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이 무기다 - 소리 없이 강한 사람들
다카시마 미사토 지음, 정혜지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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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에는 손들고 정답 이야기하는 것도 부끄러워하고, 학창시절 내내 구석에 혼자 앉아 사색에 잠기기를 더 좋아했었다. 하지만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이 사회생활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에 낯선 사람에게 말도 불쑥 걸고 좀더 활동적으로 지내려고 노력을 했다. 그것은 노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었다. 스트레스도 받고 나의 성향에는 맞지 않은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인위적인 억지 노력이 필요한 일이기에 고통스러웠다. 더 이상 그렇게 하지는 않겠다고 결심한 이후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낯가림이 나의 성향이라 생각하고 그대로 살아가기로 했다.

 

그러던 중 이 책의 제목을 보니 무척이나 반갑다. '낯가림이 무기다'라니!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신선했다. 세상에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기에 그들 또한 이 책을 보며 위안과 힘을 얻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낯가림을 무기로 활용하는 순간, 어떤 대화나 관계도 문제없다는 이 책의 소개에 이끌려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지은이는 다카시마 미사토. 천생 낯을 가리고 내성적인 사람이지만, 지금은 연 30억 매출의 온라인 비즈니스 회사 대표이자 1000명 규모 세미나의 인기 카리스마 강사이다. 프롤로그에서 이 책은 "대화의 신이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힘내라!"라고 재촉하는 책이 아니라 오히려 "억지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책이라는 글을 보며 마음의 빗장이 풀린다. 낯을 가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그것은 강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저자 자신이 엄청난 낯가림쟁이이기에, 낯가리는 사람의 어려움을 마음이 아플 정도로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는 충분하다. 지금껏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시작하는 자기계발서는 본 적이 없기에 더욱 집중해서 읽어나가게 되었다.

낯가림을 재도약의 기회로 삼는 사고방식부터, 상대의 마음을 '읽는' 방법을 설명한 기초편, 나아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설명한 상급편까지, 이 모든 비법을 다 읽고 터득한 후에는 이제 당신도 이 능력을 몸에 익히게 될 것입니다. (10쪽)

 

이 책에는 낯가림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서문을 시작으로 초급 단계인 '낯가림 센서로 상대의 마음을 읽는 비법 16'과 상급편인 '억지로 이야기하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비법 20'을 차례로 일러준다. 무려 90퍼센트에 가까운 사람들이 낯가림을 자각하고 있다는 마케팅 데이터가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받고, 낯을 가리는 사람은 '타인의 마음을 거리낌 없이 마구잡이로 휘젓지 않는 배려가 있는 사람'이라는 글을 보며 자신감을 얻는다. 아무리 말솜씨가 좋다고 해도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진심이 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초급편과 상급편의 이야기를 읽어나간다.

 

이 책은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인데, 술술 읽어나갈 수 있어서 읽는 속도가 빠르다. 낯가림 센서로 상대의 마음을 읽는 비법을 차근차근 읽어나가며 실생활에 활용하도록 염두에 둔다. 억지로 이야기하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비법 또한 포인트를 잘 짚어주어 어떤 점을 주의하고 마음에 새겨둘지 파악하게 된다. 특히 비법 21에 나오는 '상대의 지뢰밭을 파악하라'는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그에 맞지 않는 말을 했을 때에 지뢰를 밟는 듯한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부주의한 발언을 하여 지뢰 포인트를 밟느니 신중하게 말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억지로 자신의 성격을 고치려고 애쓰지 말고, 낯가림을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집중해서 이 책을 읽어나가면 든든한 후원자를 얻은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더이상 낯가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자기비하에 빠져 괴로워하거나 억지로 성격을 바꾸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할 것이다. 낯을 가리는 사람은 타인의 마음을 거리낌 없이 마구잡이로 휘젓지 않는 배려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게 되는 책이다. 낯가림은 충분히 '강점'이 될 수 있고,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나만의 무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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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인터뷰하다
김진세 지음 / 샘터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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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다고 생각하면 행복한 것도 같고, 반대로 생각하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마음에 행복과 불행을 오가며 사는 것이 인생인가보다. 이런 때에는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행복에 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며 마음을 달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쉽게 불행해지는 당신을 위한 긍정 처방전 15'이라는 문장에 이끌려 이 책 『행복을 인터뷰하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진세. 글 쓰는 정신과 의사이자 행복을 연구하는 해피올로지스트이다. 진료실에서 수많은 환자를 만나고 정신 건강에 대한 칼럼을 써왔지만 여전히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보며 긍정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2009년부터 6년간 매달 한 명씩 사회 명사를 만나 '행복'을 주제로 인터뷰했다. 70여 번의 만남을 통해 저마다 생각하는 행복은 다르지만 행복해지려면 노력이 필요하고, 행복은 정신적인 고통은 물론이고 육체적인 질병까지 호전시킬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 책은 사회에서 성공했다고, 행복하다고 인정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행복에 관한 이야기 중 가장 중요한 '긍정'에 관한 것이다. 각각의 이야기를 보며 그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나 또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삶을 바라보는 자세를 어떻게 가다듬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자신 안의 강점을 성장시키고, 결핍을 채우되 과하게 넘치지 않고, 주위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서 그들은 행복을 향해 한 걸음씩 나가고 있습니다. (8쪽)

 15인의 긍정 아이콘이 전하는 행복의 비밀을 담은 이 책의 인터뷰이를 보니 익숙한 이름들이 많다. 이소은, 김여진, 강주은, 윤영미, 최정원, 김미화, 엄홍길, 베르나르 베르베르, 박경철, 서혜경, 정보석, 한비야, 권오중, 임오경, 이외수 등 이름만 들어도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떠오른다. 이 책에는 이들의 인터뷰를 '내 안에 반짝이는 '그것'을 찾아서','결핍은 채워지기 위해 존재한다','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의 큰제목에 STEP 1,2,3으로 나누어 담았다.

 

이 책을 읽으며 다양한 인생을 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흥미로웠다. 이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기에 그들이 말하는 일상적인 이야기부터 성공이나 행복에 대한 이야기까지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러면서도 남들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경이로운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특히 엄홍길 대장의 삶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산에 오르내리는 것으로 교훈을 얻으며 생각에 잠긴다.

그는 내려가는 지혜를 이야기했다. 우리 사회와 학교, 심지어 부모까지도 모두 올라가는 법만 가르치고 있다. 인생은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려가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에 자주 굴러 떨어지곤 한다. 늘 올라갈 때는 내려갈 때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행복한 산행은 등산과 더불어 하산도 아름답게 마무리되어야 한다. 행복한 인생 역시 아름다운 마무리가 필요하다. (155쪽)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터뷰가 실린 것도 독특했다. 그와의 인터뷰를 보면서 웃으며 읽다가 공감하게 된다.

저는 좋은 책을 써야겠다든가, 평론가로부터 좋은 평을 들어야겠다든가, 빨리 써야겠다 해서가 아니라, 그냥 글이 좋아서 쓰는 거예요. 내 책이 출판이 되고 팔려서 기쁜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글을 써서 좋은 거예요. (167쪽)

 

각각의 인터뷰 끝에는 '김진세의 긍정 처방전'이라는 짧은 글로 마무리 된다. '불공평한 삶에서 행복해지는 법','넘어야 할 것은 산이 아니라 내 안의 두려움이다','부모를 선택할 순 없어도 어떤 부모가 될지는 선택할 수 있다','휘어진 나무를 바로 세우려면 버팀목이 필요하다' 등 알짜배기 긍정 처방전을 읽어보는 시간으로 내 안의 긍정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15명의 인터뷰이들이 쏟아놓은 말들과 그 안에서 정리되는 '긍정 처방전'을 함께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인터뷰이들이 모두 사회적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이름을 날리는 사람들이니 그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인생에 대해 바라보는 자세가 조금은 달라진다. 이 책은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다. 그러다보면 문득 내 마음을 후려치는 부분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 부분이 나를 일깨우고 내 마음을 다독여준다. 힘들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내면의 긍정 에너지를 찾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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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8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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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춥다고 움츠리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벌써 땡볕에 흐느적거리게 되는 여름의 정점에 서있다. '타오름달'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나날이다. '타오름달'은 8월의 우리말 표현으로, '하늘에서 해가 땅 위에선 가슴이 타는 달'이라는 뜻이라고 적혀있다. 여러모로 타는 듯한 시간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대한민국에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라며 월간샘터 8월호를 읽는 시간을 보낸다. 표지에 보면 시원한 바다를 담은 판화 작품이 있다. 2015년 한 해 샘터의 표지는 김상구 판화 작가의 작품으로 꾸며지는데, 이 작품은 2003년 작이다. 시원한 바다를 상상하며 여름의 더위를 가라앉혀본다.

 

이번 호에서는 여름특집으로 '바다 지킴이를 찾아서'라는 지면이 눈에 띄었다. 제주 바다쓰레기가 작품으로 승화되는 모습에 감동하며 읽어보게 되었다. 제주 바다에서 매년 발생하는 바다쓰레기는 무려 2만 톤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수거되지 못하고 방치된다고 한다. 2015년 초 결성된 '바다쓰기'팀은 동화적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을 통해 바다쓰레기 문제를 알리고 있다고 하는데, 월간 샘터를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작은 작품부터 장신구나 소품, 생활 가구까지 만들어서 바다쓰레기를 재탄생시킨다.

 

'공항 24시'도 기다려지는 코너다. 1년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대한민국의 관문, 인천국제공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한 명 혹은 여러 명의 화자가 전해준다. 직업 특성상 익명 처리되어 매달 글을 전해주는데, 이번 달에는 대한민국 젊은 아빠들에게 캠핑 및 여행에 대한 사명감과 압박을 심어준 <아빠, 어디 가?><슈퍼맨이 돌아왔다><오 마이 베이비>등의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지극히 공감하게 된다. 캠핑 장비를 바리바리 싸들고 공항에서 좌충우돌하며 이야깃거리도 풍부하게 남길 것이다.

 

'기생충에게 배우다'는 매달 기생충을 연구하는 학자, 서민 교수의 글이 실린다. 이번 달에는 '잔인한 메르스, 관대한 기생충'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메르스 사태와 함께 기생충의 관대함을 다루니 뒷이야기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집중해서 읽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메르스가 한없이 잔인한 것과 달리, 기생충은 징그러워 보이긴 해도 잔인하진 않다. 물론 안 생기는 게 더 좋지만 말이다.'라는 마지막 문장에 동의하게 된다.

 

'내 몸 사용설명서'에서는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인 것'을 다룬다. 우리 몸에서 두개인 것 중 신장에 대해 집중해본다.'운동도 처방이 필요해'에서는 '물이 주는 선물'이라는 제목으로 실내 수영 프로그램을 다룬다. 아쿠아로빅 수업을 받는 어르신들의 마음 속까지 헤아릴 수 있는 시간이다. '이름 요지경'도 매달 궁금한 마음으로 읽게 되는 코너인데, 이번 호에는 '김동월' 님이 이름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해준다. '동워리(돈 워리) 비 해피'라는 별명이 행복해지는 주문같은 느낌에 기분이 좋아진다.

 

이번 달에도 월간 샘터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부담없이 읽기에 좋고, 다양한 정보도 얻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되기에 웃기도 하고 감동도 받으며 읽어나가게 된다. 사람 사는 소리도 청량하게 들리니 마음이 한껏 흥겨워진다. 자투리 시간을 알차게 채울 수 있다. 각계각층 여러 모습의 삶을 바라보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시간이다. 다음 달 월간 샘터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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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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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책을 잡아도 잘 읽히지 않고, 몸은 축 늘어지고 마음도 시큰둥하다. 그래서 특별히 끌리는 책이 없나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위 때문이 아니었다. 이럴 때에는 뒷이야기가 궁금해 죽겠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책을 읽어야 제맛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제격이었다. 단숨에 읽게 되는 이 책 『걸 온 더 트레인』은 나를 잠들지 못하게 하면서 결국 끝을 보게 만들었다.

 

"정말 훌륭한 서스펜스 소설. 거의 밤을 지새우며 읽었다. 알코올중독 화자가 그야말로 완벽하다." 스티븐 킹

"폴라 호킨스, 당신이 누군지 몰라도 당신 책을 읽느라 밤을 꼴딱 새워버렸어요..." 리즈 위더스푼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어서 저녁밥을 놓쳐버렸다. 푹 빠져버림." 제니퍼 애니스톤

이 책에 대한 열광과 찬사를 처음에는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다. 처음에 나오는 레이첼의 사소한 이야기에 읽는 속도가 조금 느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에서 실망하고 읽기를 멈추면 안 된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레이첼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된다. 나도 그들과 같은 찬사를 보내게 된다. "어제 새벽에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답니다."

 

더운 여름 밤에 무리해서 늦게까지 책을 읽지 않기로 했지만, 결국 이 책을 어제 새벽까지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오늘 할 일도 많았는데, 손에서 내려 놓을 수가 없었다. 다른 급한 일들을 뒷전으로 미루고 이 책을 가장 최우선 순위로 올려놓았다. 흥미진진하다. 이 책은 일단 펼쳐들고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게 될 것이다. 중간에 멈출 수 없을 것이다.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코올 중독자 레이첼의 기억은 어느 부분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인지, 골똘히 생각하면서도 읽는 속도를 늦출 수 없다. 어서 뒷이야기를 봐야한다는 생각에 꼭 봐야겠다고 생각하던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놓치고 말았다.

 

이 책에는 레이첼, 메건, 애나 세 명의 여성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알코올중독자 레이첼이다. 이야기는 기차를 타고 가면서 그녀가 바라보고 생각한 것에서 이어진다. 기차가 정지 신호를 받고 멈춰 서면 기찻길 옆 집, 15호가 완벽하게 보인다. 그 집에 보이는 남녀의 이름을 레이첼은 제이슨과 제스라고 지었다. 그들이 행복하다고 나름대로 규정해놓고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런데 어느 날, 행복하다고만 생각했던 그들이 함께가 아니었다. 제스가 다른 남자와 키스를 하는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메건이 실종된다. 레이첼이 제스라고 이름지었던 그녀의 이름은 메건이며 그녀가 실종되었다. 그의 남편 제이슨의 실제 이름은 스콧이다. 그렇게 레이첼은 목격자가 되어 실제 삶으로 들어가 얽히게 된다. 메건의 실종 당일, 레이첼에게도 그곳에서 무슨 일인가 있었는데 잘 기억나지 않는다. 레이첼의 고민이 시작되면서 독자로서는 이 책에 빠져들게 된다.

 

이 책은 '알코올중독에 시달리면서 자주 기억을 잃는 여주인공이 어떤 강력 범죄를 목격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설정'을 소설로 풀어낸 책이다. 그런 점에서 레이첼의 진술에 공감하면서도 그녀의 기억을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 속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종잡을 수 없다. 그렇게 우왕좌왕하며 이 책을 읽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최면요법은 단기 기억 상실로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데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도 봤듯이, 우리는 기억을 일시적으로 상실한 동안에는 기억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억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내게 그 시간은 블랙홀처럼 뻥 뚫려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137쪽)

 

그녀의 기억은 진실일까. 실제 그날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책을 읽는 묘미는 기억의 불확실성에 의해 모든 사람이 의심스럽고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점이었다. 그녀가 접하는 사람들 모두 수상쩍다는 생각이 들다가, 결국 소설 속 주요 화자 레이첼마저도 의심하게 된다. 도대체 누가 범인일지 궁금한 마음에 끝까지 읽어보게 되는데, 끝까지 읽도록 이끌어가는 추진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범인이 누군지 궁금한 마음에 읽게 되었지만, 끝까지 읽고 나니 단숨에 읽어버린 이유는 결과가 궁금해서만은 아니었다. 세세한 심리묘사에 이끌려서 점점 이 소설 속의 세 여인 레이첼, 메건, 애나의 심리 속으로 들어가 읽어나가게 된 것이다. 낯선 인물이 점점 마음 속으로 들어오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탄생하는 순간, 소설은 마음을 잡아 끄는 흡인력을 선사해줄 것이다.

 

여름밤에 읽기 딱 좋은 소설이다. 왜 여름에 이런 소설을 추천하는지 그 이유를 분명히 알게 된 소설이다. 여름엔 역시 미스테리 스릴러가 제격이고, 수많은 책들 중 이 책을 잡으면 후회없이 무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예측하지 못하는 흥미로움과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궁금한 마음이 뒤섞여 두꺼운 책 한 권을 다 읽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절대 너무 늦은 시간에 읽기 시작하지는 말 것! 끝까지 읽지 않으면 멈출 수 없기에 잠 잘 타이밍을 놓쳐 다음 날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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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 떠난 고양이에게 쓰는 편지
클로드 앙스가리 지음, 배지선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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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애완동물'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고 '반려동물'이라고 일컫는다. 어설픈 가족이나 친구 이상으로 위안을 받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에, 당당히 '반려자'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나도 사실 고양이를 한 마리 기르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해왔다. 그 생각은 어느 순간 불같이 치솟아 올라 충동적으로 고양이 입양 직전까지 가지만, 결국 포기하게 되는 이유는 헤어짐의 두려움 때문이다. 즐거움과 기쁨을 함께 하는 만큼 슬픔과 고통의 시간을 감당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에 아예 시작조차 머뭇거리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클로드 앙스가리. 음악과 동물을 사랑하는 문학선생이다. 현재 브르타뉴 지방의 최서단 피니스테르 주 두아르므네에서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녀가 쓴 여러 권의 책들 중 고양이와의 인연과 만남에 대한 이야기인《고양이들의 샛길》이라는 책이 궁금해진다. 이 책 《깃털》은 시적인 감흥과 철학적인 고찰을 통해 고양이와의 교감을 섬세한 필치로 써내려간 책이다. 그런 점이 이 책을 읽는 데에 깊이를 더하고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한다.

 

이 책은 상실에 대한 책이다. 사랑하던 고양이 '깃털'을 잃고 난 후 고통스러워하다가 독백 형식으로 편지를 써나간 것이다. 지독한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글쓰기를 통해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상실감을 극복하고 있다. 글쓰기는 치유의 방편이다. 지독한 고통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놀라운 치유력이 있음에도 우리는 고통스러운 당시에는 글을 쓸 생각을 하지 못한다.

곧바로, 나는 네게 편지를 쓸 수가 없었다. 가장 생생한 고통의 정점에서는 단어가 나오지 않았다. 그저 눈물. 예고 없이. 아무 때나. (114쪽)

 

생생한 고통의 정점에서 조금씩 빠져나오면 펜을 쥘 힘이 생긴다. 그때부터 마음 속에 응어리맺힌 슬픔이 서서히 풀리며 치유의 시간은 시작된다. 저자는 그 순간 그들의 추억을 한 권의 책으로 쏟아부었던 것이다. 행복도, 고통도,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도, 마음에 되새긴다. 그렇게 그녀는 구원을 받는다.

네 죽음은 내 어린 시절의 상처, 생명의 유한함과 사랑하는 이들의 상실에 대한 분노를 일깨웠고 아버지에 대한 애도에 다시 불을 지폈다. 우리 삶의 조건인 모든 참혹함에 대항하여 나는 글쓰기밖에 다른 구원을 모른다. 삶을 연장해 가기 위해. (108쪽)

 

하지만 이 책이 상실에 대한 책인 것만은 아니다. 사랑의 시간이 컸던 만큼 상실감의 무게에 짓눌리고 고통스러워한 것을 표현했다. 이 책을 통해 고양이 깃털과 인간 클로드 앙스가리의 교감을 짐작해본다. 8년의 시간을 함께 존재하며 행복했던 일상을 눈앞에 펼쳐내듯 그려낸다. 떠난 고양이에게 쓰는 편지라는 부제를 보고 어떤 내용인지 짐작하고 읽어나갔기에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그들의 행복한 시간에 마음이 아리고, 헤어짐의 고통에 마음이 쓰리다. 편지를 받는 이는 떠난 고양이라지만, 읽는 이에게 자신만의 기억을 떠올리도록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나직하게 울부짖는다.

 

이 책을 눈여겨 보는 사람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떠나보낸 적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아끼던 강아지가, 고양이가, 어느 날 사라져버린다면 그 상실감이 얼마나 클까.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보니 범위는 동물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모두 포함해야할 것 같다. 클로드 앙스가리의 처절한 고통을 공감하며 어느 순간 촉촉히 눈가가 젖어있는 것을 보게 된다. 행복한 기억을 함께 한다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그 무엇이든 내 마음 속에 늘 함께 하는 것이니까.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은 죽은 이의 진정한 무덤이다. 유일한 무덤. 내가 사는 한 너는 내 안에서 산다. (100쪽)

 

이 책의 맨 마지막 장에는 편지지가 한 장 붙어있다. 읽고 나면 주변의 존재들이 달리보일 것이다. 그리고 글을 쓰고 싶어질 것이다.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보자. 언어가 달라도 서로 교감하고 있는 반려동물이나 언어가 같아도 교감하지 못하고 있는 주변사람에게 손편지를 한 장 쓰는 여름밤이 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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