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
-
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철이 없던 시절 불가항력적인 일들을
겪으며 평상심을 잃고 방황할 때면 주관적인 슬픔과 아픔에 매몰되어 나에게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며 초월적인 존재를 원망하곤
했다.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일이 그 누가 겪은 일보다 몸서리칠만한 일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연민에 빠지다가도 화를 내 질책하는 말을 던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보잘것없는 그릇에 지나지 않는 자신과 맞닥뜨리게 된다. 귀가
큰 토끼 베니를 캐릭터로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구 작가의 현실 이면에 자리한 숙명적인 시련은 안타까움을
더한다.
‘어떤
만남이건 소중히 해야 한다는 것을.’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도 허투루 해서는 안 된다고 일깨워 준 애니메이션고등학교 선생님의 한마디는
크고 작은 영향 아래 우리는 성장해 가는 것임을 직감하게 만든다. 구
작가가 두 살 때 열병을 앓아 청각장애 2급
판정을 받았을 때 딸의 혀가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입가에 설탕을 묻히고 혀로 입술 주변을 핥게 한 어머니의 지혜로운 노력은 딸에게
전해졌다. 어렵게
들어간 고등학교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학교 문을 나왔을 때도 그 시절 만난 선생님은 작가의 내면에 자리한 장점을 발견하여 지지해주었고 그녀만의
개성을 잃지 말고 살아가기를 당부하였다.
타인의 말을 들을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며 귀가 큰 토끼 그림을 꾸준히 그리며 조금씩 인지도를
높여 싸이 월드 스킨 작가로 활동하며 용돈을 벌었지만 디지털 환경의 변화로 싸이 월드가 사양길로 치달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희망을
걸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작가는 블로그에 베니 그림을 꾸준히 그리며 개인전을 열기도 하면서 자신이 즐기는 일을 찾아 몰입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에 이상이 느껴져 병원을 찾았을 때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고 오래지 않아 시력마저 잃게 될 거라는 비보를
접하였다.
잘 안 들리는데다 눈까지 멀게 된 상황이 분노를 유발하였지만 그녀는 좌절하며 낙심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사는 법을 실현하며 지냈다.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처럼 보내자고 다짐하며 힘을 내었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일들을 챙기기
시작하였다. 다. 소망
상자 안에 담아두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실천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나서는 길만이 지금을 잘 사는 방편이라고 그녀는 여겼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창조성을 부과하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인 작은 작업실을 마련하고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길가에 탐스럽게 피어난 벚꽃은 내리는 빗줄기 사이로 잎은 떨구고 외로이 서
있다. 포장도로를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짧아진 봄은 이내 흔적을 감추고 연초록 세상으로 물들어가는 때 청춘 시절에 못다 한 이야기들이 고개를
내민다. 마음에
들었던 남자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지 못한 것,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el 못한
것 등이 회한으로 남는다. 안
하고 후회하기보다는 저질러 보고 후회하자는 쪽을 택하기를 바라며 구 작가의 버킷리스트를 따라 마음을 달래 본다. 눈이
멀어지면 타인이 입혀주는 대로 입고 살아야 하니 몸매 관리를 잘해 어느 옷이나 잘 맞도록 해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코끝이
시큰해진다.
비가 내려 감성을 돋우는 날이면 소통하며 지내던 제자들에게 연락이
온다. 취직한
지 1년이
지났으니 저녁 한 끼 대접하고 싶다는 소식이 반가운 것은 자기 역할에 걸맞은 활동으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데서 뿌듯함을
느껴서이다. 봄꽃
아래에서 예쁘게 단장하고 사진 찍기,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연락처 묻기 등의 소박한 바람에서부터 파리의 가장 큰 미술관인 오르세 미술관에 가서 전시된 작품들을 직접 보면서 느끼기 등이
이뤄지길 바란다. 청각과
시작을 잃더라도 생생히 남아 있는 촉각을 떠올리며 그 감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는 구 작가를 보면서 치기어린 불평을 토로하며 한탄하였던
미욱함이 괴란쩍어진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