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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 길 위에서 배운 말
변종모 지음 / 시공사 / 2014년 4월
평점 :
머리가 짓는 생각보다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살고 싶은 갈망이 모여 현재적 삶에 반하는 행동으로 밋밋한 일상에 변화를 시도하는 여행은 미답의
공간에서 맞닥뜨릴 불안함과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이라는 설렘이 날실과 씨실로 엮어지는 인생의 틀이다.
여행자로 살고 싶은
마음이 강한 만큼 길손들의 여행기는 또 다른 시선을 끈다.
피사체에 담긴
풍광과 인물은 특정한 곳에서의 만남이 빚어낸 이미지처럼 호기심을 부추기고 궁금증을 돋운다.
정해진 길을 따라
대학교를 졸업한 뒤 회사원으로 살아오던 저자가 여행자로 인생의 전환점을 찾은 것은 반복되는 일상에 변화를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였을
것이다.
현재에서 가장
행복해지는 법을 찾아 떠난 여행이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를 위해 살아가는 길임을 깨닫고 여행지에서 떠오른 생각을 메모하고 기억해뒀다가 감흥을
풀어내는 글에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공간 위에 서고 싶은 열망을 더한다.
같은 마음으로 인생 길 위에 설 수
있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면 고독은 켜켜이 자리하고 가슴에 똬리를 튼다.
너와 나가
한자리에서 함께 걸을 수 없더라도 마음이 하나로 모아진다면 혼자 걸어도 둘이 걷는 것과 다름없다는 여행자의 말은 고독을 견뎌 고비를 만날 때마다
힘듦을 뛰어넘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위하는
마음으로 가득차기보다는 타인을 위한 마음이 더 커질 때 행복은 스멀스멀 피어오름을 베풂으로 알아차린다.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야 할 인생에서 문제없기를 바라는 일은 헛된 욕망인지도 모른다.
삶의 햇수가
거듭될수록 예측 불가능한 일련의 문제로 피폐해질 때도 있지만 현안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과정이 인생임을 길 위에서 깨달을 때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관조할 수 있는 시간을 얻는다.
고열과 잦은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뜬눈으로 밤을 꼴까닥 넘기었을 때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고 여겼던 적이 있다.
마흔 중반에 이렇게
스러져 간다면 그동안 일상에 얽매어 사느라 유예해 뒀던 여행을 못 가고 회한으로 덮인 인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건강을 회복하고 난
뒤 맨 처음 한 일이 공정 여행 운영업체에서 기획한 라오스 여행을 감행했었다.
극빈 나라에서
순박한 라오인들의 웃음 속에 아픔의 상처를 위로받고 루앙프라방의 새벽 탁발 순례에서 나눔과 배려의 가치를 일깨웠다.
규칙적인 생활에
익숙한 이들이 여행하기에는 걸맞지 않을 인도에서의 나날은 먼지와 소음,
오물로 뒤범벅이
되어 피곤함을 더했지만 먼지를 씻어내고 단잠에 빠져들었다가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흥분을 가라앉히기 힘들었던 때가
있다.
여행자로 나설 때면 현지인들과 만나
대화를 시도할 때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 둘 것이란 후회가 밀려들 때가 있다.
길 위에 오랫동안
서 있었던 여행자는 통하지 않는 말보다 전할 수 없는 마음을 더 견디기 힘들어한다니 진정성에 바탕을 둔 소통의 시도가 절실하여
보인다.
닫힌 마음을 열고
상대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발길이 닿았던 곳에서 떠오르는 단어들의 조합처럼 엉켜 있던 마음의 잔해들이 하나 둘 제 모습을
드러낸다.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힘의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는 일은 청춘의 속성 중 하나일 것이다.
계절에 따라 풍광이
자아내는 현상에 눈길을 주고 내면의 소리를 조율하며 살아갈 때 오롯한 자신으로 제자리를 찾게 된다고 여행자는 말하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선택을 믿고
그 선택이 주는 작은 것을 고마워하며 길 위에서 만난 이들을 사랑하는 여행은 보편적인 삶에 쉼을 주는 정서적 지지로 인생의 비타민으로 자리할
것이다.
자신이 지키고 싶은 것들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의 사랑과 희생이 떠오른다.
한 달 남짓 여행을
떠나는 이를 배웅하고 돌아서는 이들의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남은 자들은 떠난
이를 대신해 밥을 짓고 빨래를 하면서 빈자리를 채워가야 하므로 손을 재게 놀려야 한다.
이 또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치러지는 일 중 하나일 것이다.
어쩌면 지켜야 할
대상이 없다는 것은 어쩌면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는 전제를 마련해 주어 길 위의 방랑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상에서도 생업을
위해 집을 나섰다가 다시 집으로 회귀하여 일상을 정리하며 피로를 풀고,
여행지에서는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이며 새로운 물상을 접하고 여행자들이 머무는 숙소로 돌아와 고단한 몸을 푼다는 점에서 일상과 여행은 닮았다.
끝이라고 명명한
곳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는 시작점에 서 있을 여행자의 어깨에 걸쳐진 배낭을 떠올리며 가보지 못한 길 위에 서서 새로운 인연을 만날 것이라
믿는다.
마음으로 차며
나아가는 걸음을 옮기는 여행길에 동행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한 만큼 머지않아 도달할 마음의 언덕을 그려본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