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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 - 과감히 덜어내는 힘
마이클 바스카 지음, 최윤영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인터넷 쇼핑을 하다보면 나에게 상품이든 책이든, 추천해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떤 때에는 '이 책 읽어보고 싶다'라든가 '이 물건도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지만, 수많은 정보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아직 그들이 추천하는 것을 보고 구매욕구가 발동한 적은 없었기에 여전히 걸음마 단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작은 것부터 인생의 중대한 결정이 되는 순간까지,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선택할 것이 너무 많다. 사람들은 감당하기 힘들만큼 많은 선택지 앞에서는 우물쭈물하며, 결정을 미루고 아예 외면하는 일도 많다. 차라리 누군가가 딱 하나를 선택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무조건적인 대량생산을 넘어서 개인 맞춤형 시장의 시대가 왔다. 이 책에서 어떤 효과적인 접근 방법을 알려줄지 궁금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무엇이든 넘쳐나는 사회에서 정보든 물건이든 개인이 소화하기 힘든 분량으로 쏟아진다. 너무 많이 먹어서 살이 찌고, 정보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길을 잃는다. 이미 필요한 물건이 가득한데도 부족한 느낌에 허우적거린다. 대책이 필요하다. 요즘처럼 물건이 넘쳐나는 시기에 미니멀리즘이 사람들의 마음을 바꿔놓았듯, 비즈니스에도 '과감히 덜어내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이 책《큐레이션》을 통해 개인 맞춤형 정보에 관해 비즈니스 측면에서 짚어본다.
개인의 취향을 파고드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대신 선택하고 미리 보여줘라!
시장이 원하는 것만 가려내는 기술 (책표지 中)
이 책의 저자는 마이클 바스카. 경제학 연구자, 작가, 저널리스트이자 디지털 퍼블리싱 콘텐츠 기업 카넬로의 발행인이다.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의 '옥스퍼드 핸드북' 시리즈 프로젝트 진행을 주도하고 있으며, 영국문화원 '미래를 이끄는 젊은 창조 기업가'로 선정되었고,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수여하는 '깁스상'을 받기도 했다.
항상 더 많은 양의 정보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의 가치는 정보의 절대적인 양보다 그것을 얼마나 잘 큐레이션하느냐에 달려 있다. (6쪽)
이 책의 제목은 큐레이션이다. 큐레이션의 몇 가지 의미 중 이 책에서는 '과잉된 정보를 과감히 덜어내고 새롭게 조합해 가치를 재창출하는 일'을 말한다. 한때는 일부 전문가 집단의 전유물이었던 단어 큐레이션이 이제는 실질적으로 거의 모든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미술관은 물론 데이터 센터, 슈퍼마켓, 유명 소셜 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큐레이션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또한 여러 뮤직 페스티벌은 물론 각종 매장과 쇼핑몰, 모든 종류의 웹사이트, 뉴스, TED 강연, 컨퍼런스, 벤처 캐피털의 포트폴리오, 각종 개막 행사, 디너 파티, 음악의 재생 목록, 휴가 등이 모두 큐레이션의 대상이라고.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왜 덜어내야 하는가'에서는 큐레이션이 왜 필요한가, 오늘날의 문제는 어디서 시작됐는가, 과잉 사회에서 무엇이 중요한가, 우리는 왜 창조적인 것을 선망하는가에 대해 다룬다. 2부 '어떻게 덜어낼 것인가'에서는 큐레이션은 어디에서 탄생했는가, 큐레이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큐레이션은 무엇을 만드는가에 대해, 3부 '어디에 적용할 것인가'에서는 세상, 문화, 인터넷, 비즈니스, 나 자신을 큐레이션하라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1부에서 우리가 어떻게 과잉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는지 배경을 살펴보고, 생산성 증가의 원동력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2부에서는 큐레이션이라는 용어의 역사와 오늘날 사용되는 의미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3부에서는 오늘날 큐레이팅을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인 산업 및 조직, 개인 사례를 살펴본다.
미래학자 제임스 월먼은 정보뿐만 아니라 소유의 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며, 이를 '과소유 증후군'이라고 칭했다고 한다. 월먼은 단순히 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은 혼란스러운 과잉 현상을 초래할 뿐이라고 단언했다고. 많이 가지고 있으면 좋은 시대는 지났다. 많은 물건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가정일수록, 특히 여성의 경우 더 높은 스트레스 수치를 보였다는 연구결과를 들며, "돈과 물질은 많을수록 좋다"는 기본명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접근방식에 대해 점점 더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과잉 문제가 닥친 모든 영역을 아울러 생각해보면 이제는 뭔가 새로운 방식이 필요한 상황임을 깨닫게 된다. 우선 삶과 일에 대한 접근 방식부터 변화가 필요하다. '더하는' 것이 아닌 '덜어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63쪽)
이 책을 읽다보면 큐레이션의 역사와 의미, 범위와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실제로 큐레이션을 이용한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구체화하며 읽어나갈 수 있다. 생각보다 우리 삶에 뿌리를 잘 내리고 있으며, 큐레이션은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 용어가 최근에 생겨난 것이 아니고 이미 수세기 동안 존재해온 개념이며, 큐레이션의 개념과 활동은 늘 존재했으며 곳곳에서 사용해왔고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무조건 많은 것이 진리가 아니라 제대로 덜어내기위해 큐레이션이 필요한 세상에서, 이 책은 특히 비즈니스 업계 종사자들에게 필요한 지식을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