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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의 심리학 - 생각의 틀을 깨고 주의를 끌어당기는 7가지 법칙
벤 파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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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이 바뀌었다. 함께 있어도 소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카페에 마주보고 앉아있으면서 각자의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이 책의 '들어가는 말'을 읽다보니 현재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된다. 방대한 정보를 거의 즉시 입수하는 데에 따른 대가는 집중력의 일부를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우리는 쉽게 다른 데에 눈길을 돌리고, 금세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린다. 집중력이 부족한 세상이다. 저자는 누군가가 우리 집문 앞에 매일 174종의 신문을 떨어뜨리는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하는데, 우리의 일상은 집중하기 힘든 환경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렇기에 이 책의 필요성에 주목하게 된다. 저자는 오래 지속되는 주의는 마치 캠프파이어처럼 단계별로 성장하는데 세 단계를 거친다고 말한다. 첫 번째 불피우기 단계에서는 '순간 주의'라고 이름붙인 것을 끌어당겨야 한다. '순간 주의'란 주변 사물에 대한 즉각적이고 무의식적인 반응을 뜻한다. 두 번째 불쏘시개 단계에서는 '단기 주의'라고 이름붙인 것을 얻어야 한다. 어떤 사건이나 자극에 대해 사람들이 짧은 시간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 캠프파이어 단계에서는 '장기 주의'라고 이름붙인 주의력을 끌어와야 한다. 이렇게 주의력의 캠프파이어를 피우려면 주목을 끄는 일곱 가지 열쇠가 필요한데, 이 책은 그에 대해 언급한다. 이 책은 사람의 주의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몇 가지 열쇠에 집중하여 설명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벤 파. 벤 파는 언론인이면서 기업가, 벤처 투자가이며 무엇보다도 주목의 대가이다. 『주목의 심리학』에서 벤 파는 생각의 틀을 깨고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7가지 법칙을 흥미로운 사례와 다양한 심리학 연구 결과를 통해 보여준다. 또한 셰릴 샌드버그,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등 주목을 끄는 데에 성공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고도 특별한 조언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주목을 끄는 일곱 가지 열쇠'자동반응 열쇠, 가치관 열쇠, 돌발 열쇠, 보상 열쇠, 명성 열쇠, 미스터리 열쇠, 연대감 열쇠를 일컫는다. 각 열쇠의 특징에 대한 설명과 다양한 예시가 가독성을 높인다. 이 모든 열쇠를 다 갖춘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마는 읽다보면 그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그 중에서 어느 순간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열쇠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로 유용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열쇠는 필요한 때에 열 수 있는 도구이니 열쇠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한 순간에 주의를 끌어당기며 주목받는 기술을 차곡차곡 습득해둔다.

 

이 책은 주목받아야 하는 순간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처럼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금세 다른 데로 주의가 분산되는 시대에는 주목을 끄는 일곱 가지 열쇠 정도는 마음에 품어두고 사람을 대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주목을 끄는 일은 어렵지만 큰 틀에서 법칙을 정리해보고 어떻게 적용할지 생각하는 것은 가능함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 띠지에 있는 '악플보다 무플이 더 두려운 시대 주목을 받아야 살아남는다!'라는 글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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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골프에서 리더의 언어를 배웠다
김미성 지음 / 알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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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책이다. 『나는 골프에서 리더의 언어를 배웠다』라는 제목을 보며 '나는 골프를 모르는데......'라고 생각했지만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결국 궁금한 생각에 읽어보게 되었는데, 일단 읽다보니 뒷이야기까지 술술 읽힌다. 물 흐르듯 주루룩 읽어나가게 된다. 여기서 '언어'라는 것은 '스피치' 즉 '말하기'이다. 말하기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서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끝까지 듣게 하는 것이 말하기 능력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말하기에 관한 책을 쓸만한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절한 비유와 궁금증 유발로 읽을까 말까 고민하던 독자를 끌어당겨 책을 읽어나가게 했으니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김미성. 20여 년간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몸담아 오면서, 연간 500회가 넘는 강의, 현장과 접목된 실전 코칭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말하기'의 기술과 소통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와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골프'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스피치를 보다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기 위해 골프와 스피치의 메커니즘을 비교, 코칭한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준비, 기본, 심화, 매너, 실전 등 총 5장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보면서 골프와 스피치를 배우게 된다.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강약을 조절하여 적재적소에 이야기를 잘 분포시켰다.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골프에 대한 이야기, 다양한 예시가 양념처럼 어우러지면서도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잘 살렸다. 골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는 사람에게는 더 쏙쏙 와닿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골프를 잘 모르는 나같은 독자에게도 흥미롭게 와닿아 쉽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잘못하고 있던 말하기 습관을 점검해보고, 어떻게 하면 장점을 강점으로 탈바꿈시킬지 짚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막연하게 어떻게 해야한다는 것만 나열된 책이라면 흥미롭지 않았을텐데, 이 책에서는 실제 상황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사람에게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것을 어떻게 봐야하는지 등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기에 더욱 기억에 남고 와닿는 느낌이 들었다.

 

말하기에 대한 책을 읽고 활용하고 싶은 사람, 강의를 듣듯이 부담없이 스피치를 배우고 싶은 사람, 품격있는 대화의 기술을 습득하고 싶은 사람 등 리더뿐만 아니라 리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실용적인 책이다. 초보자들은 1장과 2장인 준비와 기본 단계에서, 기본기가 있는 사람들은 3장과 4장인 심화와 매너 단계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멘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부담없이 읽어나가면서 핵심을 짚어나가는 스피치 강의를 이 책으로 만나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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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한시 - 사랑의 예외적 순간을 붙잡다
이우성 지음, 원주용 옮김, 미우 그림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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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를 색다르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감탄했다. '이렇게 구성할 수도 있구나. 이런 책도 느낌 참 괜찮네.' 한시 중에서도 사랑에 관한 한시이니 이런 겉모습이 괜찮다. 포장에도 신경을 쓴 좋은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포장만 거창한 것도 아니고, 내용만 좋은 것도 아니다. 그 둘이 적절히 어우러져 빛을 발한다. 그림과 한시가 잘 어울리며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고 마음을 촉촉히 적셔준다.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다. 천천히 한시 한 편 한 편 음미했다. 포스트잍을 붙여가며 다음에 또 읽고 또다시 보기로 한다. 이 책을 통해 한시와 가까워져본다.

 

그 옛날에도 사람은 살았고 그들에게도 사랑이 있었다. 그들은 시를 남겼고 우리는 그 시를 읽으며 옛사람들의 마음을 읽는다. 그 사랑을 짐작해본다. 그러고보니 현대에 살기 때문에 좋은 점이 이런 책을 읽는 것이다. 그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책일 것이다. 그 시절에는 아무리 논밭을 팔아도 이런 모습의 책을 읽을 수 없었지만 지금이기에 가능한 이 책,『로맨틱 한시』를 통해 감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은 세 명의 저자가 있다. 글쓴이는 이우성. 한시 옮긴이는 원주용, 그린이는 미우. 이렇게 세 사람의 작품이다. 로맨틱하게 한시를 읽을 수 있도록 로맨틱한 시를 모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과거와 현재를 사랑에 관한 시로 연결시켜준다. 이 책을 펼쳐드는 순간만큼은 나긋나긋 녹아내리는 사춘기 감성이 되어버린다.

 

알고 있던 시든, 처음 접하는 시든,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다가온다. 그림과 해설, 저자의 에세이까지 모여 하나의 책으로 재탄생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그동안 한시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거리감이 있었다면, 그 간극을 메워줄 수 있는 책이다. 그 옛날에도 사랑은 지금과 별다를 바 없이 그래서 현재의 우리에게도 한시는 로맨틱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한시는 세로쓰기, 저자의 이야기는 가로쓰기로 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읽는 데에 약간 낯선 느낌이었지만 이내 적응되었다. 사람이 사랑하는 마음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끼며 읽어나갔다. '첫사랑, 사랑의 기쁨, 변심, 그대를 원하고 원망해요, 이별 후에도 사랑은 끝나지 않아, 사랑의 슬픔, 사랑을 추억하다' 이렇게 총 7장으로 구성된 한시와 글을 읽을 수 있다. 한시에 감성을 입힌 이 책을 천천히, 조금씩 읽어나가며 마음에 기름칠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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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명상 - 내 마음이 보이는 그림 수업
프레데릭 프랑크 지음, 김태훈 옮김 / 위너스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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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하고 더운 여름 날, 두 번째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몇 달 전에 처음으로 읽어보았고 나중에 여유있을 때 또다시 읽어야겠다고 아껴둔 책이다. 이번에 다시 책장을 넘기니 처음의 감동이 오롯이 되살아난다. 이 책은 읽고 넘겨버릴 책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보며 내마음을 들여다볼 수단으로 해야한다. 나에게는 그림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제공해주는 책이다. 왜 그림을 그릴지, 어떻게 그릴지, 어떻게 대상을 바라보아야할지, 섬세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일러주는 책이다. 읽을 때마다 두근거리게 되니, 몇 번을 더 읽어도 내 마음에 파장을 남길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프레데릭 프랑크. 치과의사면서 미술가, 문필가로도 널리 알려진 인물로 다양한 재주 덕분에 '르네상스인'이란 별명이 붙었다. 치과의사로 일할 당시 아프리카 람바레네에 있는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의 병원에서 함께 의료 봉사활동을 펼쳤다. 그러면서 꾸준히 그림을 그려 재능을 인정받았고, 화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2006년 6월 5일 98세의 나이로 자신의 집에서 편안히 눈을 감았다. 이 책 『연필 명상』은 그의 저서 중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은 책으로 당시 70만 부 이상 팔렸고, 현재까지도 단 한 번의 절판 없이 독자들에게 읽히며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이 책은 1973년에 출간된 책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는데, 시간 간극을 전혀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더 놀라게 되었다. 지금의 나에게도, 먼 미래의 누군가에게도 이 책은 큰 울림을 줄 것이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사람들에게도, 연필을 제대로 쥐지 못하는 일반인에게도,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릴지 커다란 틀에서 일러주는 책이다.

그림 그리기를 생각해본 적이 없거나 간단한 선 하나도 쉽게 그릴 수 없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연필을 들고 사물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싶어질 것이다. (15쪽)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연필'과 '명상'에 대한 것이다. 즉 눈으로 받아들인 대상의 진실을 마음을 통해 손으로 전달하는 것을 연필 명상이라 일컫는다. 주변을 둘러싼 사물들을 보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명상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살면서 잘 안다고 생각하던 나무나 풀, 양상추 등 흔한 생물도 그리자고 보면 생소하다. 나는 그것들을 제대로 본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보기'를 할 때 우리는 어느덧 몰두해서, 이 학습된 나를 잊고 벗어나 내가 마주한 현실 속으로 뛰어든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일부가 되고, 거기에 참여한다.

 

이 책은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일러주는 것이 아니다. 연필과 명상 중 명상에 더 큰 비중을 두되 연필이라는 수단이 꼭 필요한 것이다. 연필을 손에 쥐고 눈 앞에 보이는 사물이나 자연을 집중해서 바라보며 손의 흐름에 맡기면 된다. 이 책에 의하면 보고 그리는 일이 곧 명상이고, 온전히 살아있는 세상을 의식하고 완전한 관심을 기울이는 법에 대한 수련인 것이다. 나의 눈은 세상을 향해 열린 마음의 렌즈라는 점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대상을 바라보는 법을 새롭게 터득하게 되는 것은 큰 수확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누군가에게 칭찬받을 만한 명작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수행이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제대로 바라보며 물아일체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는 방편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연필 한 자루를 들고 사물을 세심히 관찰하여 담아내는 수행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그런 열정을 건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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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로 가는 길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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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을 통해 정여울 작가의 인상적인 여행에 동참한 시간을 가진 이후로 작가의 테마 여행 이야기에서 여행서를 읽을 때 느끼던 갈증을 채웠다. 각각의 이야기가 간단명료하면서도 강한 끌림이 있기에 책 속의 다양한 여행지에 쉽게 빠져들 수 있었고, 저자의 이야기는 여행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교감을 이룰 수 있기에 친근하게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은 언젠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읽기를 자꾸 뒤로 미루고 있었던 책이다. 작가의 이름을 보고 반가운 생각이 들었으면서도 '시간이 나면 언제 한 번 읽어야지.'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헤르만 헤세에 대해 잘 모른다는 거리감 때문인지 무언가 거창한 느낌 때문인지, 뜨끈뜨끈한 신간은 출간된지 조금 지나고 시간을 묵히고 나서야 내 눈길을 받았다. 헤르만 헤세가 말년을 보냈다는 스위스의 몬타뇰라에 대해 궁금해진 다음에야 이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이 책은 일단 펼쳐들면 읽게 되고, 읽다보면 푹 빠지는 매력이 있다. 헤세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이 책을 통해 알아가게 되고, 나도 헤세의 발자취를 따라 함께 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책도 역시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어디에 가서 무엇을 먹고 어디에서 쉬는 여행이 아니라, 헤르만 헤세라는 테마 하나 만으로도 이렇게 여행서 한 권 분량의 이야기를 쏟아부을 수 있다는 점이 신선했다.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다면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고, 이미 읽어본 유명한 책도 다시 한 번 읽고 내 마음을 뒤흔드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고 생각이 든다.

 

삶이 힘겹게 느껴질 때마다 신기하게도 내 손에는 헤르만 헤세의 책들이 쥐어져 있었다. 입시 지옥에서 헤맬 때는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있었고,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을 때는 『데미안』을 읽고 있었으며, 내게는 도무지 창조적 재능이 없는 것 같아 가슴앓이를 할 때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읽고 있었다. 의미 없이 나이만 먹는 것 같아 가슴이 시려올 때는 『싯다르타』를 읽고 있었으며, 내 안의 깊은 허무와 맞서 싸워야 할 때는 『황야의 이리』를 읽고 있었다. 이것은 전적으로 우연이었지만, 내가 살아온 '무의식의 역사'를 되돌아봤을 때 어쩌면 아름다운 필연이었다. (프롤로그 中)

 

이 책의 1장과 3장은 짧은 글과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부담없이 읽어나가게 된다. 매력있는 책의 특징은 슬슬 넘겨도 다시 앞으로 가서 정독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에서 그런 느낌을 받게 되었다. 처음에는 사진을 감상하며 짧은 이야기를 슬쩍 읽어나갔는데, 다시 앞으로 가서 제대로 읽어나가게 된다. 사람을 잡아끄는 힘이 있는 책 중의 하나여서 가슴 두근거리는 느낌으로 읽었다. 지금껏 잘 몰랐지만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보리라는 생각이 들고, 그의 수채화 작품에도 마음이 끌린다.

 

이 책은 잔잔한 강물같이 나긋나긋 흘러가며 나를 휘감아버리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살짝 발을 담갔는데 어느새 푹 빠져버리는 마력이 있다. 다른 책을 읽다가 잠깐 집어들었는데, 헤어나오지 못하고 이 책을 끝까지 읽어버렸다. 한 번 읽고 말 책이 아니라 다음 번에 또 다시 읽어보고 싶고, 또다시 감동에 휘감기고 싶어진다. 이 책을 통해 헤르만 헤세에게 한 걸음 다가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 '헤세로 가는 길'이 마음에 맴돌며 강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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