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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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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보이지 않던 이웃 아줌마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 살이 빠지고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췌장암 3기 판정을 받고 집에서 주변 정리를 하면서 죽음을 예비하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덧없이 소멸하는 삶의 가운데에서 느끼는 불안이 증폭될 때마다 염세주의적 태도는 특정 종교에 매달릴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만큼 니체는 특정 종교와 정치적 이념에 사로잡히는 일은 자기소외이며 스스로 노예가 되는 길이라고 경고하였다. 자유로운 사고를 막는 확신의 노예에서 벗어나 확신에 굴복하지 않는 대신 자신을 주인으로 삼아 질적인 삶으로 고양하는 일을 예술에서 찾으려고 했다.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예술가들 역시 삶의 예술가가 될 때 생을 긍정하며 살아갈 수 있는 양분을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물리학자 이기진 교수의 딴짓은 기억 속에 멀어져 가버린 애장품을 떠올리게 한다. 밋밋한 일상에 변화를 주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 강하여서인지 다르게 행동하며 좋아하는 일을 찾아 딴짓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강해진다. 쉽사리 벗어나기 힘든 일상 속에서 새로운 생활을 병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즐거움을 줄 때가 있음을 안다. 나이 들어도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기울일 수 있는 취미에 몰입할 수 있다면 소소한 기쁨으로 일상은 충만해질 것이다. 미답의 공간을 찾아 발품을 팔며 거리로 나서 현지인들의 생활을 알 수 있는 곳으로 시장만한 곳이 없다. 갖가지 볼거리로 이방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시장 풍경은 언제 보아도 신기한 볼거리들로 가득하다. 정해진 궤도대로 살아지지 않는 인생에 도전하는 삶은 무모하여 보일지라도 새로운 일상을 살게 하는 토대가 된다. 파리로 공부하러 갔을 때 두 살배기 딸을 데리고 오기 전 정착 준비를 하느라 감기를 얻었을 때 레몬즙과 오렌지 즙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기구를 만나 함께 한 경험은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할 것이다.

   공상하기를 즐기며 술 한 잔에 망가지기도 하는 비과학적인 행동들이 모여 한 사람의 차별화된 역사를 이뤄내는 듯하다. 과학적인 사고로 객관성과 논리성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물리학자가 일상에서 행복하고 낭만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일러준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물리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로 물리학 공부를 시작하였다는 저자는 병따개 하나에 담긴 물리적인 원리를 분석하며 자신의 존재 방식을 찾았다. 러시아로부터 독립하지 않은 아르메니아 연구소에서 일하던 시절은 어두웠지만 따스함을 나눴던 일들로 가득했고 이후 그곳의 학생들을 초청해 함께 연구하며 재충전하는 시간은 다른 빛깔로 향을 만들어가는 관계에 긴밀함이 깃들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진정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고 대세를 따라가는 것은 자신의 개성을 없애고 획일화로 몰아넣고 만다. 상처가 난 백색의 도자기를 보고 다른 것과 차별화된 감성을 지닌 물건으로 간주하는 저자의 다른 생각은 볼품없어져 버렸다고 버리는데 급급했던 생활을 돌아보게 한다. 영혼을 갉아먹는 소리로 일본에서의 공부를 지탱하게 해 준 연필깎이를 선물해 준 이구치 교수의 정을 확인이라도 하듯 연필을 돌려서 깎고 싶은 마음이 동한다. 아르메니아, 몽골, 일본, 프랑스 등을 찾아 공부하였던 기간에 소장하게 된 물건들의 의미는 추억의 시간을 돌려주는 또 다른 타임머신처럼 여겨진다. 취미 중 하나가 설거지라고 밝히는 저자는 물기를 닦아내는 행주에 대한 단상을 적으며 프랑스에는 행주도 대물림된다니 다소 놀라웠다.

   애정과 관심에 다라 취미의 깊이가 달라진다는 점을 살아오면서 절감할 때가 있다. 아르메니아에서 보드카를 마실 때 애용했던 유리잔은 한 번에 술잔을 비워내야 하는 만큼 중량감을 견딜 수 있는 잔으로 마련한 모양이다. 같은 술을 마시더라도 어떤 잔에 술을 따라 마시느냐에 따라 그 맛과 향은 달라진다. 저자는 자신이 가진 시간과 공간의 종횡 속에 제 빛깔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삶에 특별함을 준 계기를 알프스 프라리옹에서 찾았다. 사연이 있는 물건들을 소장하고 있다가도 생활에 무용하다는 점을 들어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버리지 않고 한곳에 모아두는 것도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며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골동품처럼 되어버린 다관에 녹차를 따라 마시며 25년 전의 시간을 불러내 그 시절 함께 했던 인연들을 불러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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