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한겨울 난방이 되지 않는 곳에서 벌어진 틈새로 바람이 불어와 오들오들 떨며 달빛을 받은 설산을 호위하는 하늘에는 이름 모를 별들이 반짝이며 시린 겨울의 환영을 드러내고 있었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 들르는 곳 포카라에서 침낭과 스틱을 빌리고 방한용 점퍼를 대여한 뒤 이튿날 나야풀로 향하였다. 고르지 않은 흙길을 따라 걸으며 시작된 34일 간의 트레킹은 푼힐 전망대를 찍고 내려오는 여정이었다. 고용한 포터들과 잘 통하지 않는 말로 소통하며 눈 덮인 산을 쳐다보면서 네팔 민요를 부르고 우리 가락을 전하며 멀리 보이는 큰 봉우리들을 우러러보며 걸었다.

 

   밋밋한 일상에 변화를 시도하려던 움직임과 함께 가슴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택한 여행지는 네팔이었고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문화유산을 찾아 발품을 팔았던 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소설가 둘이 의기투합하여 트레킹에 나선 길을 따라 걸었다. 신들의 눈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고봉들을 보면서 숲길을 걸으며 쉬엄쉬엄 걸으며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하자고 말하였던 일들이 떠올라 특별한 산악 훈련도 없이 나선 초보자들의 강행군에 도전의식과 불굴의 용기에 외경심이 들었다. 푼힐 전망대를 다녀 온 뒤 다시 그곳을 찾으리라 다짐하였으면서도 일상에 묶여 살아가는 소시민적 근성에 소설가가 내디딘 17일간의 히말라야 환상종주는 또 다른 꿈을 심어준다.

 

   집필하던 소설을 끝내고 지친 영혼을 달래며 새로운 일상을 살게 하는 여행은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 낯선 곳을 떠돌다 살던 곳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소화해 내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열이 올라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아팠던 고산병, 특유의 향신료인 마살라를 넣은 음식 때문에 고생한 일, 변비 등을 겪으면서 정점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해발 5416m의 쏘롱라패스를 넘는 험난한 길에 순응하기에는 영하의 극심한 기온에 체력은 고갈되고 동상으로 감각이 마비되는 시간을 감내하여 다시 길 위에 서기까지 길잡이 검부의 정성은 컸다. 뭉쳐 두었던 사과 봉지를 풀어 사과 한 개를 저자와 혜나에게 건네며 사랑을 보인 검부의 마음에 온기가 전해진다. 문명의 이기와는 거리가 먼 곳에서 세수는커녕 배설도 제대로 못 한 채 허기를 면하는 정도로 끼니를 때우고 걸어야 했던 시간들은 잃어버린 자아와 대면하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도전으로 비춰진다.

 

   4남매의 맏이로 가장 못지않은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사느라 편할 날이 없었던 만큼 그녀의 강인한 정신은 희생으로 중무장하여 위기를 헤쳐 나가는 주춧돌이 되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마다 남은 식구들을 부양하며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길 바랐다. 간호사로 일하다 소설가로 변신하여 유명세를 띠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고백은 성과를 거두기 위한 그녀의 통과의례는 커보였다. 일상의 무거운 짐을 부리고 오롯한 자신과 만나는 동안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누리는 영혼의 자유로움에 젖어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는 그녀의 일화에 목울대가 시큰해지고 만다. 혹독한 고산병과 동상으로 죽음을 떠올리며 힘든 시간을 보냈으면서도 그녀는 안나푸르나 봉우리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가는 인생에서 겪게 되는 시행착오와 우여곡절 속에 우리는 철이 든 어른으로 자리하게 된다. 어떤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죽는시늉하지 말라던 어머니의 뜻대로 그녀는 자존심을 지키며 쉽지 않은 길을 걸었고 마침내 열이레 동안의 라운딩을 끝낼 수 있었다. 마살라 없는 볶음밥으로 배를 채우고 자이언트 오이로 뭉친 배를 풀어주며 사과 한 알의 식감에 행복해하던 이들의 영혼은 맑고 선하였다. 라운딩 중에 만난 독자가 건넨 라면을 끓여 먹을 때의 행복은 어느 곳에서나 느낄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 매년 인명 사고가 일어나는 고약한 고개 쏘롱라패스를 힘겹게 넘으며 병마의 고통 속에 이승을 뜬 어머니의 고단한 삶을 떠올렸을 때 이제는 그녀가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바랐다.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으니 원하는 바를 성취하며 힘을 얻고 그것이 내적 동기의 불을 지펴 질적인 성장을 담보하는 방황이 이뤄지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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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4 1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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