책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음을 독자들에게 선포하는 통과의례에 해당하는 글이 궁금해서였다.

 

   때 늦은 겨울비가 차창을 때리고 스물다섯이라는 나이 차를 뛰어넘는 사랑의 열매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부부의 용기가 부러워서일 것이다. 스승과 제자의 인연으로 만나 서로를 향하여 뛰는 가슴을 억누르며 이것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칠 때마다 숙명의 끈은 자꾸만 보이지 않는 선으로 이어져 둘을 견고하게 묶어주었는지도 모른다. 맑은 영혼으로 서정적인 감수성을 키우며 살아온 시인의 생활 속에 깊이 밴 사랑의 정서는 이성적인 판단으로 이해되지 않는 마음의 부름이었다.

 

   청정 지역의 광활한 공간에서 자연적 질서를 거역하지 않고 살아가려던 두 사람에게 번잡한 공간을 벗어나 투명한 하늘 아래 비취색 물결을 보면서 걷고 걸으며 여유롭게 지낼 수 있는 안식의 시간이 주어졌다. 시드니 북서쪽 동네인 글레노리의 대저택에서 한 달 동안 머물며 둘 만의 세계를 이어나간다. 나와 너가 만나 우리가 된 두 시인은 한 집에서 함께 사는 일에 익숙지 않았지만 서로 조심하라며 말을 건네는 배려가 돋보였다. 10년을 연애하고 한 보금자리에 둥지를 털었지마는 혼자 살던 시간에 익숙했던 이들에게는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며 간섭받는 일이 달갑지 않은 일이다.

 

   짐을 꾸리고 여행길에 오르기 전 낯선 공간에서의 생활이 두렵기도 하지만 둘이 함께 하는 여행이기에 설렘이 더했을 것이다. 한자리에서 잠들었다가 눈을 뜨고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민낯으로 인사를 건네며 조금씩 둘은 서로에게 젖어간다. 살아내야 할 삶에서 비껴나 느긋하게 움직이며 물상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시간은 속력을 내며 왜 이러고 사는지도 묻지 않은 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삶과는 대별된다. 도시에 자연을 인공적으로 조성한 왕실 정원을 찾아 갖가지 나무들의 향연을 보면서 걷는 일은 지금껏 살았던 삶을 뒤집는 일이라는 점에서 소요하는 삶이라 일컫는 저자는 걷기 예찬론자로 비춰진다. 걸음으로써 마음의 고요를 찾고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내며 지냈던 지난날 노모와의 10년 생활이 쉽지 않을진대 원망이나 푸념은 보이지 않는다.

 

   글레노리 주택에서 글쓰기와 명상으로만 보내던 날들은 부부가 수도원에서 수행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자기만의 세계 속으로 침잠하였다. 아내는 남편의 고집은 따를 자가 없을 것이라며 남편의 속살을 드러내고 간섭받기를 싫어하는 점을 알아 그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으려 애썼다. 침묵을 지키며 글쓰기에 빠져 있는 남편에게 항변이라도 하듯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피아노로 수차례 연주했다는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피어오른다. 무료함을 달랠 길이 없어 P를 좀 봐 달라는 신호를 JJ에게 보냈지만 허사였다. 포도주 한 병을 마시고 토한 붉은 포도주가 흥건한 바닥에 널브러진 아내를 보면서 죄책감과 연민, 안도감이 교차했다는 진솔한 표현에는 낯선 공간에서 느끼는 부부의 동질성 회복은 연대로 나아갈 것이다

  

   시드니에 도착한 뒤 마중 나온 이의 환대를 받으며 글레노리 올드 노던 로드에 위치한 저택으로 이동하여 여장을 풀고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실험 기간은 한 달이라는 시간이지만 심리적인 시간은 상대적이라 가늠하기 힘들어 보인다. 낯선 공간의 이방인으로 현지인들의 속살들을 들여다보며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고 심심함을 애써 지우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낯선 곳을 둘러보다 시큰둥해지면 책을 펼쳐 읽는 시간은 자유로운 시간을 만끽하는 여유로 채워진다. 가속도가 붙지 않는 공간에서는 조바심을 낼 일도 없고 무한 경쟁의 각축전을 벌일 필요가 없으니 시간도 더디 흘러간다

   

   달콤한 이름만큼이나 연인들의 애정 행각이 자연스레 벌어지는 곳 달링 하버 주변을 걸으며 사유 속으로 빠져드는 시간은 다른 생활의 흔적을 각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카지노에서 기분 좋을 만큼의 소비로 모험을 거는 시간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맛보며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시간의 영역이었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 하더라도 몸에 배인 섭생까지 버리면서 현지 생활에 적응하기는 힘들다. 된장찌개의 구수한 맛을 그리워하고 김치찌개의 얼큰함에 빠져 보는 상상만으로도 이민자들은 행복을 떠올리게 될 것만 같다. 시드니 생활에 익숙할 즈음 살던 공간으로 돌아온 부부는 각기 다른 색깔로 그동안의 일상을 기술한 것처럼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며 감성적인 영역을 키워 늦게 만난 인연을 소중히 보듬고 살아갈 시간들로 채워가길 바라는 마음이 커져만 간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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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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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유와 상징의 기법으로 시적 화자의 정서를 담아내는 시인들의 작품을 대할 때마다 미처 생각지 못하였던 현상의 이면을 통찰하고 있어 숙연해질 때가 있다. 비밀스러운 공간에 자리하는 감성을 백지에 아로새기는 창작의 과정은 압축된 시어들을 정제하여 리듬을 살리는 재능에서 빛을 발한다. <<우물에서 하늘 보기>>는 편협한 시선으로 우주를 보고 편협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부정적인 의미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저자는 편협함을 벗어나 진실을 전하는 일을 소명처럼 여기고 있는 듯하다. 암울한 시대적 상황을 탄식하고 있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진실을 왜곡하는 현실에 맞서 진실을 알리는 일이 무엇보다 준엄한 과제로 떠오르는 요즘 한 편의 시에 곁들인 시작 내용의 재구성이 눈길을 끈다.

 

    광막한 우주에 태곳적 신비를 담고 절망적 상황을 타개하려는 선각의 기개와 이상은 희생을 통해서라도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리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은 이육사의 광야는 초인에 초점을 맞춰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넌지시 드러내고 있다. 사는 게 바쁘다는 이유를 대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성찰할 틈도 없이 현재를 기계적으로 사는 이들에게 진정성 있는 삶을 살아갈 마음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일깨운다. 꽃을 피우기 전과 꽃을 피운 뒤 대상을 보는 시선이 다른 것처럼 결과에만 관심을 두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반추한다.

   ‘꽃을 주세요 우리의 고뇌를 위해서.......’

   김수영 시인은 노란 꽃이 피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음을 기억하고 시인으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은 한 세상을 다른 세상으로 바꾸는 능력의 발현으로 보았다.

 

    중요했던 가치들이 하루아침에 하찮은 것들로 취급될 때에도 시인은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실천을 아끼지 않았다. 견지해야 할 가치를 새기면 산다는 일은 숭고한 미의식을 실현하며 살아가는 실천적 노력의 일환이다. 고독한 지경에 놓인 섬들을 이어주는 소통의 고리는 고립감을 해소하여 하나의 창구로 열어 숨통을 틔우고 실존적 상징물로 받아들임으로써 공동체적 요소로 받아들여 혼란스런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는 민족애로 울릉도를 보았다. 반독재 민주화를 위한 시위 현장에서 울려 퍼지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가슴 속 울분을 토로하며 연대할 때 행동으로 옮길 당위성을 부여하였다. 진정한 삶이 없다고 회의할 때도 음울한 시대적 상황을 간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들이 힘을 규합할 때 시에 리듬을 실은 노래는 새벽을 열어주는 빛으로 자리한다.

 

    하고 싶은 게 많았고 가고 싶은 곳도 많았던 아이들이 나선 수학여행의 뱃길이 어린 자식들을 물속으로 떠나보낸 고통의 시간으로 가정의 기능까지 마비시켰다. 어른들을 믿고 구조를 기다렸던 아이들의 생명을 저버린 어른들의 잘못은 지탄의 대상이고 면죄부를 씌울 수 없는 파렴치한 행동이었다. 저자는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애통함을 담은 시로 비통함을 기억하고 한 나라의 무능함을 용서하지 말라는 무언의 행동으로 우리를 질책한다.

   ‘잠자리야 잠자리야 물 건너지 말아라

   물 건너다 맥 빠지면 물에 빠져 너 죽는다

   물에 빠져 너 죽으면 늙은 에미 어찌 사나

   이편 언덕이 있어야 저편 언덕이 있는 것처럼 잠자리 노래가 있어야 공무도하가가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기제인 번역의 긍정적인 의미를 드러냈다.

 

   상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병사들의 고충은 마음먹은 대로 행할 수 없고, 생각한 대로 움직일 수 없음에 비극의 씨앗은 자리한다. 개개인의 존엄성을 생각하고 유기체의 권리를 생각하며 상대를 배려할 때 순연한 질서는 자리할 것이다. 이중섭 화가의 그림인 길 떠나는 가족을 매개로 나라 없이 떠도는 집시들이 따뜻한 곳을 찾아 길을 떠나는 것을 들어 지금 발 딛고 사는 나라가 기능을 오롯이 할 때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음을 명시했다. ‘이별은 미의 창조라는 한용운의 시에 담긴 역설적인 표현의 의미는 결여의 상태에서 성스러움과 위대함의 감정이 절실하여짐에 비중을 두었다.

 

   자신의 존재가 잉여물이 아닐 수 있는 세계를 찾아 지난하게 살면서 시를 썼던 최승자 시인을 향한 저자의 애정은 물신주의가 팽배한 세상에서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리 쉽지 않은데 기인한다.

   ‘새들도 자본 자본하며 울 날이 오리라

   는 최승자 시인의 예견은 피폐해진 영혼을 달래며 사는 일이 쉽지 않은 시대에 중심을 바로 잡고 살아가려는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무위로 돌아서고 만다는 사실을 각인시켜 준다. 평안도 정주를 사랑하고 그곳의 향취를 잊지 않으려는 백석 시인은 고향에서의 행복했던 일상을 낙원으로 여기며 점점 잊혀가는 과거의 의미를 시로 복원하려 했다.

 

   저자는 끊임없이 희망하는 방식의 글쓰기를 시 쓰기라 규정하며 달성하기 위한 희망이기보다는 희망 자체로 남아 빛이 되는 믿음을 잉태하는 것이라 부연했다.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깝다는 말처럼 시를 읽고 쓰는 일은 희망을 품고 사는 일에 가깝다는 말을 믿으며 순정한 태도로 절망적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영혼의 힘을 시 속에서 발견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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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꿈장학 재단의 멘토로 활동한 지 6년째다. 담임을 맡았을 때는 반 아이, 교과 담당일 때는

수업 들어가는 학생, 우리 반 아이를 다른 선생님께 부탁해서 지도하는 멘토 등으로 활동하다

보니 일이 자꾸만 늘어난다.

딱한 사정을 알고 넘어갈 수 없어 선정되기까지 정성을 다하는 편이다.

나 역시 결핍과 부족함이 사람을 주눅들게 하는지 알기에 원하지도 않는 일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아이들의 아픔을 외면할 수가 없다.

한 해를 갈무리할 즈음 삼성 꿈장학 웹진의 이벤트 응모란을 보고 사연을 적어 응모했더니

선정되었다는 연락이 와서 반 아이 부모가 운영하는 치킨 집을 이용하는 파티를 열게 되었다. 

방학식이 끝난 뒤 아이들은 여느 때처럼 학교로 와서 보충수업을 들을 것이고

신입생 수업을 맡기로 한 선생님은 2015년 한 해 동안 힘들었던 자신을 위한 선물로

딸과 함께 떠나는 제주도 여행을 기획하였다.

2015년 12월 27일 내려야 할 곳을 지나 한참을 간 뒤에 김해 공항으로 부랴부랴

왔지만 비행기는 하늘 위를 날고 캐리어를 부치려던 것을 가까스로 찾은 뒤

수수료까지 물며 제주 항공 티켓을 발권받아 시작된 제주 여행이라 한심한 자신을

향한 자책이 컸었다.

제주도에서의 사흘 밤은 딸과의 소통과 불협화음이 함께 하였지만

오랜만에 둘만의 여행이라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제주도의 특별한 맛을 맛보며

단순하게 움직이다 일상으로 돌아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 새 2016년 1월 1일

올해는 작년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품위 있게 생활하는 중년을 고대하며 평가단 도서를

챙겨 본다.

 

  

 

   치열하게 글을 쓴다고 생각하며 읽은 '스무 살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이란 책을 보고 전율했던 기억에 끌려 즐겨 찾는 저자다. 이 책을 구매할까 말까 고민하다 요행을 바라는 마음으로 먼저 평가단 도서로 올려 본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사유하는 일상의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점점 잃어가는 영적인 맑음을 되찾고 싶은 날 그녀의 글을 만나고 싶어 갈망한다.

 

 

 

 

 

 

 

  가지 않은 나라, 가슴 속에 품고 사는 나라를 찾고 싶은 열망이 크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여행하기 힘든 곳을 찾아 떠나고 싶은 바람은 크지만 일상에 끄달려 사느라 갈증을 사려 두느라 버거울 때가 많다. 겨울이라고 하지만 영상의 기온에 미세 먼지까지 세계를 뒤덮어 외출마저 삼가고 싶은 때 여행을 좋아하는 이로 환경 오염을 촉발한 점을 반성한다. 2년 전 아들과 함께 했던 라오스 여행의 여운은 지금도 가슴에 명징하게 남아 있다.

세계의 원조가 끊어지면 굶어 죽을 나라에서 평안과 행복을 느꼈던 것은 라오인들의 소박한 삶이 빚는 일상의 변주에서였다. 더 많은 유적지를 돌아보고 싶은 라오스다. 이외에도 베트남, 불탑의 나라 미얀마 등을 가보고 싶은 마음을 쪽배에 띄워 보낸다.

 

   일회적인 인생에서 다시라는 말을 적용할 수 없기에 우리는 회한을 남기며 그 시절로 회귀하여 돌아간다면 다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음을 던지며 산다. 지나온 과거를 탄하지 말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떠올리면서도 인생을 멋지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은 심연에 자리한다. 남부러울 것 없는 명예를 지니고 있던 저자가 앓고 있는 파킨슨 병의 공포를 번역가의 산문집에서 본 적이 있다. 화장실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상황이고 기억은 점점 퇴화해 가는 와중에도 천 번역서를 출간하다니 인간의 의지와 능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지 가늠하기 힘들다.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없더라도 이 책을 읽고 싶다.  

 

 

  여름에만 문을 열어 여행자들의 발길을 허락하는 곳 부탄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미혹한 인간 세상과 가장 먼 곳이 부탄이 아닐까 생각한다. 부탄 왕자는 국민들이 사는 곳까지 와서 그들의 손을 잡고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환히 웃으며 타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장면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은 귀를 닫고 사는 지도자와는 대별되는 모습이었다. 극빈한 나라지만 국민드르이 행복지수는 세계적으로 상위를 차지하는 나라 산소가 희박한 고지대에 살면서도 적절히 숨을 고르며 배려하는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 척박한 환경에서도 존재함에 신을 경외하는 마음이 가득한 부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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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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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에 서서 두 발로 걸어 다니며 사유하는 시간은 표피적 삶을 잇는 일상에 본질을 더하는 시간이다.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희로애락의 감정은 한 사람의 삶을 규정하는 색깔로 인생을 물들이며 일상에 매몰되지 않는 각성을 준다. 단음절의 단어가 풍기는 이미지는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의견을 내재하고 있어 명징함을 함축한다. 하루 세 끼를 먹는 집의 휴일은 다른 반찬 한두 가지라도 만들어 따뜻한 밥을 마련해야 하는 힘듦을 토로할 때가 늘어난다.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지지 않은 식구들은 집에서 먹는 밥을 고집할 때가 많아 푸념을 늘어놓을 때도 있지만 밥의 힘으로 산다는 말에 위로받으며 밥 짓는 일을 마다하지 않으려 애쓴다.

   점심때는 라면에 찬밥 한 덩이를 놓아먹을 때도 있지만 라면에 질려하는 식구들이라 그럴 수도 없어 떡국으로 대신할 때가 종종 있다. 음식은 재료의 조리 과정에서 배인 화학적 실체라기보다 정서적 현상이라 여긴 저자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더라도 옛날 어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하는 것과 같은 추억을 불러낸다. 쌀밥을 배불리 먹고 싶었던 시절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그만이었던 라면을 작가는 자신만의 비법으로 끓여먹는 고난도 기술을 서술하며 서민적 음식으로 인간 가까이 다가서 서로를 달래줄 음식으로 꼽았다.

   시간 속에 슬픔의 깊이도 엷어져 살아남은 자는 살아가게 된다. 울분과 절망의 하중을 견뎌내지 못한 채 광기어린 삶을 살다 생을 마감해 안타까운 그리움의 결정체인 저자의 아버지를 회고하는 대목에서는 목울대가 시큰해진다. 망한 조국을 안고 이역만리에서 조국을 그리워하며 무협소설로 갈증을 풀어내던 아버지의 말없는 광야를 떠올리며 밖으로만 떠돈 아버지를 원망하는 대신 연민의 눈으로 보는 저자의 시선이 울림을 준다. 밥벌이를 위해 거센 파도를 감내하며 그물질하며 생선을 잡고 물고기를 털어낸 그물을 손질해 다시 바다로 나가 조업하는 어부들의 삶은 생존을 위한 의식주 해결을 위한 개별적인 선택이면서 보편적인 의식을 치르는 일이었다. 진부하지만 일상성이 유지되는 밥벌이의 경건함이 새삼 떠올라 삶의 당위성을 부여한다.

   ‘난 여기서 죽지 않을 거야.’

   딸과 함께 본 마션의 주인공이 불확실한 화성에서 생존의지를 불태우는 대사 중 하나다. 화성에서 540여 일을 보낸 주인공이 지구로 돌아와 우주 비행사 교관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월호 사건이 떠올랐다. 평형을 잃고 뒤집히는 배안에서 아이들은 삶의 의지를 품었으나 결국 구조되지 못하였다. 돈을 아끼기 위해 안전 점검을 소홀히 하고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 어린 아이들을 수장한 세월호 사건은 지금도 미증유의 사건으로 시간 속에 무덤덤해지길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치고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구조구난의 지휘체계를 바로 잡는 일로 개조해 가야할 텐데 여전히 책임을 전가하고 몇 사람 옷을 벗는 일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실물을 지배하는 돈은 인간의 판단과 정치적 이해까지 장악하고 있는 물신주의에서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자는 많지 않을진대 정당히 벌어 값지게 쓸 필요가 있다.

   사랑은 물가에 주저앉은 속수무책이다.’

   감성적 영역을 관장하는 사랑은 이성적인 사람의 마음까지 뒤흔들어 균형을 잃기 십상인 채로 몰고 갈 때가 있다.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는 이를 확인하고 싶어 하고 목소리로 상대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품으며 여자는 화장으로 자신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한평생 연필로만 습작한 작가는 애부에 자리한 결핍이 상상력으로 드러남으로써 내면의 소리를 내는 창작으로 이어짐을 놓치지 않았다. 연장을 써서 물건을 만들거나 수리하기를 좋아하는 저자는 손으로 도구를 제작하고 페달을 밟아 가고 싶은 곳으로 나가는 삶을 지속해왔다. 군 생활하는 아들이 평발이었음에도 현역으로 입대해 복무에 힘쓰는 동안 나라의 쪽박을 깨지 않는 일이 애국이라며 그를 다독거리는 아버지의 소리는 진중함을 더한다.

   고풍스러운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높게 쌓은 돌담 안쪽에 있을 본질을 찾아 모퉁이를 도는 화자의 고독과 본질을 탐구하는 이의 실천적 노력이 떠오른다. 퇴색한 빛깔의 낡은 우체통 속에 깃든 사연을 궁금해 하며 걷던 시절의 낡은 지붕이 그리워지는 것은 나이 듦의 증거이리라. 화려한 것들을 실컷 누리고 나서야 밋밋함이 주는 담박함을 깨닫게 되는 것은 오랜 경험의 산물이리라. 칠장사를 배경으로 시작되는 벽초 홍명희 소설 속 두령들이 길 위에서 나누는 정의와 사랑 등이 서사처럼 펼쳐진다. 연어의 생로병사에 대한 관찰과 명상을 담은 글을 소개하며 모천 회귀성의 숙명을 끌어안고 사는 생물이 갖는 숭고한 사랑은 새 생명을 살리고 장렬히 죽어가는 의로움을 닮았다. 책을 읽고 사유하며 표현하는 생활을 즐기며 사는 독자에게 작가는 자발스러움 대신 진중함을 겸하는 이로 깨어있으라 일침을 가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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