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고 뉴욕 (2017~2018년 전면 개정판) (카카오프렌즈 스페셜 에디션) 저스트 고 Just go 해외편 13
조숙영 글.사진 / 시공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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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저스트고 프랑스를 들고 파리 여행을 다녀왔다. 적당한 무게감, 최신 개정판이라는 점이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었기에 역시 여행 가이드북은 저스트고에서 잘 만든다는 생각을 했다. 저스트고 발간 15주년 기념으로 카카오프렌즈 스페셜 에디션이 출간되었다. 귀여운 카카오프렌즈와 함께 떠나는 세계 여행! 타이완, 홍콩 마카오, 베트남, 오사카 교토 고베 나라, 스페인 포르투갈편이 이미 출간되었고, 이번에는 뉴욕편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저스트고 뉴욕》카카오프렌즈 스페셜 에디션은 표지부터가 즐거움을 선사한다. 귀엽고 깜찍한 카카오프렌즈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기분 좋은 추억을 만들어줄 것이다.

 

 

여행은 정보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스토리를 입힐 때 비로소 완성된다. 쉽게 속살을 내어주지 않는 뉴욕이란 도시에서 열심히 돌아다니고 열심히 경험하며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드는 여행자들을 위해 이 책이 지침서로서 함께 해주길 바랄 뿐이다. 그래서 여행 후 천편일률적으로 뉴욕에서 이런 거 해봤다 하고 자랑하는 게 아니라 뉴욕 여행을 통해 조금이나마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멋진 사람들이 이 책의 독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 中)

이 책과 함께 하며 자신만의 스토리를 담아내기를 바라는 작가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이 책은 '뉴욕에서 꼭 해봐야 할 것들', '뉴욕의 추천 일정', '뉴욕 여행의 시작', '뉴욕'으로 구성된다. 특별부록으로 초대형 휴대지도(맨해튼 전도, 뉴욕 지하철 노선도)와 휴대용 미니 지도책이 주어진다. 자유여행을 할 때 지도가 유용한데, 가지고 다니기에 좋은 실용적인 부록이다.

 

가장 앞에는 '뉴욕에서 꼭 해봐야 할 것들'을 담고 있다. 뉴욕에서 꼭 해 봐야 할 10가지, 최고의 미술관 박물관, 최고의 야경, 최고의 포토존, 공짜로 할 수 있는 것들, 현지 투어, 유용한 각종 패스, 뉴욕을 미리 만날 수 있는 영화, 뉴욕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뉴욕의 사계절과 이벤트, 뉴욕의 명물 음식, 길거리 음식, 스타 셰프 레스토랑, 코리안 톱 셰프 레스토랑, 델리 슈퍼마켓, 초콜릿 디저트, 뮤지엄 카페 레스토랑, 기념품 쇼핑 등의 정보가 빼곡하게 담겨있다. 여행 전 준비과정에서 미리 살펴보고 하고 싶은 것을 고르는 것도 재미일 것이다. 마리오 바탈리의 Eataly 주방용품과 스텀프타운의 커피 원두, 마스트 브라더스의 초콜릿을 마음에 담아본다. 뉴욕 여행을 가게 되면 꼭 장만해야겠다. 여행 기념품은 여행 후의 시간을 행복하게 만드니 말이다.

 

 

'뉴욕의 추천 일정'을 보며 본격적으로 여행을 계획한다. 뉴욕에서 단 하루, 뉴욕에서 1박 2일, 뉴욕에서 2박 3일, 뉴욕에서 4박 5일 등 네 가지 코스를 추천한다. 아무래도 거리상 멀기도 하고 하루나 이틀 일정으로는 무리일 것이다. 4박 5일 일정을 눈여겨본다. 그 다음에 나오는 '뉴욕 여행의 시작'에서는 본격적으로 뉴욕의 정보를 제공해준다. 뉴욕 기초정보, 뉴욕의 역사, 뉴욕과 맨해튼, 뉴욕을 구성하는 5개 지역, 맨해튼을 구성하는 19개 구역을 비롯하여 입국하기, 공항에서 맨해튼으로 가기, 뉴욕의 시내교통, 뉴욕 지도를 읽는 방법을 알려준다. '뉴욕'편에서는 본격적인 여행 정보를 제공한다. 추천 코스, 관광 명소, 레스토랑과 카페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스페셜 페이지에서는 미드타운의 리틀 도쿄에서 즐기는 일본 요리, 맨해튼의 코리아타운, 모모푸쿠의 홈타운 이스트 빌리지, 꼭 가봐야 할 미술관, 매디슨 애비뉴의 명품 브랜드 거리 등을 알려주어 도움이 된다.

 

카카오프렌즈와 함께하는 뉴욕 여행

이것만은 꼭 해보기!

'여기가 바로 뉴욕'임을 실감할 수 있는 대표 명소 돌아보기

브런치, 커피, 스테이크, 햄버거 등 뉴욕의 맛집 섭렵하기

놓칠 수 없는 쇼핑과 나이트 라이프, 뉴요커처럼 똑똑하게 즐기기

이 책과 함께 그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하면서 고르는 재미가 있을 듯하다. 뉴욕 자유여행에 꼭 필요한 가이드북이다. 2017~2017년 전면 개정판인데다가 카카오프렌즈 스페셜 에디션이어서 바라만 보아도 흐뭇해지는 뉴욕 여행 가이드북이다. 언젠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그냥 이 책을 읽으며 상상하는 시간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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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성주의 - 미국이 낳은 열병의 정체
모리모토 안리 지음, 강혜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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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반지성주의'라는 단어를 보면 부정적인 느낌이 먼저 떠오른다. 옮긴이의 말을 보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것과 관련하여 '반지성주의'라는 표현이 여기저기서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낯선 개념이 아닌가 싶고, 더구나 요즘 나오는 반지성주의에 대한 단편적인 언급들을 보면 트럼프 현상뿐만 아니라 매카시즘, IS, 일본의 군국주의, 나치즘, 파시즘 등과 연결시키는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접하는 '반지성주의'는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경계 대상인 것만은 아니다. 조금은 낯설고 당황스러운 느낌으로 이 책《반지성주의》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미국 사회 기저에 흐르는 반지성주의에 대해 살펴본다.

 

이 책의 저자는 모리모토 안리. 1956년 가나가와 현 출생. 국제기독교대학 인문과학과를 졸업하고 도쿄 신학대학 대학원을 거쳐 프리스턴 신학대학원에서 조직신학 박사과정을 수료, 프린스턴 대학교와 버클리 대학교에서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이 책『반지성주의』는「아사히신문」,「요미우리신문」,「마이니치신문」,「니혼게이자이신문」을 비롯한 각 매체의 극찬을 받으며 일본 독서계에 '반지성주의'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2016년 일본 최대의 서점 기노쿠니야의 인문대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화제의 책이다.

 

이 책은 총 일곱 챕터로 구성된다. 챕터 1 '하버드 대학교: 반지성주의의 전제', 챕터 2 '신앙부흥운동: 반지성주의의 출발점', 챕터 3 '반지성주의를 키운 평등 이념', 챕터 4 '미국적인 자연과 지성의 융합', 챕터 5 '반지성주의와 대중 리바이벌리즘', 챕터 6 '반지성주의의 또 하나의 엔진', 챕터 7 '하버드주의를 내던져라'로 구성된다. 이 책에서는 미국에서 반지성주의가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지금까지의 발전 과정을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반지성주의의 기원, 의미, 역사적 역할, 효용 등을 설명한다.

 

이 책에서 살펴보는 반지성주의는 상당히 뚜렷한 계보를 가지고 있는 지극히 미국적인 현상이다. 이 책에서는 독립 전 미국 전역을 휩쓸었던 신앙부흥운동을 미국 반지성주의의 출발점으로 삼고, 그 역사에 대해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특히 신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다고 하지만, 사실 가톨릭 신앙체계 안에서 사제와 신도 사이, 혹은 수도자와 세속인 사이에 신분상 차이가 크다는 점이 문제였고, 이것은 반지성주의의 철저한 평등관의 강력한 원칙이 되었던 것이다.

 

챕터 4에서는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 등 잘 알려진 영화와 서적을 들어가며 이야기를 펼쳐나가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해당 영화를 보았지만, 반지성주의 관점에서 본 적은 없었기에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반지성주의를 이해하려면 인간의 이성이 자연계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영화는 낚시라는 단면을 이용해 에머슨적인 미국 정신을 영상화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에머슨 자신도 인간을 포함하는 대자연을 관통하며 흐르는 생명력을 '강'에 비유해 말하고 있다. 알고 보면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를 통해 심원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에머슨의 이런 사상은 근대과학에서 요구하는 자기와 세계의 구별, 혹은 계몽주의에서 말하는 주관과 객관의 구별에 거스르는 일종의 반역으로 보이기도 한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범아일여, 즉 우주의 원리인 '범'과 개인의 영혼인 '아'가 완전히 하나라는 고대 베다 철학의 '불이일원론'의 재탕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에머슨의 사상에는 이런 이론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더없이 미국적인 특색이 더해진다. 그것은 압도적인 자연미에 대한 동경이다. (145쪽)

 

반지성주의를 설명하면서 구체적인 인물을 언급하며 '반지성주의 영웅'을 다루는 것도 눈길을 끌었다. 구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다. 반지성주의가 낯설다고 생각되면 먼저 에필로그를 살펴보아도 좋을 것이다. 지성이란 무엇인가?, 지성을 가진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반지성주의란 무엇인가?, 반지성주의가 생겨난 배경, 반지성주의의 존재 의의, 반지성주의의 미래, 긍정병에 걸린 현대의 미국, 반지성주의는 수출되는가? 등의 내용으로 정리되어 있다. 압축된 핵심 내용을 살펴보고 구체적인 내용을 본문을 통해 익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책은 반지성주의 역군들을 축으로 미국 종교사를 더듬는 열전이다. 그러나 단순한 종교사에 머무르지 않는 문화사이자 정치사, 대학사이기도 하다. 이 책은 경묘한 말투로 무거운 주제를 다양한 문맥 속에서 음미한다.

_요미우리신문

책을 통해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 책을 통해 잘 알지 못했던 반지성주의에 대해 살펴보고, 실제 역사 속에 스며들어 있는 반지성주의의 면모를 훑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책을 통해 지금껏 알지 못했던 것을 알아가는 시간은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기에 필요하다. 반지성주의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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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인문학 -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시민으로 키우기 위해 교사들이 던져야 할 8가지 질문
실천적 생각발명 그룹 시민행성 기획, 황현산 외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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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은 그동안 켜켜이 쌓인 부정부패가 곪아 터진 형상이다. 쳐다보기도 싫다며 외면하다가도, 이대로 방관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럴 때에 시민 한 사람으로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나가야 할 것인가. 생각하는 시민이 아닌,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는 것이 이런 비상시국을 초래한 것은 아닌지 마음이 불편하다. 이 책은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시민'으로 키우기 위해 교사들이 던져야 할 8가지 질문을 담고 있다. 희망을 갖기 위해서는 다음 세대에 대한 교육의 끈을 놓지 않고, 제대로 갖추어야한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 책《교사인문학》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글은 황현산, 나희덕, 함돈균, 김흥규, 이도흠, 박수밀, 정성헌, 조성룡 등 총 8명이 맡았다. 이 책은 실천적 생각발명 그룹 시민행성이 기획했다. 시민행성은 '생각할 때 시민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2013년 시작된 실천적 인문조직이다. 인문정신의 공공성과 창의성을 사회적으로 실현, 확산하기 위한 다양한 형식의 강의와 인문적 아이디어를 기획, 발명, 제안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 땅의 시민적 삶에 뿌리내린 실천적, 창의적 시민인문예술학교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이 책은 2014년 전국국어교사모임과 공동 기획으로 연 <교사 인문학 - 교사, '교사'를 공부하다> 두 번의 강의가 밭아이 되었다. 문학, 건축, 글쓰기, 교육론, 생명,평화 등의 분야에서 오랜 시간 성심과 성의를 다하여 높은 공력을 쌓아오신 '스승'들의 이야기를 현장의 교사들과 나눔으로써, 이미 뿌려놓은 높은 성의가 다시 교육 현장에 인문적 씨앗이 되기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이 책은 총 8부로 구성된다. 1부 '주체성 교육은 어떻게 아이들을 억압하는가?_황현산', 2부 '어떻게 가르치지 않고 배우게 할 수 있을까?_나희덕', 3부 '인문교육은 어떻게 예술교육과 결합해 생각하는 시민을 키워낼 수 있을까? _함돈균', 4부 '문학은 어떻게 아이들의 공감 능력을 키우는가?_김흥규', 5부 '공감하고 연대하는 시민을 어떻게 키워낼 수 있을까?_이도흠', 6부 '생명을 살리는 언어의 회복은 가능한가?_박수밀', 7부 '평화와 생명의 가치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_정성헌', 8부 '공간과 환경은 사람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_조성룡' 등 8부에 걸쳐 강연을 이어나간다.

 

현장에서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 강의의 끝에는 'Q&A 미니 인터뷰'가 실려있는데, 교육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의 고민과 이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어서 유익하다. 특히 아이들에게 '이 가을에 나는 뭐 하고 싶다' 하는 형식으로 한 문장씩 이야기해보라고 했더니 아이들의 절반 이상이 '쉬고 싶다', '가만히 있고 싶다', '이 가을에 나는 학교에 안 가고 싶다' 이런 말을 했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학교라는 곳이 수업이 아니라 강제노동을 하는 현장이 되어버린 게 아닌가 하고 놀랐다는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

 

이 책은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던져준다. 강의를 들으며 혹은 책을 읽으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다. 생각하고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한다. '생각하는 시민'이 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삼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들은 단순히 교사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현재 한국의 교육을 고민하는 학부모와 학생, 시민 등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여덟 명의 강연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각자의 독특한 색깔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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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참견 - 3천 명의 삶의 마지막을 위로한 감동의 언어 처방전
히노 오키오 지음, 김윤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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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암 환자에 관한 소식을 듣는 것은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암으로 투병을 하거나 결국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이야기도 허다하다. 사실 평상시에는 사는 것이 만만치 않다고 생각할 뿐, 죽음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하다가, 몸이 아프거나 병원에 갔을 때 암에 걸렸다고 진단 받으면 남은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정작 암에 걸린 본인과 그 가족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암 환자에 대해 걱정하거나, 의학적인 치료를 받는 것 이외에는 딱히 방법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껏 그렇게 생각해왔다면 한 가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암철학 외래'이다.

 

그런데 여기 독특한 상담을 하는 의사를 볼 수 있다.

저는 의사입니다. 제가 보는 환자들은 암 환자들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의학계에 있는 분들은 뭔가 이상하게 여길 겁니다. 특정한 전문 분야 없이 그냥 암 환자만 본다니, 그게 무슨 말일까. 저는 '암철학 외래'라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5쪽)

이 책의 저자 히노 오키오는 의사이지만, 진단과 치료 없이 오로지 환자와 60분의 상담을 진행한 후,환자의 마음을 울리는 문장을 처방하는 독특한 진료를 한다. 히노 선생은 암 환자들,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대화라고 생각하고, 의료 현장에서 메우지 못하는 이 빈틈을 암철학 외래를 개설하여 채워보기로 했다. 환자와 가족들의 속마음을 들으며 무료 면담을 하고 대중 강연을 하며 '위대한 참견'을 해온 히노 선생은 일반 독자들을 위해《위대한 참견》을 출간했고, 이 책이 10만 부 이상 판매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암'이라는 병을 계기로 자신의 삶의 본질과 마주하게 된 이들과, 아무 생각 없이 하루를 보내는 우리는 다를 게 없습니다. 저는 이 언어 처방전들이 일종의 예방 주사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9쪽)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1장 '죽어도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세요', 2장 '인생의 마지막 5년에 집중하세요', 3장 '대부분의 일은 그냥 내버려두세요', 4장 '당신의 인생을 표현하는 말은 무엇인가요'. 5장 '일부러 사랑하는 척하지 마세요', 6장 '죽음은 똑같지만 삶은 다를 수 있습니다'로 나뉜다.

 

저자가 '암철학 외래'를 통해 상담을 한 사례, 강의를 다니며 있었던 일 등 직접 겪은 일들과 함께 자연스레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짤막한 에세이 형식이어서 읽는 데에 부담이 없고, 특히 암 환자 본인 혹은 가족들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이야기가 잘 담겨있다. 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암 환자에게 어떤 말을 건넬지를 비롯하여 암환자이든 아니든 인간이라면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할 철학적인 문제까지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죽는 것은 확실, 언제 죽는가는 확률'이라는 글을 보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시한부 인생이라는 설정이 자주 등장한다고 언급한다. 시한부라는 것은 결국 확률론일 뿐, 확실한 사실은 아닌데, 암 임상 분야에서 시한부 선고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처음 이 용어가 사용된 것은 1990년대 중반인데, 원래는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환자의 상태가 아니라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한다. 느닷없이 시한부 삶을 선고받으면 누구나 엄청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겠지만, 이것은 단지 확률일 뿐. 만약 시한부를 선고받으면 "어떤 이유로 그 숫자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하고 담당 의사에게 물어보라고 권한다. 조금 당돌한 질문이지만 아마 대답하기 어려워할 것이라고. 저자의 이야기는 수많은 생각 거리를 던져준다.

제가 만약 환자에게 얼마나 더 살 수 있는지 질문을 받는다면 반드시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남은 수명에 대해 아무리 따지고 들어도 답은 없습니다. 애매한 것은 그냥 애매하게 생각하시는 게 어떨까요. 그보다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웃는 얼굴로 함께 지내는 것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더 좋지 않나요?" (87쪽)

 

이 책의 마지막에는 '삶을 위로하는 언어 처방전'이 수록되어 있다. 명언 모음인데, '삶의 의미를 찾고 싶을 때',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될 때', '고통이 나를 짓누를 때', '죽음이 두렵게 느껴질 때', '인간관계가 힘겹게 느껴질 때' 등의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에 필요한 명언을 들려준다.

 

암철학 외래를 창시한 히노 선생의 인생 상담

어떤 고통 앞에서도 내 삶을 지켜내는 아름답고 따스한 말의 힘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고비가 있겠지만, 암에 걸렸다는 것은 견뎌내기 힘든 두려움일 것이다. 저자는 암에 걸렸다는 사실 때문에 살아갈 희망을 잃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서 우울한 상태에 빠져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럴 때에 의학적인 치료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언어 처방전을 받아들고 인생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암환자와 가족은 물론,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우리 모두가 읽고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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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 대한민국이 선택한 역사 이야기
설민석 지음, 최준석 그림 / 세계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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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었다. 텔레비전을 틀었는데, <어쩌다 어른>을 통해 설민석의 강의를 보게 되었다. 이렇게 역사 강의가 재미있다니! 쉽고 재미나게 설명하는 입담에 금세 빠져들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어찌나 아쉽던지, 여운은 꽤나 오래 남았다. 그러고 나서 얼마나 지났을까?《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한동안 이 책은 베스트셀러를 점령하고 있었다.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읽을만큼 독자를 끌어들이는 능력이 있고,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며 연말연시를 의미 있게 보낸다.

 

이 책은 프롤로그에서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저자 역시 역사가 어려운 사람 중 하나였는데, 성인이 된 이후 역사가 새롭게 다가왔다고 한다. 지금 역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준다고.

저는 여러분에게 한국사란 '미래를 대비하는 학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과거를 돌이켜 현재를 마주할 수 있게 하는 한국사!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인식하고 있어야 할 삶의 밑거름인 것이지요. (프롤로그 中)

 

이 책에는 27명의 조선왕 이야기가 담겨있다. 차례를 보면 1대부터 27대 왕까지 특성이 한 마디로 정리되어 있다. 이빨 빠진 호랑이 태조, 무늬만 호랑이 정종, 진짜 호랑이 태종, 위대한 호랑이 세종, 피곤한 호랑이 문종, 어린 호랑이 단종, 무서운 호랑이 세조, 단명한 호랑이 예종, 모범생 호랑이 성종, 미친 호랑이 연산군, 변덕쟁이 호랑이 중종, 9개월만 호랑이 인종, 엄마가 호랑이 명종, 도망간 고양이 선조, 억울한 호랑이 광해군, 무릎 꿇은 호랑이 인조. 와신상담 호랑이 효종, 힘없는 호랑이 현종, 금수저 호랑이 숙종, 병약한 호랑이 경종, 최장수 호랑이 영조, 완벽한 호랑이 정조, 무능한 호랑이 순조, 최연소 호랑이 헌종, 신데렐라 호랑이 철종, 비운의 호랑이 고종, 나라 뺏긴 고양이 순종 등 호랑이 혹은 고양이로 비유한 모습에서 무릎을 탁 치며 유쾌한 웃음을 날릴 수 있다. 특징을 잘 잡아서 꾹꾹 찔러주니 명쾌하게 역사 이야깃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각 왕의 앞에는 그 왕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한 페이지에 간단하게 정리되어 있다. 강의를 하는 듯 전개되는 이야기를 보다보면 어느덧 음성지원이 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강의를 듣는 듯 생생하다. 전체적으로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분량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잘 구성된 점도 특징이다. 그림, 도표 등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여 시각적인 효과를 누리도록 했다. 각 왕의 마지막 장에는 마인드 맵을 통해 한 눈에 들어오게 정리해놓았다. 시간이 지나도 그 부분만 살펴보면 읽었던 내용이 속속들이 기억날 것이다.

 

이미 어떤 방식으로든 접했던 역사도 이 책을 통해 읽어나가니 흥미롭게 빠져든다. 특히 모르고 넘어갈 뻔 했던 왕들, 잘 알려지지 않은 왕들도 특징을 잘 짚어주니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대한제국 제1대 황제였던 26대 고종, 대한제국 제2대 황제였던 순종의 이야기는 잘 알지 못했기에 이번 기회에 정리해둔다.

조선 왕조가 무너져가고 있을 때, 왕이 된 고종에 대한 평가는 망국의 군주였다는 게 지배적이지요. 그로 인해 결국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최근에 고종이 대한제국을 세우며 조선왕조를 부흥시키려 했으며, 을사조약과 같은 외교침탈의 문서에 승낙하지 않았다는 점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지요. 고종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거예요. (481쪽)

고종과 순종이 함께 커피를 마신 일화도 충격적이다.

1898년에 러시아 역관 김홍륙이 고종을 독살하기 위해 고종이 즐겨 마시던 커피에 독약을 넣어요. 당시 커피 맛이 이상하다고 느낀 고종은 바로 뱉어버렸지만, 순종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끝까지 마십니다. 아마도 커피광이었던 아버지 고종은 커피 맛의 변화를 금세 눈치를 챘지만, 순종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아요. 김홍륙의 독차사건으로 순종은 이가 다 빠져 틀니를 끼고 살아야 했고, 혈변을 자주 누는 등 몸이 극도로 안 좋아져요. 결국 이 때문에 순종의 몸과 정신이 온전치 못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고요. (489~490쪽)

특히 조선왕조실록의 가장 마지막 장인 순종실록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몰랐는데, 한일병합조약의 내용으로 마무리된다는 글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우리는 현재보다는 나은 모습을 추구하며 살고 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역사 공부는 지금 우리에게 어떤 점에서든 교훈을 주기 때문에,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서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는 우리 조상들의 모습, 역사의 변화를 통해 배신, 감동, 사랑 등 다양한 인생의 교훈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미래에 어떻게 나아갈지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앞으로 인생에 있어서 어떤 점을 염두에 두며 타산지석으로 삼을지 생각해본다.

 

이 책은 쪽집게 과외같은 느낌을 준다. 설명을 쉽게 잘 하고 쏙쏙 들어오게 만들며, 핵심을 잘 전달해주고 있다. 직접 읽어보니 온라인 서점이나 북카페 등지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조선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단 한 권의 친절한 책,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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