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참견 - 3천 명의 삶의 마지막을 위로한 감동의 언어 처방전
히노 오키오 지음, 김윤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주변에 암 환자에 관한 소식을 듣는 것은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암으로 투병을 하거나 결국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이야기도 허다하다. 사실 평상시에는 사는 것이 만만치 않다고 생각할 뿐, 죽음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하다가, 몸이 아프거나 병원에 갔을 때 암에 걸렸다고 진단 받으면 남은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정작 암에 걸린 본인과 그 가족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암 환자에 대해 걱정하거나, 의학적인 치료를 받는 것 이외에는 딱히 방법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껏 그렇게 생각해왔다면 한 가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암철학 외래'이다.

 

그런데 여기 독특한 상담을 하는 의사를 볼 수 있다.

저는 의사입니다. 제가 보는 환자들은 암 환자들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의학계에 있는 분들은 뭔가 이상하게 여길 겁니다. 특정한 전문 분야 없이 그냥 암 환자만 본다니, 그게 무슨 말일까. 저는 '암철학 외래'라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5쪽)

이 책의 저자 히노 오키오는 의사이지만, 진단과 치료 없이 오로지 환자와 60분의 상담을 진행한 후,환자의 마음을 울리는 문장을 처방하는 독특한 진료를 한다. 히노 선생은 암 환자들,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대화라고 생각하고, 의료 현장에서 메우지 못하는 이 빈틈을 암철학 외래를 개설하여 채워보기로 했다. 환자와 가족들의 속마음을 들으며 무료 면담을 하고 대중 강연을 하며 '위대한 참견'을 해온 히노 선생은 일반 독자들을 위해《위대한 참견》을 출간했고, 이 책이 10만 부 이상 판매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암'이라는 병을 계기로 자신의 삶의 본질과 마주하게 된 이들과, 아무 생각 없이 하루를 보내는 우리는 다를 게 없습니다. 저는 이 언어 처방전들이 일종의 예방 주사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9쪽)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1장 '죽어도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세요', 2장 '인생의 마지막 5년에 집중하세요', 3장 '대부분의 일은 그냥 내버려두세요', 4장 '당신의 인생을 표현하는 말은 무엇인가요'. 5장 '일부러 사랑하는 척하지 마세요', 6장 '죽음은 똑같지만 삶은 다를 수 있습니다'로 나뉜다.

 

저자가 '암철학 외래'를 통해 상담을 한 사례, 강의를 다니며 있었던 일 등 직접 겪은 일들과 함께 자연스레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짤막한 에세이 형식이어서 읽는 데에 부담이 없고, 특히 암 환자 본인 혹은 가족들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이야기가 잘 담겨있다. 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암 환자에게 어떤 말을 건넬지를 비롯하여 암환자이든 아니든 인간이라면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할 철학적인 문제까지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죽는 것은 확실, 언제 죽는가는 확률'이라는 글을 보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시한부 인생이라는 설정이 자주 등장한다고 언급한다. 시한부라는 것은 결국 확률론일 뿐, 확실한 사실은 아닌데, 암 임상 분야에서 시한부 선고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처음 이 용어가 사용된 것은 1990년대 중반인데, 원래는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환자의 상태가 아니라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한다. 느닷없이 시한부 삶을 선고받으면 누구나 엄청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겠지만, 이것은 단지 확률일 뿐. 만약 시한부를 선고받으면 "어떤 이유로 그 숫자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하고 담당 의사에게 물어보라고 권한다. 조금 당돌한 질문이지만 아마 대답하기 어려워할 것이라고. 저자의 이야기는 수많은 생각 거리를 던져준다.

제가 만약 환자에게 얼마나 더 살 수 있는지 질문을 받는다면 반드시 이렇게 대답할 겁니다.

"남은 수명에 대해 아무리 따지고 들어도 답은 없습니다. 애매한 것은 그냥 애매하게 생각하시는 게 어떨까요. 그보다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웃는 얼굴로 함께 지내는 것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더 좋지 않나요?" (87쪽)

 

이 책의 마지막에는 '삶을 위로하는 언어 처방전'이 수록되어 있다. 명언 모음인데, '삶의 의미를 찾고 싶을 때',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될 때', '고통이 나를 짓누를 때', '죽음이 두렵게 느껴질 때', '인간관계가 힘겹게 느껴질 때' 등의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에 필요한 명언을 들려준다.

 

암철학 외래를 창시한 히노 선생의 인생 상담

어떤 고통 앞에서도 내 삶을 지켜내는 아름답고 따스한 말의 힘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고비가 있겠지만, 암에 걸렸다는 것은 견뎌내기 힘든 두려움일 것이다. 저자는 암에 걸렸다는 사실 때문에 살아갈 희망을 잃고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서 우울한 상태에 빠져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럴 때에 의학적인 치료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언어 처방전을 받아들고 인생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암환자와 가족은 물론,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우리 모두가 읽고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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