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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 - 도시 여자의 촌집 개조 프로젝트
오미숙 지음 / 포북(for book)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시골에서 살아 본 사람도 아니고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여자가 시골 생활을 꿈꾸기란 참 어려운 일이건만. 저자는 그렇게 자신이 꿈꾸는 바를 추구하고 실천해냈다. 시골 생활이란 집안 살림을 하는 여자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어서, 입식 생활, 서구식 생활에 익숙한 도시 여자들이 시골로의 귀농을 꿈꾸기보다는 대개 남자들이 나이 들어 귀농을 꿈꾸는 일이 더 많았고 여자는 대개 반대를 무릅쓰다가 마지못한 경우에만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 저자의 예는 그와 반대라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도시 속 삭막한 생활에 지쳐, 시골의 여유로운 생활을 꿈꾸다.
사실 머릿속으로만 구상하면 여유있고 행복해보이지만 집안 살림서부터 불편한 것이 이만저만한게 아니고, 각종 편의시설 마트며, 병원 등도 집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잠시도 쉬지 않고 몸을 놀려야한다는 것이 부지런하게 집을 갈고닦은 시골 아낙들의 삶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저자분은 그런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소 시골 생활에 피상적인 로망만 갖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 자신의 꿈을 위해 묵묵히 전국을 돌며 부지를 물색하고 원하는 한옥을 찾아 다녔다.
처음에는 서울에서 가까운 강원도부터 시작해 찾아다니다가, 한옥이 잘지어져있다는 경상도(한옥 값이 정말 십억 얼마를 할 정도로 엄청난고가에 갖고 있는 금액과 맞지 않아, 경상도쪽도 포기), 그리고 또 돌고 돌아 결국 지금의 집, 서천의 어느 폐가를 사게 되었다 한다.
책 제목에 나온대로 집 값은 2천만원이었지만 그걸로 끝은 아니었다. 이제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그녀가 나설 때가 되었다. 대청마루에 앉아 할머니댁에서의 여유를 느끼고 싶었던 그녀였지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집을 꾸며내어야했다.
100여평 남짓한 땅에 도시는 빼곡히 건물을 올릴 수 있었지만 시골에서는 20평 정도의 건평을 유지해 지어야한다는 차이가 있었다. 되도록 뼈대는 남기고 거의 다 뜯어낸 후, 정화조도 묻고, 밖에서만 쓰던 수도도 안으로 연결하기도 하였다. 입식 화장실과 욕실을 만들기 위해 창고를 개조하는가 하면 아궁이를 그대로 살려, 무쇠솥을 걸어서 시골의 전통적인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내기도 하였다. 그야말로 신구의 조화랄까. 감각이 있는 전문가라 그런지, 오래되고 낡은 것들도 앤틱한 멋을 살려 자기만의 것으로 되살려내었다. 오래된 농도 그래서 예전 주인이 두고 간 것을 그대로 씻고 말려 재활용하였고 (앤틱 가게에서 구입한 것보다 더 마음에 든단다.) 얼마되지 않은 서까래는 그대로 되살려, 나무의 느낌을 반질반질하게 닦아내기만 하기도 하였다.
그녀의 집은 밖에서 볼 적엔 평범해보이지만, 안에 들어가서 보니 더욱 색달라보였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만들어낸다는 것. 아예 싹 뜯어고치지 않는다는 것에 마을 어른들이 와서 참견을 하기도 하고, 시골 생활이 불편하다고 지청구를 놓아도, 강한 소신으로 자신의 희망대로 집을 지어가다보니 완성된 집 어느 구석에서나 마음에 드는 느낌으로 생활할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이 마련되었단다.
아파트 생활이 익숙해서, 시골 생활을 미처 생각지 못해봤는데..
몸만 좀 부지런한 성격이라면, 쓸고 닦는데 힘들어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자기만의 스타일을 살려 이상향에 가까운 집을 지어 살아봄도 좋을 것 같았다. 나의 꿈은 시골 살이보다는 좀더 편안한 삶, 보다 더 그림같은 집이긴 한데..
저자의 집도 밖에서의 모습보다 안에서의 실용적인 모습들, 사실 익숙한 가전제품 들을 갖다 놓을 공간은 없고, 그저 내 몸 하나 안락히 쉴 수 있는 그런 공간임에도 저자와 지인들이 대만족하는 모습을 보니 그 자체로 참 행복해보였다.
분내나는 방이라 그가 이름붙인 단칸살이 신혼살림방같은 느낌의 방은 레이스 촘촘한 인테리어와 깔끔한 침대 등으로 다녀가는 여성 지인들마다 모두 묵고 싶어하는 게스트룸이 되었고, 아궁이가 따로 딸린 세를 주었을 것 같은 방은 그녀의 어머니가 하루 묵어보고, 이 방 내 나오. 하고 반해버렸을 정도로 엄마의 마음에 쏙 든 엄마만의 방이 되었다 한다.
창고를 개조해 큼직하게 만들어낸 욕실과 화장실.
아파트에서처럼 밖에 나가지 않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지만 그녀 스스로 "조금 불편한 삶"을 감수해서라도 살고 싶었던 시골의 느림 미학을 생각해본다면 그 또한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한다.
부엌은 또 어떠한가. 커다란 솥이 걸린 아궁이가 있는 가하면, 작은 크기의 씽크대와 서양식 앤틱 식탁이 멋스럽게 어우러진 공간이기도 하다. 도시에서의 정말 복닥복닥하게 많았던 살림살이들을 많이 포기하고 내려와야했던 공간이지만 (난 시골집은 창고 등이 넓어서 더 짐 놓을 공간이 많을 줄 알았는데.. 각각의 창고들마저도 욕실, 방 등으로 모두 개조를 하고 나니, 작은 방 네 개가 되고, 물건 둘 공간은 부족해졌을 것 같다. ) 꼭 필요한 물건만 갖고 사는 이 삶이 그저 행복한 삶이오 하는 그녀의 표정은 무척 편안해 보였다.
내가 가지 못한 길이지만 그녀의 선택은 멋져보인다.
다른 사람이야 어떻든 자신이 선택한 꿈을 실천하고, 행복해보이는 모습이 선연하기 때문이다.
이런 삶을 미처 실천해볼 엄두도 못냈지만.
친정엄마와의 추억은 내게도 갖고 싶은 그런 부러운 일례가 되었다.
우리 엄마도 이런 시골집, 아늑한 공간에 엄마만의 방을 꾸며드리면 참 좋아하실텐데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